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년 들어 통 꿈을 꾸(거나 기억하)지 못했다. 202211일 새벽, 꿈을 꾸었다. 이 꿈은 선명하기 그지없었다. 지금까지도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에 그대로 재현되곤 한다.

 

샤워나 배변 조건이 매우 열악한 풍경으로 그려진 힘든 여행을 끝내고 마침내 돌아가는 길이다. 집 가까이 이르러 문득 보니 하늘에 영롱한 무지개가 떠 있다. 얼른 사진기를 꺼내든다. 초점을 맞추는 찰나 그 무지개가 쌍무지개로 바뀐다. 놀라면서 셔터를 누른다. 곧이어 차르르필름 되감기는 소리가 들린다. 손으로 전해지는 진동감각도 워낙 생생해 잠시 거기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 와 닿는 감각과 함께 꿈에서 깬다. 즉시 일어나 불을 켠다. 10년 넘게 한의원에 두고 쓰다가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20211231일 저녁 처음 집으로 들고 온 일기장을 편다. 생전 처음 꿈 일기를 쓴다. 03:32.

 

즉각 알레고리 해석을 마쳤으나 쌍무지개가 탐색 이미지로 걸려 있지 않아서 기억지성소에 모셔만 둔다. 이 꿈을 영몽이라 하면 신비주의일까; 개꿈이라 하면 네트워킹 모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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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게 1000번째 침 치료 받은 분께 작은 선물을 드렸다. 지난 10년 동안 단순 근육통에서 심장병까지 거의 모든 문제를 내 침 치료에 맡겨 매우 적은 비용으로 건강 유지했으니 그분께나 내게나 좋은 인연이었음에 틀림없다. 



나와 비슷한 연배 여성인데 심신 모두 꾸민 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분이다. 10년 사이에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둘째 손자가 태어나 내년에 초등학생이 되는 가정사를 스스럼 없이 화제에 올렸다. 침 치료하는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그렇게 나누었다. 그뿐 아니다. 그 분이 김치를 담가 가져오기도 하고 나는 명절 음식을 나눠 보내기도 했다. 마을의사란 본디 이런 풍경을 그려내면서 살아야 한다. 다른 많은 분들과도 그렇게 하지 못해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이런 인연 하나 지었음에 감사한다. 



마침 오늘 12월 29일 탄생화가 꽈리란다. 꽃말은 자연미. 자연스럽게 그 분 모습이 떠오른다. 다시 한 번 오늘을 기려본다. 치료자로서 내 삶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알지 못한다. 남은 날들도 더 좋은 인연 가꾸기를 꿈꾼다.



 


* 사진 출처/모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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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2-29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연미 품은 꽈리 기억하겠습니다 선생님.
환우와 좋은 관계를 맺는 의사야말로 명의가 아닌가 싶어요. 꽈리가 이리 이쁜 줄 몰랐네요. 새해에도 복 많이 짓고 받으시길 바랍니다.

bari_che 2021-12-30 09:54   좋아요 1 | URL
꽈리, 어린 시절 기억 속에서는 친숙하면서도 경이로운 생명체였습니다. 특히 방울토마토처럼 생긴 열매는 부드럽게 만든 뒤 씨를 빼내고 바람 넣어 살짝 깨물면 ‘꽈르르르‘ 소리를 내죠. 자못 신이 나서 입에 담고 누나들 뒤를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이젠 그나마 모습조차 보기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일으키는 모든 변화에 한껏 적응하며 살아가지만 시간이 흘러도 유지되는 인연 덕에 또 살아갈 힘을 얻게 되기도 합니다. 감사할 이유가 되지요. 이렇게 찾아오고 축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대지에 예를 표하려면 삼가 걸어야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올라와 57년째 서울에 살고 있다. 그 동안 걸어 쌓인 서울길 기억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깨달아 정색하고 걸은 길은 셋이다. 6번 국도와 그 이면도로, 한양 도성길, 그리고 북한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은 서울과 고양, 양주, 의정부에 걸쳐 있는데 오늘 7~6길을 끝으로 서울쪽 아홉 구간 걷기가 마무리되었다. 사진 풍경은 유려한 북한산 능선을 볼 수 있는 7길 모습이다. 6길은 평창동 마을, 그러니까 '인간' 길이라 그닥 흥미롭지 않아 사진 생략.^^ 서울은 확실히 산 때문에 기품 있는 도시다. 그 기품에 기품 없는 내 인생을 슬쩍 태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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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7 1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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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7 1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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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11: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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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14: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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