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ife 라이프 - 카모메 식당, 그들의 따뜻한 식탁 ㅣ Life 라이프 1
이이지마 나미 지음, 오오에 히로유키 사진 / 시드페이퍼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일단 자기 나름의 연구는 접어두고, 레시피 그대로 만들어보세요.
여러분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서 함께 드세요.
비결은 이 두가지 뿐입니다.
내가 먹어 맛있고, 남이 먹어 기쁘고, 함께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
이런게 '인생'이라면 그야말로 최고가 아닐까요?
-첫머리에 잠깐, 이토이 시게사토-
|
2005년 카모메 식당에 참여하게 된 계기로 2007년 도쿄타워, 2009년 남극의 쉐프 등의 영화와 드라마 심야식당에 이르기까지 그녀만의 가슴 따뜻한 요리들을 선보인, 영화전문 음식감독이자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이이지마 나미.
그녀의 따뜻한 홈메이드 요리책 LIFE가 일본 아마존 쿠킹,레시피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1위의 기염을 토하고, 한국에 2010년에 들어와 드디어 내 손에까지 오게 되었다.
그녀와 함께 작업한 이토이 시게사토의 첫머리말을 읽고, 나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그녀의 레시피대로 요리를 해보고픈 욕구가 생겼다. 어렵더라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책에 나온 17가지 모든 요리를 다 해보고 싶은 무모한 도전의식 같은게 말이다. 사실 도전의식이라기보다 하나하나 이야기가 담긴 요리의 사진을 보고, 레시피를 보며 직접 먹어보고픈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는게 보다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책의 목차를 보고 낯선 요리들이 많았던 터라 익숙한 요리 중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것은 햄버그 스테이크였다.
나또한 햄버그 스테이크에 얽힌 사연이 있는데, 서울에 사는 친구네 집 근처 레스토랑에서 사먹었던 햄버그 스테이크가 너무너무 맛있었다. 하필, 아기를 갖고 나서 그 햄버그 스테이크가 불현듯 떠올랐는데 지방에 살다보니 혼자서 그거 먹으러 서울에 간다는게 참 어려웠다. 임신하고서 서울 가는게 뭐 어려운 일일까 하겠지만, 워낙 몸가짐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서울까지 가볼 생각은 해보지도 못하고, 집근처에서는 사먹고 싶은 곳이 없어서 해먹게 되었다. 그때 제일 아쉬웠던게 소스였다. 그때 그 레스토랑의 소스 맛을 재현할 방법이나 레시피를 찾을 수가 없었던 터라 하는 수 없이 하이라이스를 소스대신 부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의 제법 멋진 소스를 보며, 그때 그 맛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나의 하이라이스라는 황당한 소스보다는 제법 맛있을..정통 일본식 햄버그 스테이크를 먹을 기회가 온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크림 스파게티는 어떻게 만들어보겠는데, 만드는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마다 뭔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던 나로써는 "물론, 처음이라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니까 안심하세요" 라고 친절하게 말해주는 이 책의 미트소스 스파게티의 매력 속으로 풍덩 빠져들 자신이 있었다. 생토마토와 케첩, 시판 토마토 소스..어떤 재료들, 어떤 재료의 혼합으로도 맛있는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를 못 만들었던 내가 이이지마 나미님의 레시피대로 홀토마토와 토마토 주스 등을 이용해 제법 그럴듯하게 맛있는 미트 소스 스파게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의심하지 말고 믿고 따라와 보라는 조언을 그래서 나는 믿고 싶은 것이다.
이밖에도 내가 무척 좋아하는 푸딩, 그리고 먹어보고싶은 요리 쇼가야키와 양배추롤(이런 것도 가정식인지 미처 몰랐었다.), 역시 좋아하는 그라탕, 간단해 보이는 오야코동 등이 나와 있었다. 생소하고 처음 만나는 음식으로 축하파티용으로 지라시즈시, 오하기, 돈지루 등이 있었는데 지라시즈시는 특히나 어떤 맛일까 궁금했고, 오하기는 떡도 밥도 아닌 독특한 형태라 어렸을 적에 본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아 처음 먹는 맛을 내가 만들어 먹어도 되나 걱정이 되는 바였다.
사실 내가 처음부터 파스타를 좋아했던 것은 아닌것이.. 내가 최초로 먹어본 파스타가 고교때 가사실습으로 만들어본 파스타였다. 그때 맛이 뭐 이런 맛이야? 하는 느낌이었기에 굳이 파스타를 사먹지도 않았고, 해먹어볼 생각은 더군다나 하지 않았다가.. 어느 순간 맛있는 레스토랑에서 먹어본 파스타 맛에 빠져들어서 그 이후로 파스타를 사랑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처음 먹어보는 오하기라는 떡은..정말 내가 만들어 먹어도 이 맛이 원래의 맛인지 알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어디서 사먹어볼 기회가 없는 바에야 내가 해먹는게 최초의 맛이 될 수 밖에..
그런데, 이 오하기라는 떡이 살펴보니 혹시 내가 어릴 적에 아저씨가 돌아다니며 팔았던 추억의 그 떡이 아닌가 궁금해졌다. 아주 어릴적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시골에 살때 아저씨가 유리로 된 네모난 상자를 어깨에 메고 다니며 그 안에 맹감떡과 팥색인지 짙은 색 경단 같은 것을 들고 다니며 팔았던 기억이 나는 것이다. 맹감떡도 사실 그 이름이 너무나 궁금했는데 인터넷을 우연히 검색하다가 내가 그리워했던 그 떡이 망개떡, 맹감떡으로 불리는 그 떡임을 알았다. 그런데 다른 팥색 경단 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는 찾을 수 없었다. 그건 뭐였을까? 어린 기억에 내가 먹어본 것도 같은데 무척 달콤했던 떡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다시 먹고 싶다고 했지만, 가게가 아니라 돌아다니는 아저씨가 파는 떡이었던 지라 볼때마다 엄마가 옆에 계셨던 것도 아니고, 또 항상 조른다고 매번 사주시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저 추억으로 남는 이야기일뿐..
그때 그 팥 경단이 혹시 이 일본 가정식이라는 할머니가 만들어주곤 했다는 오하기가 아니었을까? 모양을 보고 한번 추리해봤다. 내 궁금증을 해결해줄 분이 계시면 더욱 좋겠지만.. 아니라도 이 요리를 한번쯤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책을 보고 저 책은 정말 꼭 갖고 싶어 하는 설레임이 전해지기도 하는데, 이 책 life가 바로 그랬다.
나와 인연이 있는 것 같은 느낌. 내가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그 느낌.
그리고, 내가 바라는 레시피들로 가득 채워진, 그리고 요리가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된 듯, 영화처럼 펼쳐지는 따뜻한 식탁. 이이지마 나미의 식탁으로 나도 초대되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배운 요리법으로 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식사시간을 마음껏 누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