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려나 서점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 온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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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기발한 생각이 돋보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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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나 홀로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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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거 끔찍한거 오싹한거 별룬데 한밤중에 혼자 읽고 있으니 서늘해진다.
드디어 밤이 지나갔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드디어 다 읽었다로 다가 옴.ㅎ

희수는 웃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희수는 아주 오랫동안 웃으며 살아 있음을 만끽했다. 드디어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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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눈이 온다 - 나의 살던 골목에는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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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이야기

오래전 이야기를 거의 끄집어 내지 않고 지냈다. 딱히 추억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어 보였고 굳이 옛날이야기를 꺼내고 싶지도 않았다. 현재를 살아내기에 바빴고 미래는 늘 불안했다. 게다가 과거는 전혀 나에게 위안이 될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과거도 충분히 위안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었다.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지면 지금의 내 모습도 충분히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꺼내놓은 53가지의 이야기를 앞에 두고 과거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나는 무엇으로 나를 채워왔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사람으로 남아야 할까.

 

가난

그녀의 어린 시절만큼은 아니지만 가난의 형태는 엇비슷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내 입으로 가난했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니면 가난을 부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의 글 곳곳에 드러난 가난의 흔적과 나의 어린 시절은 어딘가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빚쟁이를 피해 숨어있다거나 여섯 식구가 발 디딜 틈 없이 한방에서 뒹굴진 않았지만 잦은 이사와 셋방, 단칸방, 다락방 등의 단어 속에서 내가 머물렀던 자리를 떠올렸다. 기억하려 하면 할수록 더 희미해지지만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 않는 장면들도 더러 있다. 외로웠고 창피했고 두려웠던 순간들이 조용하고 감추고 소심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했다. 그래서 이십 대는 덜 여문 채 방황했고 결혼 후의 삼십 대는 다시 살아보고자 했다. 그리고 빨리 사십 대가 되고 싶었다. 사십 대가 된 지금 나를 다시 살게 해 준 것은 책이었다.

 

어린 시절을 넉넉지 않은 형편으로 죄다 사촌 언니 것을 물려받았다. 책도 그중 하나였다. 내 차례로 돌아온 책들은 대체적으로 상태가 좋지 못했다. 안 그래도 너덜거리던 책은 보고 또 보고 나면 표지가 떨어져 나가기 일쑤였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장화와 홍련, 소공녀, 피노키오 같은 책들이 그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도 반딱반딱한 새 책이 생겼다. 분명 바가지 귀인 엄마가 책 장사의 꼬임에 넘어가서 들인 책일 것인데 다름 아닌 백과사전이었다. 스무 권 남짓한 컬러 백과사전은 그야말로 신기한 내용투성이였다. 그런데 그 비싸고 좋은 책을 나는 학교 벽신문과 숙제한답시고 죄다 오려 놓았으니. 어느 날 엄마가 너덜너덜해진 책을 보며 버럭 하던 모습만 희미하게 남아있다.

 

저자는 지지리도 못난 가난 때문에 자신이 정말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아이였으면 했다. 어느 날 돈 많은 부모가 짜잔! 하고 나타나 자신을 데려가는 동화 같은 일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그처럼 그녀에게 책은 꿈이고 판타지였으며 현실을 피해 숨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못나도 울 엄마]라는 동화를 기점으로 현실을 자각하고 말았지만 그녀의 엄마가 호기로 지른 [세계명작전집]은 진정 책의 맛을 알게 된 터닝포인트가 된다. 우습지만 만약 울 엄마가 그때 백과사전이 아닌 세계명작이나 위인전을 샀었다면 나는 또 얼마나 달라져 있었을까.

 

하지만 내게도 터닝포인트가 된 순간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 책을 말하지만 내겐 글을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였다. 어느 날 사무실 홍보 글을 올리기 위해 지역 맘 카페에 들어갔다가 서평 모집 글을 보게 되었다. (난 이런 시스템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다) 무심히 응원합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한번 참여해보시라는 운영자의 댓글에 마음이 움직인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책을 읽고 쓰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운영자분 덕에 성취감이란 것도 맛보았고 문학을 통해 내적 성장도 해오고 있다. 내겐 보이지 않는 은인인 셈이다.

 

저자는 작가로서의 고민과 신념도 솔직하고 가감 없이 드러낸다. 문예지 심사를 보면서 한편도 허투루 보지 않았던 이유를 말할 때는 작가가 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피 땀 눈물까지 어루만져 주는 것만 같아 따스했다. 보잘것없는 글이라도 주옥같은 문장을 만나게 된다는 믿음은 글쓴이들에 대한 작은 배려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길이 상이라는 타이틀에 국한되어 있는 곳에서 성공이 아닌 성취를 기약하라는 저자의 한 마디가 거추장스러운 위로가 아님을 잘 안다.

삶이 고달플 때 희한하게 글이 잘 써진다는 저자의 말을 들으니 김영하 단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무엇에 홀린 듯 미친 듯이 타이핑을 한 후 인생작을 쓰게 되는 남자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어떤 영적인 힘으로 글이 너무나 잘 써지는 순간을 만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뭐 그것마저도 작가의 내공이자 숨은 능력이겠지만.

 

 

 

그녀의 오래된 골목을 지나 세 번째 골목에 이르렀을 때 나는 비로소 지금의 내 자리가 보였다. 아이는 다시 나를 성장하게 한다. 특히 아이와 텃밭을 가꾸며 배운 삶의 교훈도 뼈 때리지만 식물을 키우는 것과 자식 교육을 빗댄 부분은 작가와의 닮은 구석을 찾아낸 것만 같아서 좋아졌다. 텃밭을 가꾸고 식물을 길러본 잠깐의 경험이 모든 순간을 대변할 수 없겠지만 전혀 해보지 않은 자보다 조금이라도 해 보았기에 그것마저도 귀한 것임을 나도 안다.

아이를 키우며 부딪히는 고민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아이와 스마트폰과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이집 저집 너 나 할 것 없는 이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을 조금 바꿔보려 한다. 어떻게든 규제만 하려고 했던 마음을 조금 달리해보아야겠다. 주어진 환경을 주도적으로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게 아이들을 좀 더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디지털 세대이지 않은가.

아이에게 뭐가 되고 싶어? 보다 뭐가 하고 싶어?라고 물어야 덜 답답하다. 요즘은 꿈보다 현실이다. 당장 아이의 꿈보다 밥벌이가 되는 일에 더 신경을 써 주어야 정답인 것만 같다. 그런데 조금 부끄럽고 미안해진다. 나도 이루지 못한 꿈이었고 지금 꾸는 꿈도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도 꿈이 많았다고 회상한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왜 특출나게 잘 하는 것 없이 문어발식으로 적당히 잘하면 뭘 모르는 어린 시절에는 대단한 착각도 하는 법이니까. 노래 하나는 곧잘 했기에 자연스럽게 가수가 되는 줄 알았고 그림도 곧잘 그렸기에 디자이너가 되고자 했다. 하지만 노력 없는 오만! 그것이 내 인생의 첫 실패였다. 저자처럼 꾸었던 꿈도 삶의 전부라고 여기면서 삶을 견뎌보았더라면, 꼭 그것이 내 신분증이 되지 못해도 품어두기만이라도 할 것을 싶은 생각도 든다.

정작 나는 그래놓고 아이들에게는 꿈에 대해 자꾸만 묻고 또 묻는다. 한심했던 이십 대를 내 아이가 밟게 될까 염려되는 맘보다 무시하는 태도로 물었다는 자각에 심하게 부끄러워진다. 자꾸만 묻지만 말자. 꿈이란 성공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고 그 꿈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는 사실을 아이와 함께 고민해야겠다.

 

 

 

 

 

산문의 매력은 진솔함이다.

'개천에 살았던 적이 있다'보다 '나는 한 번도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다'라는 저자의 고백이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나는 그런 고백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집이 주는 안락함을 포기한지도 오래니 상금 때문에 시상식을 알리지 않은 이유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를 이해하는 데는 부모가 살아온 시간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저자와 반대로 아빠를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던 나는 엄마와 한 지붕 아래서 지내는 동안 아빠에 대한 분노가 조금 녹긴 했다. 그렇게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보내버리고 나자 화해와 용서는 미제로 남아버렸지만 그때 나는 정말로 부모님을 몰랐다. 부모라도 온전히 그들을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려고 노력은 해야겠다.

 

우리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누군가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첫마디는 '나는 너를 모른다'여야 할 것이다. -p.46

 

네 번째 골목으로 들어서서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고민했다. 사회의 매몰참에 구겨진 마음이 요구르트 아줌마의 쪽지 한 장에 펴지는 순간 그 온도가 얼마나 따뜻했을까. 소외와 편견에 상처받은 이들의 이야기는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들어 올려 주었고, 크리스마스 때마다 듣고 부르던 '울면 안 돼'라는 노랫말을 왜 한 번도 부정한 적 없었나를 다시 생각했다. 울면 선물을 안 주는 것이 아니라 실컷 울고 난 이들에게 선물을 건넬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니까.

 

눈 내리는 소리가 마치 어느 시구절처럼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로 들린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을 보며 나의 삶의 좌우명도 I'm fine인데!라고 중얼거렸다. 괜찮으려고 애쓰는 시간이 아닌, 정말 괜찮은 순간들이 나의 중심을 잡아주기를 바라며 한 번 더 중얼거려본다.

I'm fine.^^

 

마음을 낮추면 세상 모든 만물은, 그 안에 깃든 마음은 다 괜찮아질 수 있다. 나는 우선 그것만으로도 고맙다. -p.60

 

그녀가 살던 골목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똑같은 칸들이 켜켜이 쌓인 아파트가 서 있다. 누구나 익숙한 것에 멀어지고 그리고 낯선 길 위에서 다시 익숙하여 애쓰며 살아간다. 이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것들에서 외로움을 온전히 떨쳐내기란 힘들 것이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나도 오래전 살던 집을 찾아 골목을 헤매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렇게 헤매다 깨고 나면 희한한 안도감이 젖기도 한다. 여기가 세상의 종착역인 것처럼.

 

누군가의 참 괜찮은 추억이 나의 케케묵고 해묵은 기억에 스며들었다. 그것은 또 다른 치유였다. 내가 살아온 자리도 돌아보면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을 곱씹으며 나도 그렇다고 믿으며 살아야겠다. 그렇게 나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해 준 그녀의 하루도 늘 괜찮았으면. 그리고 그 골목 어딘가에서 또 다른 삶의 결을 만들어가고 있는 많은 이들의 겨울에도 올해는 참 괜찮은 눈이 내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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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하루 - 어제처럼 오늘도, 알콩달콩 노닥노닥
미스캣 지음, 허유영 옮김 / 학고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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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정말 미스테리한 순간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기묘한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을 뺏기게 된다. 인생의 3분의 2는 꿈꾸느라 바쁘고, 작은 소리에도 놀라 나자빠지면서도 움직이는 것에는 상당히 예민하고, 그루밍하다 멈칫 한순간 혀라도 내밀고 있다면 집사는 그 귀여움에 까무러치게 된다. 오라면 가고 가라면 무시하는 밀당의 고수. 고양이! 그래서 고양이는 여러모로 다양한 소재가 되어 사랑받고 있다. 개보다 고양이 관련 도서가 더 많은 이유도 그 앙증맞은 외모와 미스테리한 면모 덕에 여러가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낼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미스캣은 세상 사람 모두가 고양이를 사랑하면 좋겠다는 꿈을 갖고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어쩜 내 마음과 그리도 똑같으실까. 그래서인지 고양이 한 마리 한 마리에 애정이 묻어난다. 앙증맞은 고양이의 일상에서 평온한 인간의 일상을 꿈꾸게 되고 그래서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이 든다.

 

책장을 넘기며 고양이들의 표정을 살피는 것도 즐겁고 디테일한 몸짓과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시선이 멈춘다. 미치 고양이 나라에 온 듯 정감 있는 그들의 일상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끌어모아 힐링하는 기분으로 보았다.

 

 

 

저자는 인간의 삶을 바탕으로 하였으나 더 유쾌하고 정겨운 고양이의 일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일터, 일상, 놀이 등 여러 장면들을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이 느긋한 냥이들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꾹꾹이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놈들답게 마사지라는 직업은 정말 안성맞춤인듯하고 한 번씩 우다다하며 설치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물리치료사라는 직업도 어울린다.

 

그림을 보면 키우는 냥이들과 오버랩되어 마구마구 상상하게 되니 더 재밌다. 어느 장소에서 나 잘 널브러져 있고 호기심이 많아 뭔가를 잘 뒤진다거나 혀로 할짝거리는 모습은 참으로 비슷하다. 물을 싫어하는 녀석들이지만 목욕탕 장면은 참으로 낯설지만 우습다.

 

고양이 양장점, 고양이 극장, 야옹야옹 빙수, 철판구이 식당처럼 나름 상상력을 발휘해야 되는 장면도 있지만 나무를 오르고 지붕 위나 난간에 대자로 널브러져 있는 모습과 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장기판이 벌어진 장면이나 툇마루에 앉아 수박씨를 입으로 던지는 냥이의 모습도 친근하다.

 

한때는 상류층 사람들에게 사랑을 독차지한 적도 있었고 많은 예술가들의 모델이 되어주기도 하며 사랑받았던 동물이었지만 지금은 주택가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하여 너무 마음이 아프다. 사랑스러운 그림처럼 좀 더 너그러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골목곳곳을 느긋하게 걸어다니는 기묘한 고양이의 세상을 들춰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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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요리사 2 - 유령의 탄생과 유령 사냥꾼 시끌벅적 어린이 환상 특급 2
레디시아 코스타스 지음, 빅토르 리바스 그림, 김정하 옮김 / 분홍고래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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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은 무섭지만 유령 이야기는 좋아한다. 아이들 책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소재이기도 해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유령 요리사 1_산 자와 죽은 자의 레시피에 이어 두 번째 시리즈인데 그림이 제법 우스꽝스럽지만 괴기스럽기도 하다.

 

우선 이 이야기가 두 번째 이야기라서 첫 편을 읽지 않고 봐도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2편만 읽어도 방해되지 않는 스토리다.

표지를 보면 관속에 있는 여자아이가 있다. 맞다. 그 죽은 아이가 주인공이다. 아이의 이름은 에스메랄디나. 하지만 죽은 후 이름은 열꽃 소녀다. 이유인즉 죽은 뒤에는 죽은 이유로 이름이 정해지는데 에스메랄디나는 열병에 걸려 죽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부모님과 할머니는 큰 호텔의 식음료팀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아이는 그들을 무척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했다. 그랬기에 아이는 갑작스러운 죽음에 가족 곁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그런 아이 앞에 나타난 해골 유령은 아이를 데려가려고 온 흡연 기사다. 하지만 가족 곁에 남고 싶어 하는 아이는 호텔에 남겠다고 한다. 흡연 기사는 아이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여린 면을 지니기도 해서인지 아이가 죽음을 받아들이게 될 때까지는 기다려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유령을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흡연 기사가 떠나기 전 아이는 흡연 마차에서 본 유령들을 보며 화들짝 놀란다. 그들의 몰골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흉측하다. 그리고 죽음을 조금씩 받아들이자 아이의 몰골도 조금씩 변해간다. 진정한 유령으로 거듭나는 것일까.ㅋ 머리가 삐죽 서고 얼굴이 퍼레지는 것이 점점 유령처럼 보인다. 하지만 유령이 되어 가족을 보는 일이 편치만은 않다. 호텔 지배인이 부모님에게 함부로 구는 것도 참을 수 없지만 처음 보는 낯선 유령들로 인해 정신이 없다.

 

하지만 떠돌이 거미 공포 양을 만나게 되고 함께 하게 되니 외로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공포 양의 말투가 조금 우스꽝스러운데 초등 딸은 뭐라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ㅎㅎ

 

 

 

 

죽은 뒤의 세상은 산 자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먹는 것도 쓰레기통을 뒤져먹고 슬슬 나는 법이나 건물 통과하기, 산 사람과 소통하기 등 난이도 있는 것들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정말로 용감해져야 한다. 이젠 정말 혼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호텔로 찾아온 유령들을 보니 죽은 이유에 따라 꼴이 천차만별이다. 그림들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핼러윈데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호텔은 이미 유령들로 꽉 차려 하고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더해져 호텔은 위기를 맞는다. 열꽃 소녀가 자칫 잘못 행동하면 부모님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굴린다.

때마침 호텔은 유령 소동으로 시끄럽기 시작하고 퇴마사가 오게 된다. 만약 성공하게 된다면 열꽃 소녀도 영원히 이곳을 떠나야 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맘 편히 이 세상과 작별하고 떠날 수 있을까.

 

죽음은 슬프다. 그리고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 죽은 뒤의 세상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 의문을 가진다. 정말 죽으면 그것으로 끝일지, 아니면 죽은 사람들이 사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건지, 아니면 천당과 지옥이 있어 심판을 받는 건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기에 그만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죽음이 슬픈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떠나는 이보다 남겨진 이들은 상실의 아픔을 잘 다독이며 살아야 한다. 에스메랄디나는 그 경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든 알리며 부모님에게 안심시킨다. 그리고 가족을 지켜나가는 과정에서 차츰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과정이 씩씩하고 애잔하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통해서 삶과 죽음에 관한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제목은 유령 요리사인데 이 책은 유령 요리사의 레시피는 보이지 않고 할머니의 레시피가 보였다. 할머니의 보물이자 그녀가 무덤까지 가지고 갔던 요리책이었지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어떤 요리가 될지 도전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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