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역사 :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나이절 워버턴 지음, 정미화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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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철학 입문서라는 타이틀을 내건 다양한 짜깁기 책은 즐겨 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그런 책을 읽으며 좀 더 깊이 있는 책을 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늘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요즘 세계고전문학을 읽으면서 철학적 사유가 왜 필요한지 많이 느끼고 있다. 덕분에 어려운 철학 책도 도전해보고 싶을 만큼 흥미가 생겼다. 그런데 자유론을 여태 못 읽고 있으니.ㅋ

 

이 책은 그런 흥미와 깊은의 중간단계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맨 앞쪽 연대표는 철학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책의 장점이라면 챕터를 마무리할 때마다 다음에 나오는 철학자를 연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철학자들이 친분이 있었는지, 그리고 누가 누구의 영향을 받았는지, 서로 적대적 관계는 누구였는지 알게 되고 부딪히던 사상들의 논점이 무엇이었는지 들여다보게 된다. 질문 많던 소크라테스부터 현대 철학자 피터 싱어까지 시대를 주름잡던 철학자들을 한 번에 살펴봄으로써 좀 더 철학의 문을 넓힐 수 있다.

 

수백만 명의 삶을 변화시킨 마르크스가 악필 때문에 아내가 글을 받아 적은 일화나,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은 외로운 천재였다는 사실, 건강 마니아였던 토마스 홉스(91세까지 살았다), 매우 엄격한 생활을 한 칸트 등의 일생 이야기는 지루한 철학 책에 조미료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 재미있게 읽힌다. 무조건 사상과 철학자의 이름을 연결 지으려 하기보다는 이런 구성이 더 잘 들어와서 술술 잘 넘어갔다.

 

 

 

 

우리가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정신적으로 강해지기 위해서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에피쿠로스학파부터 철학을 일종의 치유법으로 여긴 점만 보아도 인간은 늘 의심하고 반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치 대 학살의 아이히만처럼 생각 없는 동물로 전락하여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혐오스러운 존재로 남기도 한다.

 

어느 누구도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조차 확실하지 않다. 우리는 진실이라고 믿는 것에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 의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선의 선택은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확신하지 말라. 그러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회의론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었다. - p.28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 어떤 사람을 시간이 흘러도 동일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실재는 무엇인가. 등의 물음부터 인간의 본성과 양면성, 신의 존재 유무와 신에 대한 다양한 견해, 영혼과 육체, 죽음, 종교, 행동의 원인과 결과, 행복, 자유 등 철학자들의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또한 여러 사상들 중 일부는 시대에 걸맞지 않은 옷이 되기도 하고 여전히 현대 철학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논쟁거리가 되어 오고 있다.

 

생은 불합리한 일들 투성이다. 그래서 인간은 인간의 존엄을 위해 싸웠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생명, 자유, 행복, 재산에 대한 천부적인 권리가 있다고 말한 로크의 주장이 여전히 당연시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오래전 그리스철학을 들여다보며 그러한 불합리한 일들 속에서 결국 행복의 주체도 자기 자신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우리의 생각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스토아 철학뿐 아니라 키케로와 세네카가 주장한 견해는 요즘 트렌드와 맞닿아 있는 듯하다.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는 것은 헛되이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며 결코 인생은 짧은 게 아니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이처럼 여러 철학자들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철학자도 있지만 비관론자들도 존재했다. 이는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에 기인한다. 인간은 어렵거나 자신이 분리한 상황에서는 누구나 이기적일 수밖에 없고 모든 사람이 도덕적이지 않다. 홉스의 주장처럼 인간에게 무한의 자유가 주어졌을 때 사회는 자연상태 즉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야만사회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쇼펜하우어는 삶을 극단적 비극으로 보기도 했지만 삶을 견딜 만하게 하는 몇 가지의 경험 중 예술을 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음악은 의지 그 자체의 모방이기에 최고의 예술형식이라고 했다. 난 그의 견해에 굉장히 공감했다. 음악 하나로 삶의 변화가 일고 그날 하루의 기분도 달라짐을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비긴 어게인 프로를 보다가 버스킹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며 더욱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들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그 느낌이 나에게도 전해지는듯하다.

 

재밌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육체는 동일할지언정 인격체는 다르다는 견해를 보며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동일한 인격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빠지기도 했고, 영혼과 육체가 하나일까라는 질문에 죽은 사람의 육체를 어떤 의술로 다시 살렸을 경우 그 사람의 영혼까지 돌아올까? 하는 질문은 나를 꽤 혼란스럽게 했다. 정말 한참 떠난 영혼이 제 육신을 찾아올까 아니면 다른 영혼이 들어올까. 무슨 공포영화같이 들리기도 한다.

 

오래전 질문을 많이 해서 사형당한 한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그가 있었기에 철학적 정신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늦더라도 인간들이 벌여온 논쟁과 이슈들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미친 영향력이 얼마큼이었는지 한 번쯤은 들여다보아야 하지 않을까. 짧게나마 여러 철학자들과 그들이 말하고자 했던 요지를 들여다보며 좀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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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넘은 아이 - 2019년 제25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51
김정민 지음, 이영환 그림 / 비룡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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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고심한 질문이었다.

이와 비슷하게 "어찌 살 것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이가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신분과 계급을 중시하고 남존여비 사상이 심하던 조선시대, 가난한 신분의 맏딸로 태어난 푸실이라는 소녀가 책 한 권을 줍게 되면서 세상을 깨우쳐가는 이야기이다.

 

푸실이네는 부모님과 함께 풀밭에서 낳았다 해서 첫째 푸실이, 아들이라 귀한 둘째 귀손이, 여자아기라 아직 이름조차 없는 셋째 아기 이렇게 다섯 식구가 산다. 벌써 이름만 들어도 계집아이를 하찮게 여기는 모습이 보인다. 푸실은 부모님의 사랑은커녕 둘째 귀손이와 심한 차별을 당하는 것도 서러운데 온갖 집안일까지 떠맡게 된다. 이유인즉 엄마가 남의 집 유모로 들어가야 할 처지가 되어서이다.

 

흉년이 들어 먹을 것조차 구하기 힘든 때에 푸실은 산에 가서 먹을거리를 구해와야 했다. 그러다 우연히 책 한 권을 줍게 된다. 그런데 책을 본 순간 푸실은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글자를 알 턱이 없던 푸실이었지만 책을 읽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인다.

그런데 마침 그곳에서 상복을 입은 양반집 아가씨를 만나게 되어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그리고 책의 제목이 여군자전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글을 꼭 배우겠다는 다짐도 하게 된다.

 

 

 

 

그날 이후로 푸실은 글을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고 동네 언니에게 몰래 글을 배우게 된다. 글 배우랴 집안일하랴 잠마저 줄여야 했지만 푸실은 힘든 줄 모른다.

그나저나 푸실은 엄마가 양반집 젖어미로 가는 게 못마땅하다. 그렇게 되면 동생은 굶어 죽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부모님은 아기를 포기하려 한다. 아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기의 운명을 그냥 하늘에 맡기려 한다. 양반 댁의 약조를 어겼다간 큰일 날 것이 자명했기에 우는 아기를 뒤로한 채 엄마는 눈물을 머금고 떠난다. 푸실이에게 집안일을 맡기고 떠나는 엄마의 심정도 오죽했으랴.

 

 

 

 

 

집안일보다 아기의 끼니가 걱정이다. 누구 하나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심지어 아버지는 본체만체다. 이웃 아주머니에게 젖동냥도 하루 이틀이고 아기는 점점 야위어만 간다. 하지만 푸실은 아기만은 꼭 살리고자 한다. 이는 서책을 읽고 나서 느낀 감정이었다. 산에서 다시 만난 양반집 아가씨에게도 책 내용을 말해주며 세상에 대한 원망보다는 나아가야 하지 않겠냐며 조언한다. 허나 아기는 제대로 먹지 못해 죽을 것만 같다. 그래서 푸실은 오지 말라는 엄마의 말도 무시하고 엄마를 찾아간다. 푸실은 동생을 살릴 수 있을까.

 

 

 

 

 

조선시대 여성이 푸대접을 받던 시절, 푸실은 글을 깨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을 찾았다. 비록 신분이 낮은 계집아이에 불과했지만 책을 품는 순간 차별과 부조리의 담을 넘는다.

 

 

이제 아는 것은 아는 것 대로 행하는 것은 행하는 것 대로인 삶을 살지 않겠습니다.

 

 

오래전 인간의 존엄은 불합리한 사상과 규율보다 뒷전이었다. 아기를 숨기는 푸실의 아버지나 어미젖을 물렸다고 푸실을 매질하려는 대감의 모습을 보며 인간의 목숨 따윈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계집으로 태어난 게 죄라고 말하던 시절에서 푸실은 글을 배우는 것조차도 허락되지 않았고 양반집이라고 해도 여자가 글을 쓰는 행위조차도 허락되지 않았으니 얼마나 억압된 삶을 살았을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을 깨우려 하는 이들은 어느 시대나 존재했으며 더디지만 달라졌고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도 신분과 성별로 차별을 받는 일이 아예 없지는 않다. 여전히 차별과 불평등은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만히 앉아 원망만 하고 있을 것인가. 푸실에게 세상과 부모님은 자꾸만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다. 하지만 푸실은 차별의 부당함과 생명의 귀함을 일깨우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푸실의 주변에는 뜻을 함께 하려던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남들이 하라고 하는 삶, 남들이 하던 대로 하는 삶이 아닌 우리 서로가 함께 더 나은 세상으로 향해 뜻을 모아야 함을 느낄 수 있다.

 

요즘 여성들이 유리천장을 깨듯 푸실이가 담을 넘어 달려가는 모습이 너무 대견스러웠다. 나 같으면 대감이 무섭고 매질이 두려워 발만 동동 굴렸을 텐데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엄마를 찾아가는 모습에 감동받았다. 그리도 동생의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에서는 울컥했다. 나도 부당함과 차별에 좀 더 단단한 용기를 가지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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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차별 -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 위해 어린이 인문교양 17
엠마 스트라크 지음, 마리아 프라드 그림, 김휘택 옮김 / 청년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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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그것은 나의 다른 이름이야.

 

달라서, 틀리다는 이유만으로 밀어내고 배제하는 사람들.

 

갑과 을의 관계로 끝나는 것이 아닌 갑을 병 정....으로 끊임없이 나뉘는 계층들. 이렇듯 인간은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누는데 익숙해져 있고 작은 것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차별의 유형은 끝이 없다. 차별은 마치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것처럼 혹은 전통적인 관습으로 굳어져 행해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떳떳할 수 없었다. 나도 물론 타인을 차별해본 적이 있고 차별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러한 사실만 보아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차별로 인해 가슴에 응어리를 떠안고 살아갈까.

 

 

 

 

책의 저자는 프랑스인이다. 프랑스도 인종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가다. 국민들의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이런 교육의 절실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녀는 차별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았는지 상기시키며 다름의 미를 강조하고 있다.

 

누구나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평등하지 않은 세상에서 차별을 겪는다. 성별, 국적, 인종, 외모, 학벌, 사회적 지위 등등 끊임없이 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를 규정짓는 조건들이 올가미가 되어 계속 나를 따라다니고 진정한 나로 살아갈 수 없게 한다. 이는 정말 무서운 일이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면 얼마든지 더 나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음에도 왜 그러지 못하는 것일까.

 

인류는 오래전부터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과 무시하고 혐오하는 사람들로 인해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다. 이것은 우리가 역사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잘못된 역사는 절대 되풀이되어선 안 되는 것이고 인류는 점차 바르게 나아가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차별은 일어나고 있다. 차별의 이유도 각양각색이지만 인종차별과 성별에 따른 차별이 가장 크지 않을까 한다.

인종차별은 오래전 강대국들의 영토 및 식민지 지배 시절에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었고 여전히 그 뿌리가 뽑히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강대국뿐 아니라 단일민족국가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으며 여전히 피부색에 따른 차별과 소수민족의 차별로 상처받는 이들이 많다. 책에는 노예제도와 흑백 갈등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으니 어린이들에게 좋은 공부가 되겠다.

 

 

 

 

몇몇 소수 부족국가(모계사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남녀 차별이 있어 왔다. 특히 옛날부터 굳어져온 고정관념은 차별을 지속적으로 이끌어왔고 그것은 남녀 불문하고 행해져 왔다. 최근 페미니즘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그 또한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볼 수 있다. 그것 또한 불편하지만 성차별만큼은 인식의 전환이 빨리 이루어져야 가정과 사회가 안정화될 것이다.

 

외모도 차별 수위가 높은 편이다. 잘나고 예쁜 사람들이 추앙받고 어딜 가나 주목받는 건 사실이지만 평범하고 개성 넘치는 이들이 더 많은 세상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내가 타인의 외모를 비하한다면 내 가족과 친구들도 누군가로부터 외모로 인해 상처받을는지도 모를 일임을 알아야 하다. 외모 때문에 자살하는 청소년이 있어선 안될 일이다.

 

그 외 성 정체성, 종교, 사상, 사고와 신념, 장애 등 차별이 행해지는 다양한 이유들을 살펴보며 각자가 가지고 있던 잘못된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실질적으로 차별은 뿌리보다 뻗어나간 잔가지들이 더 무섭다. 가지를 쳐도 또 자라나서 사회 곳곳에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사회는 단번에 변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변해 간다. 차별에 지적하고 바꾸어 갈 자세. 우리가 그럴 자세만 갖추고 있다면 말이다.

 

책은 아이들이 보기 좋게 가독성이 좋으며 일러스트가 심플하고 눈에 띄게 배치되어 있다. 정작 어린이용 책으로 출판되었지만 어린이보다 어른들이 보고 자각해야 되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른들이 바로 알아야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이 가능하니까 말이다. 못난 아이보다 못난 어른이 더 많은 세상이지 않는가. 아이들과 역사와 사회문제에 대해 함께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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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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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친구들 그 세 번째 주인공은 튜브다. 이 까칠한 오리 친구가 어떤 위로의 말들을 건넬지 기대하고 펼쳤는데 '어라, 뭐지? 책에 뭔 내용은 없고 짧은 문장뿐이네.'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에세이는 아니고 시인가? 하고 보니 시구나.ㅎ 위로와 공감에 긴 말이 필요 없음을 나도 잘 아니까.

역시 시인의 능력이 돋보이는 문장들이 한가득이라 백퍼 공감을 불러왔고 덕분에 읽다가 지인들한테 퍼다 나른다고 더 바빴던 책이기도 했다. 말재간이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은 이렇게 만들어놓은 문장들이 신기하고 재밌다.

 

 

 

 

 

1.

카카오 세 번째 친구는 튜브다. 내가 기억하기론 얘가 화가 주특기였던 것 같은데 (그만큼 자주 카톡 대화방에서 자주 남발했었다) 첨부터 버럭이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는 강단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잘 돌아보라. 싫으면 싫다고 강하게 내뱉은 적이 있는지.~~ 난 거의 없는 것 같다.ㅜ.ㅜ

 

좋은 말을 듣지 않고 사는 것은 큰 문제,

좋은 말을 듣기 싫게 하는 것은 더 문제.

정말 가까이에 이런 분 계신데. 정말 미칠 것만 같다.

 

 

2.

그러면서 한마디 더 한다. 끝까지 참으면 참다가 끝난다고. 그렇지. 참다가 늙어서 다 병으로 끝나지. 진짜 주변에 참다가 말년에 고생하신 분 여럿 봤으니 참는 것! 이건 위험한 거다. 내가 참고 말지 와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은 정말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다. 그러니 참는 거 주특기로 삼지 말자.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지만,

하기 싫은 일을 이렇게나 많이 하면서 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할 수 없지. 어른이라면 하기 싫은 일도 하면서 사는 거지. 앞으로 하기 싫은 일들을 버려가는 게 진정 미니멀라이프리라.~~^^

 

3.

이젠 더 신경질적이다. 위로해달라고 한 적 없다고 짜증만 땅이시다. '누가 위로해 달래?'라고 쏘아붙여본 역사가 없어서 이건 어떤 상황에서 써먹어야 하는 말인가 좀 고민했다. 이건 좀 심정이 배배 꼬이게 되면 이런 말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막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 실드도 적당히 쳐놔야 내 맘이 덜 다치니까.

 

남이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남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있는 것뿐.

왜 다들 이 사실을 간과하고 사는 걸까. 현수막 걸어두고 싶은 문장이네.

 

 

4.

그렇게 톡 쏘고 제자리로 돌아오면 조금 차분해짐과 동시에 내려놓게 된다. 너무 내려놓을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인생을 회피하거나 도피하고픈 맘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생은 반품하겠다는 말에서 왜 난 씁쓸함이 느껴지는 걸까.

선택은 힘들다.

지금의 내가 감당해야 하니까.

후회는 두렵다.

나중의 내가 견뎌내야 하니까.

그래도 해야 한다. 인생은 선택과 후회의 연속이니까.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후회를 낳더라도. 그거라도 안 하면 반품할 인생도 없을 테니까.

 

 

5.

그래도 인생을 힘내어 살지 말지 결정은 내 몫이다. 나 자신에게는 조금 관대한 것이 본성이니 잘못되더라도 남 탓하며 억울해 하는 편은 줄어들 테니까.

돌아보면 그 잘못 살았던 시간도 남 탓하며 원망하며 살았던 적이 있었다. 지울 수만 있다면 어느 과거의 시간들을 뭉텅이로 떠서 다 지워버리고 싶기도 했다. 힘들었다고 여긴 그 순간을 찬찬히 따져보면 힘든 것보다 그 힘듦을 견디지 못한 내가 더 창피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의 나도 나였음을 인정하기에 조금 인새

생에 대해서 관대함도 생겨난다.

 

점점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게 된다.

말을 해도 소용없단 걸 알게 되니까.

요즘 내가 그렇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계속 징징거려봐야 나만 힘들다는 걸 이젠 안다.

 

 

6.

그리고 우리는 다시 삶에 당당해지기만 하면 된다. 미친 오리는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정신이라면 강해질 수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와 황당함의 연속인 인생이지만 이제는 유머러스한 자세로 바라볼 수 있다.

 

노는 게 지친 게 아니다.

돈이 다 떨어진 것일 뿐.

지인들의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 표어! ㅋ 하나같이 자기 얘기라네. 물론 나~~~~도~~^^

튜브 스타일을 대충 파악했다면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 고민해보길. 튜브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면 꽤 괜찮은 어록들로 위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삶은 도망친다고 또망치는게 아님을 잘 새기며 살자.

 

p.s) 전반적으로 이제까지 출시된 세 권이 비슷한 느낌이다. 이대로라면 맨 마지막 캐릭터를 장식할 작가분 부담이 점점 커질 듯.

 

 

어머! 이건 요새 부쩍 공감하는 건데. ㅎㅎ 아끼는 것보다 잘 쓰는 게 중요한데 이마저도 어려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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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미술관 - 그림 속 숨어있는 이야기,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문하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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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하면 집의 숨은 공간을 의미한다. 오래된 먼지가 쌓여 있긴 하지만 집의 역사가 숨어있기도 하고 물건 정리를 하다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발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내 기억 속 다락방도 그렇다. 어린 시절 다락방에서 오래된 앨범을 들춰보거나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물건들을 찾아내는 일들에 꽤 즐거움을 느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니 왜 다락방 미술관인지 알듯했다. 마치 그림 속 숨어 있는 이야기를 발견해가는 과정이 그때 그 시절과 닮아있는 듯했다.

 

먼저 저자의 이력을 보면서 참 부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미술사 책을 읽으며 미술사를 전공할껄하며 후회한 적이 있었다. 살면서 그때의 마음은 흐릿해졌지만 최근 다시 그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계기가 반 고흐 전시회를 다녀온 뒤부터였다. 그 뒤 미술사 관련 책을 사 보기 시작했고 한 달에 한 번은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다니고 있다. 유명한 명화뿐 아니라 현대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그림 그 이상의 것들이 궁금해졌다. 그림 속에 깃든 배경과 화가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면 무수한 감정들이 교차한다. 사람은 죽어도 예술은 영원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고 한 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 시대가 정말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 책은 미술 초보자들도 편하게 볼 수 있다. 우선 저자의 글들이 참으로 편안하다. 한편의 그림에서 우러나는 저자의 깊이 있는 생각들로 인해 그림에 더 애착이 생긴다. 조반니 벨리니의 <순교자의 암살>이나 대 피터르 브뤼헐의 <이카로스의 추락>을 보며 현대인의 무관심과 별반 다름없음을 얘기할 때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타인의 불행에 민감해져야 하지 않을까.

이 작품들은 주변을 무심히 표현함으로 역설적이게 냉혹한 현실의 섬뜩함을 보여준다. - p. 57

 

그렇듯 그림과 저자의 생각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어 지루하지 않고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예전에 다른 책에서 보았던 그림들을 다시 보면서 흐려진 기억을 떠올려도 보고 새로운 그림에 다시 매료되기도 했다. 우선 역사를 좋아한다면 그림에 얽힌 사연도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다. 많은 작품들을 추려내기 쉽지 않았겠지만 르네상스부터 현대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 위주로 소개하고 있다. 어려운 용어는 되도록이면 피하고 작품에 몰입하기 쉽도록 작품과 화가의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소개되고 있는 화가만도 총 28명이다. 미술작품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절반 이상은 들어본 인물들이기에 금방 읽힌다.

 

작품보다 화가의 인생에 더 관심이 쏠린 경우도 있었다. 제일 처음 등장하는 젠탈레스키의 작품을 보며 그녀가 느낀 분노와 울분을 느낄 수 있었고, 자식과 아내를 모두 잃어버린 슬픈 예술가의 자화상을 보니 렘브란트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콜비츠 또한 자식과 손자까지 전쟁에서 잃어버리는 아픔을 겪는다. 전쟁을 반대한 그녀의 외침이 오래도록 지켜졌으면 좋겠다.

 

 

 

반 고흐는 지난 전시회에서 많은 작품과 그의 인생 이야기를 만나보았었기에 복습하는 기분으로 읽어내려갔었다. 고희와 고갱의 두 작품을 비교해 보아도 두 사람의 내면의 차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에드워드 호퍼는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빛 혹은 그림자]라는 책으로 알게 된 작가인데 호퍼의 그림을 소재로 한 이 책이 더 궁금해진다. 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몸뚱이를 본 순간 그녀가 그림이 아니었다면 살아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여성화가 나혜석의 자화상에서 바라본 쓸쓸한 외침과 비참한 말년에 가슴이 아팠다.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는 말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지만 작가의 다른 작품은 거의 본 적이 없는데 그의 작품 <회화의 기술>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찬찬히 들여다보며 얼마나 공을 들인 작품인지 느낄 수 있었다.

일리야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이 작품은 여러 미술 관련 서적에 언급이 되어있고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한데 벌써 제목에서부터 슬픔과 아픔, 그리고 환희 등 온갖 감정이 교차한다. 다시 보아도 가슴에 깊이 남는 그림이다.

 

 

 

 

에곤 실레편에서 예술과 외설 사이에 관한 글을 보니 얼마 전에 본 <시몬과 페로>에 대한 블로그 글이 떠올랐다. 딸의 지극한 효심보다 솔직히 불쾌감이 먼저 든 것이 사실인데 예술작품이라고 불리는 작품 중에도 이런 분위기가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예술작품에서 성(姓)은 피해 갈 수 없는 주제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으며 그것은 해석하는 사람의 주관에 맡겨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작품을 대한 여러 궁금증도 풀어내고 있는데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가 있는 정물>을 보며 그가 어떻게 현대 미술의 아버지로 불리게 되었는지, 샤갈의 [그녀 주위에]라는 그림에 왜 자신의 고개를 거꾸로 그렸는지, 피카소가 왜 앙리 루소의 작품을 사게 되었는지, 모딜리아니의 인물들은 왜 눈동자가 없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작품들이 그 시대에는 외면받기 일쑤였고 외롭고 고독한 생을 살다간 예술가도 많다. 그래서 한시대를 풍미한 예술가든 음지에서 외면받던 예술가든 훌륭한 예술작품은 결핍에서 탄생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다. 물론 힘겨운 시대에 고달픈 인생길을 걷던 예술가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했지만 말이다.

모든 그림들이 다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는 없다. 내가 감동받은 작품이 다른 이에게는 별것 아닌 작품일 수도 있다. 다만 우리는 작품에 제대로 임하기 위해서는 화가의 인생을 들여다볼 자세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글을 읽다 그림을 찾아보게 한 점은 어떤 숨은 의도가 있는 걸까하면서 보긴하였지만 그래도 그림이 먼저 나오고 글이 시작되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덧붙인다. 그리고 그림이 많이 실려있지 않아 조금 아쉽기도 했다. 찾아보는 수고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덕분에 그림에 관한 다른 글들도 만나볼 수 있어 나쁘지 않았다. 또한 남성 위주의 예술세계에서 여성작가도 적절히 소개한 점도 맘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해당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으니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도움이 되겠다.

이 책은 그림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으로 보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본 뒤라면 "저런 건 나도 그리겠다!”라는 말을 아무렇게나 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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