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위대한 화학자 - 잃어버린 식물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생태적 의미
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지음, 박윤정 옮김 / 양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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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가축에게 영향을 미치는 박테리아 내성은 잘 알려지고 연구되어왔다. 하지만 이런 박테리아가 인간과 인간의 음식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생태계 속에서 서로 다른 종 사이를 자유롭게 가로질러 돌아다닌다.......항생제가 물속으로 흘러들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물은 내성을 생태계 전역으로 전달하는 매개체다. 물이나 물속에 있는 돌, 침전물 등의 표면에 물과 관련된 생물막biofilm이 생기는 곳이면 어디서나 박테리아 생장이 촉진되기 때문이다.......환경 속에서 아주 미미한 양으로만 발견되던 항생물질들이 이제는 엄청난 양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 물질들은 박테리아는 물론이고 수많은 다른 유기체의 일생에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토양과 지구 전체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178~182)

 

사막의 세찬 바람이 수백 미터까지 쌓아 놓은 커다란 모래 산도 단 한 알갱이 이동으로 무너져 내린다. 누군가 그저 습관 따라 먹은 항생제 한 알로 지구 전체의 건강에 금이 간다. 나 하나라도 하고 선업에 발 들여놓기는 어렵고, 나 하나쯤 하고 악업에 발 들여놓기는 쉽다. 사실 세상에 악이 창궐하는 것은 고의를 지닌 악한惡漢의 위력 때문이 아니라 무심코 눈감는 범한凡漢의 용렬 때문이다. 이치상 평범한 사람凡人이 다 용렬한 사람凡漢인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대부분 그렇다. 현실이란 각자도생으로 인간을 몰아넣는 자본주의사회를 말한다. 자본주의사회를 주무르는 가장 강고한 힘은 초국적 제약회사의 손에서 나온다. 초국적 제약회사가 공들여 키우는 것이 거대한 범한 무리다. 곧 백억이다. 백억이 눈감고 항생제를 먹는다. 백억이 눈감고 분해되지 낳는 항생물질을 배설한다. 백억이 눈뜨고 외친다. “우리는 마침내 지구에게 항생제를 먹였다!” 그렇게 눈떠 본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그 세상을 보고 싶다면 쭉 무심코 눈감고 항생제 먹으면 된다. 나는 그 세상을 보고 싶지 않다. 내 소망을 공유하려고 이렇게나마 지절지절한다. 나도 불편하게 하는 이 지절거림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나는 마침내 건강해진 낭·풀 곁에서 매혹적인 새처럼 지절지절 노래하고 싶다. 노래하는 그날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낭·풀 앞에서 뉘우친다. 고마워한다. 바라건대 먼저 말씀하시라 한다. 언제 어떻게 낭·풀이 건네 오는 말을 들을 수 있을지 나는 모른다. 몰라서 쭉 유심히 눈뜨고 간다. 무심코 눈감고 살 때 동무하던 이가 말한다. “당신, 요새 미친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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