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 식민지 경성을 뒤바꾼 디벨로퍼 정세권의 시대
김경민 지음 / 이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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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서울의 오래된 기억, 북촌, 익선동 한옥마을은 경성의 뉴타운이었다.
◆◆  경성 전역에 한옥 대단지를 건설한 조선 최초의 디벨로퍼 정세권의 개발시대



기와장의 묵직함이 주는 고즈넉함이 있는 곳..서울의 유명 관광코스 북촌한옥마을~
가장 한국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그곳은 지금은 더욱 잘 다듬어지고 보기좋게 단장하여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지난 주말 북촌으로 나들이를 나갔다. 책을 읽고는 제대로 한옥을 감상하고픈 마음에 들러 보았다.
여기저기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담벼락에 옹기종기 모여 함박 웃음을 짓는 관광객들의 모습에
오래전 이 한옥들이 지어지던 모습을 상상해 보며 정세권님을 떠올려도 보았다.


건축이란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며 자수성가하여 그의 모든 에너지를 조선을 지키는데 힘을 쓰신 분..정세권
그런데 난 이분의 성함을 처음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 근대사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흐름만 알고 있는 정도이므로
그의 이름 석 자가 쓰여있었던들 머릿속에 남아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더욱 죄송스럽다.
변명이라도 한다면 우리나라 한옥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부끄럽기까지 하다. 

일제 치하 아래 경성에서 우리 민족의 뿌리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쓰시면서 그가 어떠한 생각과 느낌을 가졌었는지 궁금했다.
그분이 남겨놓은 일지나 일기 등이라도 있었다면 더 좋았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컸기에 그의 마지막이 더욱 안타까웠다.
일제의 수난 속에 그가 지키려고 했던 우리의 집.. 한옥~! 
그 시대의 건축물로 남아 있는 북촌마을의 역사와 그의 뛰어난 경영능력에 감탄사가 새어 나올 수밖에 었다.


조선의 건축가 정세권(鄭世權, 1888년 4월 10일~1965년 9월 14일)은 누구인가?

무심히 이 책을 지나쳤더라면 계속 몰랐을 그의 존재, 그런 그의 존재를 알리려고 저자는 몇 년 동안 자료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기록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그 당시의 신문이나 통계자료, 인터뷰, 그리고 남아 있는 가족들의 증언만을 통해
그의 업적을 대략 끼워 맞출 수 있었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까울 수 없었다.
나라를 위해 한 몸 아끼지 않았던 분의 업적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니..
사진속 그의 모습은 인자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는 듯 하다.




1910년 일본의 본격적인 식민지화가 시작되고 10년이 흐른 뒤 그들의 조선 강탈은 나날이 심해져 갔다.
더욱이 두드러진 것은 경성의 인구변화로 경성을 빠져나간 자리를 일본인들이 채워나가면서 경성 땅에 일본인의 수가 차츰 늘어만 간다.
또한 산업화와 일제의 땅 수탈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농민들이 대거 경성으로 몰리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그래서 경성의 조선인을 위한 주택 부족과 경제적 어려움은 더해 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때 조선인의 주택 수요층을 위한 새로운 조직이 등장하는데
건양사의 정세권을 비롯한 조선인 출신 신흥 자본가 계층, 근대적 디벨로퍼들이었다.


아버지는 항상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람 수가 힘이다.
일본인들이 종로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어릴 적부터 총명함을 드러냈던 그는 1920년에 세운 건양사는 3년 뒤 부동산 시장에서 선두적 위치에 자리 잡게 된다.
대규모 땅을 사들여 서민에게 싼값에 빌려주는 주택임대 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것도 정세권이 한 일이다.
근대적 디벨로퍼들이 보다 적은 비용으로 지을 수 있는 집이 한옥 건설 및 개발이었는데
일제의 탄압과 제약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집단 한옥들을 경성 땅에 세운 점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세권은 단순히 집만을 지은 장사꾼이 아니었다. 그의 탁월한 미래 예측력은 뛰어난 사업가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어떻게 하면 보다 편리하고 유지비가 적게 드는지를 연구하면서 한옥의 질을 끌어올리는데도 한몫하였다.
1968년 창신동 한옥집단 지구를 보면 그의 업적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일제의 서양식 주택 보급지가 점점 늘어나고 이미 일본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그였지만
그의 뛰어난 지략으로 조선이들이 경성 땅에 발붙이고 버틸 수 있게 해 주어 그 의미는 대단한 것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그의 자본력은 건축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혼을 되찾는 데에도 온 정신을 아끼지 않았다.
물산장려운동과 조선어학회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주었고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인해 일제에 모진 고문과 옥고를 치르게 된다.
그리하여 일제에 많은 재산을 빼앗기게 되고 그의 사업은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나 그가 아니었다면 큰사전 편찬을 이루기가 어려웠을 것인데 이는 우리 한글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 아닐 수 없다.
한글학회지에 남긴 내용만 보아도 그의 기쁨이 얼마나 컷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사전이 완성되었으니 이 사전으로 부지런히 가르치고 배워서 십 년이면 십 년만큼 백 년이면 백 년만큼 익혀져서
다른 글이나 말이 아무리 셀지라도 이 한글문화를 엿보지 못하게 합시다.
만세 이르도록 한국 사람은 한국 문화로 더욱더 밝아지기를 축하합시다.(4290년 8월)" -p.180



근대 부동산 지형을 재편한 정세권으로 인해
우리는 지금의 서울의 북촌과 인사동, 혜화동, 성북동의 작은 한옥들 등을 뿌듯해하며 이야기할 수 있다.
저자의 5년 가까운 노력으로 우리는 보석 같은 분을 알게 되었다. 
더욱이 우리말 큰사전 편찬 사업은 우리말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일식 주택을 지을 것을 강요하던 일제에 맞서 그는
일본 주택은 이을 수 없다면서 1940년부터 해방 때까지 주택 사업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진정 독립운동가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라도 그의 업적을 돌아보고 재평가하여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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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왕, 경성을 만들다 - 식민지 경성을 뒤바꾼 디벨로퍼 정세권의 시대
김경민 지음 / 이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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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권의 대해 자료를 찾고 책을 내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되네요. 이런 일들을 나라에서 나서서 기록을 찾고 역사를 찾아야 하는건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라가 참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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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위 리브
엠마뉘엘 피로트 지음, 박명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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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대인들이 무서운 독일군을 피해 몸을 꽁꽁 숨겨야만 했던 제2차 세계대전, 슬픔과 아픔의 기억들을 다시 끄집어 내야 하는 역사의 현장 속~ 소설은 그때의 배경으로 돌아가서 시작된다. 부모를 잃고 홀로 남은 고아 소녀 르네는 유대인이다. 소녀 역시 살기 위해서 언제나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했고 이집 저집으로 떠돌아야만 했다. 그러나 운이 좋았던 그녀.. 죽음의 그림자는 그녀 주위를 그렇게 맴돌다 가곤 했다.

그날도 어느 신부에게 맡겨졌으나 숨돌릴 틈도 없이 독일군을 피해 달아나야만 했다. 복불복의 순간, 그들을 향해 달려온 건 두 명의 미군 병사의 차량이었다. 차에 태워진 르네. 다시 한번 희망을 예감한 순간,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들은 독일어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전쟁이 한창인 그 시절. 독일은 특수훈련을 받은 그들의 병사를 미군으로 위장시켜 현장에 투입했었는데 그들이 바로 위장 미군이었던 것이었다.
르네는 여태껏 잘 버텨온 그녀의 행운에 체념하며 죽음을 예감한다. 그러나 독일군이 겨눈 총부리에 두려움을 느끼기에 앞서 삶의 갈증 때문이었을까.. 눈을 한 움큼 집어 들어 삼키게 되고 삶의 의지를 드러낸 강렬한 눈빛과 마주한 독일군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충격을 받는다. 그의 총부리는 결국 동료에게로 향하게 되고 르네에게 온 죽음의 정령은 그녀를 또 놓아주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유대인 소녀와 독일군의 미묘한 인간애는 적군과 아군이 언제 뒤섞일는지도 모를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함께 벨기에의 한마을에서 시작되었다. 포성은 끊어지고 야생의 세계만이 가득한 숲 속, 그리고 지독한 추위 그 둘의 공존이 시작된 것이다.

" 그윽하고 강렬한 눈빛으로 그를 지극히 바라보는 소녀, 그가 잠들어 있을 때 밤새 그를 지켜보고, 그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고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그에게 전해주는 소녀, 이 모든 것은 그의 정신과 그의 육체 속에서 아직 너무나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혼란스러웠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이었고, 점차 그를 말 없는 기쁨으로 가득 채웠다." - p.32~33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전쟁은 그 이후 다양한 작품들의 소설적 배경으로 재탄생하였다. 전쟁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나는 잔인하고 생생한 증언을 담은 책들과 오랜 여운과 감동 충만한 여러 작품들을 접해 왔었다.
유대인과 독일군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소재가 나를 끌어당겼지만 이 소설은 나에게 아쉬움을 남겨버렸다.
르네의 삶을 갈망하는 빛나는 눈에 동요한 독일군의 심경 변화와 소녀가 무작정 군인에게 의지하여 그에게 의지하는 내용은 선이 명확하지 않아서 일까..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얼마전에 읽었던 마커스 주삭의 [책도둑]에서 받은 감동과 여운이 더 남아서일까. 르네의 감정과 독일군 마티아스의 감정선을 이해하는데 여러모로 많은 이유를 갖다 붙여보아야 했다.

죽음을 피해 숨고 달아나면서 지칠 대로 지쳐버린 어린 7살 소녀 르네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생명을 거두어준 독일군에게 마음을 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에게서 인간적 면모를 느낀 그녀가 그에게 절대적 믿음이 생겨버린것은 당연하겠지만 보통의 7살 아이가 지니는 감정치곤 지나치게 어른스러워서일까. 하긴 대부분의 전쟁 속 어린 주인공들은 어른스러우면서도 총명한 특별함을 지녀서 항상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어린 소녀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항상 의문을 갖는다. 정말 가슴아픈 의문이 아닌가. 냉열하고 비열한 히틀러...이 나쁜 놈.~!
"그녀에게 '유대인'이라는 말은 진정한 수수께끼였다. 르네는 언젠가 그 비밀을 알아내리라고 다짐했다.
..
대체 무엇 때문에 유대인이라는 말이 그토록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본모습을 드러내게 하는지 너무도 알고 싶었다." -p.59

그런 르네에게 다가온 독일군 마티아스는 수없이 살인을 저지른 살인병기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를 동요하게 만든 감정이 무엇일까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는 숲 속을 누비고 다니던 자유인이었고 그의 생명을 살려준 인디언들과의 짧은 만남은 그에게 평온함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잔인하게 생명을 대했지만 그의 깊은 내면엔 인디언들의 삶의 가치가 어느새 한편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 그는 그 소녀를 만난 이후로 자신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르네(Renee, 프랑스어로 '다시 태어난 사람'이라는 뜻-옮긴이)라니, 마치 어떤 운명을 예견하는 이름 같지 않은가. 이건 거의 코미디에 가까웠다. 순간 그 인디언 노파의 얼굴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p.71

전쟁을 통한 고독은 익숙함을 가져다주었지만 반면에 지독하게 인간애를 갈망하기도 한다. 그게 살고자 하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에 곁에 르네가 없었다면 그가 두 번의 죽음의 순간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는 절대 악인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유대인 소녀 하나를 살려주었다고 해서 갑자기 선인으로 돌변할 수는 없다.
다만 중요한 건 누구라도 미쳐버릴 것 같은 전쟁에서 그가 인간애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따뜻함을 안겨주는 것이 아닐까. 더욱이 소설 속에 많은 희생이 없어서 다행스럽다고 해야겠다.

이 두 사람의 감정선이 단순히 인간애인지 나이를 훌쩍 뛰어넘은 사랑인지는 우리 독자들의 몫이겠다.
개인적으로 소녀의 병사라는 문구에서 애틋함이 더욱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먼저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한 작품이라고 하니 어떤 멋진 배우와 매력 넘치는 눈빛을 가진 아역배우가 꾀 차게 될는지 기대가 된다. 하나 더 바란다면 유명 배우 이름을 내걸기보다는 내공이 멋진 영화로 탄생되길 바라본다.

" 그런 게 뭐가 중요하죠? 오늘 살아 있으면 된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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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본깨적 - 평범한 직장인이 대체 불가능한 프로가 되기까지
박상배 지음 / 다산3.0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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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는 옛 상사말이 생각이 났다. 최근 부쩍 그의 말이 수긍되기 시작한 건 책을 본격적으로 내 곁에 두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나는 책의 저자가 말하는 성공이란 단어에 목을 쭉 빼놓고 살아본 적이 없다. 그냥 잔잔히 물 흐르듯이 살아가던 현실 안주형이랄까...
일을 왜 하세요? 하고 물으면 '먹고살기 위해서요'라고 대답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본인의 자존감과 성취감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이는 좀 드물지 않을까 한다. 누구나 처음부터 이런 마인드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자연스레 부도 따르고 커리어도 쌓이고 나의 자존감도 덩달아 높아질 거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적당한 선에서 멈추어 버렸고 현실 안주형으로 변해버리고 만 것이다. 성공이란 단어는 나랑은 먼 이야기였고 그냥 먹고 사는데 지장만 없으면 돼요라는 생각이 굳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여태껏 자기개발서 외 업무에 관련된 서적은 읽어본 적이 없다. 늘 잘하고 있어 왔다고 스스로 자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달 전부터 아침이 힘들고 오후가 되면 온몸이 늘어지던 내 모습이 마냥 피곤 때문일 거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를 책을 읽으면서 찾은 것이다. 난 최근 들어 일을 노가다정신으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뒤통수가 아닌 정수리를 한대 내리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 이래서 늘 피곤하였구나... 노가다정신이라니~~~

 

 

 

쇼핑몰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9년이 넘었다. 그러니 일은 오로지 생계를 위한 것으로만 여겨지기 시작하였고 처음 정신은 온데간데없어지고 그 흔히들 말하는 슬럼프가 온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프로젝트 마음'을 가지고 일을 한 것이 언제까지였나라고 되짚어 보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할 일을 체크하고 새로운 디자인이 인기를 얻어 판매가 늘고 그에 따른 성취감으로 하루하루가 즐거울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일이 힘들고 끝나면 후련한 상태에다 월요병은 나날이 심각해져가는 즉 정말 일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일의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해서 개선해 나갈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한 후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아무래도 이 책이 나에게 온 이유가 있는 듯하였다.

열심히만 해서는 되는 시대를 지났다. 그만큼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 집 주위를 돌아보면 가게 간판들이 빠르게 갈아치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도 장사도 제대로 준비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절대 롱런할 수 없다는  이 쉬운 기본 지식을 다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실행하는 이는 많지 않다. 부딪히면 하게 될 거라는 생각과 그냥 열심히 하면 될 거란 낡은 사고 탓이다.  성공한 이들의 사연에 대단하다고 고개만 끄덕이는 게 전부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성공한 이들의 경험을 토대로 성공의 꼭대기는 아니더라도 현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의식의 변화와 업무력을 점검한 후 현장에서 적용함으로써 성과를 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책에 담았다. 즉 책 제목처럼 보고 깨닫고 적용하는 요령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자신의 일을 다시 바라보는 방법부터 성과를 내는 방법까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프로세스이니 믿고 따라와 주기 바란다.

 

본인의 업무를 세밀히 관찰하여 세분화시키는 일로 시작하여 우선순위를 정하면 업무의 생산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즉 버릴 일은 과감히 버리고 중요한 업무부터 처리하는 습관을 들여 버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또한 우선순위를 매길 때도 일의 핵심을 찾는 일이 성과에 도달하는 길임을 강조한다. 실수를 줄이고 동료와의 팀워크를 잘 이루는 방법과 내 삶의 가치를 잘 배분하고 조절하는 요령도 알려준다.
여기까진 어느 누구나 비슷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긴 한데 무엇보다도 실행에 옮기는 일이 어려운 일임을 잘 알 것이다.
그러므로 태생적인 변화를 거부하는 우리의 뇌를 잘 다스리는 사람만이 도전의 장에 한 발짝 발을 내딛는 사람일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실행력을 깨우는 자세, 즉 '나중에'가 아닌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를 생활화하는 자세야말로 나를 성장시키는 일임을 잊어서 안될 것이다.

생각을 실행으로 연결하는 힘으로 저자가 추천하는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데 8주 프로젝트 즉  8-56-33 과 1-1-1 의 법칙의 비법이 그것이다. 항상 생각의 끈을 놓지 말자라는 생각만 했었지.. 그걸 실행의 끈과 성과의 끈으로 이어야겠다는 생각은 또 해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이래서 성공한 이들은 다른가 본다. 그 비법은 책을 통해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추천하는 행동방식 중 현재 유일하게 하고 있는 일이라면 '일주일 중 하루는 다르게 살기'이다. 어느 정도 규칙적인 업무에 조금 싫증을 느끼기 시작하자 나름 찾은 방책 중의 하나였다. 우연히 읽은 소설책을 보며 얻은 교훈으로 일상의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느끼고 있다. 거기서 조금 더 보태어 본다면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보는 일은 매력적인 일로 다가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업계 최고 수준에 있는 사람을 만나야 내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들이 어떻게 일류가 되었는지를 알면 내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가 보인다." -p.135

 

 

모든 업무에 이러한 시스템이 다 적용될 수는 없다 저자도 현장의 언어가 다 달라서 본인의 방법이 맞지 않았던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런 현장에 맞추어 또다시 생각하고 연구하여 현장에서 일하던 직장인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래서 이 책은 본인의 현재의 일과 업무태도 등을 한번 더 돌아보고 점검해보는 계기가 충분히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대로 작심삼일 또한 긍정의 마인드를 가지는 태도와 늘 재도전하며 그가 제시한 방법을 꼭 적용해 보기를 권한다.
우리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성공을 멀리서 찾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에 안주하는데 있다는 생각이 더 든다. 왜냐하면 내가 그랬으니까..
새해가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나고 있다. 나의 일에 빨간불이 들어온 시기에 적절하게 만난 책인듯하여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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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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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전쟁에는 여자만의 색깔과 냄새, 여자만의 해석과 여자만이 느끼는 공간이 있다. 그리고 여자만의 언어가 있다.
그곳엔 영웅도, 허무맹랑한 무용담도 없으며, 다만 사람들, 때론 비인간적인 짓을 저지르고 때론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만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땅도 새도 나무도 고통을 당한다.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고통스러워한다. 이들은 말도 없이 더 큰 고통을 겪는다. - p.17~18

 

 

이 세계가 전쟁으로부터 차츰 멀어지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참 지긋지긋하게도 전쟁과의 연을 끊지 못 했던 인류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여전히 남아있다. 지구 반대편에선 전쟁을 겪고 고통에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여전히 있지만 나와 비슷한 세대는 전쟁을 모르고 산다. 아마 세대를 한번 더 건너뛰면 거의 잊고 살 전쟁.. 하지만 우린 늘 전쟁의 긴장감도 느끼고 살고 있다.

끔찍한 것, 아픈 것, 두려운 것은 마냥 나에겐 회피 대상이었다. 잘생긴 배우를 내세운 영웅 이야기로 흥행을 달리고 있는 전쟁영화라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항상 나의 관심 밖으로 밀려 있던 전쟁에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역사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1,2차 세계대전을 통해 본 근전쟁사는 단순히 글로만 읽기엔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나 소설책에 점점 이끌리면서 그 참상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증폭되어 갔다. 
아무리 무서운 공포영화도 손바닥을 얼굴을 가리긴 하지만 빼꼼히 손가락 사이로 보고픈 심리와 비슷하다고 할까? 참혹한 전쟁터 현장에 대한 호기심과 이제는 끔찍한 장면쯤은 조금 참아줄 연륜이 되었다고 보아야 할까.. 그래서 작년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영화는 곧잘 찾아보았다. 그런데.. 어느 영화나 책에도 거의 없던 여자 병사들의 이야기.. 그리고 여자들이 들려주는 전쟁이라니. 당연히 외면할 수 없는 주제였다.
남자들의 영웅 이야기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 이야기가 아닌 여자들의 감성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라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여자이기에 더욱 불리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 속에서 그녀들은 어떻게 전쟁을 견뎌 내었을까? 그리고 그녀들이 전쟁에서 무엇을 하였나? 에서부터 그녀들이 느낀 전쟁의 그림은 어떠할까?까지 궁금증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악은 분명 매혹적이다. 그리고 선보다 솜씨가 뛰어나다.
마음을 더 잡아끈다.

 

 

 

우선 이 책을 읽기 전에 보았던 『마지막 목격자』와는 차이점이 느껴진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본 전쟁은 마냥 불쌍하고, 처절하고, 가슴 아프고, 슬펐다면 여성이 말하는 전쟁은 아슬아슬한 두려움과 무섭고 끔찍하지만 용감함도 느껴지고 슬프지만 따뜻함도 느껴지는 오만가지 감정이 뒤섞여 나를 울린다.
애국심에 불타 조국을 위해 가족을 위해 전쟁터로 나 섯거나 아니면 증오심에 불타 기차를 탄 어린 소녀들, 어떠한 임무라도 주어지면 그 임무에 최선을 다 해내던 그 용감한 소녀 병사들, 갓난쟁이 아이들 데리고 작전을 수행하는 여군, 죽음의 두려움 따윈 내던진 채 목숨 걸고 부상병을 살려낸 열아홉 살의 소녀병,  전쟁에 동정이란 있을 수 없다는 상사의 다그침에도 어린 독일 포로병에게 빵조각을 떼어줄 수밖에 없던 그녀들의 동정심 등 이야기들이 차고 넘친다.
그렇게 그녀들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 잘려나간 팔다리가 수북이 쌓여있는 그곳에서도 그녀들은 용감했다. 여자이지만 그 어느 남자들보다도 꿋꿋했고 여자이기에 단 한순간이라도 예뻐 보이고 싶은 욕망도 버리지 못 했던 그녀들, 전쟁 중에도 봄이면 피어나는 꽃들에 애잔한 눈물을 감추지 못 했던 그녀들이 죽음을 피해 현실로 돌아왔지만 그 전쟁의 기억마저도 드러내지 못 했던 안타까움이 화가 나기도 했다. 전쟁을 겪은 이들에 대해 장막을 치는 이들은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런단 말인가.
" 심지어 죽음을 언급할 때조차도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빠뜨리는 법이 없다는 것을(정말이다!). 아름다움은 여자를 여자로서 존재하게 하는 이유였다.  그 아이가 죽어서 관속에 누웠는데 그렇게 예쁠 수가 없는 거야 ‥‥‥ 꼭 어여쁜 신부 같더라니까." -p.338

" 진군할 때였는데 ‥‥‥여자 병사들 200명 정도가 앞서가고, 남자 병사들 200여 명이 그 뒤를 따랐어. 푹푹 찌는 날씨에 30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걸었어. 자그마치 30킬로미터를! 그렇게 계속 걷는데 우리가 지나간 자리, 모래 위로 빨간 얼룩들이 남는 거야 ‥‥‥ 붉은 자국들이‥‥‥그러니까 그건 ‥‥‥왜, 우리 여자들의 그거 있잖아 ‥‥‥그런 상황에서 뭔들 감출 수 있겠어? 뒤따라오는 남자 병사들은 붉은 자국을 보고도 일부러 모르는 척했어‥‥‥" -p.357

지금은 일상의 무심함 속에 전쟁은 역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오히려 전쟁의 아픈 상흔에 그리 관심을 가지는 이는 많지 않다. 누군가에겐 사는 게 전쟁인데 뭣하러 끔찍한 과거는 들추어 내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즉 시대가 다르면 사람도 다른 것 마냥 우리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선 어떠한 공감도 끌어내려고 하지 않는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전쟁은 진행 중이다.. 쉬고 있는 휴화산처럼 언제 다시 활동을 재개할지 모를 일이다. 더욱이 한반도 국민이라면 더욱 전쟁에 대해 촉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뼈아픈 역사를 알면 알수록 현재의 어리석은 나를 깨우쳐 주는데 이만한 교본은 없는 듯하다.
전쟁이 아닌 전쟁터를 이야기하고 전쟁의 역사가 아닌 감정의 역사를 쓰고 싶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더욱 진실되게 느껴졌다.
" 여자들은 다른 것을 기억하고, 그래서 기억하는 방식도 다르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자들의 전쟁에는 냄새와 색깔과 소소한 일상이 함께한다." - p.28
" 나는 여자에게는 죽는 것보다 생명을 죽이는 일이 훨씬 더 가혹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p.29

날씨가 추워지면 그 어떤 책보다 전쟁 서적들이 떠오르는데 이번 겨울은 더욱 이 책이 놓지 못하고 있다. 혹독한 추위가 아니더라도 전쟁은 너무나 살이 애릴만큼 차가운 느낌을 주어서일 것이다.
나를 잊지 말라고, 우리를 기억해 달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그 소녀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아 그들의 가쁜 숨소리를 덜어 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우리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나의 삶의 무게를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읽어 보길 잘 한 것 같다. 더 많은 기회와 선택의 시기에 태어난 것이 어쩌면 타고난 복이 아닐는지도..

 

 

언젠가 빨간색 천으로 블라우스를 만들어 입었는데, 다음날 양팔에 반점 같은 게 돋았더라고, 물집도 생기고, 내 몸은 빨간 사라사는 물론, 장미나 패랭이꽃 같은 빨간 꽃에도 거부반응을 보여. 빨간색이나 피 색깔은 어느 것도 견디지 못하지. ‥‥‥그래서 우리 집엔 빨간색이 하나도 없어.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거야. 사람의 피는 아주  선명하지. 자연 풍경에서도 화가들 그림에서도 나는 피처럼 선명한 색은 아직 본 적이 없어. 석류즙이 조금 비슷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까진 아니야. 아주 잘 익은 석류즙도‥" - p.533

전쟁처럼 악하고 소름 끼치는 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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