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상자 관리인
아사미 이루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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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고 고지식한 앤은 200년 동안 지하 감옥에 갇혀 있는 악마 디아를 감시하는 간수로 임명된다. 오랫동안 혼자서 지낸 탓인지 너무도 상냥하게 자신을 대하는 디아에게 앤은 평소 성격대로 냉정하게 대한다. 하지만 디아가 "누군가의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라고 말한 순간, 앤은 어릴 때 엄마한테 받은 보물 상자를 떠올리고 감정이 요동친다. 엄마는 앤에게 소중한 걸 찾으면 그 상자에 넣으라고 말했지만, 이제까지 앤은 그 상자에 넣을 만큼 소중한 걸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늘 외롭고 우울했던 마음을 디아가 알 줄이야... 절대 마음을 내보이면 안 되는 대상에게 깊이 공감해버린 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아사미 이루카의 만화 <악마와 상자 관리인>은 누군가의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악마와 이제까지 특별한 존재를 찾지 못한 채 살아온 간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악마도 나오고 귀족 영애도 나오는 전형적인 로맨스 판타지 만화인데, 앤은 사관학교 출신에 직업이 간수라서 그런지 귀족 영애인데도 조직 생활에 찌들어 있는 느낌이 많이 나는 게 꼭 현실의 직장인 같다.  반대로 디아는 200년 동안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다는 말이 진짜인가 싶을 만큼 햇살캐라서, 이 나라에서 악마란 뭘까 싶었다. 디아가 왜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프리퀄이 나와도 좋을 듯한데 1권으로 완결되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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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월 일기
권남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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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여름이 지나가고 제법 가을 같은 날씨가 되었다. 기온이 내려가고 바람이 선선해지니 여행 생각이 나는 건 나뿐일까. 기나긴 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어디라도 가보고 싶은 마음을 느끼던 차에 오랫동안 애정해온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일본문학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 권남희의 산문집 <안식월 일기>이다.


이 책은 저자가 안식월이라는 명목으로 도쿄에서 한 달 살기를 한 경험을 담고 있다. 직업이 다름 아닌 일본문학 번역가이고 젊은 시절 일본에서 살아본 적도 있기에, 저자에게 도쿄에서 한 달 살기 정도는 쉬운 미션일 줄 알았는데 책을 읽어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오랫동안 혼자서 딸을 키우고, 아픈 엄마를 간병하고, 반려견을 보살폈기 때문에 그 역할을 내려놓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이제 엄마는 돌아가시고, 반려견도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딸은 다 커서 자기 앞가림을 다 할 수 있는데도 떠날 용기를 내기가 어려웠다. 


그런 저자의 등을 밀어준 건 <츠바키 문구점>으로 한국에도 유명한 일본의 소설가 오가와 이토가 보낸 메일이었다. "하고 싶은 미루지 않고 지금 해야겠다"라는 문구를 보고 전부터 버킷리스트로 간직해 온 꿈을 이룰 때가 왔다고 생각한 저자는, 도쿄의 개화일에 맞추어 출국일을 정하고 숙소를 계약했다. 낮에는 카페에서 번역 작업을 하고 밤에는 공원에서 벚꽃을 보며 산책을 하면 몸도 마음도 충전이 되겠지, 라는 단출한 계획만 가지고 떠났다고 했지만, 책을 읽어보면 결코 '단출한' 한 달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번역과 글쓰기 일정을 소화하면서 오가와 이토의 집에도 가고, 북토크도 하고, 자신이 번역한 책에 나온 장소에 직접 가보기도 하고, 일본 출판사의 편집자와 사장님도 만나고... ('안식'월이 이렇게 바쁜 거 맞나요? ㅎㅎ)


여행 가이드북에는 나오지 않는, 저자만의 추억과 취향이 담긴 여행 스팟이 많이 나오는 점도 좋았다. 초보 번역가 시절 즐겨 찾았던 신주쿠 기노쿠니야 서점, 딸이 고등학생일 때 함께 왔던 도쿄대의 산시로 연못 같은 곳은 나도 가본 곳이라 반가웠고, 그곳에 얽힌 나의 추억이 떠올라서 한동안 마음이 뭉클했다. 저자가 번역한 책 <츠바키 문구점>의 배경인 가마쿠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와 마스다 미리의 책 <오늘의 간식은 뭐로 하지>에 나오는 디저트 가게에 직접 가서 디저트를 사먹어본 이야기도 좋았다. 나도 두 권의 책을 읽고 '가마쿠라에 가보고 싶다', '마스다 미리가 추천한 디저트를 먹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는데 여태 이루지 못했다. 그런 나의 등을 저자가 밀어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자가 도쿄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여기저기 가본 곳 이야기만 잔뜩 해서 이 책을 여행에 관한 책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이 책은 여행보다도 회복과 애도가 중심에 있다. 여행 직전에 엄마와 사별하고 그전에는 반려견을 떠나보낸 저자는, 자신에게 가장 친숙한 외국인 일본의 도쿄에서 한 달을 지내며 자신의 과거와 재회하고 현재를 성찰한다. 그러면서 천천히 미래를 살아갈 힘을 충전해 가는 저자의 모습을 보는 것이, 비슷한 일을 걱정하는 나에게도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더 늙기 전에 더 자주 떠나고 싶어졌다"라는 에필로그의 문장을 남은 삶의 지침으로 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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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게 맹세코 거짓입니다 2
마츠모토 스이세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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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의 중화요리점 딸 '모모조노 마츠리'는 엄마가 진 거액의 빚을 갚기 위해 '사기의 신'으로 불리는 엄마의 옛 제자 '미카도 세이이치'를 찾아가 '사기 수업'을 해달라고 한다. 마지못해 마츠리의 부탁을 받아들인 미카도는 단기간에 많은 양의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는 방법은 경험뿐이라고 생각해 마츠리를 다양한 상황에 빠트려 사기 기술을 가르친다. 1권에서는 주로 차이나타운 안에서 수업이 이루어졌다면, 2권에서 미카도와 마츠리는 요코하마의 유흥가로 진출한다. 스케일이 커진 만큼 사기의 기법도 복잡해지고 화려해져서, 이대로 두 사람이 전문 사기꾼 콤비로 활약하는 결말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만화를 보고 사기의 기술을 배울 생각은 없지만, 인간의 심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제8화 '추억의 향기'에서 미카도는 마츠리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질투심이 많지만 머리가 좋은 사람과 머리가 좋지만 질투심이 많은 사람, 둘 중에 누가 더 호감인가요?" 결국 같은 사람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자를 택하는 건 첫인상이 나중에 언급한 성질의 의미마저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미카도처럼) 첫인상이 선하고 순진해 보이면 상대가 마음의 문을 여는 속도가 빨라지고, 그만큼 속엣말을 들을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사람들이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니 무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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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달리 멍멍타로 ㅣ 보름달문고 106
은소홀 지음, 김수영 그림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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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혼자서 식당에서 밥 먹고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걸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새는 '혼밥'이나 '혼영' 같은 말이 널리 쓰일 만큼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었다. 팬데믹 이후 출퇴근하지 않고 집에서 하루 종일 혼자 일하는 재택근무자 수가 늘었고, 혼자 먹고 자고 생활하는 1인 가구의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나 역시 혼자 일하고 혼자서 밥 먹고 영화 보는 걸 즐겨 하는 사람이라서, '혼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전에 비해 호의적으로 변하고 있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혼자라서 가능한 일이 있는 것처럼 함께라서 비로소 가능한 일도 있다는 걸 안다. 나의 좁은 세계가 친구로 인해 확장될 때가 그렇다. 


원래 나는 타로에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 날 친구가 유튜브로 타로 점을 보는 '제너럴 리딩'에 대해 알려줬다. 신문의 띠별 운세나 잡지의 별자리 운세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타로 점이라서 정확성이나 예측성은 떨어지지만, 머릿속이 복잡할 때 보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껴서 종종 찾아보게 되었다. 또 다른 친구는 대형견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데 덕분에 나에게도 인생 첫 '개 친구'가 생겼다.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식당에 가고 카페에 갔는데 이제는 좋은 식당이나 카페를 발견하면 반려견 동반 가능인지 아닌지 살펴보게 된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도 대형견은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 그게 대형견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도 알게 됐다. 은소홀의 소설 <남달리 멍멍타로>를 읽은 것도 어떻게 보면 친구들 덕분이다. 제목에 들어 있는 '멍멍'이란 글자도 '타로'라는 글자도 친구들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심드렁하게 여겼을 테니 말이다. 


<남달리 멍멍타로>의 두 주인공 남달리와 송제인은 열세 살 초등학생이다. 남달리는 아무에게나 밝히기 힘든 어떤 '비밀' 때문에 이사와 전학을 일곱 번이나 했다. 그러다 보니 친구를 사귀기가 힘들었고, 엄마와도 사이가 안 좋아져 가출 비용을 모으고 있다. 가출 비용을 모으는 방법이 바로 '멍멍타로'이다. 달리는 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개와 관련된 고민을 안고 있는 친구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그걸로 돈을 벌고 있다. 달리는 친구가 없어서 걱정이라면, 제인은 어릴 때부터 남매처럼 지낸 반려견 레오 때문에 걱정이다. 얼마 전 백내장 수술을 받고 한 달 만에 집으로 돌아온 레오는 수술 후유증인지 제인을 낯설어 하고 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제인은 레오가 예전의 레오로 돌아와 주기만 한다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이다. 그런 제인이 중고거래 앱에서 '멍멍타로'를 홍보하는 게시글을 발견한 건 우연일까, 운명일까. 


비록 두 사람의 관계가 첫 만남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지만, 반려견 레오의 마음을 알고 싶은 제인과 개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는 달리가 만난 건 두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이후에도 제인이 필요로 하는 것을 달리가 가지고 있거나, 반대로 달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인이 가지고 있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 제인이 자신의 집 우편함에 인형을 넣고 간 사람을 찾을 때에는 달리가 다시 한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찾아 준다. 달리가 엄마가 버린 비디오를 보고 싶어 할 때나 집을 나와 갈 곳이 없을 때에는 제인이 도움을 준다. 어쩌면 제인 혼자서도 레오와 관련된 진실을 파헤치고, 달리 혼자서도 엄마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아마 더 오래, 더 힘들게 했어야 할 일을 더 빨리, 더 쉽고 즐겁게 해낼 수 있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지만, 달리와 제인의 경우를 보면 함께 가는 건 먼 길을 더 빨리 가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함께 가면 먼 길을 더 빨리 갈 수도 있고, 길 밖의 다른 세상을 볼 기회도 많아진다. 달리는 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능력의 장점밖에 몰랐는데, 제인을 만나고 레오를 찾으러 다니는 과정에서 자신이 그동안 만난 개들과 달리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번식 수단으로 이용만 당하는 개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런 개와 연결되는 것이 자신에게 큰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제인은 레오를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알게 된 것과 달리의 능력을 활용해 더 많은 개와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로 한다. 달리와 제인은 서로를 만나기 전에도 개를 사랑했지만, 서로를 만난 후에는 개를 사랑하는 데 따르는 책임도 생각하면서, 개를 더욱 잘 사랑하게 된다. 함께라서 생기는 고통까지 사랑하게 되는 것. 이는 혼자일 때는 불가능하지만 함께일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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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제의 수학 대모험 4 - 분수와 소수 : 승제네 피자 가게 ㅣ 정승제의 수학 대모험 4
설민석.조영선 지음, 재담웹툰랩 그림, 정승제 감수 / 단꿈아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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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만화로 어려운 수학을 쉽게 배울 수 있어서 일석이조네요.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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