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지도 - 우리의 습관과 의지를 결정하는 마음의 법칙
이인식 지음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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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음에도 법칙이라는 게 존재할까. 각종 연구와 실험을 바탕으로 내놓은 통계들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마음은 정말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잘 읽히지도 않는다. 마음은 늘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서 타인과의 관계를 힘들게 한다. 지도는 길을 안내해주는 역할이라도 충실하지만 마음의 지도는 도통 종잡을 수가 없기 때문에 인간들은 마음의 본질에 대해 여전히 궁금해한다.

 

그만큼 복잡한 인간의 마음을 쉽게 정의 내리기란 어려운 일이기에 뇌과학뿐 아니라 모든 학문의 연구자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인간의 마음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 의아하긴 했다.

 

머리말에도 언급하듯이 이 책은 마음의 본질에 대해 다양한 연구성과를 토대로 집대성한 개론서이다. 전문용어나 철학적 용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정말 술술 읽힌다. 목차만 보아도 평소 궁금했던 질문이나 현상 등을 만날 수 있다. 단순히 나와 너라는 관계에서 시작하여 사회현상뿐 아니라 미스테리한 현상 그리고 미래시대에는 과연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하고 있다.

 

언젠가 보통의 사람들을 일대일로 대해보면 그리 나쁜 사람은 없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하지만 사람은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성격과 성향은 여러 방향으로 나뉘고 자신 인생의 전반을 지배하게 된다. 나와 내 주변을 둘러보아도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심리학자들은 내린 결론에 동의한다. 성격을 고치려 하기보다는 환경을 바꾸어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p.25

 

여러 이론과 실험 결과를 토대로 내놓고 있는 연구결과들을 보며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신기하고 복잡한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평소 궁금해하던 성향들에 대해 눈에 띄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루기 습관을 가진 사람의 편도체가 보통 사람보다 크다는 사실이라든지 여자들이 빛에 더 민감해서 그에 따른 감정의 변화가 많다는 이야기는 수긍이 간다. 특히 독서를 많이 하는 이들이 사회적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임과 동시에 이타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 p.136

 

사람들은 일상에서 늘 이중적인 감정에 놓일 때가 많다. 그러한 예로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정의에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생존경쟁의 시대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감정들로 인해 많은 이들이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감정 외에도 과시와 동시에 선한 영향력을 동시에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경쟁적 이타주의도 꼭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양상을 보면 사람들의 감정이 엉뚱한 방향으로 배출되는 현상도 눈에 띈다. 좋은 일에 기부한 연예인 기사에 싫어요를 누른다거나 자신의 잘못은 보지 못하고 타인의 잘못에 과하게 응징하려는 태도는 정말 볼썽사납다.

 

잘못 알고 있던 사실도 보인다. 사고방식과 세계관에 있어 동서양의 차가 별로 없다는 사실은 예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과 상반된 부분이라 조금 혼란이 온다. 뭐가 맞는 건지 애매하지만 동서양의 차가 다르다는 의견에 더 기우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 외 창의적인 사고가 자꾸 줄어드는 데는 획일화된 교육과 사회의 편견이 문제라는데 지적과 잘 노는 아이에게서 창의력이 길러진다는 의견은 동의한다. 요즘 아이들이 공부에만 묶여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언제쯤 지나친 학벌주의가 무너지게 될까.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도 공감능력이나 편견 등에 대한 여러 연구결과를 볼 수 있었는데 여자가 더 수다가 많다는 편견뿐 아니라 잠재의식 속에 만들어진 편견이 얼마나 끈질기게 우리를 따라다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사이코 패스에 대한 오해라든지 10대의 뇌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유독 돈에 집착하는 사람의 마음을 분석하고 실험한 결과를 보며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자유시장경제에서 돈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의 파워는 그만큼 강하다. 가난한 시절을 보낸 이들이 지닌 스트레스와 우울의 지수가 더 높게 나온 수치만 보아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짝퉁이 소비자의 마음을 타락시킨다는 연구결과와 가난한 여자가 일찍 애를 낳고 게다가 무능한 아버지로 인해 지능 발달도 더디다는 연구결과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4부에서는 심령 능력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흔히 미래를 보거나 예지몽을 꾸는 사람들, 또는 염력을 사용하고 임사체험을 겪은 이들의 사례를 들며 인간의 마음이 어디까지 지배하고 있는지 짚어보고 있는데 우리가 몸소 느낄 수 있는 예로는 명상이나 몸의 감각이 뇌를 움직이는 현상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다각도로 살펴보다가 끝맺음에서는 섬뜩함을 느꼈다. 미래 세상에서 펼쳐질 새로운 세상은 인간의 마음마저도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그대로 스캔한다거나 마음을 옮긴다는 건 자연의 질서를 위배하는 일임에 한치의 의심도 없다. SF 영화가 점점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무섭기까지 하다. 인간을 위한 편리함에 인간을 스스로 위험에 빠뜨리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마음을 읽는다는 건 한편으로는 상대를 이해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기에 필요한 요건이다. 다양한 경험과 독서 등을 통해 얻고 생각함으로써 너와 나뿐 아니라 사회관 계도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넌 왜 그리 내 맘을 모르니?라며 상대를 답답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지금부터라도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마음을 이해해보려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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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력 수업 - 신경 쓰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우에니시 아키라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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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한가지 확실해지는 것이 있다. 인간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태생이 예민한 사람에게 아무리 느긋함을 강조해도 조급함을 쉽게 버릴 수 없고 반면 매사가 천하태평인 사람은 주변인을 매우 힘들게 한다. 실제로 살면서 지나치게 예민하다 싶은 이들을 자주 보아왔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과하게 걱정하거나, 이미 일어난 일에 과하게 화를 내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그런 반응에 대해 자신에게만 관대하다. 자신으로 인해 주변인이 힘들다는 생각까지는 미쳐 하지 못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자신을 잘 아는 것이다. 자신을 잘 아는 이들이야말로 자신을 다독이고 타인도 이해한다. 근본은 쉽게 변하지 않겠지만 더 나은 나를 위해 늘 고민해보아야 하겠다.

 

 

 

나는 소심한 사람일까, 어리석은 사람일까, 대담한 사람일까.

 

예전에 나는 지나치게 소심했다. 그래서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일은 잘 피해왔다. 그래서인지 삶은 지나치게 평범했고 발전도 없었다. 뒤돌아보니 그것조차도 어리석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대담한 사람이 될 수 없음도 잘 알지만 가끔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밀어 부칠 때가 있다. 그래서 깨달은 점이라면 고민을 너무 고민하지 않으니 생각 외로 일이 잘 풀릴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경험이 잦아지다 보니 부정적인 생각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나는 고민이 있으면 잠을 못 자는 편이었다. 그런 나에 비해 남편은 고민이 있어도 잘만 잘 자는 천하태평형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그게 스트레스 덜 받는 길이라는걸.

 

이 책은 그런 것들을 이야기한다. 조금만 더 예민함을 내려놓는 방법을 다양한 관점에서 충고하고 있다. 물론 연령이나 각자의 위치에서 느끼는 예민함의 강도는 천차만별이고 현재 나를 누르고 있는 삶의 압박과 스트레스의 지수에 따라서 이러한 조언들을 대하는 시선도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각 장에서 한 가지만이라도 실천하려 해본다면 점차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1장에서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마음먹습니다.

2장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억측하지 않습니다.

3장에서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 주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4장에서 일, 회사, 그리고 직장 상사와 적당한 거리를 둡니다.

5장에서 급할수록 서두르거나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나아갑니다

6장에서 이해득실에 둔감해지면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7장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평가하는 능력을 익히세요

8장에서 반성이 도를 지나치면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9장에서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정하지 않습니다.

 

 

 

 

늘 쫓기듯 사는 인생 속에서 우리는 짧은 시간에 무언가를 이루어야 하고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두려움과 불안감을 온몸으로 견뎌내다 보니 신경은 늘 저리고 아프다. 그러나 제아무리 삶이 우리를 느긋하게 놓아두지 않는다고 해도 그 틈바구니에서 여유를 찾아야 한다. 더 많이, 더 높이, 더 빨리가 아니라 조금 덜어내고 좀 더 늦추는 삶이야말로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책에서 언급하듯 감정을 글로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화를 곱씹고 있어봤자 도움 될 일 하나 없다. 지금의 상태를 하나하나 써 내려가다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보인다. 아이들이 싸우고 나면 반성문을 쓰게 하는 편인데 나뿐 아니라 상대의 기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서 좋은듯하다.

 

읽어보길 잘 한 것 같다. 나뿐 아니라 내 아이들과 늘 걱정 보따리를 안고 사는 엄마에게도 현명한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눈물 콧물 쏙 빠지게 혼났음에도 씻으러 들어가서 흥얼거리는 둘째 녀석을 보니 둔감력 수업에서만큼은 우등생이다.

오늘도 쓸데없는 감정 소모로 조금날을 세웠었는데 내일은 더 둔감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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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트립 제주 - 지금, 가장 핫한 제주 여행 코스 31
송세진 지음 / 북탐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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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여러 번 왕래를 했었지만 늘 가던 장소만 지났고 주어진 시간에 많이 둘러보겠다는 욕심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한 아쉬움이 늘 남아 있는 곳이다. 게다가 혼자서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제주라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다녀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제주는 여럿이 다니는 것보다 혼자 조용히 거닐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짜임새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 물론 발길 닿는 곳 따라 거니는 여행도 의미 있겠지만 나처럼 초보 여행자라면 사전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여행책은 뭐니 뭐니 해도 최근에 쓰인 책이 신뢰가 갈 것이고 퀄리티 좋은 사진 자료와 테마 구성이 알찬 책이 좋을 것이다.

 

저자는 직업상 해외여행을 다닐 기회가 많았고 제주에 대한 각별한 애착으로 4년 전 제주에서 생활하게 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삶을 실천하며 살고 있는 저자의 삶이 마냥 부러웠다. 제주살이로 인해 진정으로 자연을 바라보게 되고 다른 이의 삶을 존중하는 여유도 생겨난 듯 보여서 느린 삶이 주는 행복을 제주에서 느껴보고 싶다. 물론 제주에서 나고 자란 사촌은 제주가 답답하다며 육지로 올라오긴 했지만 결국은 다시 돌아가지 않을까.

 

 

 

근본적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은 그 장소를, 그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같은 장소라도 어느 시간대에, 어느 계절에 만나느냐에 따라 천만번 다른 장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하는 여행은 그 나름의 이유와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건 그녀의 직업이 카피라이터였다는 데 있다. 카피라이터는 사물과 풍경을 대하는 시각이 일반인들에 비해 다채롭고 풍부하다. 그래서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제주 곳곳의 풍경이 궁금했고 굳이 SNS를 뒤지지 않아도 충분히 제주에 대한 알찬 정보와 소개가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강했다. 다만 여행 에세이라고 생각한 점은 빗나간 듯.

 

책은 두께만큼 많은 장소를 담고 있다. 31가지 핫한 코스에 벌써 마음이 심쿵한다. 제주 바다, 테마여행, 아트 산책뿐 아니라 사진 찍기 좋은 장소와 체험 및 역사기행 등 알차게 담아내고 있다.

 

인트로에서는 31개 테마를 기준으로 간략 추천 여행 코스도 소개하고 있어 짧은 여행을 계획한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정보다. 특히 여자들끼리, 아이와 함께, 나 홀로, 부모님과 함께하기 좋은 코스도 소개하고 있어 나처럼 일정 짜는데 자신 없는 이들은 꿀 정보이다.

제주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아트숍과 이색 서점도 볼거리다. 제주에 이렇게 가고 싶은 서점이 많다니 혼자 여행 시 꼭 들러보고 싶은 장소로 콕 찍어두었다.

 

각 테마코스에서는 간단한 여행경비까지 알려준다. 코스별 이동경로를 지도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고 이동 예상시간까지 확인할 수 있다. 장소에 대한 저자의 간략한 설명과 더불어 유래 및 여행 포인트를 알뜰히 챙겨 보면서 여행을 하면 여행지의 느낌을 살릴 수 있겠다.

뭐니 뭐니 해도 남는 건 사진이라고 이왕이면 더 멋지고 특별하면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인증샷을 제대로 남길 수 있는 팁도 전하고 있으며 많진 않지만 맛집 소개도 곁들이고 있다. 읽다 보면 썬크림은 필수라든지, 어떤 시간대에 거닐면 좋은지, 어느 곳에서 찍으면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는지 꼼꼼한 팁도 전한다. 각 장소별 주소와 연락처 등 기본 정보도 빼놓지 않았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평소 사진에 관심이 많다 보니 뭐니 뭐니 해도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장소에 눈이 간다. 뭐 제주 곳곳 어디를 찍어도 다 멋있겠지만 출사 여행만큼은 꼭 도전해보고 싶다. 365일 시들지 않는 꽃길과 녹산로를 지나 바다와 휴양림까지 걷고 또 걷으며 나만의 풍경을 담고 싶다. 저자의 사진 실력은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제주의 멋을 한층 잘 살려내고 있다. 그렇게 다 훑다 보니 제주관광책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알차 보인다. 슬슬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리얼 트립 제주에서 기분 따라 느낌 따라 테마별로 여행을 계획해 보면 어떨까.

 

나라면 일박 이일 나 홀로 여행 일정의 찍사여행이나 미술관 투어를 먼저 계획할 것이다. 그리고 휴양림을, 또 그다음엔 말타기... 정말 계속 떠나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임엔 틀림없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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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배달부 : 루 아이앤북 문학나눔 22
강경호 지음, 백연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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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왜 이리 이기적일까.

인간들은 왜 이리 고마움을 모를까.

인간들은 왜 이리 쉽게 잊고 살까.

인간들은 왜 이리 어리석을까.

인간들은 왜 이리 알 수 없는 존재일까.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이기 때문에 들었던 미안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인간은 왜 다른 생명체들과 조화롭게 살아가지 못하고 이기적이 되어가는 것일까.

 

비둘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흔하다 보니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해 동물로 지정되어 천대받는 존재가 되었다. 나도 가끔 그런 비둘기들을 보며 조선시대 양반들의 애원조로 귀한 대접을 받던 비둘기가 어찌 이런 신세가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인간들에게 나쁜 병균을 옮기는 존재가 된 것도 결국은 인간들이 만든 결과인데 왜 비둘기가 그런 취급은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

 

 

 

 

지금은 손편지조차 쓰지 않는 시대지만 오래전 비둘기가 통신 수단이었던 시절에는 비둘기와 인간은 각별한 사이였다. 그리고 편지 업무를 담당하던 하얀 우체국은 오천 년이란 시간 동안 제 역할을 충실히 하며 그 자리를 지켜왔다.

통신이 발달하고 더 이상 편지가 필요 없게 되자 업무가 종료된 우체국에는 두 마리의 비둘기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킬뿐이다. 그러나 할아버지 몽고몽의 생각과는 달리 손자 루는 우체국을 지켜야 할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다.

 

선우는 비둘기를 끔찍이 싫어하는 엄마와는 달리 비둘기를 친근하게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으로 들어온 비둘기가 남기고 간 푸른 깃털을 보며 신기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가다 푸른 깃털을 지닌 비둘기를 따라가게 되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마법의 주문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하던 기대와는 달리 오래된 낡은 편지를 보며 실망하지만 그 편지로 인해 루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루를 따라 하얀 우체국으로 오게 되고 마지막 편지들을 배달하는 일에 동참하게 된다.

 

인간들을 미워하던 루는 편지 배달의 이유를 찾지 못하지만 선우의 설득에 편지를 배달하기로 결심한다. 이 배달된 편지들을 배달하기 위해서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한정된 시간을 초과하여 머무르게 되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수 없다는 사실은 긴장감을 더한다.

 

 

 

 

 

편지를 배달하기 위해 날아간 과거는 전쟁터이기도 하고, 엄청 추운 지역이기도 하다. 주인에게 전달되지 못할뻔한 편지들이 주인을 찾아가는 동안 루와 선우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깨닫게 된다. 과거 속 편지 배달부들은 사연의 주인공들과 친구이거나 신세를 진 사이들이다. 사소한 줄 알았던 사연들이 그들에게는 전쟁을 끝낼 만큼, 한 사람의 생명을 이어가게 할 만큼 아주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을 때 루는 할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배달부 오드의 사연을 들으며 인간에 대한 불신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한두 번의 나쁜 순간보다 좋았던 순간을 추억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인간들이 비둘기에게 고마워했던 그 순간을 직접 겪으며 편지 배달부로서의 자부심도 생겨난다.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우리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위의 하얀 우체국을 끝까지 지키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p.129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사라져가는 것들에 조금이라도 아쉬움을 느끼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 손편지가 귀한 시대에 손편지를 받으면 기쁜 마음이 배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비둘기들이 정작 지키고자 한건 인간들과의 의리였음을 느끼게 되니 마음 배달부라는 말이 더 따스하게 다가온다. 그 따스한 마음을 담아 도시 곳곳에서 떠도는 비둘기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싫고 좋고는 취향의 문제이지만 너무 혐오스럽게 취급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오드가 인간들로 인해 받은 몸과 마음의 상처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인간과 다른 생명체는 상호보완적인 존재이며 서로를 아끼고 돌보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이야기였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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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시나리오 1 - 의문의 피살자
김진명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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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에 소설이 다시 재출간되었어도 그리 낯설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정치는 지도자의 이름만 달라질 뿐 크게 달라 보이지 않고 게다가 강대국들의 파워는 여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나리오가 그리 허구 같지 않은 이유도 미국은 충분히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나라임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비단 미국뿐이겠는가만 은 역사를 돌아보았을 때 그 어떤 나라보다 미국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태도를 보아왔었고 한반도에 꽂아논 빨대가 비단 전쟁을 염려함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김진명의 [고구려]는 보지 못했지만 한반도에 사드문제로 시끄러울 때 사드의 궁금증과 심각성을 풀어준 것이 그의 책 [사드]였다. 책과 별로 친하지 않던 남편이 먼저 읽고 나서 꼭 읽어보라고 권해준 책이기도 하고 그의 통찰력에 신뢰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이야기는 한 소설가의 죽음으로 시작하고 있다. 죽은 소설가는 저자처럼 팩트를 다룬 소설을 쓴다. 그런데 그가 소설을 쓰다 베이징에서 피살을 당한 것이다. 친분이 있던 중국 검사로부터 사건을 듣게 된 한국의 장검사는 단순 피살 사건이 아님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가 쓰다만 원고에서 제3의 시나리오라는 단어를 발견하자 그가 단순히 취재를 위해 오가던 중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님을 확신하게 된다.

 

사건을 취재하던 중 소설가의 죽음 뒤에 엄청난 사실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북한을 중심으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야기는 뒷받침해주는 여러 인물들 덕에 군더더기 없이 시원하게 흘러 금방 읽힌다. 한국으로 탈북한 천재 과학자, 북한에서 사상을 의심받아 목숨을 무릅쓰고 탈출을 감행한 중사, 전직 CSI 요원, 그리고 평범한 대학생 등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전개에 오히려 속이 후련하다. 물론 그 끝이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조국을 생각하는 정의감 넘치는 검사와 미국의 도청 기술을 능가할 장치를 개발한 탈북 과학자뿐 아니라 평범한 두 대학생의 애국심이 더해져 오히려 감동이 밀려올 정도다.

 

정작 세상을 살리려는 자들은 늘 평범하고 힘없는 자들임을 보며 세상에 정의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에 의문이 든다.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정말 걱정해야 하고 직시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외부적으로는 전 세계인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도청 기술과 신무기들이고 내부적으로는 한국인들의 지나친 사대주의와 우리 편 아니면 죄다 빨갱이라는 흑백논리가 아닐까 한다.

 

사건을 수사하면서 점점 이 사회가 보이지 않는 자의 힘에 이끌려 돌아가고 있다는 무서운 생각이 들더군.- p.67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자리를 내어주는 것도 모자라 늘 옆구리가 터지는 신세였다. 한반도의 문제에 보이지 않는 힘이 미국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태껏 돌아가고 있는 정세가 그렇기 때문이다. 한반도 전쟁설부터 얼마 전 결렬된 북미회담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한반도에서 삼팔선의 저주는 언제쯤 끝이 날까.

 

나방을 이용한 도청 작전이 가능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내내 따라붙긴 했지만 미국의 검은 속내를 알고 나니 분통이 터진다. 한반도의 인권 따윈 무시한 채 역사를 다시 반복하려는 계획이 올바른 미국 지식인들 덕에 와해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그들도 과연 똑같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러다 보니 정말 불신만 커져가고 세상이 무섭게 느껴졌다.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개의 국적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많은 젊은이들이 미국을 선택할 것이라는 가정은 참으로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베네수엘라의 비극과 떠도는 난민들을 본다면 한반도 땅에서 더 굳건해져야 할 민족의식은 대체 어디로 가고 있단 말인가.

 

지금도 그들은 제4, 제5의 시나리오를 짜며 어딘가에서 속삭이고 있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세계정세에 눈을 뜨기 위해서는 많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다각도로 살펴야 한다. 이는 특정 지식인들에게만 주어진 숙제가 아니다. 사건의 진상을 찾아내는 발 빠르고 정확한 네티즌들처럼 국민들도 관심을 가지고 진실을 가려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지금 그 시대의 남북한 정상은 없지만 지금 읽어도 손색이 없을 작품이다. 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이야기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팩트를 건져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그냥 한 권으로 출간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굳이.

 

* 책은 카페 리뷰어스클럽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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