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9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인들은 과연 일제 시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마도 학창시절 가장 열심히 배우고 익혔던 시대로는 조선시대를 꼽을 수 있을 것이고 그다음으로 일제시대가 아닐까 한다. 일제의 잔인하고도 비인도적인 행위에 쓰러져간 민족의 혼에 함께 아파할 것이고 또는 너무 끔찍해서 외면하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마치 서대문형무소를 떠올리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처럼 말이다.

역사 책을 읽다 보면 때론 이것이 정말로 실화일까 의심을 품을 때가 있다. 너무나 끔찍하고 잔인한 행태에 인간의 도덕적인 기준들이 무너져 가는 과정과 전쟁에서 벌어지는 집단적 광기의 끝은 어디일까 하는 생각들 말이다. 그래서 전쟁에 관한 기록물이나 증언집, 또는 사진자료 등을 찾아 열심히 인터넷을 뒤진 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그 내용들의 강도가 너무나 셀 경우엔 어김없이 그날 밤은 잠을 설치기도 하였다. 더구나 그 시대를 겪은 이들의 살아있는 증언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여전히 그러한 역사가 낯설기만 하였다. 문명이 타임머신을 타 버린 듯한 느낌 때문일까, 아니면 내 의식 어딘가 피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일까, 그렇다면 이것도 저자가 말하고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인가? 그러고 보니 한동안 그랬던 것 같다. 초등시절 독립기념관에서 보았던 독립투사들의 고문 장면은 그 당시 꽤 충격으로 받아들여졌고 그래서 더는 자세히 알고 싶지 않았나 보다. 저자도 머리말에서 언급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교육엔 일제 강점사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스스로를 지지하고 격려하게 만드는 요소가 전혀 없다고, 그 말이 그렇게 와 닿을 수가 없었다. 피해만 주구장창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다시는 이렇게 식민지배를 받지 않게끔 제시하는 내용도 없다. 하지만 최근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의 꾸준한 흥행세는 조금 더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이들에게 시대적 궁금증을 안겨주었다. 게다가 더욱 일제시대에 관해 불을 지피게 된 건 지난 정권 위안부 합의 문제와 여전히 정리되지 못한 친일파 문제,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막말을 일삼는 아베 정권과 우익세력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커져 감에 따라 역사 공부에 대한 필요성도 커져가고 있다.

 

 

여태껏 읽어왔던 일제시대의 내용들은 전반적인 흐름과 굵직한 사건들 위주의 내용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일제 강점 실록은 일제시대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많은 사실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일제시대를 단 한 권의 책으로 섭렵하고 싶은 역사 초심자들에는 딱 알맞은 책이다. 그러나 재미있는 구성과 흥미 위주의 역사 책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뒤를 이은 [일제강점실록]은 그 시리즈를 완결판이다. 일제 강점시대를 서술하기에 그 작업이 만만치 않았을 터인데 많은 사건과 인물에 관한 정보는 충분히 그 시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저자는 무엇보다 지배와 저항이라는 이분적인 논리에 치우치지 않는 태도를 고수하려 노력하였고 우리가 알아야 할 주요 사건들과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까지 10년 단위로 담아내고 있다.

1870년대 개항기부터 1940년대 민족 분단까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연도별로 발생한 사건을 흐름별로 정리해 볼 수 있어서 기억을 돕는다. 제일 먼저 그 당시의 전반적인 세계정세를 살펴보며 국내외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알아가게 된다. 그러한 사건과 연이어 발생한 항일 투쟁의 역사와 독립운동가들의 목숨을 건 행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함께 애국심에 고취되다가도 그들의 안타까운 마지막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하였다
일생을 오직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불철주야 뛰어다니던 그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영면의 시간을 맞았다. -p.322

그리고 당시의 일본 통감들을 세세하게 다루며 통치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살펴보아서 새로웠고 무엇보다 친일파들의 행적을 돌아봄으로써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친일파 문제에서만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을 느끼게 되었다. 며칠 전 본 기사에 이완용의 별명이 현금왕이었다는 내용과 함께 후손들은 그렇게 배불린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외국으로 이민을 갔다는 사실에 격분하였는데 이 책의 말미에서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대략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완용 외 을사오적과 경술국적등 매국에 앞장선 이름들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왜 그 당시 일제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는지에 대한 배경을 살펴보며 앞으로는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새로운 이야깃 거리도 있다. 대표적으로 수천 명의 한국인 독립군단이 러시아군에 의해 와해된 자유시 참변은 아마도 많은 이들에게는 생소한 사건일 것이다. 많은 독립군의 인명 손실에 안타까운 마음에 더욱 꼼꼼히 읽어 보았다. 그리고 일제의 허위 사건과 보도는 늘 있었지만 그중에 한국인들이 중국인들을 공격한 완바오산(만보산)사건은 우리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로 기억된 사건으로 일제의 잔악함에 치를 떨다가 잠시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기사를 낸 김이삼기자의 피살만큼 쓰라린 사건이었다. 제주 해녀들의 경찰 주재소 습격 사건 또한 낯선 이야기로 다른 역사서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내용이라 흥미롭게 다가왔다.

일제시대를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읽다 보면 활자만 읽어 나가는 실수도 범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한민족을 억압하기 시작한 시점과 그렇게 저항의 세월로 피눈물을 흘렸던 역사에서 일제의 통치가 어떻게 변모하였고 우리의 저항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그리고 강점기가 길어질수록 민족의식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에 조금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반의 3.1운동과 저항운동의 처절함은 30년대 후반이 되면서 점차 달라지는데 변절자가 늘어나고 독립 지도자들 사이에서의 내분이 점차 증가하는 이유만 보아도 지배를 받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독립의지의 흔들림도 느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30년대 말 임시정부의 힘든 피란살이에서도 안창호와 이동녕의 독립운동 정신은 현재 이러한 지도자가 필요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안창호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독립운동을 위해 사용했고, 자신의 가정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쓴 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에도 입원비조차 없어 김성수와 윤치호, 이광수 등이 돈을 마련해야 했다. -p.322

이동녕은 20여 년 동안 임시정부를 지켰고, 일할 사람이 없을 땐 자신이 앞서서 일하고 일할 사람이 나타나면 항상 뒤에 물러서서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옳지 않은 일엔 단호했고, 독립을 위한 일이면 사익을 앞세우지 않았으며, 권력과 자리에 욕심이 없는 인물이었다. 임시정부에 참여했던 숱한 인물들이 임시정부 해체를 주장할 때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임시정부의 수호신으로 남았다. 덕분에 임시정부는 해외와 국내의 모든 독립운동가들의 최후의 보루로 남을 수 있었다. -p.329

정권이 교체되고 처음 맞는 광복 72주년, 그 의미가 으찌나 남달랐던지 눈 뜨자마자 채널을 찾았고 이제야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오고 있는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독립에 기여했던 모든 분들에게 그 영광이 돌아가고 친일파에 대한 정리와 함께 남은 과제를 잘 해결해 나가는 길이야말로 수치와 고난의 역사로만 기억되었던 일제 강점 시대를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에 거의 유일하게 단일민족 국가를 고수해온 한국과 일본이 함께 해결해야 할 역사적 숙제는 올바른 역사관을 지닌 국민들이 함께 이루어가야 할 몫이고 그 해답은 한 권의 책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제는 위안부에 대해 막말을 하던 국회의원 기사에 화가 치밀었고 어제는 군함도 강제징용자 할아버지의 인터뷰 중 한마디에 가슴이 저려왔다.  "군함도에서 일하다가 죽은 사람들은 전부 한국으로 보내졌다. 일본이 그거 하나는 착하게 잘했다"  무엇보다 착하게라는 단어에 숨겨진 의미를 아마 짐작할 것이다. 괜시리 광복절날 퍼부어대던 빗소리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희생되신 분들의 넋을 위로해 보았다.

역사란 거창한 것도 숭고한 것도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 낸 개인들의 삶이 물이 되어 개천을 이루고, 그 개천들이 다시 뭉쳐 강을 이루고, 그 강물이 도도하게 흐르는 오늘의 연속이 곧 역사다. -p.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사 짝꿍 실록 - 교과서에 꼭! 함께 나오는 절친들
김은빈 지음, 심수근 그림 / 책내음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이라도 아이들과 한국사를 가까이 엮어주기 위한 저자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책들이 많은데요.
제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그러합니다.
아직은 머나먼 옛날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해하는 일이 너무나 벅차고
흥미를 느끼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무작정 손놓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볼 수 있는 책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적당한 두께감과 재미를 느끼기에 좋은 구성으로 이루어진 책들은
무엇보다 부모와 함께 보기 딱 좋거든요.
 

이 책은 역사적으로 뛰어났던 인물들을 짝을 지어 소개하고 있어요.
우리도 짝꿍이 있듯이 역사 속에서도 친구였던 사람들 또는 힘을 합쳐 일을 하였거나
아니면 동일한 시대를 살면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한 사람들로 짝이 이루어져 있어요.
역사를 시작하거나 이제 역사 책을 접하고 있는 친구들이라도 두 짝꿍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으면서
그들 주위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그들의 업적을 살펴봄으로써 역사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예요.

 

 

책에서는 10쌍의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제일 먼저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김춘추와 김유신에 대한 이야기부터 출발하여
일제시대 독립을 이끈 김구와 안중근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있답니다.
즉 신라시대부터 고려, 조선, 일제시대까지 시간의 흐름대로 구성을 짜놓았으며
각 장의 마무리에는 그 인물에 대한 간략한 업적과 부연 설명을 덧붙여 이해를 돕고
인물이 살았던 나라에 대한 중요한 사건이나 문화 등을 추가로 실어놓았답니다.

 

 

김춘추와 김유신이 처남 매부 사이였던 사실을 시작으로 두 사람이 신라를 위해 헌신하였던 이야기를 통해
좋은 인물과 함께 뜻을 이루었을 때 얼마나 좋은 결과가 있을지를 더 생각해 볼 수 있지요.
고려의 광종과 쌍기, 조선의 세종대왕과 장영실을 통해서는

현명한 왕은 현명한 신하를 볼 수 있는 통찰력을 키울 줄 알아야 하고
또한 그러한 신하를 곁에 잘 두고 왕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세가 필요할는지 이야기 나누어 볼 수 있어요.
일전에 아이와 함께 보았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인물 편에서 서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만나보기도 하였는데요.
뛰어난 외교전술을 위해서도 강감찬과 같은 든든한 지원군이 없다면 혼자서는 힘든 일임을 살펴볼 수 있었어요.

지혜를 합쳤을 때 그 업적이 배가 되는 인물들을 보면서 신분과 나이는 어떠한 장애도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죠.
그래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좋은 인연이 되었음을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배워 볼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인물 편으로 된 짧은 동화책을 10권을 보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이들에게 친숙한 그림과 내용들은
역사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님을 일깨워주었던 좋은 책이었어요.
또한 장영실과 세종대왕을 함께 묶어서 기억함으로써 장영실이 조선시대 인물임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듯이
이처럼 짝꿍으로 함께 읽다 보면 인물과 시대를 잘 엮어 볼 수 있겠지요.
초등 고학년이 되어 생소하게 역사를 접할 것이 아니라
미리미리 책을 통해 알고 나면 더욱 쉽게 다가오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아이와 함께 역사 공부를 해 보는 건 어떨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홉 살 첫사랑 스콜라 어린이문고 26
히코 다나카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유문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직 이성에게 관심이 없다고 얘기하는 우리 아이들은 정말로 이성에게 관심이 없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같은 교실에서 1년을 지내는데 호감 가는 이성친구하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나의 유년기 첫사랑이 3학년 때였던 걸 생각한다면 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성장이 빠르다. 각종 미디어도 그 몫을 단단히 하지만 이성에 관한 호기심이나 친구들 사이의 우정에 대한 감정도 미디어만큼이나 일회성이다. 깊은 사고가 어려워서 일까, 아이들은 감정에 대해서도 그다지 신중하지 못하다. 큰 아이 친구들 중에도 이성친구가 있다며 말하는 수준들이 진정성보다는 장난스러운 느낌이 더 많다. 서툴러도 좋을 감정들이
영상매체에 뺏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답답할 노릇이다.

이 책은 일본 작가의 소설로 아홉 살 어린이의 눈에 비친 남녀의 차이점과 그렇게 자연스럽게 성별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고민하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그려내고 있다. 책이 정말로 간질간질 따뜻하다. 아이 눈에 비친 어른들의 일상과 대비해 어린이들의 순수한 세계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어른들의 복잡한 감정을 나름 이해해보려는 어린이의 모습을 결코 지나칠 수 없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의 눈치의 세계가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감정의 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해주어야 함을 책을 통해 느껴 볼 수 있어 좋았는데 특히 하루가 부모님과 선생님의 모습을 통해 어른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하루와 카나는 초등학교 2학년 2반 같은 반 친구다. 하루는 좀 조용한 성격이고 조금 신중한 타입이다. 그러한 하루에게 큐피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우연히 함께 나눈 짧은 대화는 하루와 카나에게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나게 된 시작이었다. 서로는 내내 감정의 혼란스러움을 인지하지 못해 허둥 되었고 감정을 드러내는 일조차도 어려워한다. 그렇게 카나에 대한 호기심과 우울감이 커지는 사이 하루가 용기를 얻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곳엔 하루 친구의 결정적인 한마디가 있었는데 그렇지!라며 공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래, 좋아한다는 건, 잘 알지 못해도 좋아할 수 있는 거네. 대단한 발견이야, 이건!" -p.122

이성에게 관심이 생겨도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다가서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다. 혹은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도조차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잘 알지 못해도 그 사람이 좋은 건 우선은 그 사람의 전부가 좋아서 시작하듯이 좋아하는 감정으로 서서히 알아가는 것이 사랑이지 않겠는가. 누구에게나 있는 이 첫사랑의 소중한 감정을 예쁘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서툴러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여야 할 것이다. 

하루가 첫사랑의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나게 그려져 있다. 라인 일러스트는 색감이 더해지지 않아서 절제된 담백함이 전해져 마음에 든다. 특히 침대에 누워 카나를 생각할 때마다 뜨거워하는 모습이 상사병에 걸린 딱 그 모습이다. 마지막 두 아이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은 초반에 어른들이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무심히 대화를 하는 장면과 참 대비되는데 일상의 익숙함이 상대에 대한 무관심으로 변해버리면 안 될듯하다. 상대를 마주한다는 건 그 사람의 눈과 마음까지도 담아 두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감정의 섬세한 표현이 돋보인다. 책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작은 바람이라면 이제 10살인 딸아이가 이 책을 읽고 다양한 감정에 생각을 실어보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의 숲이 되어줄게 애뽈의 숲소녀 일기
애뽈(주소진) 지음 / 시드앤피드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감성일러스트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적잖은 위로를 주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애뽈은 이미 그녀만의 그림과 캐릭터로 많은 이들에게 친숙함이 있는 작가이다.
그녀가 탄생시킨 소녀 캐릭터와 그의 동물 친구들로 인해 지갑을 연 여성분들도 꽤 있을 듯하다.
그 예쁜 소녀가 나였으면 하는 기분으로 말이다.~ㅎㅎ
나도 두 번이나 구매한 이력이 있으며 지금도 내 기분을 드러내는데 적절히 사용 중이다.
그림을 좋아해도 그라폴리오는 자주 찾는 편은 아니지만 그녀가 꽤 인지도가 많았었나 보다.
책 표지를 본 순간 한 번에 알아보기도 했지만
그녀의 그림을 이젠 책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반가웠었다.

 

 

책을 받아들었던 그 오후의 설렘을 끌어안고 퇴근 후 아파트 공원에 앉아서 넘기는 책장에 마음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그림만 실려있는 책이었다면 대충 넘기고 말았겠지만 그림과 함께 곁들여져 있는 짤막한 문장들은 그 맛을 더해주었다.
작가가 그림뿐 아니라 글 솜씨에서 느껴지는 감성도 꽤 괜찮은 내용들이 많았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다양한 주제와 컨셉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많았는데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 평온해 보이는 뒷모습이 따뜻해 보이고 시원한 수박 한 잎 베어 문 소녀의 여름 나기가 귀엽다.
국화향기가 퍼져 나올 듯한 가을 냄새와 추위에 떠는 눈사람과 함께 잠을 청하고 있는 겨울밤의 모습처럼
사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계절의 변화를 즐겨볼 수 있다. 
또한 사소한 일상도 특별한 일상으로 재탄생되고 유명 동화의 한 장면을 새롭게 해석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자연스런 터치감과 컬러, 그리고 사랑스런 동물 친구들이 함께 하는 일상은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하였다.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어느 하나 놓칠 부분이 없다.
돌멩이 하나, 귀퉁이 풀 한 포기라도 어떻게 표현하였는지 놓치지 않았다.
숲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뒷모습에서도 무한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무심히 올려다본 하늘에서도 지친 일상을 위로받았다.
휴가를 떠나지 못한 나에게 휴가를 떠나요의 일러스트와 시원한 바닷속 풍경은 더위를 잠시 잊게도 해 주었다.
멍멍이와 함께 하는 티타임에 커피 생각이 간절해지고 토스트를 들고 미소 짓고 있는 모습에 식빵 하나 굽기도 하였다.

 

 

더위가 조금씩 물러나면서 아침과 늦은 저녁 가을 냄새가 조금씩 느껴지니
가을과 관련된 일러스트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게다가 책 탑 위의 소녀는 가을 정취와 어우러져 애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그림 중 하나일 것이다.

작가의 벽면 가득한 스케치와 그녀의 인터뷰만으로도 얼마나 자기 일에 즐거움과 기쁨이 있는지 느껴볼 수 있었다.
그녀의 이러한 감성들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도 쭉 달달한 그림들로 독자들을 위로해 주었으면 한다.
화면으로 보는 그림보다 자신만의 공간에 책 한 권 비치해 두어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책은 국문과 영문이 혼용되어 있어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선물하기에도 딱일듯싶다.
그림속 소녀같은 감성으로 이 가을을 맞이하여야겠다.

 

너의 안식처
힘들 땐 내 품에 안겨도 좋아.
때로는 네가 기대어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고 싶어.
I sometimes want to be your only shelter so that you can lean against me and get some rest.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첫 생태도감 : 식물편 - 풀 나의 첫 생태도감
지경옥 지음 / 지성사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반가운 앱을 하나 알게 되었다. 바로 꽃 이름을 바로 찾아주는 앱인데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것이 왜 그리 반가웠는냐는 올봄부터 시작된 나의 생태여행이 때문이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의 한 구절처럼 자세히 보니 더 예쁘고 사랑스러움을 알게 되었고
매일매일을 지나는 산책길도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룰루랄라 뒤꽁무니를 쫓아오는 딸아이도 그런 나의 기를 받아 산책을 제대로 즐기기 시작했는데
어느 날부턴가 딸아이가 묻기 시작했다. 이 꽃은 이름이 뭐예요?
그러자 그 순간 떠오르는 건 친정엄마였다. 물어보면 척척 꽃 이름과 풀 이름을 알고 있던 엄마 말이다.
그런데 난 아는 게 거의 없다. 글쎄...라는 말을 이젠 그만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궁금증이 계속 쌓여갈 무렵 인터넷 꽃 검색이 반가웠지만 풀은 또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식물도감 하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복잡하지 않고 간략하면서도 다양한 꽃과 풀들을 담고 있는 어린이 도감이 눈에 들어왔다.

 

 계절마다 피는 꽃을 달리 구성하고 게다가 찾기 쉽게 색상별로도 구분 지어 놓아서 찾기가 쉽다는 장점과
자세한 설명은 뒷장에 별도로 할애해서 앞쪽은 사진으로만 가득 채워놓았다.
가르쳐주지도 않고 책을 던져주었는데 딸아이는 이미 잘 찾고 있었다.
책의 앞부분에 간략하게 식물의 구조와 식물의 이름에 대해 안내하고 있는데
재미난 이름과 독특한 이름이 워낙 많으니 이름이 지어지는 과정을 알 수 있어 재미가 있다.
오죽하면 이 꽃 이름은 너무 막지은거 아냐 싶을 만큼 웃긴 것들도 더러 있다.
어렵게 느껴지는 용어들도 하나하나 알아가면 자연스럽게 익혀질 것 같았다. 
요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망초에 대해서는 얼마전 친정엄마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책에서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다.
망초 외에 개망초까지 더 알게 되었고 이름의 유래를 안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딸아이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제 세월과 함께 자연스레 자연이 보이고 더불어 아이와 함께 자연과 함께 놀아야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그래서 산책하는 시간을 늘려가며 식물들의 이름을 익혀가고 있었다.
망초를 시작으로 아이와 다니면서 찍어두었던 다양한 꽃 사진을 보며 도감을 뒤적이는 시간도 가져보았고
달맞이꽃이 개화한 모습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의 산책도 마다하지 않고 따라나서는 딸아이가 사랑스럽다.
내가 몸으로 보고 배워 그 지식이 더욱 소중하듯이 아이 또한 추억과 함께 자연을 흠뻑 느낄 수 있길,
그리고 엄마와의 기억을 따뜻하게 간직하길 바라본다.
또, 공부랄 게 따로 있나.. 이런 게 공부지 ..ㅎㅎ
주변에 시선을 두고 이름 모를 풀들에 애정을 두기 시작하면 우리들의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도감 하나 곁에 두길 적극 추천한다.

 

 

 ★★ 아이와 함께 사진에 담아 둔 꽃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