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우리 우울증, 무엇이 다를까요?



(1) 분노, 공격성, 그리고 거부로 나타나지요.


제3장에서 인용했던 소녀의 글을 필요한 부분만 다시 보겠습니다.


.......집에만 오면 모든 게 짜증났고요. 자살시도도 했었습니다. 무서워서 중간에 그만뒀었지만 매우 여러 번 했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2,3학년 때 특히나 심하게 자살하고 싶어 했고요.......


그리고 옛날엔 아니었는데 요즘 들어 화가 나면 주체를 못하겠고 물건 던지고 싶고 뭔가 부러뜨려야 성에 차고........또 화도 너무 자주 납니다. 짜증나고 신경질 나고....... 엄마랑 사사건건 부딪히고요. 몇 마디 대답하면 엄청나게 뭐라고 하기 때문에 결국엔 엄마 역정 제가 다 받아주는데....... 이렇게 한번 싸우고 나면 갑자기 세상이 싫어지고 그냥 죽고만 싶고 어디론가 꺼지고 싶은 느낌입니다.......


이 소녀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청소년기 우울증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분노, 공격성입니다. 이는 성인 우울증의 무기력, 허무감과는 전혀 다릅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거나, 인정하려 하지 않는 근거로 작용합니다. 저렇게 덤비고 못되게 구는 게 무슨 우울증이냐, 이런 반응을 낳게 하는 것이지요.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자살충동과 자살기도입니다. 이는 분노와 공격이 자신에게로 향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사소한 충동과 시도일지라도 그것은 자기모독의 흉터, 자기부정의 길을 선명하게 남기는 일이므로 쉽게 다루어서는 안 될 문제입니다.


또 자기 자신의 독자적인 경계를 설정하고, 확인하는 일에 민감해져서 빠른 주기로 엄청난 감정의 격차를 드러내거나, 과시적 자해를 하는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노와 공격성은 반사회적인 생각이나 행동으로 확산되기도 합니다. 단순히 부모나 가족과 감정적으로 충돌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고 사회 규범이나 가치를 거부하고 거기에 저항하는 것입니다. 폭력, 전쟁, 정복 등에 관한 환상적인 생각이나 만화, 판타지 소설 등에 빠지는 것은 물론, 실제로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고 절도, 폭주, 음주, 흡연, 본드 흡입, 문란한 성관계 등에 탐닉하기도 합니다.


이런 특징들은 청소년기의 생리적, 사회적 특성과 맞물려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청소년기는 매우 미묘한 경계시기입니다. 생각이나 몸은 어른으로 급격하게 성장하는데 실제로 그에 맞게 생리적, 사회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은 대부분 금지되거나 무시되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그들을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준(準) 인간쯤으로 여깁니다. 오직 완전한 어른이 되기 위해 배우고 예비하는 일에만 매달리도록 묶어두려 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언사,


“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않고.......”


참으로 질리도록 듣는 말입니다. 그러나 생리적으로든 사유능력으로든 이 무렵 아이들은 성인과 거의 다름없습니다. 오히려 생리적으로는 더 왕성합니다. 사유능력 면에서도 실제 시간이나 교육 기회의 차이에서 오는 전문적 지식과 연계된 것이 아닌 한 기본적인 부분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금지와 무시로 말미암은 괴리에서 오는 억눌린 감정이 이들 우울증의 고갱이입니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누가 모를 것입니까. 문제는 특히 우리사회가 지니고 있는 강도 높은 부조리함입니다. 유교사회에서 식민지를 거쳐 군부독재를 오랜 세월 겪으면서 내면화된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질서를 강요하는 지배논리가 너무나도 견결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이 현실. 이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우울증을 가파르게 증강시키고 있습니다. 우울증에 대한 판단기준조차도 성인 중심이니 더 할 말이 무엇이겠습니까.


다시 한 번 말씀드리거니와 아이들은 다릅니다. 어른의 기준에서 그렇다, 아니다,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우울증을 윤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아이들을 더욱 절망하게 합니다. 이것이 아이들의 우울증을 더 깊게 합니다. 윤리 이전에 감정이 있습니다. 청소년기 아이들, 특히 우울증에 걸린 아이들의 이른바 감정-뇌는 매우 팽대해져 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인간의 윤리-뇌는 20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완성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설혹 윤리적 차원에서 문제를 일으킨다고 하더라도 윤리 규범을 들이대며 훈계하거나 때리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상황에서 윤리는 아이들로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어른들만의 질서이고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어른들끼리만 노는 상에 아이들이 왜 들러리를 서야 하는지 묻는 것은 그냥 철없는 질문이 아니고 준엄한 질정입니다. 그대들이 어른 맞는가, 묻는 호된 채찍입니다. 악(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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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사회의 특별한 조건2-불화하는 가정, 가정 폭력


[질문]


안녕하세요? 우선 이런 곳에서라도 털어놓는 게 쉽진 않지만 그래도 상담 부탁드립니다.


저는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인데요. 예전에 아빠께서 반 년 동안 거의 집을 나갔었고 아빠가 잘못해서 제가 중2때 엄마랑 아빠랑 이혼을 했고요. 중1때부터 저는 상처가 많았고요. 엄마도 아빠 때문에 우울증을 겪었습니다. 그 후로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사는데 엄마가 직장을 다녀요. 엄마가 직장을 다니면서부터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거의 저한테 풀고요. 엄마와의 마찰이 너무 심합니다. 엄마가 욕하면서 화내는 것에 저는 항상 말대꾸를 하게 되요. 저항할 힘도 있고요. 하지만 그게 잘 못된 건 줄은 아는데 엄마가 그런 입장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화나서 더 화내고요. 뭐 별로 심하지 않은 사소한 투정만 부려도 이년저년 하면서 그럼 아빠랑 살아, 왜 나한테 빌붙어서 이러고 있냐? 넌 아빠랑 똑같아서 난 너 싫어, 지금 당 나가!  이런 소릴 시도 때도 없이 합니다. 그리고 나가라고 막 밀고 제가 밀리면 현관문 잠그고, 정말 싫습니다.

 

전 아빠도 싫어요. 아빠 집에도 가기 싫어요. 그 소릴 들을 때마다 정말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울어요. 용돈도 정해진 날짜에 안주고 엄마랑 몸싸움도하고 엄마가 싸대기도 때리고 밤에 잠옷 바람으로 쫓겨나서 택시타고 친구 집에서 잔적도 있어요. 엄마 때문에 집 나간 적도 있었고요. 그래도 엄마가 직장에서 윗사람들한테 많이 깨지고 스트레스 받으니까 이해해야지, 하고 생각을 하는데, 교통비 떨어졌다고 교재 사야 된다고 돈 달라고 하면 욕하고 돈 없다 그러고....... 그리고 동생하고 저를 차별해요. 엄마가 너무 싫어요. 침대에만 누우면 소리 없이 우는 게 습관이 됐어요. 그래서 거의 항상 팅팅 부은 눈으로 등교하고요. 엄마랑 마찰이 있을 때마다 저는 자살을 생각하게 되고 자살시도도 해봤습니다. 옷장에 옷걸이 매달아서....... 근데 너무 서러워요. 독하지 않고서야 못 죽겠어요.


스트레스성 장염도 있어요. 스트레스는 거의 친구들과 돌아다니거나 폭식하는 걸로 푸는 편입니다. 뭐 우울하고 그렇다고 해서 밥을 안 먹지는 않습니다.^^ 친구들은 많지만 이런 거 털어놓을 진짜 친구는 한명입니다. 저는 활발하고 밝은 성격이지만 혼자 있을 때마다 항상 우울해지고 소심해져요. 학교생활은 괜찮아요. 별 문제 없는데 지나간 과거의 가정문제를 떠올리면 계속해서 눈물만나오고 아빠를 원망할 뿐이고요. 여하튼 엄마랑 다툴 때면 다투는 게 너무 심하고 저는 그럴 때마다 자살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오늘도 엄마랑 싸워서 엄마는 지금 집에 계시지 않아요.


어떡하면 좋죠?


[답변]


1. 쉽지 않은 결정인데 이 공간에다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으신 점, 우선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마음을 털어놓는 글쓰기는 치유의 좋은 방법입니다. 아주 잘하셨어요.^^


부모님한테서 받는 상처와 고통, 많이 공감해요. 저 또한 어머니와 아버지 역할만 서로 뀌었을 뿐 본질이 같은 상처와 고통을 퍽 오랫동안 지속 반복적으로 받았답니다. 지금도 마음에 흉터로 남아서 이따금씩 아픈 기억을 불러일으키곤 하지요.


2. 무척 힘드시겠지만 다음 두 가지만 먼저 마음에 꼭 담아두시기 바랍니다.


첫째, 눈앞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필요합니다. 상처와 고통을 운명이려니 하고 감수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문제 전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말도 아닙니다.


문제를 부정적으로만 평가하여 외면하거나, 거부하거나, 절망하면 할수록 더욱 힘에 부치기 마련이므로 평가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담담히 현실을 제삼자의 눈으로 한 번 살펴보라는 말이지요. 당사자로서 문제에 깊이 빠져 있으면 현실이 왜곡, 과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 입은 딸의 관점을 잠시 접고 이렇게 질문해 볼까요?


"000씨(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는 왜 이러실까? 무슨 곡절이 있지 않을까? 혹시 어떤 결핍, 예컨대 애정결핍이 원인 아닐까? 그러면 그 분도 아프셔서 그런 것 아닐까?"


타인을 '결점'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분노를 느끼지만 '결핍'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공감을 느낍니다. 아, 그렇구나! 이것이 바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길의 시작이지요. 사람에게든, 사물에게든 다른 측면이 존재하고 그 모든 것을 다 보아야 진실입니다. 결국 이 진실이 구원입니다.


진실 속에서 참된 소통이 일어납니다. 참된 소통만이 우리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합니다. 지금 *** 님의 슬픔은 바로 이 소통의 결핍에서 온 것입니다. 그러므로 분노를 잠시 거두고 차분히 진실을 주목하십시오.


둘째, 지금은 이 슬픔이 *** 님보다 훨씬 커 보여서 당장이라도 깔려 죽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그 슬픔보다 *** 님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알아차리셔야 합니다. 슬픔은 다만 나와 내 삶의 일부일 뿐이지요. 그러므로 그것은 내 생명을 근본적으로 허물지 못합니다.


그것은 결국 지나갈 것입니다. 행복한 시절과 그 기억이 그러하듯 불행한 이 시절과 기억 또한 영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샘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충고하는 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마음을 지녀 보세요.


버스는 우리가 조바심 낸다고 빨리 오지도 않고 느긋하다고 천천히 오지도 않습니다. 올 때 옵니다. 그리고 반드시 옵니다. 힘들고 슬플 때 침대에 파묻혀 울지 말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십시오.


3. 맨 앞에서 드린 말씀을 다시 한 번 꺼내겠습니다. 이렇게 글쓰기를 시작했으니 계속해서 글을 쓰세요. 어떤 형태, 어떤 내용의 글쓰기라도 치유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태까지의 삶을 역사처럼 써도 좋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를 주제로 서도 좋습니다. 친구에 관해 써도 좋습니다.


그리고 글 읽기 역시 좋은 치유 방책입니다. 특히 성장소설을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물론 그 밖의 소설, 시 등 모든 문학은 치유의 글쓰기이므로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4. 마지막으로 상담할 수 있는 분을 찾아보시기를 권합니다.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대뜸 들겠지만 세상이 마냥 비정하지만은 않습니다. 선생님, 사회복지 관련 업무에 종사하시는 분, 성직자 등 주위를 돌아보세요.


가능하다면 저를 찾아 오셔도 나쁘지 않겠지요. 제게 도움의 능력이 없다면 하다못해 책이라도 빌려드릴 수는 있을 테니 말입니다.^^ 힘내세요!


2008년 늦가을에 고2 여학생과 나눈 이야기입니다. 부모의 불화, 이혼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됩니다. 그 여파로 나타나는 폭력과 소외는 그 상처를 더욱 깊고 크게 하지요. 사실 이 문제 또한 우리사회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매우 높은 이혼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계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긴 했지만 최근 보건복지가족부가 거의 두 쌍 가운데 한 쌍이 이혼한다고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1위라는군요.


이혼의 경우 다른 여러 가지 사회적 부작용도 있겠지만 우리의 관심사는 바로 아이들입니다. 이혼에 이르는 정도 그렇거니와 이혼 뒤의 후유증까지 감안한다면 실로 엄청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문화적 특성상 이혼 과정에서 새로이 형성되는 인간관계가 서구적인 합리성으로 이끌리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유난히 정서적 고통을 많이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쨌든 부부 당사자야 어차피 자신들의 일이므로 선택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자녀의 경우는 그냥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입니다. 문제 해결에 주체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상처를 완화하는 일이 근본적으로 차단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당사자보다 더 격심하게 시달릴 수도 있는 것이지요. 사실 부모가 입만 열면 자식들 때문에 산다고는 하지만 내밀한 과정을 들여다보면 아이들은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는 게 맞습니다.


결혼과 이혼이 기본적으로 개인 차원의 문제임은 틀림없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제도이기도 합니다. 또 사회마다 다른 어떤 특성을 지닌 문화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사회문화적 흐름을 조절하고 변화시키는 대승적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런 일을 겪으며 우울증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됐을 때, 또 어떤 모습으로 세상이 돌아갈지 참으로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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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사회의 특별한 조건1-경직된 학교, 학교 폭력


[질문]


저 스스로 우울증을 치료하기위해 긍정적인 책도 읽어보았고 인터넷에서 여러 가지 조언이 적혀있는 글도 많이 읽어보았지만, 우울증이라는 게 쉽게 낫지를 않아서 이글을 올려봅니다. 저는 저자신이 우울증과 무기력감에 빠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고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저 자신이 한심하다고도 느낍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저는 학업성적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저 자신을 채찍질하며 미친 듯이 공부를 해왔었습니다. 제 마음속으로 '이런 것도 단번에 못 푸니?' 하는 식으로 항상 저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이것으로 성적이 많이 올랐긴 했었음.) 그것이 처음에는 잘 먹혀들었다고 생각했었지만, 저는 저도 모르게 가족들과도 말이 많이 없어지고 어색해졌으며, 친구들과도 옛날과는 사뭇 다르게 어색해지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귄다는 것이 두려워지기까지 해졌습니다. 그런 생각에 공부를 하려고하니 도저히 공부에 집중이 되지가 않았습니다. 중학교 3학년 들어서 전교등수가 30등 가량 떨어졌고 다음시험을 칠 때마다 등수가 계속해서 내려갔습니다. 그때는 제가 노력을 아직 덜해서 그랬구나, 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보니 저는 더욱더 무기력감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시험점수가 자신에게 실망할 만큼 떨어졌음). 아침에 알람을 맞춰놔도 못 일어날 때가 많고 학교에 가서도 야자가 끝날 때까지 피로가 풀리질 않습니다. 이 때문에 친구들과도 정말로 친해질 수가 없는 거 같습니다. 정말로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무기력하며 저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와있습니다.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까지는 정말로 지금과 같이 이렇지 않고 친구들과 매일매일 만나는 것도 가족들과 여행을 가는 것도 행복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의 상황에서 옛날의 '나' 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때의 행복했던 날들 정말로 그립습니다. 그때는 정말 이렇기 않았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옛날처럼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그것이 인간의 삶으로써 얼마나 값지고 보람 있는 것일까요. 다시는 지금처럼 살고 싶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변]


1. "다시는 지금처럼 살고 싶지 않습니다." 참으로 폐부를 찌르는 절박한 말이군요. 공감해요.


2. 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해 보십시다.


"지금 상황이 잘못된 건가? 틀린 건가?"


잘못되고 틀렸다면 반드시 그 판단 기준이 있을 것입니다. 답이 분명하군요. 성적! 그래요. 좋습니다. 그러면 그 기준은 누가 세운 것입니까? *** 님 자신인가요? 그래요. 좋습니다. *** 님 자신의 그 생각은 누가 일으켜준 것일까요? 그것 또한 *** 님 자신일까요?


아닙니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그 시절에 그런 기준을 스스로 세울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지녔다면, 지금 상황에서는 그보다 더 강한 마음의 힘으로 스스로 일어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무기력하며.......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은 앞의 기준이 외부에서 왔다는 사실의 증거입니다.


자신이 스스로 성찰하지 않은 기준에 얽매어 "채찍질하며 미친 듯이" 달려온 결과가 바로 지금의 상황입니다. 그러면 그 때 그 기준에 대해 스스로 성찰할 수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그럴 수 없었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것입니다. 결국 이 상황에서 *** 님 자신이 스스로 "한심하다고" 느낄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적어도 이 상황을 놓고 자기 자신을 꾸짖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처음보다 열심이 식은 것도 아니고 기준이 가혹해진 것도 아닌데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거기에는 필히 그럴만한 곡절이 있을 것입니다. 무조건 잘못되었다, 틀렸다, 생각하는 한 사태는 절대 호전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가령 지금 전교 석차 100등이라 합시다. 그 사실 때문에 화가 나고 우울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는 100등이어서는 안 돼. 나는 10등 이내에 들어야 해."


바로 이런 금지와 당위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10등 안에 들어야 하는 필연적인 근거가 있는가?"


단도직입으로 말씀드리지요. 없습니다. 있다면 그것은 소망이지 근거가 아닙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 님은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 위해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저는 *** 님이 왜 필명을 ***이라고 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도 잘 아시겠지요.


그러나 소망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절망한다면 이 세상에 과연 살아남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성공한 사람이 나중에 되돌아보며 이른바 사후논리로 미화한 긍정의 위대함은 많은 경우 허깨비 놀음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합니다.


소망하는 대로 된다는 것보다 노력하는 대로 된다는 게 이치에 맞습니다. 그러나 노력하는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더 이치에 맞습니다. 왜냐하면 내 노력의 주관성이 언제나 결과의 객관성과 일치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지요. 노력과 결과 사이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어 개인이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합니다.


그래요. *** 님의 우울한 마음, 공감 백만 제곱, 그대롭니다. 그러나 그 감정은 격화된 것입니다. 심호흡 크게 하고 다시 한 번 제가 드린 말씀을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 그렇구나, 그렇다, 그랬어. 있는 그대로 현실에 귀 기울이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순간 평화와 안식이 찾아올 것입니다.


3. 근거 없는 비현실적 기준, 그것에 얽매인 미래 지향적 질주가 부질없는 일이듯 과거의 황금시대를 그리워하는 것 또한 허망한 일입니다. 잠시 그 퇴행이 아픈 현실을 위로해주긴 하겠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다시 눈 뜨면 현실입니다. 고요한 마음으로 그 현실에 온전히 귀 기울이세요. 그러면 온갖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4. 끝으로 그야말로 현실적인 말씀 한 마디 드립니다. 이 문제를 부모님과 깊고 진지하게 의논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전문가와 깊이 있게 상담하도록 권합니다. 굿 럭!


2009년 여름 고2 여학생과 나눈 이야기입니다. 학교 성적, 대학 진학이 아이들을 얼마나 괴롭히는 독한 스트레스인지 모르는 이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세상 어디에나, 성공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젊은 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공통입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그런 보편성을 가지고는 도대체 설명할 길 없는 기형적인 풍경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른바 일류대를 가기 위해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식한테 신경깨나 쓴다는 엄마들의 때 이른 “극성”은 점점 이 시기를 앞당기게 하고 있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그리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죄책감 생겨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게 만드는 불가항력적 흐름이 이미 생겨버렸습니다. 자식을 방치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 하는 문화가 애 저녁에 자리 잡은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의 마음 상태를 살피고 돌보아준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낭만”이 되고 맙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몰아붙여서 어찌했든 일류대를 보내 놓으면 나머지 인생이 그 학벌을 따라 흐르므로 자식 위해 할 노릇의 기본은 다했다고 생각하려면 무지막지하게 밀어대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지요. 이 와중에서 아이들은 정서를 다치고, 발달의 심각한 불균형을 겪게 됩니다.


웬 과목이 그리도 많습니까. 도대체 이런 것을 왜 배워야 하는지 알 수 없는 허접하고 지엽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심지어 수학이나 논술도 암기과목으로 변질된 지 오래입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은 물색없는 짓이 되어버렸습니다. 공교육 기관의 교사들은 자신의 의무를 포기한 채 사교육으로 아이들이 몰려가는 상황을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현상을 정부가 모를 리 없음에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나라가 지구상에 어디 또 있을까요.


교육을 관장하는 정부가 그 미래주체들의 우울증과 죽음에 손을 놓고 있는 “어이 털린” 나라. 이 땅에 태어나 자라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 횡액인 나라. 저 또한 고등학생인 딸아이를 두고 있는 아비이기에 절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내 아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와락 겁이 납니다. 새벽 같이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그 어린 가슴 속에 뭐가 들어 있을까, 목이 멥니다. 


이렇게 깊이 병들어 가면서 다니고 있는 학교. 이 학교 자체도 만만치 않습니다. 학교라는 사회, 그 제도가 이상하리만큼 극도로 보수적인 집단으로 고착된 지 오래입니다. 아마도 식민지, 군정을 거쳐 군부 통치를 겪으면서 굳어진 폐해가 아닌가 합니다. 요즘 학생 인권 조례가 제정되는 등 일단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부작용은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아이들 상호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학생폭력이나 이른바 왕따 문제가 그것이지요.


[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중3의 한 여학생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심하게 왕따를 당했습니다. 진짜 아무 이유 없이요. 제 물건을 훔쳐가고, 제 뒤에서 "잰 죽었으면 좋겠어. 왜 사냐?" 막 욕설을 하고요. 제가 사는 곳이 시골이라. 1학년 때 친구가 6년 친구입니다. 중학교도 초등학교 친구들이고요. 4학년 때도 어김없이 왕따를 당했고요. 이제 5학년 되니 저하고 다른 애들을 왕따 시키더라고요? 저와 왕따 당하는 애랑 놀면 갑자기 다른 애를 왕따 시키고. 그래서 간신이간신이 6학년 땐 단짝도 생기고 친했죠.


중1때 다른 학교에서도 애들이 조금씩 오거든요. 근데 저희 학교가 유일하게 수가 많아요. 어느 한 학교는 폐교 되서 2명이 왔어요. 그래서 제가 다 같이 친해지자는 의미로 제가 폐교된 애들하고 놀게 되니깐. 제 초등학교 친구들이 "헐, 재 왜 그러냐?, 너 원래 이렇지 않았잖아."라고 말을 하더군요, 그 뒤로 폐교된 친구 한명하고는 단짝이 되서 개랑 다니게 됐는데 저랑 걔가 지나가기만 하면 "재 머리 봐봐, 양말 봐봐."등등 자꾸 트집을 잡더군요. 그래서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렸지만, 별 수 없더군요.


이학년 때 저 혼자 2반이 되었어요. 근데 1학년 때 단짝은 이제 제가 없으니깐, 자기 초등학교 애랑 놀더군요. 1학년 때 단짝이 막 저를 왕따를 너무 자주 시켰어요.

제가 2반인데 2반인 애들이 1학년 때 괴롭힌 친구들이였거든요? 그리고 갑자기 2학년 올라오니 애들 눈빛이 달라졌고요. 갑자기 패가 갈라졌어요.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도 말도 안 걸어주고 완전 왕따였죠. 말 그대로 거기서 막 남자 한명이 “어 재 웃는다. 왜 웃냐?” 라는 둥 별 트집을 다 잡거군요. 그래서 너무 힘든데 거기가다 단짝이 절 왕따 시키고 둘이 같이 다니더군요. 그러면 전 매일 같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과하고 다시 다니면 또 왕따를 시키고 전 다시 사과하고....... 이 상황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결국엔 제가 물었어요. "너 왜 나 자꾸 왕따 시키냐?" 물었더니. '"나 너 왕따 시킨  거 맞다." 자기 입으로 말하더군요. 그래서 개한테 화도 못 내고 혼자 학교 화장실에서 울고 혼자 다니고 1년이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그 일 생각만 하면 눈물이 한바가지가 나옵니다. 그칠 줄 모르고요. 너무 기분이 너무 다운 되서 병원에 가봤더니 우울증이라는.......그래서 지금까지 약을 복용 하고 있어요.


3학년 때는 같은 반인데 불구하고 아예 저랑은 안다닙니다. 계속 왕따죠. 저는 1학년 때 단짝이 너무 싫습니다. 죽이고 싶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왜 절.......그리고 너무 싫었던 것은 2학년 때 담임 이 계속 저보고 애들 보고 다가가라고 해서 무서움을 참고 다가갔는데 결국엔 싫어하더라고요. 홈피에 와서 악플까지 써놓고 너무 생각하기 싫은 기억입니다.


진짜 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너무 지쳐서 눈물이 안 나와요. 우울증에다가 불면증까지 겪고 있답니다. 불면증은 작년에 부터 있었는데 그냥 병원에 안 갔죠. 별거 아닐 거 같아서. 요즘 일주일에는 불면증 완전 심해졌습니다. 낮과 밤의 활동이 바뀌었습니다. 낮에는 자고 밤에는 돌아다니고....... 요즘 일주일은 밤을 샌 적이 2~3회됩니다. 잠자리에 들려면 한 시간 이상은 눈이 떠져있어요. 그리고 학교만 생각하면 죽고 싶고 회피하고 싶습니다. 저는 학교, 친구, 집 생각하면 죽고 싶고, 불면증이 슬슬 옵니다. 낮에도 활동하는데 밤에는 잠이 하나도 안 오죠.


거기다가 제가 또 장염을 앓고 있습니다. 이제 곧 병원에 가려고 합니다. 저 어떡하면 될까요? 정말 어떡하면 이 상황을 견뎌내지요? 너무 힘든 나머지 매일 거의 자살생각에 시달리곤 합니다. 이제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싶진 않은데....... 그렇게 쉽게 우울증이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네요. 이제 벌써 4개월 동안 복용합니다. 정말 전 어떻게 하면 되나요?


[답변]


1.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더욱 난감합니다. 이 고단한 어린 영혼에게 어떤 말이 위로와 치유의 에너지가 될까.......


2. 신경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을 정도인데 어째서 그 의사분하고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궁금하군요. 물론 신경정신과 의사들이 피상적인 상담만 하고 마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깊이 있는 상담을 하시지 않은 것 같아 드린 말씀입니다.


약만 먹고도 마음의 병이 다 고쳐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병은 삶의 한 가운데서 일어난 것이므로 삶이 변화해야 고쳐집니다. 그 변화는 상담을 통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상담치료를  받으실 필요가 있습니다.


3. '왕따' 당하는 현실은 물론 그것을 통해 심각하게 상처를 입는 마음의 깊은 곳에 아마도 자기 자신에 대한 모멸감이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어디서부터 자긍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는지, 무엇이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거기서 근본적인 치료가 시작될 것입니다.


'왕따' 당해서 우울증이 생긴 게 사실이지만 어쩌면 우울증적 소인을 안고 살아왔기 때문에 '왕따' 당했거나, 당했다고 느낄 수 도 있습니다. 이 가능성 여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상담치료가 필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턱대고 항우울제, 수면제를 주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지요.


우울증이 어려운 병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서 4개월 동안 약 먹어도 안 낫는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치료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엄청난 상처 때문에 반응성우울증에 걸린 한 젊은 여성이 한 달 가량의 치료로 행복한 삶을 되찾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희망적으로 생각하세요.


4. 사는 곳이 시골이라 하셨는데.......쉽지는 않겠지만 부모님과 상의하셔서 어떤 경로를 통하든 상담치료를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힘!


이 소녀는 그 뒤 직접 연락이 되어 ‘놀토’에 서울로 올라오게 해서 치료비를 받지 않고 밥까지 먹여 가며 몇 차례 상담을 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 이것은 결코 대책이 아닙니다. 지금은 어찌 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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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는 왜 우울할 수밖에 없나요?


(1) 보편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질문]


제가 중2때부터 시작된 거 같은데 학교에서 우울증이나 심리상태 검사를 하면 항상

다른 애들보다 높게 나왔어요. 근데 엄마는 그냥 사춘기라서 그런 거라고 다 크면 나아질 거라고만 하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하는데 저 정말 힘들어서 중3때부터 자해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거 보고 아빠는 차라리 죽으라고 혼내기만 하고 엄마는 하지 말라고만 하네요. 아빠는 제가 정말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 이걸로 엄마아빠 협박하려고 그런다고 생각합니다.


아빠는 자꾸 공부만 하라고 하면서 제가 스튜어디스한다고 일본어 배운다고 하면 그걸 네가 어떻게 하냐면서 학교공부나 좀 열심히 하라고 하고 제가 피아노를 치는데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정말 잘 친다고 칭찬 듣는데 부모님한테는 한 번도 칭찬을 들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 유일하게 잘하는 것도 요즘에는 계속 안치고 있고 너무 짜증도 심해진 거 같고 성적도 자꾸만 떨어지고 너무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정말 어떻게 고치고 싶은데 자꾸 심해지는 것 같아요. 자해하는 건 엄마아빠가 알고 못하게 하는데도 자꾸 슬퍼지면 생각이 자꾸 나고....... 너무 힘드네요. 이러면 불효라는 거 아는데도 자꾸 죽을 생각만 하고 있어요. 저 진짜 어떡하죠? 정말 집에서 인정받고 살아가고 싶은데 집에만 가면 동생이랑 비교하면서 항상 무시당하고

고등학교 졸업하면 집에서 살림이나 하라고 해요. 저 그때마다 정말 차라리 이렇게 살 거면 죽는 게 나을 거 같다고 생각 들어요. 정말 힘들어요.


[답변]


허, 이것 참.......

요즘 들어 청소년들의 절규가 부쩍 크고 가깝게 들리는데

정작 실제로 치료 받으러 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렇게 온라인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것에서 한 발짝도 더는 못나가니

그저 안타깝고 민망할 따름입니다.


청소년들이 우울증과 같은 마음의 고통을 호소할 때

부모가 보이는 정형적인 반응을 여기서 다시 마주치게 됩니다.

사춘기라 그래 시간 지나면 절로 괜찮아진다.......

그러니 공부나 열심히 해라.......

네 동생을 봐라.......


설혹 사춘기 현상이라 하더라도

일상이 무너지면 상담을 포함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감기 걸렸다고 하면 감기약은 사다주면서

왜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면 버텨라, 공부나 해라 하는지, 통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우울증 여부를 떠나서 사춘기 현상도 일종의 질병입니다.

마치 갱년기증후군과 같이 말입니다.

어른의 경우는 병이라 하고 청소년의 경우는 아니라 하는 것은

성인중심의 그릇된 사고의 소산입니다.


진실은 이러하지만 현실은 이와 달리 흘러가지요.

진지하게 대화하고 어필해도 부모가 요지동인 한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길은 없는 겁니다.

혹시 학교 선생님과 상담하여 부모님의 도움을 이끌어낼 수 없는지

알아보면 어떨까요?

너무 순진한(!) 생각인가요.......


일단 급한 대로

혼자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을 말씀드립니다.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스런 마음 상태를

있는 그대로 자신에게 소리 내어 자꾸 말하세요.

그리고 그것을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려 보세요.


표현한 고통과 표현하지 못한 고통은 하늘과 땅만큼 다릅니다.

표현하면 그 고통은 곧 바로 치유의 길로 들어섭니다.

진지하게 들어주고 보아줄 사람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형편이 그렇지 못하니 스스로 그리 하시는 겁니다.

잘 안 되더라도 거듭해서 시도하세요.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독서도 큰 도움이 돼요.

성장소설 몇 권을 추천합니다.

김형경의 <꽃피는 고래>, 김려령의 <완득이>, 팀 보울러의 <리버보이>,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2010년 여름 중3 여학생과 나눈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상담은 부모의 이런 태도가 잘못된 것임을 전제하고 풀어나간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해서 시간에 맡겨두면 자연히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의 발생 자체가 어떤 보편성을 띠고 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치우치지 않는 관점을 지녀야 하니까요.


[질문]


특별히 우울증에 걸릴만한 엄청난 상처를 받거나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너무너무 우울하고 괴롭거든요.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고 상처받고 힘들고, 예를 들어서 친구랑 싸우게 되면 그게 너무 두려워서 가슴이 답답하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까지 되요.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그 사람이 조금만 다른 사람에게 잘해주면, '역시난 이거밖에 안 돼. 이 사람은 날 좋아할 리가 없어' 하면서 계속 자기비하를 하게 되고....... 친구가 적은 편은 아닌데, 자꾸 혼자라고 생각하면서 답답해하고 울고

정말 너무 힘들어요. 조그만 문제라도생기면 아무 일도 못할 정도로 힘들어져버리니까, 그걸 잊기 위해서 컴퓨터를 계속하고, 그러다보니깐 중독증상까지 생겼어요.

 

가족들에게 계속 짜증을 내고 소리도 자주 질러요. 또 한 번은 ‘과호흡증후군’ 때문에 학교에서 응급실에 간 적도 있었어요. 근데 그게 정신적으로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기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자기진단을 해봤는데 심각한 우울증이라고 나오고.


그런데 제가 직접 병원 가서 상담받기가 너무 두려운 게, 보통 우울증은 막 큰 상처가 있거나 아픈 기억이 있거나, 근데 전 그게 아니거든요? 정말 상처받는 일들도 말하기 부끄러울 만큼 사소하고 정말 별 거 아닌데도 전 아무 일도 못할 만큼 우울해지고 괴로워져버려요. 또 보통은 우울증이면 잠도 잘 못자고 식욕부진도 온다던데 전 그렇지도 않아요.


제발 도와주세요.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근데 정말 너무 힘들어요. 괴로워요.


[답변]


1. 마음의 고통은 객관적 표준에 따라 그렇다, 아니다, 정할 수 없습니다. 본인이 느끼는 것과 타인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게 마련이지요. 마음이란 본디 사건 자체가 아니고 '관점'이기 때문에 남들과 비교해서 어떻다 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플 만해서 아픈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 필요해요.


큰 상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잠 못 자는 것도 아니고, 밥 못 먹는 것도 아니라는 평가가 그렇지 않아도 힘든 자신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군요.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인도 그렇고요. 또한 원인이 굉장한 사건이면 우울증이 더 깊고 별 것 아닌 원인이면 우울증도 가볍고, 그런 게 아닙니다.


청소년우울증일 경우 성인과는 달리 분노조절 장애, 폭력성 또는 공격성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나지요. 물론 핵심적인 증상인 자기모멸, 즉 자긍심의 결핍은 공통된 증상으로 본인 스스로 이미 인지하고 계신 부분입니다.


2. 청소년기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계/혼란의 시간입니다.


생애 최초로 존재하지 않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사유하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관념적 허무에 떨어지기 쉽습니다.


사유의 폭과 양이 커질 뿐만 아니라 몸도 걷잡을 수 없이 변하고 자라는데 막상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모순 속에서 무력감, 절망감이 밀려듭니다. 이래서 작은 일에도 깊이 상처 받고 분노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난 직후 급격하게 죄책감에 빠져들고 그것은 자기모멸감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부모님을 포함한 주위 어른들은 대개 '어린 것이 무슨.......?'이라고 반응합니다. 결국 '아, 이렇게 살아 뭐하나?' 하는 생각으로까지 치달아 가고 마는 것이지요.


3. 아주 이상한 일 아님을 아시겠지요? 누구도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넉넉하게 하시고 지금의 자신을 따스하게 받아주세요. 그 다음 차분히 치료 받으시면 됩니다.


자, 심호흡 한 번 하세요. 그리고 벌떡 일어나 거울 앞으로 가세요.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보시고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치세요.


"그래! 그래! 그래!"


2008년 여름, 이 또한 중3 여학생과 나눈 대화입니다. 보통 사춘기라고 말하는 이 시기는 아이와 어른 사이에 낀 시간입니다. 그 때 일어나는 보편적인 일을 간략하게 이야기한 것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생애 최초로 존재하지 않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사유하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관념적 허무에 떨어지기 쉽습니다.


사유의 폭과 양이 커질 뿐만 아니라 몸도 걷잡을 수 없이 변하고 자라는데 막상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런 모순 속에서 무력감, 절망감이 밀려듭니다. 이래서 작은 일에도 깊이 상처 받고 분노하게 되는 것입니다.


생각하는 힘과 생물학적 몸은 빠른 속도로 어른이 되어 가는데 막상 사회적인 처지를 보면 여전히 “미성년자”의 틀에 묶인 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전혀 없습니다. 엄청난 모순이지요. 이것은 모든 청소년에게 주어진 보편적 숙명입니다.


그래서 보통 부모는 “남들도 다 그러고 사는데 왜 너만 징징대느냐?”는 식으로 반응합니다. 하지만 사춘기에는 누구나 그런다, 그러니 견뎌라, 하는 이 말은 매우 당연한 말처럼 보이지만 다음 경우를 예로 들면 그 말이 얼마나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슬퍼하는 친구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 법 아닌가. 너무 상심하지 말고 견디게나.” 그야말로, 헐~!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보편적 현상에 대한 바른 이해란, 청소년기는 기본적으로 우울증이라는 조건을 깔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을 분명히 해주는 간단한 통계가 있습니다. 미국 것입니다만, 최근 45년 동안 우울증은 10배가량 증가했습니다. 그 가운데 최초 발병의 90% 이상이 청소년기라고 합니다.


따라서 앞의 상담 사례에서 제가 말씀드렸듯, 엄밀하게 따지면 우울증 여부를 떠나서 사춘기 현상도 일종의 질병입니다. 마치 갱년기증후군과 같이 말입니다. 어른의 경우는 병이라 하고 청소년의 경우는 아니라 하는 것은 성인중심의 그릇된 사고의 소산입니다. 이를테면 사춘기증후군이라는 표현과 그에 부합하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뇌 과학의 진실을 알고 나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즉 청소년기에 뇌는 전체적으로 재조정됩니다. 왜냐하면 성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모델을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작업은 여성의 경우 25세 전후, 남성의 경우는 물경 30세가 되어야 끝난다고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아이들의 뇌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입니다. 아이들이 무조건 반항하고, 폭력적이 되고, 우울증에 빠지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게다가 이 시기에 감정을 조절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세로토닌 분비기 어른에 비해 40% 가량 줄어든다고 하니 더 이상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그럼에도 어른들은 이 문제를 아이들의 성격이나 윤리 문제로 처리합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무지입니다. 사회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일깨움이 시급히 요청된다고 하겠습니다.


한편, 보편적 접근에서 보이는 성인들의 반응이 고통을 겪는 청소년 스스로 하면 약이 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고통의 한가운데 빠져 있을 땐, 나 혼자만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짐을 지고 있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공감 백만 제곱이지요. 하지만 심호흡 한 번 하고 주위를 가만히 돌아보면 나만 그러고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어? 전혀 안 그럴 거 같은 쟤도? 바로 이 지점에서 고통의 보편성을 알아차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자기 고통을 상대화할 수 있는 여백을 보게 됩니다. 여기서 새로운 생명 감각을 얻는 것입니다. 아, 내 고통은 세상 고통의 일부로구나! 그렇습니다. 고통을 공유하고 있다는 깨달음이야말로 참 어른으로 가는 기품 있는 길입니다.


그러나 이거, 어른이 훈계할 문제 아닙니다. 훈계는 아이들의 염장을 지를 뿐입니다. 깨달음을 가로막을 따름입니다. 아이들의 심리적 현실을 따스하게 안아주고 인정해줄 때 아이들은 스스로, 그리고 흔쾌히 깨닫는다는 사실을 명심,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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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 우울상태 얼마나 심각한가요?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3, 4학년 때부터 우울증 끼가 있었던 거 같아요. 밖에서는 활발하고 명랑했지만 집에만 오면 모든 게 짜증났고요. 자살시도도 했었습니다. 무서워서 중간에 그만뒀었지만 매우 여러 번 했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2,3학년 때 특히나 심하게 자살하고 싶어 했고요. 최근 들어 갑자기 우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유 없이 우울해서 제 자신이 너무 못나보여서 하루 종일 울었었어요. 그 다음날 되니까 괜찮더라고요.


그리고 옛날엔 아니었는데 요즘 들어 화가 나면 주체를 못하겠고 물건 던지고 싶고 뭔가 부러뜨려야 성에 차고........또 화도 너무 자주 납니다. 짜증나고 신경질 나고....... 엄마랑 사사건건 부딪히고요. 몇 마디 대답하면 엄청나게 뭐라고 하기 때문에 결국엔 엄마 역정 제가 다 받아주는데....... 이렇게 한번 싸우고 나면 갑자기 세상이 싫어지고 그냥 죽고만 싶고 어디론가 꺼지고 싶은 느낌입니다. 잠자기 전에도 이대로 침대 밑으로 꺼져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하고요.


그리고 3월 달부터 지금까지 병원에서도 모르는 이유 없는 통증이 계속됩니다. 온몸에 통증이 있고요 진짜 아파요. 그러다가 또 기분 좋아지면 안 아파지고....... 가끔 어지럽기도 하고요. 과체중이고요.


또 제가 친구가 많은데 최근 인간관계가 너무 귀찮고 힘들어서 그냥 다 때려치우고 혼자 있고 싶은 때가 상당히 많았어요. 성격은 그게 아닌데....... 제가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그냥 그런 건지, 아니면 저에게 심각한 우울증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가진단은 심각한 우울증으로 나왔어요. 상담 드려요. 저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2008년 초여름, 고2 여학생이 올린 글입니다. 이 친구는 여러 번 자살기도를 했다고 했습니다. 물론 치명적이지 않은 자해 정도를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아무리 가벼운 자해라 하더라도 죽음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심리적 상처는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좀 더 객관적인 상황 이해를 통계자료로 제시해 보겠습니다.


통계자료(1) 


2010년 10월 15일 국회 교육과학위원회에서 공개된 2008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우울증상(2주 내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낌)을 경험한 중·고교생 비율은 38.8%로 나타났다. 또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중·고교생은 18.9%였다. 결국 중·고교생 10명 중 6명가량이 최근 1년간 우울증상을 경험했거나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우울증상 경험 비율은 여학생이 44.3%로 남학생(34%)보다 높았고, 학년별로는 중1(34.2%)에서 고3학년(47.3%)으로 올라갈수록 크게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서울 학생의 우울증상 경험 비율이 40.5%로 가장 높았고 대전 40%, 광주 39.7%, 전남 39.6%, 경남 39.4%, 경기·전북 39.2% 등 순으로 나타났다.


자살 충동 비율 역시 여학생(22.9%)이 남학생(15.4%)보다 높게 나왔고, 학년별로는 중2학년이 19.5%로 최고치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서울 20.1%, 광주·대전·전남 19.8%, 경기 19.7%, 충남 18.9% 등 순이었다. 최근 1년간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학생은 전체의 4.7%였다.


이번 조사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의 중학교 400곳, 고등학교 400곳의 중1~고3 학생 총 7만5천238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통계자료(2)


중·고교생의 절반 정도가 ‘우울’ 성향을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5명 중 1명은 ‘우울증’ 또는 ‘자살 생각’ 위험그룹에 속했다. 입시위주 교육에 따른 스트레스 등이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0년 5월 5일 인천시 정신보건센터가 지난해 인천 지역 중/고교생(각각 1739명/3914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우울 및 자살 사고의 심각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 중 46.5%가 우울 성향을 보였다. 이 비율은 중학생보다는 고교생이 높았다.


조사 대상 5653명의 학생 중 19.2%는 ‘우울증’이나 ‘자살 생각’에 대한 정도가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자살에 대한 생각의 척도를 묻는 설문에서는 ‘또래보다 자살 생각이 많다’는 경우가 전체 학생 중 8.7%였다. 이 중 심한 자살 생각을 보이는 비율은 3.9%로 나타났으며,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우울증과 자살 생각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는 810명의 학생에 대해 집중 검사를 한 결과 23.5%가 실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자살을 시도한 비율은 중학생(33.2%)이 고교생(19.4%)보다 훨씬 높았다. 자살 생각에 대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학생 28명 중 자해를 시도한 경험은 46.4%, 과거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험도 25%나 됐다.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들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조사한 ‘재발성 우울증 장애 진료실적’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19세 이하 어린이, 청소년 수는 2004년 1038명에서 2005년 1143명, 2006년 1207명, 2007년 1370명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08년의 경우도 8월까지 집계된 인원만 775명이어서 연간 1400명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통계자료(3)


10대 사망 원인 1위인 자살 건수를 보면, 2005년에 135명, 2006년에 108명, 2007년에 142명, 2008년에 135명, 2009년에 202명이다.


자살한 청소년을 학교 급별로 보면(2002년도) 고등학생 140명(69%), 중학생 56명(28%), 초등학생 6명(3%)이다.


자살 원인은 가정불화 69명(34%),  우울증 27명(13%), 성적 23명(11%), 이성 관계 12명(6%), 질병/신체결함 7명(3%), 폭력/‘왕따’ 4명(2%) 순이다.


시기별로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가장  많고 수능이 치러지는 11월이 그 다음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실제 상황은 이런 통계 수치보다 훨씬 심각할 것입니다. 이런 유의 통계는 부풀려지기보다 진실의 일부를 덮어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런 추정이 무리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전체 자살률도 그렇거니와 청소년 자살률 또한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정치세력은 입만 열면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을 자랑하지만 내실을 보면 이렇게 참담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문제의식과 대책은 개인 차원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썩어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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