식물은 위대한 화학자 - 잃어버린 식물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생태적 의미
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지음, 박윤정 옮김 / 양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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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 년 전에 출현한 육상식물이 지구 생물자원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지구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면서, 지구 전역으로 퍼져 나가 대기의 산소 함유량을 1%에서 현재의 21%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린 것은 바로 이들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197)

 

통속한 인간중심주의에서 보면 식물은 의식주, 관상, 치유에 이용하는 도구나 배경, 그러니까 인간이란 중심을 둘러싼 환경, 결국 변방일 뿐이다. 진실을 알고 보면 변방은 인간이다. 인간이 식물에 깃들어, 아니 빌붙어 살아가고 있다. ‘빌붙다는 말이 불쾌하게 느껴지는 인간은 지금 하고 있는 생각과 행위를 멈추면 자연히 깃들어 사는 것으로 복귀하게 된다.

 

지구 대기 산소 함유량이 1%에서 21%로 되는 과정에서 인간은 무엇이었나? 아무것도 아니었다. 혜택을 누리기만 한 주제에 지금 그 기적의 균형을 깨뜨리기 위해 배은망덕 용천무인하고 있다. 인간이 인간의 도리를 가지고 탁월함을 주장하려면 그 도리가 인간에게 국한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저희끼리 짜고 치면서 다른 존재에게 자랑하는 건 영 아니지.

 

지구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을 존재하게 한 사태는 단순한 혜택일 수 없다. 일부 인간들이 신봉하는 창조신의 섭리가 아니지만 그들의 개념만을 가져온다면 절대은총이다. 절대은총을 절대살해로 되갚는 인간이 구원, 각성, 진실을 추구한다며 벌이는 문명놀이란 참으로 가소로운 것이다. 어머니를 살해한 자가 노벨 물리학상 받는 일이 가문의 영광인가?

 

나는 타고난 지식의 사람이었다. 인연 따라 법학, 신학, 의학을 차례로 공부하는 과정에서 점차 행동의 사람이 보완되었다. 임상의인 지금 내게 양자의 균형지가 감각적으로 포착된다. 지식을 통제할 때 쓰는 기준이 휴먼스케일이다. 휴먼스케일을 넘어선 지식을 나는 지식포르노라 부른다. 지식포르노는 죽이는 지식이다. 살리는 지식에는 염치가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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