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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요리사 2 - 유령의 탄생과 유령 사냥꾼 ㅣ 시끌벅적 어린이 환상 특급 2
레디시아 코스타스 지음, 빅토르 리바스 그림, 김정하 옮김 / 분홍고래 / 2019년 10월
평점 :

유령은 무섭지만 유령 이야기는 좋아한다. 아이들 책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소재이기도 해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유령 요리사 1_산 자와 죽은 자의 레시피에 이어 두 번째 시리즈인데 그림이 제법 우스꽝스럽지만 괴기스럽기도 하다.
우선 이 이야기가 두 번째 이야기라서 첫 편을 읽지 않고 봐도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2편만 읽어도 방해되지 않는 스토리다.
표지를 보면 관속에 있는 여자아이가 있다. 맞다. 그 죽은 아이가 주인공이다. 아이의 이름은 에스메랄디나. 하지만 죽은 후 이름은 열꽃 소녀다. 이유인즉 죽은 뒤에는 죽은 이유로 이름이 정해지는데 에스메랄디나는 열병에 걸려 죽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부모님과 할머니는 큰 호텔의 식음료팀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아이는 그들을 무척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했다. 그랬기에 아이는 갑작스러운 죽음에 가족 곁을 쉽게 떠나지 못한다. 그런 아이 앞에 나타난 해골 유령은 아이를 데려가려고 온 흡연 기사다. 하지만 가족 곁에 남고 싶어 하는 아이는 호텔에 남겠다고 한다. 흡연 기사는 아이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여린 면을 지니기도 해서인지 아이가 죽음을 받아들이게 될 때까지는 기다려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유령을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흡연 기사가 떠나기 전 아이는 흡연 마차에서 본 유령들을 보며 화들짝 놀란다. 그들의 몰골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흉측하다. 그리고 죽음을 조금씩 받아들이자 아이의 몰골도 조금씩 변해간다. 진정한 유령으로 거듭나는 것일까.ㅋ 머리가 삐죽 서고 얼굴이 퍼레지는 것이 점점 유령처럼 보인다. 하지만 유령이 되어 가족을 보는 일이 편치만은 않다. 호텔 지배인이 부모님에게 함부로 구는 것도 참을 수 없지만 처음 보는 낯선 유령들로 인해 정신이 없다.
하지만 떠돌이 거미 공포 양을 만나게 되고 함께 하게 되니 외로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공포 양의 말투가 조금 우스꽝스러운데 초등 딸은 뭐라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ㅎㅎ


죽은 뒤의 세상은 산 자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먹는 것도 쓰레기통을 뒤져먹고 슬슬 나는 법이나 건물 통과하기, 산 사람과 소통하기 등 난이도 있는 것들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정말로 용감해져야 한다. 이젠 정말 혼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호텔로 찾아온 유령들을 보니 죽은 이유에 따라 꼴이 천차만별이다. 그림들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핼러윈데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호텔은 이미 유령들로 꽉 차려 하고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더해져 호텔은 위기를 맞는다. 열꽃 소녀가 자칫 잘못 행동하면 부모님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굴린다.
때마침 호텔은 유령 소동으로 시끄럽기 시작하고 퇴마사가 오게 된다. 만약 성공하게 된다면 열꽃 소녀도 영원히 이곳을 떠나야 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맘 편히 이 세상과 작별하고 떠날 수 있을까.
죽음은 슬프다. 그리고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 죽은 뒤의 세상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 의문을 가진다. 정말 죽으면 그것으로 끝일지, 아니면 죽은 사람들이 사는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건지, 아니면 천당과 지옥이 있어 심판을 받는 건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기에 그만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죽음이 슬픈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떠나는 이보다 남겨진 이들은 상실의 아픔을 잘 다독이며 살아야 한다. 에스메랄디나는 그 경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든 알리며 부모님에게 안심시킨다. 그리고 가족을 지켜나가는 과정에서 차츰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과정이 씩씩하고 애잔하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통해서 삶과 죽음에 관한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제목은 유령 요리사인데 이 책은 유령 요리사의 레시피는 보이지 않고 할머니의 레시피가 보였다. 할머니의 보물이자 그녀가 무덤까지 가지고 갔던 요리책이었지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어떤 요리가 될지 도전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