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년 들어 통 꿈을 꾸(거나 기억하)지 못했다. 202211일 새벽, 꿈을 꾸었다. 이 꿈은 선명하기 그지없었다. 지금까지도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에 그대로 재현되곤 한다.

 

샤워나 배변 조건이 매우 열악한 풍경으로 그려진 힘든 여행을 끝내고 마침내 돌아가는 길이다. 집 가까이 이르러 문득 보니 하늘에 영롱한 무지개가 떠 있다. 얼른 사진기를 꺼내든다. 초점을 맞추는 찰나 그 무지개가 쌍무지개로 바뀐다. 놀라면서 셔터를 누른다. 곧이어 차르르필름 되감기는 소리가 들린다. 손으로 전해지는 진동감각도 워낙 생생해 잠시 거기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 와 닿는 감각과 함께 꿈에서 깬다. 즉시 일어나 불을 켠다. 10년 넘게 한의원에 두고 쓰다가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20211231일 저녁 처음 집으로 들고 온 일기장을 편다. 생전 처음 꿈 일기를 쓴다. 03:32.

 

즉각 알레고리 해석을 마쳤으나 쌍무지개가 탐색 이미지로 걸려 있지 않아서 기억지성소에 모셔만 둔다. 이 꿈을 영몽이라 하면 신비주의일까; 개꿈이라 하면 네트워킹 모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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