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배달부 : 루 아이앤북 문학나눔 22
강경호 지음, 백연 그림 / 아이앤북(I&BOOK)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들은 왜 이리 이기적일까.

인간들은 왜 이리 고마움을 모를까.

인간들은 왜 이리 쉽게 잊고 살까.

인간들은 왜 이리 어리석을까.

인간들은 왜 이리 알 수 없는 존재일까.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이기 때문에 들었던 미안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인간은 왜 다른 생명체들과 조화롭게 살아가지 못하고 이기적이 되어가는 것일까.

 

비둘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흔하다 보니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해 동물로 지정되어 천대받는 존재가 되었다. 나도 가끔 그런 비둘기들을 보며 조선시대 양반들의 애원조로 귀한 대접을 받던 비둘기가 어찌 이런 신세가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인간들에게 나쁜 병균을 옮기는 존재가 된 것도 결국은 인간들이 만든 결과인데 왜 비둘기가 그런 취급은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

 

 

 

 

지금은 손편지조차 쓰지 않는 시대지만 오래전 비둘기가 통신 수단이었던 시절에는 비둘기와 인간은 각별한 사이였다. 그리고 편지 업무를 담당하던 하얀 우체국은 오천 년이란 시간 동안 제 역할을 충실히 하며 그 자리를 지켜왔다.

통신이 발달하고 더 이상 편지가 필요 없게 되자 업무가 종료된 우체국에는 두 마리의 비둘기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킬뿐이다. 그러나 할아버지 몽고몽의 생각과는 달리 손자 루는 우체국을 지켜야 할 이유를 납득하지 못한다.

 

선우는 비둘기를 끔찍이 싫어하는 엄마와는 달리 비둘기를 친근하게 여긴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으로 들어온 비둘기가 남기고 간 푸른 깃털을 보며 신기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가다 푸른 깃털을 지닌 비둘기를 따라가게 되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마법의 주문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하던 기대와는 달리 오래된 낡은 편지를 보며 실망하지만 그 편지로 인해 루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루를 따라 하얀 우체국으로 오게 되고 마지막 편지들을 배달하는 일에 동참하게 된다.

 

인간들을 미워하던 루는 편지 배달의 이유를 찾지 못하지만 선우의 설득에 편지를 배달하기로 결심한다. 이 배달된 편지들을 배달하기 위해서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한정된 시간을 초과하여 머무르게 되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수 없다는 사실은 긴장감을 더한다.

 

 

 

 

 

편지를 배달하기 위해 날아간 과거는 전쟁터이기도 하고, 엄청 추운 지역이기도 하다. 주인에게 전달되지 못할뻔한 편지들이 주인을 찾아가는 동안 루와 선우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깨닫게 된다. 과거 속 편지 배달부들은 사연의 주인공들과 친구이거나 신세를 진 사이들이다. 사소한 줄 알았던 사연들이 그들에게는 전쟁을 끝낼 만큼, 한 사람의 생명을 이어가게 할 만큼 아주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을 때 루는 할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배달부 오드의 사연을 들으며 인간에 대한 불신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중요한 건 한두 번의 나쁜 순간보다 좋았던 순간을 추억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인간들이 비둘기에게 고마워했던 그 순간을 직접 겪으며 편지 배달부로서의 자부심도 생겨난다.

 

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우리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위의 하얀 우체국을 끝까지 지키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p.129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사라져가는 것들에 조금이라도 아쉬움을 느끼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 손편지가 귀한 시대에 손편지를 받으면 기쁜 마음이 배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비둘기들이 정작 지키고자 한건 인간들과의 의리였음을 느끼게 되니 마음 배달부라는 말이 더 따스하게 다가온다. 그 따스한 마음을 담아 도시 곳곳에서 떠도는 비둘기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싫고 좋고는 취향의 문제이지만 너무 혐오스럽게 취급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오드가 인간들로 인해 받은 몸과 마음의 상처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인간과 다른 생명체는 상호보완적인 존재이며 서로를 아끼고 돌보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이야기였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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