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게 1000번째 침 치료 받은 분께 작은 선물을 드렸다. 지난 10년 동안 단순 근육통에서 심장병까지 거의 모든 문제를 내 침 치료에 맡겨 매우 적은 비용으로 건강 유지했으니 그분께나 내게나 좋은 인연이었음에 틀림없다. 



나와 비슷한 연배 여성인데 심신 모두 꾸민 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분이다. 10년 사이에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둘째 손자가 태어나 내년에 초등학생이 되는 가정사를 스스럼 없이 화제에 올렸다. 침 치료하는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그렇게 나누었다. 그뿐 아니다. 그 분이 김치를 담가 가져오기도 하고 나는 명절 음식을 나눠 보내기도 했다. 마을의사란 본디 이런 풍경을 그려내면서 살아야 한다. 다른 많은 분들과도 그렇게 하지 못해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이런 인연 하나 지었음에 감사한다. 



마침 오늘 12월 29일 탄생화가 꽈리란다. 꽃말은 자연미. 자연스럽게 그 분 모습이 떠오른다. 다시 한 번 오늘을 기려본다. 치료자로서 내 삶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알지 못한다. 남은 날들도 더 좋은 인연 가꾸기를 꿈꾼다.



 


* 사진 출처/모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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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2-29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연미 품은 꽈리 기억하겠습니다 선생님.
환우와 좋은 관계를 맺는 의사야말로 명의가 아닌가 싶어요. 꽈리가 이리 이쁜 줄 몰랐네요. 새해에도 복 많이 짓고 받으시길 바랍니다.

bari_che 2021-12-30 09:54   좋아요 1 | URL
꽈리, 어린 시절 기억 속에서는 친숙하면서도 경이로운 생명체였습니다. 특히 방울토마토처럼 생긴 열매는 부드럽게 만든 뒤 씨를 빼내고 바람 넣어 살짝 깨물면 ‘꽈르르르‘ 소리를 내죠. 자못 신이 나서 입에 담고 누나들 뒤를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이젠 그나마 모습조차 보기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일으키는 모든 변화에 한껏 적응하며 살아가지만 시간이 흘러도 유지되는 인연 덕에 또 살아갈 힘을 얻게 되기도 합니다. 감사할 이유가 되지요. 이렇게 찾아오고 축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