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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첫사랑 ㅣ 스콜라 어린이문고 26
히코 다나카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유문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아직 이성에게 관심이 없다고 얘기하는 우리 아이들은 정말로 이성에게 관심이 없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같은 교실에서 1년을 지내는데 호감 가는 이성친구하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나의 유년기 첫사랑이 3학년 때였던 걸 생각한다면 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성장이 빠르다. 각종 미디어도 그 몫을 단단히 하지만 이성에 관한 호기심이나 친구들 사이의 우정에 대한 감정도 미디어만큼이나 일회성이다. 깊은 사고가 어려워서 일까, 아이들은 감정에 대해서도 그다지 신중하지 못하다. 큰 아이 친구들 중에도 이성친구가 있다며 말하는 수준들이 진정성보다는 장난스러운 느낌이 더 많다. 서툴러도 좋을 감정들이
영상매체에 뺏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답답할 노릇이다.
이 책은 일본 작가의 소설로 아홉 살 어린이의 눈에 비친 남녀의 차이점과 그렇게 자연스럽게 성별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고민하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그려내고 있다. 책이 정말로 간질간질 따뜻하다. 아이 눈에 비친 어른들의 일상과 대비해 어린이들의 순수한 세계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어른들의 복잡한 감정을 나름 이해해보려는 어린이의 모습을 결코 지나칠 수 없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의 눈치의 세계가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감정의 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해주어야 함을 책을 통해 느껴 볼 수 있어 좋았는데 특히 하루가 부모님과 선생님의 모습을 통해 어른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하루와 카나는 초등학교 2학년 2반 같은 반 친구다. 하루는 좀 조용한 성격이고 조금 신중한 타입이다. 그러한 하루에게 큐피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우연히 함께 나눈 짧은 대화는 하루와 카나에게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나게 된 시작이었다. 서로는 내내 감정의 혼란스러움을 인지하지 못해 허둥 되었고 감정을 드러내는 일조차도 어려워한다. 그렇게 카나에 대한 호기심과 우울감이 커지는 사이 하루가 용기를 얻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곳엔 하루 친구의 결정적인 한마디가 있었는데 그렇지!라며 공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래, 좋아한다는 건, 잘 알지 못해도 좋아할 수 있는 거네. 대단한 발견이야, 이건!" -p.122
이성에게 관심이 생겨도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다가서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다. 혹은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도조차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잘 알지 못해도 그 사람이 좋은 건 우선은 그 사람의 전부가 좋아서 시작하듯이 좋아하는 감정으로 서서히 알아가는 것이 사랑이지 않겠는가. 누구에게나 있는 이 첫사랑의 소중한 감정을 예쁘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서툴러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여야 할 것이다.
하루가 첫사랑의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나게 그려져 있다. 라인 일러스트는 색감이 더해지지 않아서 절제된 담백함이 전해져 마음에 든다. 특히 침대에 누워 카나를 생각할 때마다 뜨거워하는 모습이 상사병에 걸린 딱 그 모습이다. 마지막 두 아이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은 초반에 어른들이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무심히 대화를 하는 장면과 참 대비되는데 일상의 익숙함이 상대에 대한 무관심으로 변해버리면 안 될듯하다. 상대를 마주한다는 건 그 사람의 눈과 마음까지도 담아 두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감정의 섬세한 표현이 돋보인다. 책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작은 바람이라면 이제 10살인 딸아이가 이 책을 읽고 다양한 감정에 생각을 실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