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초의 수렴청정 정희왕후 여성 인물 도서관 1
이규희 지음, 이로우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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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여성들의 사회활동이나 목소리가 자유로운 시대다. 여성 정치인은 물론이고 영향력 있는 여성 CEO도 많다. 하지만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면 뛰어난 여성 인물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특히나 조선시대 유교사상은 여성들의 적극적인 활동에 걸림돌이었다. 그럼에도 뛰어나고 특출난 여인들은 그러한 차별과 불평등한 대우를 이겨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렇기에 남성 중심의 역사 속에서 주어진 소명을 다한 여인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조선왕조 500년. 태동태세문단세 라고 흥얼거리며 조선왕조 계보를 외운 기억을 끄집어 내어 세조 때로 다시 돌아가 본다. 책 표지 기품 있는 정희왕후를 기억해 보기 위해서 말이다. 수양대군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그리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그랬기에 정희왕후의 삶에 대해서는 그리 아는 바가 없다. 마침 만화로 된 조선왕조실록을 뒤적여 보아도 정희왕후의 등장이 짧다. 대체 이 여인의 어떤 점이 특출났기에 여성 인물 도서관의 첫 번째 주인공이 되었을까.






인물 소개만 보면 정희왕후의 삶에는 희로애락과 기승전결의 굴곡이 심해 보인다. 열한 살에 제 짝을 만나 좋은 시절을 보낸 듯 하나 가족의 죽음이 그녀를 불행으로 내몰고 만다. 허나 정희왕후는 역경에 휘둘리지 않고 정신을 바짝 차려 조선 최초의 수렴청정이라는 업적을 남기게 된다.

역사 동화에서 인물을 그릴 때 주요한 사건보다는 인물의 에피소드를 기준으로 짚어 나가며 사건을 이해하는 편이 더 흥미롭다. 이 책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걸맞게 정희왕후의 어린 시절과 두드러졌던 행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녀의 운명을 뒤바꾼 결정적 요인은 당차고 쾌활한 성격이지만 어떤 자리에 있든 어떤 순간이든 도리를 다하는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반면 세조에게 갑옷을 내밀 때는 진정 야심가의 면모도 보인다.

세조의 잘못이 낳은 결과는 처참했다. 정희왕후의 올곧은 내조에도 세조의 오만방자를 막을 수는 없었다.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비극의 세월을 지나는 동안 정희왕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불공을 드리며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넋을 기리는 것뿐이었다. 더군다나 예종의 죽음 앞에서는 한시라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정희왕후는 슬픔을 거두고 새로이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나였다면 권력 암투에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조정에서 뛰쳐나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정희왕후는 강단이 세고 심지가 굳은 여인임에는 틀림없다.






시대가 정희왕후에게 기회를 주었다면 정희왕후는 그 어떤 이보다 그 기회를 잘 이용했다. 그녀의 성품을 믿었기에 대신들 역시 믿고 따르지 않았을까. 정희왕후는 앉아서만 하는 정치가 아닌 직접 나서서 서민들의 삶도 살폈다. 수렴청정을 하는 동안에도 성종이 성군이 될 수 있게끔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일에만 신경을 썼다. 진정 현명하고 바른 정치인의 표본이 되는 사건은 그 뒤에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 정치인들이 더욱 본받아야 될 자세가 아닐까 싶다.

정희왕후야말로 그림자로 머물다 빛이 된 여인이다. 그녀가 중심을 잡지 않았다면 조선 역사에 또 한 번의 참혹한 비극이 있었을지도.






독후활동지를 보면서 정희왕후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는 지문들을 읽다가 정희왕후에 대한 이야기를 더 찾아보았다.

그녀의 성품은 집안 내력으로 보인다. 집안 대대로 구설수가 없었다고 하는 점에서 말이다.




이번 도서에서 준비한 굿즈는 한복 카드다. 신년에 쓸 일이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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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편지 숨 쉬는 역사 14
윤자명 지음, 김주리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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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숨쉬는 역사 14번째의 시대적 배경은 근현대사다. 역사가 낯설고 지루한 아이들은 여기까지 오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반드시 알고 지나야 하는 중요한 지점임에도 말이다. 역사 속에 등장하는 낯선 용어와 어려운 단어들도 한몫하지만 역사적 사실에만 치중하다 보면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역사 동화는 그런 부분보다 아이의 관점에서 보고 느끼게끔 도와준다. 그렇게 접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그 시절을 이해하고 현재 우리의 모습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1979년은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절이다. 그렇지만 지금 나조차도 멀게 느껴지는 건 대한민국의 초고속성장 때문일 것이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생소할 것이 너도나도 가난하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생활상은 명호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형편은 큰형 학비로 인해 늘 빠듯하다. 명호의 둘째 누나는 공부를 잘했음에도 중학교 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명호 역시 그래야 할지 모른다. 크레파스 색깔이 없어 반공 포스터는 엉망이 되고 닭백숙이 먹고 싶어도 대학생인 큰형이 와야만 먹을 수 있다. 육성회비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퍼붓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쫓겨가던 시절이었다. 

당시 정부는 경제발전을 이루고자 너도 나도 잘 살아보자는 취지 아래 '새마을 운동'을 강제했고 반공정신을 부추기며 기강을 잡으려 했다. 게다가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게 하여 유신헌법의 정당성을 세뇌시키고 있었다. 명호가 그토록 열심히 준비했던 웅변대회도 그런 취지와 맞물려 있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지만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이 자유는 그저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던 명호의 큰 형과 서울에서 공장을 다니는 둘째 누나의 소식이 끊어지자 가족들은 슬슬 걱정에 휩싸인다. 이유인즉 동네에서 들려오는 안 좋은 소식 때문이다. 서울 다니던 동네 형이 데모를 하다 경찰에 붙잡혀 갔고 뉴스에서는 반동분자니 뭐니 무서운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족들의 걱정은 불안감으로 바뀌고 참다못한 명호의 엄마가 길을 나선다. 허나 명호가 부산으로 향하게 되고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형을 만나게 되는데.

나라는 한 개인이 독단적으로 통제하고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유신헌법이 좋은 것인 줄로만 알고 있던 국민들은 그만큼 교육수준이 낮았다. 그랬기에 왜라는 의심을 품을 수조차 없었다. 그만큼 생각에 갇히면 위험하다. 나라는 국민 스스로가 개혁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명호는 소식이 끊어진 형을 찾으러 간 현장에서 그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명호가 언젠가 부치게 될 편지는 그런 미래를 위한 믿음과 희망이다.







부마 민주 항쟁(1979년 10월)은 민주이념을 계승한 민주 항쟁의 하나다. 박정희 독재에 반대한 학생들과 시민에 의한 반정부 항쟁이었다. 부당한 권력에 항의하고 싸우지 않았다면 여전히 누군가의 통제와 감시 아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명령과 복종으로부터 깨어나려면 교육이 절실하다. 지금도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며 싸우는 나라들이 많고 심지어 한국 민주주의 운동을 거울삼는 나라도 있다. 그 사실만 보아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과 의식수준이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어 뿌듯한 일이다.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명호가 방학숙제를 제대로 못해 쩔쩔매는 모습에 옛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어쩜 그리 나랑 비슷했을까. 탐구생활조차도 제대로 못해서 벼락 치기를 하고 못다 쓴 일기를 거짓으로 꾸며대느라 애쓰던 그때가 그립기까지 했다. 나와 다른 점이라면 명호는 정말로 씩씩하고 속 깊은 녀석이라는 거다. 나라면 무서워서 혼자 부산으로 갈 생각조차 못 했을 텐데. 명호에게서 용기를 배웠다. 다급해진 형이 명호에게 '빨리', '빨리'를 말하던 모습을 보며 어쩌면 대한민국의 '빨리'문화덕에 민주주의 꽃도 일찍 핀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청어람주니어 블로그에서 독서학습지를 다운받을 수 있다. 민주화 운동을 살펴보면서 조금은 진지하고 깊이 있는 생각을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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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2
헨리 제임스 지음, 최경도 옮김 / 민음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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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브]를 통해 알게 된 헨리 제임스. 그의 소설 <비둘기의 날개>를 찾다 <나사의 회전>이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유령 소설이자 심리소설이란 문구가 강렬하게 나를 끌어당겼는데 무엇보다 독자들의 다양한 반응이 흥미로웠다.

나사의 회전은 헨리 제임스의 나이 55세에 발표된 소설이다. 그렇다면 제목 "나사의 회전"은 무엇을 의미할까. 8페이지에 이런 문장이 있다.

만약에 어린아이 한 명이 나사를 한 번 더 죄는 효과를 가져온다면, 어린아이가 두 명일 때는 어떻게 되겠어요? ​

중세의 건축물이 주는 분위기에서 소설적 상상력을 이끌어 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고딕소설이다. 시골에 자리 잡은 고립된 대저택과 오래된 탑, 한적한 호수 등은 유령이 출몰하기에 그럴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에서 많이 본듯한 장면들인데 이 소설의 영향을 받은 작품의 수가 꽤나 검색이 되었다. 영화 <디 아더스>나 최근작 <더 터닝>을 헨리 제임스가 보았다면 꽤나 만족스러워할듯하다. 소설의 등장인물은 고작 넷, 그리고 실체가 모호한 두 명의 유령이 전부임에도 소설의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모호한 공기는 유령의 등장으로 극대화되지만 가정교사와 아이들 간의 신경전에서 오는 공포감도 만만치 않다.

삼촌의 두 아이를 부탁받는 가정교사는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가정교사가 죽은 지 이십여 년이 지난 후 당시 그녀가 남긴 경험담이 더글러스라는 인물에게 전해지는 것으로 등장하다 보니 객관성을 따지기가 모호하다. 어디까지나 가정교사 본인이 생각하고 추측하고 단정하고 결론을 지어버린 이야기이므로 유령의 존재까지도 의심이간다. 그랬기에 단서뿐인 모호한 설정은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밖에 없었고 복잡한 인간 심리에 심취하게 된다.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들은 상반된 두 시선으로 인물 간의 관계도를 설정할 것이다. 어린아이의 사악함과 영웅적인 가정교사 혹은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함과 정신분열증이 있는 가정교사로.

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엔 문장 곳곳에서 발견되는 단서들로 내내 혼돈이 온다. 심지어 그 더글러스라는 인물의 실체와 이야기에 제목을 붙인 나의 존재까지도 의심투성이다. 제일 궁금증을 증폭시켰던 건 마일스가 퇴학을 당한 이유였지만 피터 퀸스와 제셀양의 관계와 어떤 일에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삼촌의 의중 등 대저택에서 풍겨오는 그 어떤 것도 심증만 있을 뿐 명확한 진실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녀가 보았던 유령의 실체를 그로스 부인도 확인해 주었을 땐 유령의 실체를 믿을 수밖에 없었고 과거의 좋지 못했던 일들이 현재의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음이 보인다. 한편으로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나고 자란 가정교사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사고가 짙고 책임의식도 강하다. 어쩌면 자연의 섭리를 너무 믿은 나머지 자신이 이곳에서 선장 노릇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간단히 말해 내가 완전한 침몰을 면하기 위해 키를 움켜잡았던 것이다. -제22장) 어쩌면 지나친 애착으로 허황된 집착의 늪에 빠진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게다가 마일스와의 이성 구도는 은근 거슬린다. 마일스와의 대화 내용에서 느껴지는 줄다리기는 뭐랄까. 이성에게 호감을 품은 남녀 사이의 대화 같다고나 할까. 단언하는 가정교사보다 마일스가 그녀를 떠보는 방식이 영악해서 소름이 돋는다. ​

물론 그 무엇도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녀가 정말로 유령과 아이들 사이에서 심리전을 벌인걸 수도 있고 영매의 능력을 지닌 그녀가 유령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정신분열이 점점 심해지자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 놓여 버린 것일 수도 있다. 나역시 점점 이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그렇다면 나사의 회전은 어떤 의미일까. 8페이지의 문장만 보면 팽팽하게 조여오는 긴장감을 말한듯한데 책을 덮은 후에 드는 생각은 정신줄을 놓지 말라는 의미 같기도 하다. 소박한 인간 덕목의 나사 -p.183를 자주 죄야 할 것만 같다고나 할까.

워낙 여러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보니 번역가마다 원문을 해석하는 정도에 차이가 있어 보였다. 민음사 외 출판사의 책을 읽었던 지인들 덕에 이야기는 더 풍성해졌다. 원문에서 어쩜 그리도 다양한 문장이 나올 수가 있을까. 그리하여 나사의 회전은 독서모임용으로도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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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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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에서 얻은 위로는 뭘까.

Always라는 단어가 주는 기대감이 아니었을까. 나쁜 인간보다 선한 마음 쪽으로 기운 사람들이 항상 우리를 지켜준다는 믿음 말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운도 어쩌면 그러한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출발은 저 사람이라면 편의점 야간 알바를 맡겨도 괜찮을 것이라는 작은 믿음이었지만 그 믿음은 편의점과의 여러 인연들에 따스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무언가를 너무 작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동화스러워서 김이 새고 만다. 그러나 불편한 편의점에서 만난 이웃들에게는 하나하나 정이 간다. 어딘가 불편하고 이상한 독고 씨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 준 사람들. 그들로 인해 독고 씨는 제대로 보답을 한다. 그의 보답은 편의점 손님들의 불편한 사정을 그저 들어주고 챙겨주는 것.

미련 곰탱이에 '미련'이 떨어져 나간 독고 씨는 더 이상 자신의 인생을 더듬지 않아도 될 만큼 좋아진다. 더불어 주변인들의 삶도 변화가 생긴다. 독고 씨를 가르치면서 자신의 장점을 찾게 된 시현 씨, 삼각김밥과 편지 한 장이면 더 이상 속 터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된 선숙 씨, 위로라고 여긴 술 한 잔보다 옥수수수염차 한 모금에 담긴 진심을 알게 된 경만 씨는 행복의 눈물을 원 플러스 원만큼 흘린다. 능력의 한계에 부딪힌 인경은 독고 씨의 반전 인생 덕분에 뇌에 불이 다시 켜진다.

어디 그뿐이랴. 사장님의 골칫거리였던 아들 민식 역시 독고 씨 덕에 조금은 나은 인간으로 거듭나고 남의 인생이나 캐고 다니던 곽은 편의점 야간 알바로 새로운 시작을 연다.

그렇듯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나가야만 하지만 각자가 떠안은 고민거리와 문제들은 결코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Never 독고(獨考)

덧붙여 이기적인 욕심을 조금만 덜어내면 서로의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독고 씨는 다른 방식으로 숨을 쉬고 있다가 퓨즈가 꺼졌다. 그러다 분실물 수첩에 적힌 글귀에 삶의 불이 들어온다.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길을 다시 찾은 것이다. 그 길을 따라 하나둘 밝혀진 불은 그의 애씀의 결과였다.

부끄러움의 눈물을 흘리던 독고 씨를 보며 나는 또 의심을 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저런 눈물을 흘릴까 하는. 비꼬고 포기하고 낙담하던 마음들을 다시 추슬러본다.

All ways 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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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보다 더 힘센 것 더 나은 세상 1
안선모 지음, 박현주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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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의 일상은 어떠한가.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의 변이를 거듭해 6차 대유행이라는 위세를 단단히 드러내고 있지만 자유롭게 여름휴가를 떠나고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도 보러 간다. 코로나를 일상의 한 질병으로 떠안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다고도 할 수 있었던 그 혼돈의 시간을 지나는 동안 참으로 다양한 인간 민낯의 밑바닥을 보았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수반된 방역정책은 사망자를 최소화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지만 지나친 집단주의와 이기주의는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초기 방역정책 당시에도 개인의 인권침해와 국민의 알 권리가 충돌했었고 감염된 자와 그렇지 않은 자, 백신을 맞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처럼 무수한 편가르기가 난무했었다. 불신은 백신 뿐 아니라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고 마스크를 쓰는 것에도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바이러스에 대해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알면서 혐오와 비난의 대상자가 나와 내 가족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기도 한다. 공감력이 절실한 순간이 그때가 아니었을까.


어린이 동화 <코로나19보다 더 힘센 것>에는 초등 4학년 친구들이 등장한다. 코로나 발병 초기 때의 상황을 읽다 보니 비슷했던 그때의 경험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호들갑에 난리부르스를 떤 것은 아니었지만 나 역시 코로나가 주변 가까이 다가올수록 차분하던 마음이 흔들렸었고 확진자 동선에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작가는 혜수와 혜수의 가족, 그리고 혜수의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당시 그러했던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비추고 있다. 어쩌면 이제서야 정신이 든 지금 그때의 모습을 보며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내민 답안지 같다.


퐁당퐁당 격주 수업, 등교 때마다 재야하는 체온, 원격수업에 데면데면한 친구들, 단축된 수업 일정, 가림막 사이로 흐르는 어색한 눈인사. 바뀐 학교생활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혜수는 자신의 생일만큼은 코로나19의 영향을 덜 받고 싶었다. 13일의 금요일과 생일까지 겹친 오늘은 왠지 더 그런 바램에 불길한 기운을 덧입히는듯한데.

그렇지만 그런 아쉬운 마음을 친구 윤아는 헤아리고 있었다. 혜수에게 점심 약속을 제안한 것도 모자라 서프라이즈 선물까지 예고했기 때문이다.

허나 약속 당일 윤아와의 카톡 방에서 윤아는 묵묵부답이다. 게다가 학교에선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단체 문자가 날아온다. 순식간에 학교와 동네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날카로워져간다. 아이들은 코로나 검사로 두려움의 눈물을 찔끔거렸고 결국 혜수네 반 전체에 자가격리가 통보되자 확진자를 찾기 위한 어른들의 집요한 탐정놀이가 시작된다.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건 질병 앞에 드러나는 우리들의 민낯이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과 남 탓을 하는 마음들이 멀쩡한 사람들을 일상 밖으로 밀어내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혜수는 연락이 되지 않던 윤아 때문에 걱정이 한가득이다. 게다가 2학년 때 절친이었던 은비와의 이별은 마음한켠에 남아있던 죄책감을 들추어내고 있었다. 온통 불편한 마음투성이다. 점점 더 확진자를 색출하고자 하는 어른들과 확진자가 누구냐며 자꾸만 묻는 반 친구들에 화만 난다.

혜수 말대로 확진자를 찾는 일이 뭐가 그리 중요한 것인가.

큰 아이는 중3 마지막 수업을 친구들과 교실에서 마무리 짓지 못했다. 졸업을 앞두고 반 친구 하나가 전학을 가던 날 그 아이가 확진자라는 통보를 받고 반 전체가 자가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때 아이의 교과서를 챙기기 위해 교실 문을 열었을 때의 풍경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있다. 칠판 가득 적혀 있던 친구들의 마지막 인사와 현수막을 보던 순간의 울컥한 마음과 함께.

그때 큰 아이는 전학 간 친구를 떠올리며 웃었다. 이렇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하고 전학을 가다니라며.ㅋ

정부의 방역정책이 모두 옳다고 볼 수도 없고 각자가 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지만 모든 이들의 목적은 같을 것이다. 어떻게든 이겨내고 이전의 일상을 찾는 것. 그렇기에 함께 이겨나갈 수 있도록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혜수야말로 그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보다 더 힘센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그렇게 위기는 긍정의 에너지로 이겨나가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가격리중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동화라는 점에 개인적 의미까지 더해졌다. 덕분에 정독하고 활동지도 꼼꼼히 보게 되었는데 요 독후 활동지는 꼭 해 보면 좋겠다 싶다. 코로나19에 관한 여러 가지 배경지식도 살펴보고 코로나로 인해 새로 생겨난 단어와 의미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각 인물들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침해에 관한 부분은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며 생각을 나누어보면 좋겠다. 함께 읽기로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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