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80가지 습관 - 잘 벌고 잘 쓰고 잘 관리하는
무천강 지음, 이에스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돈의 아끼는 것은 일종의 학문이다. 이 학문에는 아끼는 것뿐만 아니라 쓸 줄 아는 것도 포함된다.

돈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이 제대로 쓸 줄도 알기 때문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돈을 쓸 줄 아는 사람만이 돈을 아낄 수 있다는 말이다.

- p.26

돈도 학문이다. 그걸 좀 일찍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난 뭐든 뒤처진다. 사회 초년생 때 이런 책을 찾아 읽었더라면 지금쯤 돈을 더 잘 알고 있지 않았을 까라며 자책을 해 본다.

 

인생에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우리는 돈이 전부인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돈과 행복은 어느 지점까지는 비례한다. 돈이 없으면 몸과 마음이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심각한 코로나 경제 위기로 많은 이들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 있는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은 돈에 관한 습관을 잘 들여온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에서 당장 돈에 관한 습관을 잡아주는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말 그대로 돈이란 녀석을 어떻게 잘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 주고 있다. 즉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거나 주식이나 투자에 관한 대단한 비법이 있는 책이 아니다. 그래서 든 생각이 이런 책은 중고등학교 사회경제 시간에 읽혀야 된다는 것이다. 일찍부터 돈에 관한 환상을 깨고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게 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런 공부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어린애들조차 사이버 도박에 빠지고 쉽게 벌고 쉽게 써버리는 한탕주의에 물드는 게 아니겠는가.

 

책을 아껴 읽는 편인데 이 책은 정말 밑줄 그어가며 읽을 수밖에 없었다. 주로 소비와 저축에 관한 언급에서는 알면서도 실천력이 떨어져 있던 나의 습관을 점검하고 재결심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행히도 나는 그렇게 쇼핑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사고픈 물건보다 필요한 물건을 사는 편이다. 자제력은 있는 편이지만 심각하게도 재테크는 꽝이다. 그래서 돈 관리도 당연히 남편에게 맡겼는데 이젠 좀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갑을 열 때와 닫을 때를 구분하라

책을 읽다 보니 문제점이 보인다. 나는 작은 소비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예전에 남편이 모임에 갔을 때 돈 많은 사장님들이 주차비에 엄청 연연하는 모습을 보고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한술 더 떠서 "있는 것들이 더하네"라며 맞받아쳤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아~~ 내가 돈을 못 모으는 이유가 이런 사소한 것에 기인하는구나라고 생각하니 부끄러워진다.

 

수입이 있으면 저축할 돈부터 떼라.

물론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꼭 돈이 있어야 저축을 하고 투자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저축할 돈이 있어야 저축을 하지"라며 투덜대는 사람은 잘못된 소비습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경제에 관한 영상을 찾아볼 때도 자신의 수입에서 저축할 돈을 먼저 빼놓고 남은 돈으로 생활을 하라던 말이 정말 뼈에 사무치게 들어왔었는데 책에서도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저축, 아는 만큼 벌 수 있다

번 돈이 내 것이 아니라, 저축한 돈이 내 것이다. -p.147 라는 말을 새긴다면 저축이 얼마큼 중요한지 느끼게 된다. 저축도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적금을 들라는 조언을 보면서 그렇게 돈을 굴리는 분을 본 적이 있어서 공감했다. 가정주부임에도 정해진 급여로 알뜰하게 돈을 굴리는 모습을 보며 "와~~ 돈은 저렇게 모으는 거구나"라며 감탄했었는데 역시 돈 공부를 잘하는 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단기저축의 장점을 백 퍼센트 활용한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감당할 수 있는 물고기를 잡아라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소비할 때 물건의 가치보다 기준에 영향을 많이 받고 브랜드의 가치에 더 집중한다. 군중심리에 흔들리기도 하고 부를 과시하는 쪽에 더 치우치기도 한다. 이는 절대 현명한 소비로 이어질 수 없다. 알면서도 그렇게 이끌려 다닌다면 나의 소비습관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수입과 지출의 평행선을 잘 맞추어 과도한 부채가 없게끔 해야 한다.

 

투기자가 되지 말고 투자자가 되라

최근 주식 관련 도서가 엄청 인기다. 유튜브에도 주식 관련 강좌가 넘친다. 투자는 미래를 위한 것이지 현재를 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주식을 유행처럼 따라 하며 단시간에 큰돈을 벌려고 하는 이들이 결국은 망한다. 세상에 공돈은 없다. 주식을 하려면 기업 공부도 같이 해야 한다. 그만큼 수준이 높은 지식 공부가 필요하다. 실패한 투자자는 80%의 시간으로 거래를 진행하고, 20%의 시간을 후회한다. 그러나 성공한 투자자는 80%의 시간을 들여 주식을 연구하고, 20%의 시간으로 실제 거래를 진행한다.-p.219

 

예산을 끈기 있게 통제하고 가계부를 쓰는 습관을 장기간 지속하면 재산은 자기도 모르게 쌓인다. p.146

 

나는 왜 늘 돈에 찌들릴까. 나는 왜 돈이 모이질 않을까.를 고민한다면 나의 소비 습관은 어떤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저축이나 보험에 대해서 무지하다면 공부해야 한다. 경제시장이나 은행, 보험사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그만큼 내가 알아야 한다. 그래야지만 돈에 끌려다니지 않게 된다.

나처럼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다거나 공부를 게을리한다면 노년이 더 힘들어질 것이다. 돈에 무지하다면 꼭 한번 읽기를 권한다. 돈도 학문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실수가 아니다.

그러나 죽을 때도 가난한 것은 당신의 실수다.

빌 게이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상하게 국내 소설을 자꾸 등한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폴링인 폴> 책도 표제인 폴링인 폴만! 읽고는 책꽂이 행이었으니 나도 참 한심하다. 그래서 올 8월은 여름이 들어간 국내 도서 3권 읽기와 피철철 국내 도서 3권 읽기로 나름 계획을 세웠다. <여름의 묘약>이후 <여름의 빌라>가 그 두 번째 책인 셈이다. 제목과 표지에 훅 끌려 들여놓고 보니 폴링인 폴의 작가였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여덟 편의 단편들은 섬세한 일상과 작은 감정선들이 돋보인다. <시간의 궤적>편에서 떠올린 가슴 아픈 인연, <여름의 빌라>편에서 느낀 관점의 차이, <고요한 사건>편을 보며 떠올린 망각의 즐거움, <폭설>편에서 다시 돌아본 한 개인의 삶, <아직 집에 가지 않을래요>편에서 공감한 체념 속 꿈틀대는 욕망, <흑설탕 캔디>편에서 닮고 싶었던 놓치고 싶지 않은 욕망, <아주 잠깐 동안에>편에서 볼 수 있는 선과 내재된 이기심의 충돌,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편에서 꿈틀대던 본능의 속삭임.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이야기들을 읽는 동안 <폴링인 폴>의 나머지 단편까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의 궤적>을 읽다 보니 <폴링인 폴>이 언뜻 비친다. 작년 2월에 읽었음에도 기억이 선명한 것은 이 단편에서 느꼈던 감정이 시간의 궤적에서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공통분모를 찾길 좋아한다. 낯선 공간에서 의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것들이다. 하지만 공통점을 발견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시간들은 솔직함과 무심 앞에 정체를 드러낸다. 각자 아무것도 아닌 관계가 되기까지의 상황을 지켜보며 인간관계의 허무함을 느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관계 속에 남은 씁쓸함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흔적으로 남아 나의 일부를 건드리는 것으로 대신한다.

먼 타지의 땅(프랑스)에서 찾아낸 언니와 나 사이의 공통점(상실을 뒤로하고 떠나온)은 그들의 시간을 하나로 만들어 주었고 각자의 모자람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는 불완전한 선택의 운명대에 놓일 수밖에 없고 그 실체를 가늠하지 못한 채 흘러간다. 그렇듯 남겨진 자(나)와 떠나는 자(언니) 사이에 놓인 격차는 물리적 거리보다 더한 거리감으로 그들 사이를 벌려 놓는다. 그렇듯 위기는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고 적절한 궤도에 안착하게 된다.

비 오는 날, 그대와 나,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사람이 될거예요.라는 노랫말이나 퍼붓는 비를 보며 펼쳐 든 우산 속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던 그 순간들이 궤적으로 남아 한 번씩 나를 흔들 것이다.


표제작이자 찌릿하게 저렸던 <여름의 빌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벽 앞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관점 또한 얼마큼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게 된다. 폭력이든 무력감이든 부정적 상황은 나를 소멸시킨다. 현실이 버거웠던 한국 부부는 독일 부부의 초대로 여름의 빌라에 초대된다. 하지만 유명 관광지의 모습은 각자 부부의 눈에 다르게 다가오게 되고 누르지 못한 불편한 마음이 말로 터져 나오고 만다. 허망했던 여름의 빌라의 기억이 치열한 현재의 삶 속에 떠밀릴 때쯤 독일에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어쩜 그리 인간은 참 쉽게 어리석음과 가까워지고 참 어렵게 깨닫는 것일까.

세계를 지속하게 하는 것은 폭력과 증오가 아니라 삶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p.68

부부에겐 망고를 맛있게 먹던 원숭이를 보며 느낀 순간의 즐거움보다 캄보디아 아이들을 동물원의 원숭에 비유하며 비참하게 바라본 것이 더 기억에 남는다. 다 같이 즐긴 순간이었음에도. 하지만 독일 부부의 손녀는 그 귀엽던 원숭이와 함께 사는 집을 그림으로써 여행의 즐거움을 지속한다.

비정규직이라는 불안하고 억눌렸던 감정이 안타깝게도 삶의 즐거움마저도 빼앗아가버렸다. 편지를 읽고 난 뒤 자신들보다 더 나쁜 상황이었던 타인의 삶을 알게 된 후 타인을 향한 공감의 문을 열게 된다.


사람은 어째서 이토록 미욱해서 타인과 나 사이에 무언가 존재하기를 번번이 기대하고 또 기대하는 걸까요. -p. 56


할머니의 우아함의 돋보였던 <흑설탕 캔디>는 할머니가 남긴 일기를 토대로 손녀가 할머니의 인생을 재구성한 글이다. 할머니는 떠났고 할머니의 생이 담긴 일기장에서 손녀는 할머니가 그토록 놓고 싶지 않았던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해본다. 남들 눈엔 신여성이다 뭐다 해서 원 없이 하고 픈 거 다하면서 산 것 같지만 자식 앞에 선 어쩔 수 없이 또 희생이란 걸 해야 할 때가 있다. 어찌 보면 <폭설>편에서 어린 자식을 두고 외국으로 떠나버린 엄마와 대조적이다. 아들을 따라나선 외국행.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할머니의 마음을 움직인 건 음악이었다. 할아버지의 피아노 소리는 타국 땅에서의 외로움을 씻어 주는 계기가 되고 소통의 연결고리가 된다.

백발의 단발머리를 고수하던 할머니. 다재다능했던 할머니. 옛날이야기를 각색까지 해 가며 들려주던 할머니. 예술의 나라 프랑스에서 남자친구까지 만드는 재주가 있던 할머니. 그런 할머니가 다시 생명이 움트듯 꿈틀대는 욕망 앞에 무너져가는 육체를 원망할 때는 짠하고 서글퍼졌다. 할머니는 이제 알았다. 퇴화하는 것은 육체뿐이라는 사실을. -p.198

하지만 인생은 생각지도 못한 순간들 덕에 끌어나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 잃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새 한여름의 유성처럼 떨어져내리던 행복의 찰나들. -p.201

브뤼니에씨가 마지막으로 할머니에게 전한 작별의 말은 "나는 당신 때문에 행복했어요."가 아니었을까.


한편씩 읽으며 멈칫멈칫 생각에 잠겼다. 이야기가 주는 힘이란 우리를 둘러싼 겹겹의 다름과 층층의 편견 속에서 오해를 발견하는 것이 경계를 허무는 일임을 깨닫게 되고 결국은 서로의 세계로 자연스레 섞여 들어감으로써 나를 돌아보게 된다. 특히 각 단편에서 드러난 거침없던 인물들을 보며 더는 이해 못할 일이 무엇이랴라는 생각까지 더해진다. 더는 FM 적인 삶안에 나를 가둘 필요가 없음을, 나조차도 그런 단편적인 사고의 틀을 타인에게 강요하면 안 된다는 사실까지도 더불어 생각하게 된다. 선을 지우고 새로운 선을 긋는 일이 나를 한층 더 성숙하게 하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톨스토이의 인생론 메이트북스 클래식 1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톨스토이의 작품은 아직 <안나 카레니나>밖에 만나지 못했다. 고전 읽기 첫 스타트였던 책으로 고전의 세계에 제대로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톨스토이는 19세기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사상가였다. 톨스토이의 작품을 한 권이라도 읽었다면 그의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인간의 내면과 삶의 통찰력이 돋보여서 두 번세 번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안나 카레니나>를 덮은 지 3년. 드뎌 <전쟁과 평화>를 시작하려던 차에 가벼운 맘으로 인생론을 먼저 펼쳤다. 애피타이저 느낌으로다가.ㅋㅋ

 

인간이 가진 가장 중요한 재산은 존엄성이다. 이는 두 번째 장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만큼 인간은 존엄성 회복을 위해 투쟁해 왔지만 여전히 서로의 존엄성을 짓밟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이며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이다. 올바른 가치관의 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나와 타인의 관계에 대해 더욱 고심해 보면 좋을듯싶다. 그것부터 주의를 기울인다면 스스로를 돌아보며 살게 되지 않을까.

 

삶과 죽음, 육체와 정신, 신과 인간, 나와 타인, 선과 악에 관한 명언들을 하나하나 읽고 필사까지 해 보면서 마음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모든 말씀을 다 지키고 살 수는 없다. 당장 현실 속에서 부딪히는 갖가지 문제들에 때론 이기심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고 때론 실컷 욕 한 바가지 퍼부어야 시원할 때도 있다. 나는 내가 현자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고 적당히 세속의 때를 묻힌 채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남을 비난하지 말라, 타인을 비난하는 당신에게, 누군가를 나쁘게 말하지 말라, 어느 누구도 비난하지 말라, 그에 대한 비난은 그에게만 하라, 험담하길 즐기는 당신에게, 당신은 다른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 라는 명제에서 자유로울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자제력은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모든 일에 즉각적으로 반사적으로 대응하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고 모자란 행동으로 내내 후회하며 살 수도 있다. 이러한 예는 그의 소설 속 인물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안나 카레니나> 속 세상을 떠올려보면 타락한 사교계의 현실이나 정치적 신념을 통해 모자란 인간상 엿볼 수 있다. 안나, 안나의 남편, 안나와 불륜을 저지른 브론스키를 통해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게 된다. 각자의 선택으로 삶이 어떤 방향으로 치닫는지 보면서 조금씩 깨달으며 삶을 이해하게 된다. 또 그 속에서 올바른 인물을 찾고 그와 같은 삶을 살도록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내 인생도 이렇게 멀찍이 떨어져서 본다면 명언 속 삶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고 본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덕목을 도덕 교과서에서나 등장하는 말로 끝내서는 안 된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가 15년에 걸쳐 집필한 <인생론>은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한다. 책 속에도 그런 말이 등장한다. 아무리 뛰어난 명언과 사상이라도 그것을 이해하는 척하는 것은 나쁜 일이며 기억으로만 받아들인 사상은 의미가 없다고. 마음속으로 받아들여 또 다른 의문에 스스로 답을 찾았을 때만이 진정한 배움이라고 꼬집고 있다. 생각을 통해 현명해지면 겸손함도 절로 따라올것이다.

 

 

 

 

본능에 충실하면 그것이 동물이지 어디 인간인가. 이 책을 펼친 이들은 그나마 더 나은 삶을 바라기 때문에 읽고 있을 것이다. 정작 봐야 할 이들이 쳐다도 안 본다는 게 문제겠지만. 제아무리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도 그 행복이 나만을 위한 행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행복은 선을 바탕에 두고 이루어져야 다수의 이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물질만능 자본주의 시대에 정말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한다.

4장에서는 양서들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문장이 있다.

책 속에는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조차 보여주지 않았던 사상들이, 다른 세기에서 온 우리를 위해 명확한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최고의 정신적인 성취인 양서들에 감사해야 한다.

이제 <전쟁과 평화>를 펼쳐야겠다. 이 엄청난 서사 속에 그가 말한 인생론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지막 단편 <끈>의 사야카는 이사를 즐긴다. 새집을 찾는 즐거움도 놓칠 수 없을뿐더러 공간의 변화는

내 삶을 초기화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그보다 더한 즐거움은 무서운 이야기를 찾는 것이다. 인터넷 호러 게시판에 올라오는 따끈따끈한 글에 이미 중독이 되었다. 이걸 보지 않으면 편안히 잠을 들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그런 그녀라도 무서운 이야기는 듣는 게 제일이다. 체험은 노 땡큐.

 

그렇다면 어떤 공포가 가장 섬뜩함을 몰고 올까. 아마도 현실과 가장 근접해 있는 공포감이 제일 두려운 것이 아닐까. 좀비 영화를 보며 느끼는 공포감은 일시적이지만 일상과 얽혀 있는 공포감의 여운은 오래간다. 그렇기에 이 체험적 공포소설 <이사>는 어린 시절 내가 느꼈던 두려움까지도 떠올리게 했다. 게다가 살면서 느낀 공포감까지. 어떤 이들은 물건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그 물건을 소유했던 이의 영혼이. 집은 두말할 나위도 없겠지. 그렇듯 이사라는 소재로 엮은 이 미스터리한 단편들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걱정이 많은 사람은 미신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게다가 사소한 것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바꾸어 말하면 신중하다고도 볼 수 있다. <문>편의 기요코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사고 물건(불행한 일과 엮인 집) 임을 알게 되어 찜찜해서 이사를 하려 한다. 나라도 그런 집이란 걸 알았다면 당장 이사를 했을 것이다. 살인범이 살았던 공간이라.... 생각만 해도 소름 돋지 않나. 그랬기에 이번에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벽에 난 사소해 보이는 구멍조차도 신경이 쓰이는 그녀. 부동산 업자를 먼저 보내고 집을 유심히 돌아보던 중 비상문을 발견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고 마는데.

 

안과 밖을 연결하는 문. 문은 밝음과 어두움, 익숙함과 낯섬을 넘어 호기심과 두려움의 경계 사이에 서게 된다. 그냥 덜 신중했더라면, 그보다 찝찝한 기분을 더 믿었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우유부단한 사람은 물건을 쉬이 버리지 못한다. 정리 정돈을 해도 늘 제자리다. <수납장>편의 모녀는 그런 성격 때문에 이사할 때마다 난처한 경험을 한다. 정리하지 못한 수납장 속 물건들. 나오코는 그 물건들 속에 담긴 이상야릇한 기억 때문에 조금 혼란스럽다. 그리고 왜 자신이 그렇게 갑자기 거주지를 이동해야 하는지 어렴풋이 직감하게 되는데.

 

한 번은 큰 아이의 친구 집에 어쩌다가 방문한 적이 있다. 그 집 아이는 낯선 손님의 방문에 멋쩍었는지 괜스레 거실 수납장을 열어젖혔고 그 아이 엄마는 순간 엄청 당황해하셨다. 수납장안이 물건들로 뒤엉켜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집안의 민낯이자 집안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들통나는 순간이다. 그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말과는 달랐다. 괜찮아요라는 말속에 문득 내 앞사람의 인생도 어지러이 뒤엉킨 물건들처럼 무언가 혼란스럽고 감추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오코의 엄마는 그런 우유부단함을 극단적인 방법으로 끊으며 살아간다. 그렇게 피하고 싶었으면서 왜 수납장 속에 자신의 치부를 숨겨둔 것일까.

 

<상자>편은 그러한 우유부단함에 실수투성이인 인물이 등장한다. 일 못하기로 소문난 유미에는 회사가 대규모 자리 교체를 하는 동안 자신의 개인상자가 분실된다. 어쩌다 회사 앞 한 노숙자의 손에 들린 상자를 발견하고 뒤쫓아 갔지만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러한 상황을 지켜본 교코는 그 상자 속에 든 물건 때문에 마음이 착잡해지고 만다. 이 단편은 회사 내 관계에 관해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교코는 그런 유미에를 위하는척하지만 실은 방관자였던 것이다. 그게 우리의 모습 같아 그게 더 무서웠다. 누군가가 지은 심술궂게 일그러진 입꼬리를 보듯이.

 

 

농후하고 달콤하고 착 달라붙었다 사르르 녹아내리는 천국의 맛!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듯 현대인들 중에는 단맛에 중독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스트레스는 그만큼 단맛을 필요로 한다. <책상>편은 이 맛에 심하게 중독된 인물이 등장한다. 단맛을 쫓다 그보다 더한 맛에 빠진 사람이라니. 너무 지나쳐서 설마 이런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병적인 중독은 본능을 불러낸다. 그러한 맛에 대한 집착으로 탄생한 <책상>은 특히나 마지막 의외의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현대인에게 벽은 어떤 의미일까. 분리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세운 벽이지만 지금은 벽을 타고 흐르는 각종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벽>편에 하야토는 자신의 옆집에서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잠까지 설치게 되자 결국 경찰에 신고를 하며 일단락되는듯했지만. 잘한 일이라고 여긴 순간이 화가 되어 돌아올 줄이야.

 

예전에 친구가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밤마다 들리는 여자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 누군가의 머리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 바로 위층은 아니었지만 그 소리가 벽을 타고 흘러 2층에 살던 친구의 침실로 고스란히 전해졌고 친구는 참다못해 가정폭력임을 직감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었다. 그렇게 씩씩하던 친구도 막상 신고를 하고 난 뒤는 약간 두려움이 일었다고 했었다. 괜한 일에 끼어들어 피해를 보지는 않을까 하면서. 워낙에 무서운 세상이니까. 이 단편을 읽으면서 그 일이 떠올랐다.

 

살면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경험한 이들은 의외로 많다. 일명 괴담이나 도시 전설로 불리는 이러한 일들은 무섭지만 흥미를 유발한다. 모두 자신에게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확신감은 가지기 때문에 더 재밌게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끈>편의 사야카는 결국 자신의 일이 되고 만다. 이 여섯 편의 단편들이 더욱 흥미로웠던 지점도 이 부분이다. 그렇기에 끝까지 읽어야만 한다. 그래야지만 여섯 편의 단편의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다. 심약한 자는 해설을 읽으라고? 글쎄다. 굳이 해설을 읽지 말고 시작해보길 권한다.

뭐랄까, 이사도 일종의 무서운 체험 중 하나 아닐까요? --p. 229

그나저나 앞으로 이사를 할 땐 더 신중해질 듯.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 일지 블랙홀 청소년 문고 15
김동식 외 지음 / 블랙홀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소년 문고는 대체적으로 아이들을 읽히기 위해 선택하는 편이다. 이 책도 미스터리물을 좋아하는 딸 때문에 읽게 되었다. 으스스 한 표지만 봐선 학교 괴담들이 가득할 것 같다. 그랬기에 빗소리가 잔뜩 내리 깔린 밤. 나는 우습게도 이 책을 읽어도 괜찮을까 잠깐 고민했었다.

 

장르 소설을 즐겨 읽지 않아서 아는 작가가 거의 없다. 전건우 작가를 제외한 나머지 작가의 글을 접한 적이 없지만 장르덕후들에게는 잘 알려진 분들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김동식 작가는 최근 지인분들이 잼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떡볶이 책[당신의 떡볶이로부터, 수오서재]에 함께 참여한 분임을 알게 되었다. 떡볶이 열풍을 불러와서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더 기대가 된다.

 

 

 

이 책은 귀문고등학교라는 공간을 두고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한 단편집이다. 프롤로그만 보면 학교는 일제강점기라는 고된 세월을 함께해서인지 억울한 원혼 이야기나 귀신 이야기로 이 여름밤의 더위를 식혀주진 않을까 했지만 예상을 빗나간 스토리가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귀신이 등장했던 <짝 없는 아이>는 오싹하다기보단 정말 마음이 아팠으니 말이다. 왜!! 부모는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자녀에게 멍청한 짓을 서슴지 않으며 사는 것일까. 아무리 인간이 완전할 수는 없다지만 지지리도 못난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답답하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신비한 힘보다 중요한 건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자세일 텐데.

 

<한 발의 총성>은 정말 시작부터 온몸을 긴장하고 보고 있었건만 풍선에 바람 빠지듯 긴장이 풀려버려 아쉽긴 했다. 학교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왕따는 심각한 문제다. 그런 왕따에 관한 소재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서 나쁘지 않았다. 왕따 문제도 이렇게 짜인 각본대로 쉽게 풀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발의 총성이란 제목만 보아도 왕따라는 문제에 분노가 느껴진다.

 

첫 단편 덕에 그렇게 긴장할 필요가 없겠구나 했는데 <사이코패스 애리>에서 다시 긴장의 끈을 조여야 했다. 불행한 가정사 때문에 친구에게 집착을 하게 된 애리. 결국 가정사가 들통나면서 애리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애리는 그런 자신의 처지를 빈센트 반 고흐와 연결 지으며 불행을 암시하기도 하는데...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수도 없는 업보라는 무게. 그런 가족사 때문에 고통받는 애리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과거가 현재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되지만 우리는 수많은 허울로 서로의 발목을 잡기도 하고 나 자신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더구나 애리처럼 자신의 잘잘못보다는 가족이라는 어두운 그림자 때문에 평생을 죄인처럼 살아가야 한다면 그럴 때마다 처참한 기분이 들것이다. 사회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절망감과 배신감을 어떻게 감당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책 표지의 여학생이 애리인것만 같아서 서늘하고 애틋한 마음이 밀려왔지만 좋아하는 고흐와 헤세가 등장해서 가장 여운이 남는 단편이었다.

 

<또 하나의 가족>은 미스터리물답게 탐정이 등장한다. 조금 진지한듯하면서도 어설프지만 청소년 가출 문제를 다루고 있어 소재는 상당히 무겁다. 아직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가출 실태 현황에 대해 세세히 아는 바는 없지만 요즘 터지는 사건사고를 보면 아이들이 워낙에 영악하고 악마 같아서 충분히 이런 일들이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것 같다. 가족에게 상처를 받고 거리로 뛰쳐나온 아이들에게 연타로 깊은 상처를 주는 나쁜 인간들. 더 이상 쉴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십대들을 안아주지 못하는 사회라면 금방 병들고 말 텐데 어른들의 올바른 역할이 절실해 보인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그림자를 닮는다고 한다. 특히 나쁜 점은 더 빨리 닮는다. <기호 3번 실종사건>은 어느 사립재단의 비리 같은 스토리다. 나쁜 어른들의 세계를 동경하고 그 어른들의 침묵 속에 더 나쁜 구렁텅이로 빠져들어가는 아이들. 전교 회장 선거 때문에 벌어지는 에피소드치고는 상당히 질이 나쁘지만 이 또한 추잡한 어른들의 잘못이니 무슨 변명이 필요할까. 든든한 뒷빽이 독이 될 수도 있으며 뇌물은 중독성을 지녀 인간성을 타락시킨다. 잘못 뿌리내린 나무가 어찌 성장할 수 있을까.

미스터리물답게 미스터리 부 소속 학생이 사라진 기호 3번을 찾는 과정이 소솔한 재미를 더한다. 아이들은 잼나게 읽을 것 같다. 아이들은 인류의 미래다. 기호 3번 이름이 미래인 것도 나름의 연관성이 있을 터. ㅎ

 

이쯤 되면 귀문고등학교에는 참 이상하고 나쁜 일들이 많은 곳 같다. ㅋㅋ 학교 문제를 넘어 가족과 사회문제까지 범위가 넓어져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한정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최근 우리의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의 학교만 보아도 안타깝지만 더 이상 학교라는 공간은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우정을 나누는 공간은 아닌 것 같다. 이는 분명 사회구조적인 문제도 한몫할 터.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정에서부터의 건강한 출발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어떻게 읽을지 궁금해져서 얼른 책을 넘겨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