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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네 방향 ㅣ Dear 그림책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평점 :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시간의 네 방향
사실 초등학생이 본다기 보다, 초등학생 이상이 보는 그림책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책이다.
바로 어른들이 봐도 새로운 그림책이라는 뜻!
사실 나는 이 책을 처음 읽고 무척 난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에이! 초등학생용 그림책이라며? 라고 말하면 어쩔수 없지만, 사실이 그런걸 어찌하랴.
나같이 어려워하는 어른 독자들을 위해 (아마도.. 초등학생들은 적어도 상상력과 창의성이 제한되지 않아 더욱 무궁무진하게 해석하고 즐길 수 있을 책이 아닐까 싶다.) 설명서도 들어 있었는데,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그래도 어렵긴 했다. 내가 너무 커버린 것일까? 이 책은 글과 그림이 모두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림이 글을 설명해주거나 보조해주는 의미 그 이상을 담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그림이 주가 되고, 글이 마치 보조 설명이 되는 듯한..뒤집어 읽는 그림책 같은 느낌이었다.
시간여행, 시간의 교차라는 독특한 소재에 몹시 끌려 열어봤다가 사실 그 난해함에 다시 한번 반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처음엔 글 위주로 읽으며 그림이 참 독창적이고 새롭구나 하였다가, 다시 또 읽을때는 어? 이 그림이 여기에서 이런 의미로 그려졌네? 아, 이 그림과 아까 그 시대의 이 그림이 겹치는 구나 하며 작가의 여러 숨겨진 장치들에 감탄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이 책은 퍼즐 맞추기 같은 책이다. 그 퍼즐은 꼭 작가가 정해놓은 대로만 맞출 필요가 없고, 우리가 느끼는 대로 해석하고, 덧붙여 가며 새로운 그림책으로 재 창조해내는 가치가 있는 퍼즐이다. 시간이라는 퍼즐. 그 퍼즐이 주는 교훈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 너무 부단히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냥 마음으로 느껴지는데 충실함으로 충분한 것.
폴란드의 어느 강가의 오래된 도시에는 네 방향에 모두 시계가 있는 시계탑이 있다. 그리고, 그 시계가 잘 보이는 네 방향의 집들의 각각의 방에서 보여지는 1500년부터 2000년까지의 백년 단위의 가족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첫번째 창문은 동쪽 집의 부엌이 늘 보이고, 두번째 창문은 작업실의 창문이 보인다. 세번째 창문은 아이들방, 그리고 네번째 창문으로는 거실이 보인다. 100년에 한번씩 다른 시대, 다른 계절에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총 24장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듯, 선조에서 후손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나 아니면 다른 시대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 (얼굴이 같다.) , 어떤 한가지 사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각각이 다른 듯, 또 연결되는 그런 사건들의 조합으로 그림과 글의 내용이 펼쳐지는 것이다.
거실과 작업실보다 아이들 방에 더 관심이 많이 가는 것은 아마도 지금 내가 아기엄마기 때문이리라.
독특한 종이인형같은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보고, 그림을 오려내 재 창조한 작가의 새로운 그림을 보고..그리고, 작가가 살로 덧붙인 작가와 우리의 새로운 이야기를 보았다.
시계는 그렇게 멈추지 않고 500년간 수많은 사람들을 지켜보고, 그들의 인생사를 훑어보았다.
우리가 폴란드에 가서 시계탑을 본다면 앞으로도 끊이지않고 계속될 연극 속으로 우리도 초대받는 것이라 한다. 마치 책 속에 오려들어간 종이인형 같은 인생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