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1초만에 이해하기 - 집사도 미처 몰랐던 고양이 마음 수첩
린즈쉬엔 지음, 이나경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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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집사가 된지는 2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송한 냥이 때문에 '정말 미스터리야'라는 말을 내뱉곤 한다. 이 책은 그런 집사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312가지의 QnA로 이루어져 있어서 미처 잘 몰랐던 냥이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었다. 일러스트와 글자를 적절히 배치해 딱딱함과 단조로움을 피하고 있어서 아이들이 보기에도 나쁘지 않다.

처음 냥이를 입양하고 1년 뒤 새끼 길냥이를 구조해서 함께 키우고 있다. 성향이 완전히 반대지만 일주일 정도 거리감을 두다 지금은 제법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가끔 서로 그루밍을 하다 싸우는 경우를 종종 보았는데 질문 7번을 읽고 이해가 되었다. 서로 핥아주는 상황이 꼭 평화롭지만은 않다는 사실과 둘째가 첫째를 주로 핥아주는 걸 보면서 약자가 강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러는 행동이려니 했더니 그 반대라니 좀 의외였다.

 

 

둘째는 정말 상자를 좋아한다. 상자만 보면 무조건 들어가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데 선천적으로 숨는 것을 좋아하고 초조함을 덜 느낀다는 사실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첫째보다 훨씬 사교성이 좋고 쿨하다 못해 적당히 가지고 있는 애교가 돌보기가 수월하다.

둘째보다 첫째가 좀 애정결핍인 양 무진장 쫓아다니며 안아달라고 칭얼거린다. 의자에만 앉으면 무릎 위에서 꼼짝을 안 하고 서 있을 때도 안아달라고 툭툭 친다. 꾹꾹이와 골고리도 기본이고 침까지 흘릴 때는 정말 애기묘가 따로 없다. 그만큼 집사를 신뢰한다는 뜻이라고 하니 잘 돌봐준 보람이 느껴진다.

첫째는 중성화 수술 이후로 거의 움직임이 없어 살이 찌기 시작했는데 90번 질문이 흥미로웠다. 세숫대야에 물을 떠놓고 탁구공을 띄워놓으면 재밌게 놀 것 같았다. 또 휴지심을 이용한 홈메이드 장난감으로 활동량을 늘려줘야겠다. 레이저 포인트가 별로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그 외 고양이의 밥그릇은 수염이 닿지 않게 넓은 것이 좋고 사람만 고양이로 인해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 것이 아나라 고양이도 사람으로 인해 피부질환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인간 위주로만 생각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소개된 내용 외에도 궁금한 사항이 더 있었지만 그 부분은 나와있지 않아서 난 또 미궁 속으로 빠졌다.ㅎ 하지만 초보 집사라면 반드시 보아야 할 책이겠다. 동물도 똑같이 사랑을 교감하고 의지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알아야 함은 필수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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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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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삶을 다룬 소설들이 많은 이들에게 심심찮게 읽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삶의 끝에 도달한 평범한 진리를 자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남편의 이야기이다. 우연히 발견한 아내의 유품을 통해 아내의 과거를 밟아가는 동안 남편은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며 인생에 새로운 발을 디디게 된다.

69살의 노인 아서 페퍼는 아내의 죽음이란 커튼 속에서 아직 깨어나오지 못했다. 1년이란 세월이 흘러가고 있어도 사랑했던 반쪽이 떠나간 자리는 여전히 그리움으로 얼룩져 있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에 몸은 내 맡겨져 있고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삶의 공허감이 가득 찬 삶 아내의 물건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날,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아내의 참팔찌는 그가 알고 있던 그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게 시작된 호기심 속에는 그가 알지 못했던 아내의 인생과 또 그 속에 있을 아내의 과거로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유심히 들여다본 참팔찌에서 발견한 숫자는 살아있는 번호였고 상대 쪽에서 들려주는 아내의 이야기에 적잖은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현관문조차 걸어놓고 있던 그가 무작정 아내의 과거를 찾기 위해 가방을 꾸리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호랑이를 만나기도 하고 소매치기를 당하기도 하지만 따뜻한 이들의 도움도 받게 된다. 이전까지 그의 인생과는 정반대의 행로를 돌다 보니 그의 인생에도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여느 소설이 그렇듯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그는 혼자 남겨졌다고 여겼지만 그를 챙기는 따뜻한 이웃이 있었고 자식들도 있었다. 물론 자식들은 그들의 삶을 챙기기에도 버겁다. 딸은 엄마의 장례식조차 오지 못할 아픔을 떠안고 있었고 아들은 아버지와의 거리감으로 대륙을 건너 멀리서 터전을 잡았다. 하지만 그의 여정에 그들도 조금씩 끼어들면서 참팔찌에 얽힌 사연이 하나씩 풀어지게 된다.

과거 속 아내의 모습이 너무나 낯설고 믿기지 않는 일들 투성이지만 결국은 그녀가 그에게 정착했듯이 그도 길을 잃고 헤매다 인생의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오해와 의심이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활기가 들어찬다.

시간이 으찌나 빠른지 머지않은 이야기로 다가와서일까.  인생의 동반자가 사라져버린 순간은 과연 어떠한 공허함 등이 밀려올까라는 생각에 슬픔이 밀려오기도 했다. 자식들과의 간격도 너무 띄워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첫해가 뜨고 선택한 아서 페퍼 할아버지 덕에 흐뭇하게 웃으며 미래와 지금의 내 가정을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지금 나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진다. 그의 아내처럼.^^

 

 

지난 열두 동안 엄격하게 정해진 일과에 따라 혼자 생활하면서 그의 삶은 빛이 바랬다. 그에겐 그 공허감을 채울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는 오래된 황금 팔찌에 대한 집착으로 그 공허감을 채웠다. -p.382

그는 기억하고 또 웃으면서 방 안을 두 번 둘러보았다. 루시를 처음 품에 안았던 순간을 기억했고 아이들을 태운 유모차를 밀면서 자신이 얼마나 우쭐했었는지 떠올렸다. 마흔 살 생일 파티 때 미리엄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녀의 눈동자가 그에 대한 사랑으로 얼마나 반짝였는지도.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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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파이어 - 열정의 불을 지피는 7가지 선택
존 오리어리 지음, 백지선 옮김 / 갤리온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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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은 누구나 원하고, 쉽게 얻을 수 있으며,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가치다.
그러나 불편함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성장을 위한 스트레칭'을 하면 마법이 일어난다. -p.182

 

 

 

 

2017년의 마지막, 그리고 새해가 다가오기 하루 전,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읽고 나면 새해 첫날 나의 다짐들에 연료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자 존 오리어리는 엄청난 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고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이다. 그리고 그 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기까지 그가 겪어왔던 기적 같은 시간과 인연들, 그리고 그가 얻었던 생의 깨달음을 전하며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사고로 만신창이가 된 그에게, 그리고 퇴원 후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던 그에게, 그의 엄마는 모질고 강하게 아들을 가르친다. 앞으로 장애를 이겨내고 살아가기 위해 하루하루를 어떻게 견뎌내야 하는지를 그리고 그것은 본인이 온전히 이겨내야 하는 것임을 말한다. 그것은 저자에게 첫 번째 인생의 변곡점이 되었고 그 이후에도 찾아오는 수많은 변곡점을 알아차리며 한 템포씩 안정을 찾아간다.

그가 일어서기까지 부모님과 형제들의 한없는 사랑은 당연히 일 순위였고 병원과 그 주변인들이 그를 향해 보여준 긍정의 메시지는 희망의 끈이었다. 그보다 아들의 고통과 아픔을 진심으로 느끼고 돌보아준 부모님의 성품에 더 매료되었다. 부모로서 아이들이 시련이 닥쳤을 때 어떤 조언과 격려를 해 주어야 할지 한 수 배웠다. 훌륭한 부모와 따뜻한 가정은 한 사람의 인생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꾸어 준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면서 말이다.

저자는 청소년기를 빠져나오면서 아픔을 가면으로 덧 씌운 적도 있었다. 제아무리 강한 멘탈을 지녔다고 해도 사춘기를 온전히 지나기는 힘들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그 가면을 벗어낼 수 있는 순간을 지난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우린 그 이야기를 거짓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그래서 가면을 벗어낸 나의 진실된 삶과 마주하여야 한다. 저자는 목회자의 과정을 거치며 그 사실을 깨닫는다. 그 이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도 들어주는 길을 택한다.

이처럼 죽음과도 같은 시간을 통과한 이들이 들려주는 희망의 메시지에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되묻는 이가 있다면 자신의 인생에 대해 무관심한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화마로 인한 고통을 느끼라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그렇게 살아남아 느끼는 생의 감사함을 느껴보아야 한다.  2018년을 맞이하며 당장 고쳐보자고 다짐하게 된 건 '~해야 한다'가 아닌 '~하고 싶다'이다. 긍정의 기운으로 일을 해나갈 때 좋은 결과를 바라볼 수 있는 법이니까.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때의 상황을 선택하겠노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대답에 왜라는 물음이 남긴 하였다. 내가 그와 같은 상황이었다고 해도 그렇게 대답할 수 있었을까. 인생의 무게감을 덜어내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살고 있는 저자를 통해 나는 이 시간부터 어떠한 일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할지 고심해 보아야겠다. 그리고 나 외 내 주변도 돌아보는 삶을 더 살아야겠다.

비록 뜨거운 불이 자신의 신체는 훼손했을는지 몰라도 그에게서 삶의 열정은 빼앗아가지 못했음을 알수 있듯이 우리는 작은 생각의 차이가 얼마나 큰 변화를 이루어 내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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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오오네 히토시 지음, 박재영 옮김, 이와이 슌지 원작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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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내 맘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사랑도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낼 수 있을까. 이 소설은 달달했던 영화 [어바웃 타임] 과는 다른 풋풋함이 있고 애니 [시간을 달리는 소녀]보다는 덜 영글어 보이는 느낌이랄까.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이성을 향해 고백하기까지 몇 번의 만약이라는 가정이 더해지고 마침내 소원은 이루어진다.

타임리프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이 소설은 이와이 슌지의 애니를 오오네 히토시가 글로 담아낸 것이다. 그래서일까, 유리구슬이 번쩍이며 시간을 쫓고 또 시간이 엎어지는 곳으로 이동하는 장면은 영상으로 보아야 그 느낌이 배가 될 듯하다.

작은 어촌마을의 불꽃놀이 축제날! 절친 유스케와 함께 불꽃놀이를 보러 가기로 한 노리미치는 그날 오전부터 나즈나를 향해 알 수 없는 묘한 기운을 느낀다. 시선은 점점 더 그녀를 쫓는 사이 그녀가 지니고 있던 신비스러운 유리구슬에서도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절친 유스케와 함께 있던 수영장에서 나즈나는 두 소년에게 갑작스러운 수영 내기를 제안한다. 얼떨결에 시작된 내기에 사건은 시작되고 꼬이고 번복된다.
유스케와 노리미치 두 소년 모두 나즈나를 향해 좋아하는 감정이 싹트고 있었고 그렇게 구슬을 내던지며 시간을 되돌리는 사이 우정과 사랑 사이의 거리가 명확해진다. 그 서툶을 타임리프로 고쳐 쓰는 동안 좋아하는 이와 함께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마치 쏘아 올려 터지는 불꽃처럼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불꽃놀이 축제 때 압사당할뻔한 식겁했던 추억이 있긴 하지만 누구나 밤하늘을 수놓으며 터져 오르는 불꽃에 매료될 것이다. 쏘아 올라가고 터지고 퍼지면서 아래로 흘러내리며 사라지는 그 불꽃과 우리의 마음은 어느새 하나가 된다.
소설은 유난히 긴 제목 속에서 볼 수 있듯이 불꽃에 대한 논쟁거리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불꽃의 모양 따위를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괜스레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늘로 쏘아 올린 커다란 불꽃 말이야.
..
쏘아 올린 불꽃? 으음, 납작하지 않을까?
..
웃기지 마! 당연히 둥글다고!!

 

할 수만 있다면 잘못된 판단을, 실수를 돌려놓고 다시 시작하고픈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간절함 때문에 시간과 연관된 환타지물은 독자들의 욕구를 채워주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시간을 뛰어넘어 특정한 과거로 돌아가 변화를 꽤 하는 일이 그리 온당한 일이 아님을 넌지시 알린다. 소설에서도 타임리프 안에서 사건이 수정되는 동안 주변 무언가들의 형태들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불안정한 그 무엇에 대해서도 충고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전에 보았던 다양한 이야깃거리에 비해 그리 특별할 것 없는듯하고 무언가 더 있을 줄 알았던 이야기는 호들갑스러운 현실에 바람이 빠지고 있는 풍선 같았다. 학생이 여선생을 성희롱하는 장면이나 중학생이 술집에 취직하겠다는 장면은 사춘기의 호기심과 반항이라고 하기에 지나침이 있어 보인다.

일그러졌던 불꽃의 모양이 제자리를 찾듯 더 이상은 시간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됨을 깨닫는다. 그렇게 용기를 얻은 노리미치에게 쏘아 올린 불꽃을 어디서 보든, 또 그 모양새가 어떠하든지는 중요하지 않다. 좋아하는 이와 함께 바라보는 불꽃은 각자의 마음속에 새로운 불꽃이 되어 피어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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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도시 여행
박탄호 지음 / 플래닝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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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이 북적대는 곳보다 조용히 돌아다니며 유심히 즐기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소도시 여행이라는 타이틀에 발목이 잡혔다. 때묻지 않은 소박함이 있는 곳, 그래서 더욱 여행의 묘미를 기대하고 떠날 수 있기에 책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강하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 그리 바빴는지 여태 가까운 나라 일본조차 나서질 못했는데 이 책은 쉴 새 없이 마음을 들었다 놓으며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저자는 교환학생을 시작으로 취업 후 스트레스를 여행으로 풀다 결국 책까지 내고 만다.ㅎ 그러한 열정이 여행에 목말라 있는 독자들에게는 단비 같은 희망을 주는 법. 벌써 몇 장 넘기지도 알았는데 혼자 배낭 메고 그 거리를 쏘다니고 싶어졌다. 주로 일본의 서쪽지방을 돌며 잘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를 소개하고 있는데 추코쿠 동부와 서부, 규슈 북부와 남부, 시코쿠 지방이다.

 

 

 

진정함이 느껴지는 맛 집들 중 맷돌에 간 원두로 내린 커피에 설탕 대신 넣은 팥! 팥이라니 정말 그 맛이 궁금해졌다. 발길 닿는 곳에서 만난 정갈한 음식들은 마냥 일본스럽다. '우동이란 음식에는 인간의 지적 욕망을 마모시키는 요소가 들어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식감 좋은 우동국물 한 사발 들이켜고 싶어진다. 굳이 저자가 칭찬하지 않아도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은 뭐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어디까지나 미식가가 아닌 내 의견이지만 말이다.

마을 곳곳의 역사가 그 지역 건축물에 진하게 베여있다. 그 속에 저자가 꼼꼼히 공을 들인 문장들이 더해져 일본이 지나온 세월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비록 우리와는 아픈 관계 일지라도 지금 일본의 도시경관은 그 아픔마저도 잠시 내려놓게 된다. 하지만 분명 충돌하는 지점도 있기 마련인데 시모노세키가 그런 곳이다. 그 땅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우리 민족의 아픔과 상반되게 침략전쟁을 상품화한 것을 보면서 저자가 느낀 분노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여행지 곳곳을 다니며 지친 발걸음을 내려놓고 있는데 마을 주민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기운을 싣는다. 그러면서 얻은 숨은 명당자리는 다른 여행객들이 느껴보지 못하는 색다른 기쁨이 된다. 그러는 사이 두 시간이면 둘러볼 작은 마을도 반나절을 소모해 써버리기도 한다. 그 자리에서 세월을 잘 견뎌낸 집들을 보며 시간을 음미하고 그곳의 정취를 맘껏 누리는 즐거움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 아니겠는가.

마을의 모습은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풍경이다. 벼랑 위의 포뇨가 살던 집이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는 모습과 센과 치히로에서 나왔던 도고 온천을 둘러보며 애니메이션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유명한 문학가들의 발자취를 훑어보는 재미도 나름의 즐거움일 것 같다.
게다가 고토히라궁으로 오르는 785개의 계단을 저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걷는다. 그 모양새가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황야의 마녀가 힘들게 계단을 오르던 장면이 떠올리기도 했다.

고양이 마을 오노미치는 집사니까 당연히 둘러보고 싶은 마을이었고 우동이 유명한 다카마쓰는 우동보다 절경에 맘을 빼앗긴 곳이다. 일본 하면 온천을 빼놓을 수 없듯이 일본 제1의 온천도시 벳부는 그야말로 온천의 천국이다. 영하의 정점을 찍고 있는 이 겨울 지옥 온천 순례라니! 그 뜨거운 물속으로 들어가 피곤함을 달랠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일본의 베니스 야나가와에서 동남아시아의 풍경을 느껴보며 나룻배 여행도 뜻깊은 추억이 되겠다. 뱃사공이 경상도 사투리 '쑤구리(엎드려)'를 알 정도면 한국관광객이 많이 다녀가 나보다.

 

 

 

저자가 촬영한 사진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참 소도시라도 정갈하고 깨끗하다는 인상이다. 마치 사진촬영을 위해 청소라도 한판 한 것 같은 경관에 일본이들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각 소도시의 특색을 버리지 않고 관광상품으로 잘 살린 점도 본받을 점이다. 요즘 이런 소도시 여행이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듯한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초보 여행객들이라도 소도시 소개가 끝난 후 여행안내 페이지를 보며 도전해 보길. 나도 저자가 옮겨 다닌 발걸음의 흔적을 따라다니며 여행지에서 엽서 한 장 띄워 볼 날을 계획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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