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게 1000번째 침 치료 받은 분께 작은 선물을 드렸다. 지난 10년 동안 단순 근육통에서 심장병까지 거의 모든 문제를 내 침 치료에 맡겨 매우 적은 비용으로 건강 유지했으니 그분께나 내게나 좋은 인연이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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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비슷한 연배 여성인데 심신 모두 꾸민 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분이다. 10년 사이에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둘째 손자가 태어나 내년에 초등학생이 되는 가정사를 스스럼 없이 화제에 올렸다. 침 치료하는 동안 수많은 이야기를 그렇게 나누었다. 그뿐 아니다. 그 분이 김치를 담가 가져오기도 하고 나는 명절 음식을 나눠 보내기도 했다. 마을의사란 본디 이런 풍경을 그려내면서 살아야 한다. 다른 많은 분들과도 그렇게 하지 못해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이런 인연 하나 지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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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오늘 12월 29일 탄생화가 꽈리란다. 꽃말은 자연미. 자연스럽게 그 분 모습이 떠오른다. 다시 한 번 오늘을 기려본다. 치료자로서 내 삶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알지 못한다. 남은 날들도 더 좋은 인연 가꾸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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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모야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