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문 고등학교 미스터리 사건 일지 블랙홀 청소년 문고 15
김동식 외 지음 / 블랙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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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고는 대체적으로 아이들을 읽히기 위해 선택하는 편이다. 이 책도 미스터리물을 좋아하는 딸 때문에 읽게 되었다. 으스스 한 표지만 봐선 학교 괴담들이 가득할 것 같다. 그랬기에 빗소리가 잔뜩 내리 깔린 밤. 나는 우습게도 이 책을 읽어도 괜찮을까 잠깐 고민했었다.

 

장르 소설을 즐겨 읽지 않아서 아는 작가가 거의 없다. 전건우 작가를 제외한 나머지 작가의 글을 접한 적이 없지만 장르덕후들에게는 잘 알려진 분들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김동식 작가는 최근 지인분들이 잼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떡볶이 책[당신의 떡볶이로부터, 수오서재]에 함께 참여한 분임을 알게 되었다. 떡볶이 열풍을 불러와서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더 기대가 된다.

 

 

 

이 책은 귀문고등학교라는 공간을 두고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한 단편집이다. 프롤로그만 보면 학교는 일제강점기라는 고된 세월을 함께해서인지 억울한 원혼 이야기나 귀신 이야기로 이 여름밤의 더위를 식혀주진 않을까 했지만 예상을 빗나간 스토리가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귀신이 등장했던 <짝 없는 아이>는 오싹하다기보단 정말 마음이 아팠으니 말이다. 왜!! 부모는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채 자녀에게 멍청한 짓을 서슴지 않으며 사는 것일까. 아무리 인간이 완전할 수는 없다지만 지지리도 못난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 답답하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신비한 힘보다 중요한 건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자세일 텐데.

 

<한 발의 총성>은 정말 시작부터 온몸을 긴장하고 보고 있었건만 풍선에 바람 빠지듯 긴장이 풀려버려 아쉽긴 했다. 학교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왕따는 심각한 문제다. 그런 왕따에 관한 소재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서 나쁘지 않았다. 왕따 문제도 이렇게 짜인 각본대로 쉽게 풀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발의 총성이란 제목만 보아도 왕따라는 문제에 분노가 느껴진다.

 

첫 단편 덕에 그렇게 긴장할 필요가 없겠구나 했는데 <사이코패스 애리>에서 다시 긴장의 끈을 조여야 했다. 불행한 가정사 때문에 친구에게 집착을 하게 된 애리. 결국 가정사가 들통나면서 애리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애리는 그런 자신의 처지를 빈센트 반 고흐와 연결 지으며 불행을 암시하기도 하는데...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수도 없는 업보라는 무게. 그런 가족사 때문에 고통받는 애리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과거가 현재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되지만 우리는 수많은 허울로 서로의 발목을 잡기도 하고 나 자신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더구나 애리처럼 자신의 잘잘못보다는 가족이라는 어두운 그림자 때문에 평생을 죄인처럼 살아가야 한다면 그럴 때마다 처참한 기분이 들것이다. 사회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절망감과 배신감을 어떻게 감당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책 표지의 여학생이 애리인것만 같아서 서늘하고 애틋한 마음이 밀려왔지만 좋아하는 고흐와 헤세가 등장해서 가장 여운이 남는 단편이었다.

 

<또 하나의 가족>은 미스터리물답게 탐정이 등장한다. 조금 진지한듯하면서도 어설프지만 청소년 가출 문제를 다루고 있어 소재는 상당히 무겁다. 아직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가출 실태 현황에 대해 세세히 아는 바는 없지만 요즘 터지는 사건사고를 보면 아이들이 워낙에 영악하고 악마 같아서 충분히 이런 일들이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것 같다. 가족에게 상처를 받고 거리로 뛰쳐나온 아이들에게 연타로 깊은 상처를 주는 나쁜 인간들. 더 이상 쉴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십대들을 안아주지 못하는 사회라면 금방 병들고 말 텐데 어른들의 올바른 역할이 절실해 보인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그림자를 닮는다고 한다. 특히 나쁜 점은 더 빨리 닮는다. <기호 3번 실종사건>은 어느 사립재단의 비리 같은 스토리다. 나쁜 어른들의 세계를 동경하고 그 어른들의 침묵 속에 더 나쁜 구렁텅이로 빠져들어가는 아이들. 전교 회장 선거 때문에 벌어지는 에피소드치고는 상당히 질이 나쁘지만 이 또한 추잡한 어른들의 잘못이니 무슨 변명이 필요할까. 든든한 뒷빽이 독이 될 수도 있으며 뇌물은 중독성을 지녀 인간성을 타락시킨다. 잘못 뿌리내린 나무가 어찌 성장할 수 있을까.

미스터리물답게 미스터리 부 소속 학생이 사라진 기호 3번을 찾는 과정이 소솔한 재미를 더한다. 아이들은 잼나게 읽을 것 같다. 아이들은 인류의 미래다. 기호 3번 이름이 미래인 것도 나름의 연관성이 있을 터. ㅎ

 

이쯤 되면 귀문고등학교에는 참 이상하고 나쁜 일들이 많은 곳 같다. ㅋㅋ 학교 문제를 넘어 가족과 사회문제까지 범위가 넓어져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한정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최근 우리의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의 학교만 보아도 안타깝지만 더 이상 학교라는 공간은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우정을 나누는 공간은 아닌 것 같다. 이는 분명 사회구조적인 문제도 한몫할 터.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정에서부터의 건강한 출발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어떻게 읽을지 궁금해져서 얼른 책을 넘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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