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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지도 - 우리의 습관과 의지를 결정하는 마음의 법칙
이인식 지음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마음에도 법칙이라는 게 존재할까. 각종 연구와 실험을 바탕으로 내놓은 통계들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마음은 정말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잘 읽히지도 않는다. 마음은 늘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서 타인과의 관계를 힘들게 한다. 지도는
길을 안내해주는 역할이라도 충실하지만 마음의 지도는 도통 종잡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인간들은 마음의 본질에 대해 여전히 궁금해한다.
그만큼 복잡한 인간의 마음을 쉽게 정의 내리기란 어려운 일이기에 뇌과학뿐 아니라 모든 학문의 연구자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인간의 마음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 의아하긴 했다.
머리말에도 언급하듯이 이 책은 마음의 본질에 대해 다양한 연구성과를 토대로 집대성한 개론서이다. 전문용어나 철학적 용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정말 술술 읽힌다. 목차만 보아도 평소 궁금했던 질문이나 현상 등을 만날 수 있다. 단순히 나와 너라는 관계에서 시작하여 사회현상뿐
아니라 미스테리한 현상 그리고 미래시대에는 과연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하고 있다.
언젠가 보통의 사람들을 일대일로 대해보면 그리 나쁜 사람은 없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하지만 사람은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성격과 성향은 여러 방향으로 나뉘고 자신 인생의 전반을 지배하게 된다. 나와 내 주변을 둘러보아도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심리학자들은 내린 결론에 동의한다. 성격을 고치려
하기보다는 환경을 바꾸어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p.25
여러 이론과 실험 결과를 토대로 내놓고 있는 연구결과들을 보며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신기하고 복잡한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평소 궁금해하던 성향들에 대해 눈에 띄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루기 습관을 가진 사람의 편도체가 보통 사람보다 크다는 사실이라든지 여자들이
빛에 더 민감해서 그에 따른 감정의 변화가 많다는 이야기는 수긍이 간다. 특히 독서를 많이 하는 이들이 사회적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임과 동시에 이타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
p.136
사람들은 일상에서 늘 이중적인 감정에 놓일 때가 많다. 그러한 예로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정의에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생존경쟁의 시대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감정들로 인해 많은 이들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감정 외에도 과시와 동시에 선한 영향력을 동시에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경쟁적 이타주의도 꼭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양상을 보면 사람들의 감정이 엉뚱한 방향으로 배출되는 현상도 눈에 띈다. 좋은 일에 기부한 연예인 기사에
싫어요를 누른다거나 자신의 잘못은 보지 못하고 타인의 잘못에 과하게 응징하려는 태도는 정말 볼썽사납다.
잘못 알고 있던 사실도 보인다. 사고방식과 세계관에 있어 동서양의 차가 별로 없다는 사실은 예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과 상반된
부분이라 조금 혼란이 온다. 뭐가 맞는 건지 애매하지만 동서양의 차가 다르다는 의견에 더 기우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 외 창의적인 사고가
자꾸 줄어드는 데는 획일화된 교육과 사회의 편견이 문제라는데 지적과 잘 노는 아이에게서 창의력이 길러진다는 의견은 동의한다. 요즘 아이들이
공부에만 묶여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언제쯤 지나친 학벌주의가 무너지게 될까.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도 공감능력이나 편견 등에 대한 여러 연구결과를 볼 수 있었는데 여자가 더 수다가 많다는 편견뿐 아니라
잠재의식 속에 만들어진 편견이 얼마나 끈질기게 우리를 따라다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사이코 패스에 대한 오해라든지 10대의 뇌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유독 돈에 집착하는 사람의 마음을 분석하고 실험한 결과를 보며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자유시장경제에서 돈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의 파워는 그만큼 강하다. 가난한 시절을 보낸 이들이 지닌 스트레스와 우울의 지수가 더 높게 나온 수치만 보아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짝퉁이 소비자의 마음을 타락시킨다는 연구결과와 가난한 여자가 일찍 애를 낳고 게다가 무능한 아버지로 인해 지능 발달도 더디다는
연구결과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4부에서는 심령 능력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흔히 미래를 보거나 예지몽을 꾸는 사람들, 또는 염력을 사용하고 임사체험을 겪은
이들의 사례를 들며 인간의 마음이 어디까지 지배하고 있는지 짚어보고 있는데 우리가 몸소 느낄 수 있는 예로는 명상이나 몸의 감각이 뇌를 움직이는
현상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다각도로 살펴보다가 끝맺음에서는 섬뜩함을 느꼈다. 미래 세상에서 펼쳐질 새로운 세상은 인간의
마음마저도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그대로 스캔한다거나 마음을 옮긴다는 건 자연의 질서를 위배하는 일임에 한치의
의심도 없다. SF 영화가 점점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무섭기까지 하다. 인간을 위한 편리함에 인간을 스스로 위험에 빠뜨리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마음을 읽는다는 건 한편으로는 상대를 이해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기에 필요한 요건이다. 다양한 경험과 독서 등을 통해 얻고
생각함으로써 너와 나뿐 아니라 사회관 계도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넌 왜 그리 내 맘을 모르니?라며 상대를 답답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지금부터라도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마음을 이해해보려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