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뇌로 삽시다 - 치매를 이기는 49가지 평생 습관
신홍근 지음 / 에듀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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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습관으로 평생의 뇌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줘서 유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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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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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타인의 노화나 질병, 죽음에 관한 책을 읽어도 깊이 공감하지 못했다. 아니, 스스로는 공감한다고 믿었지만 지금만큼 실감나게 느끼지는 못했다는 걸 이제는 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이 쓴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다. 디디에 에리봉은 게이이자 계급탈주자 지식인인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쓴 책 <랭스로 되돌아가다>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몇 해 전 그 책을 읽을 때에도 죽음, 그 중에서도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쓴 책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을 읽으면서는 한줄 한줄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책을 읽던 때와 비슷한 시기에 마침 나의 외할머니도 요양병원에 들어가셨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의 어머니가 노인 전용 요양 시설에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전까지 자식들이 열심히 어머니를 돌봤지만 어머니의 노화와 병세가 점점 더 깊어지면서 더는 집에서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결국 시설을 찾게 되었다. 싫다는 어머니를 설득하는 데에만 2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어머니는 시설에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얼마 안 지나 세상을 떠나셨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헤어질 시간이 그토록 빨리 올 줄 몰랐던 저자는 어머니를 떠나 보낸 후에야 어머니의 지나온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전작 <랭스로 되돌아가다>에 자세히 나온 것처럼, 저자의 부모는 지방 출신의 가난하고 저학력인 노동자 계급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남성이기라도 했지, 어머니는 여성이라는 약자, 소수자성을 하나 더 가지고 있었다. 그 시절 여자들이 대체로 그랬듯이 남자처럼 공부를 하거나 직업을 가지는 건 상상도 못했다. 이른 나이에 결혼해 다수의 아이를 임신, 출산, 양육했고,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의 육체적, 정신적 폭력에 시달렸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이제 좀 자유로워지나 했는데 노화와 질병이 찾아왔다. 말년에 열 살 연하의 유부남 앙드레와 연애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런 어머니를 이해해준 자식은 게이인 저자뿐이었다. 나머지 이성애자 아들들은 어머니가 아버지 아닌 다른 남자와 연애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남편을 여읜 여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기 어려워 했다. 

어머니는 요양 병원에 들어가는 걸 반대했는데, 저자는 그런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막상 어머니가 요양 병원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니 반대할 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양 병원에 들어가기 전 어머니는 자신의 집에서 혼자서 자유롭게 지냈지만, 요양병원에 들어간 후에는 그곳의 일정이나 시스템에 따라야 했다. 아직 그들만큼 늙고 아프지 않은 사람들의 눈에는 요양병원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비슷비슷하게 보일지 모르나 그들 간에도 엄연한 차이가 존재했다. 어머니는 눈에 보이는 사람들과 자신이 같지 않다는 데에서 깊은 고독감을 느꼈고, 남들이 자신과 그들을 같은 (늙고 아픈) 존재로 본다는 데에서 비참함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요양병원에 들어간 이후 어머니의 육체와 정신은 급속도로 악화되었고, 급기야 음식 섭취를 거부하며(빨리 죽어서 나도 편하고 자식들도 편하게 해주자는 생각에) 자발적 죽음을 원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저자는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에게 남긴 상처에 대해서도 말한다. 한 사람의 죽음은 주변인들에게 '정체성 상실'이라는 고통을 남긴다. 이제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까지 잃은 저자는 더 이상 누군가의 아들이 아니게 되었고, 저자는 이로 인한 상실감을 깊이 느꼈다. 저자는 평생 가족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부모의 입원이나 죽음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 어쩔 수 없이 가족들과 얼굴을 마주해야 했고 그 때마다 큰 불편함을 느꼈다(계급탈주자는 영원히 탈주할 수 없다). 어머니의 몸에서 난, 어머니를 누구보다 잘 아는 아들이지만, 어머니가 사는 동안 저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이해했는지도 의문이었다. 학력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 어머니는 저자가 좋아하는 책을 읽지 못했고, 저자가 품은 이상에 공감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가족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인가. 

어머니의 죽음은 '어머니가 기억하는 나'의 죽음이기도 하다. 나도 모르는 아기 때의 나,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하는 유소년기, 청소년기의 나 등등 어머니만이 아는 나의 모습은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 그렇게 존재의 일부가 사라지면서 저자는 깊은 상실감을 느꼈고 그것은 고통으로 인식되었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어머니가 아는 나의 모습도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종종 했는데, 그렇게 나를 기억하는 누군가가 영원히 부재하게 되면 남아 있는 기억조차 부재하게 된다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했다. 아직 여유가 있을 때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서로에게 더 많은 (좋은) 기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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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 기존의 호혜, 증여, 분배 이론을 뒤흔드는 불확실성의 인류학
오가와 사야카 지음, 지비원 옮김 / 갈라파고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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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관계가 협소하다 보니 (내가 아는 한) 내 주변에는 외국인이나 이민자가 없다. 그들이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 직접적으로 아는 바도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태어난 나라를 떠나지 않고 계속 살아온 사람들은 모르는 삶의 형태 또는 방식 중 한 가지에 대해 알게 해줬다. 제목만 보면 홍콩이 배경인 범죄 소설인가 싶은 책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의 저자 오가와 사야카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문화인류학자인 그는 23세부터 탄자니아를 드나들며 스와힐리어를 익히고 동아프리카 지역의 경제, 그 중에서도 중고품이나 위조품 유통 같은 비공식 교역에 대해 연구했다. 이 책은 저자가 홍콩에서 만난, 홍콩에 사는 탄자니아 사람들로 이루어진 비공식 경제 공동체를 다룬다.


2016년 저자는 홍콩의 한 대학에서 반 년 간 객원 교수로 체류할 기회를 얻었다. 더 좋은 숙소를 구할 수도 있었지만, 저자는 연구를 위해 홍콩의 '마굴'로 불리는 청킹맨션을 숙소로 정했다. 홍콩에 오기 전 저자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많은 물품 또는 중고품이 홍콩을 거쳐 탄자니아로 들어온다는 말을 들었고, 이를 중개하는 탄자니아인 브로커들 중 다수가 값이 저렴한 청킹맨션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문제의 인물인 '청킹맨션의 보스' 카라마도 그 중 하나로, 그는 홍콩에서 오랫동안 중고차 중개업을 하면서 거액의 돈을 벌었다. 오랫동안 갈고 닦은 스와힐리어 실력을 활용해 카라마와 빠른 속도로 친해진 저자는 그와 자주 만나며 홍콩에 사는 탄자니아인들이 어떻게 이곳에 왔고 어떤 식으로 돈을 벌며 살고 있는지 배운다.


이들 대부분은 비록 불법 체류자에 불법적인 일에 종사하지만, 같은 나라에서 온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일종의 교포 커뮤니티 같은 걸 형성해 상호 부조를 하고 있다.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 생각도 났다. 이 책에 나오는 재일교포들(그들이 일본에서 살게 된 이유는 탄자니아인 브로커들이 홍콩에서 살게 된 이유와 다르기는 하지만)도 자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의 공식적인 시스템에 속하지 못하고 (도박이나 노점상 같은) 비공식적인 경제 활동으로 먹고 산다.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에도 이러했으니, 그 때보다 국가 간의 이동이 훨씬 더 자유로워진 지금은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비공식 경제 시스템 또는 커뮤니티가 존재할지 모른다(혹은 반대일까).


이 책의 실질적 주인공인 카라마의 캐릭터도 흥미로웠다. 저자에 따르면 카라마는 시간 약속을 지키는 법이 없고, 자기가 가진 것 또는 이룬 것에 대해 남들에게 과시하는 걸 즐기며, 돈만 벌 수 있다면 뭐든지 하는 사람이다. (근면하고 성실하기로 유명한) 일본인인 저자는 이런 카라마의 성격 또는 태도를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게 여겼다. 하지만 카라마와 가깝게 지내면서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다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그가 수시로 SNS를 드나들며 자신을 홍보하고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은, 불법체류자인 그가 스스로 신용을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목적으로 SNS를 하는 사람이 어디 그뿐일까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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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동물성애자 - 종도 편견도 넘어선 사랑
하마노 지히로 지음, 최재혁 옮김, 정희진 해제, 강상중 추천 / 연립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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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목적은 뭘까. 내 생각에 나는 "내가 모르는 세계를 알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내가 살아본 적 없는 타인의 삶, 내가 해본 적 없는 공부나 직업, 내가 경험해본 적 없는 감정이나 상태를 간접적으로라도 알고 싶어서 책을 읽고, 계속해서 더 많은 책을 읽기를 원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가 생각하는 독서의 목적에 거의 완벽하게 부합하는 책이었다. 일본의 문화인류학자 하마노 지히로가 쓴 <성스러운 동물성애자>. 나는 이 책을 민음사 팟캐스트 <민음사 라디오> 중에서 '세영새벽의 물음표'를 통해 알게 되었다. 김세영과 신새벽, 두 분의 편집자가 입을 모아 이 책을 극찬하셔서 읽지 않고 배길 수 없었다. 


이 책은 '동물성애'라는 많은 이들에게 아직 낯선 개념을 소개하는 역할로서도 탁월하지만,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책 자체가 잘 읽히고 흥미진진하다. 저자 하마노 지히로는 (훗날 남편이 되기도 한) 애인에게 10년 동안 성폭력을 당했다. 저자는 사랑한다면서 폭력을 휘두르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고, 섹스라는 행위가 고도의 행복과 쾌락을 준다는 말을 납득할 수 없었지만, 무엇보다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건 그런 그를 떠날 수 없었던, 떠나지 못했던 자기 자신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사랑과 섹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39세에 교토대학 대학원 문화인류학과에 진학해 섹슈얼리티에 공부하기로 했다. 어느 날 교수가 저자에게 연구 주제로 '동물성애'를 제안했고, 그렇게 저자는 동물성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채로 연구를 시작했다.


저자는 먼저 일본에서 동물성애자를 찾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지만, 일본에서 스스로 동물성애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저자가 연구하고 싶은 동물성애자와 거리가 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저자는 독일로 가서 동물성애자 협회 '제타'의 멤버들과 접촉해 몇 년에 걸쳐 그들과 교류하며 '주파일'의 세계를 연구했다. 주파일이라고 하면 인간과 동물이 종 구분을 뛰어넘어 사랑하고 섹스하는 걸 떠올리겠지만, 저자가 만난 주파일들의 경우는 일반화하기 어려울 만큼 저마다 달랐다. 사람마다 욕망을 느끼는 동물의 종류가 다르고, 성관계 여부도 다르고, 역할(액티브-패시브)도 달랐다. 인간이 동물에게 욕망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동물이 먼저 인간에게 욕망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 그런 동물의 욕망을 인간이 받아주면서(?) 관계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나로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온갖 사례가 나오는데, 저자는 이 사례들을 직접 청취하고 분석, 고찰하면서 애초에 사랑이란 무엇이고 섹스란 무엇인가, 나아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가령 어떤 주파일은 동물 파트너와의 대등성을 중시해 파트너(개)가 자신의 손을 물어 피가 철철 나도 화를 내지 않고 훈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그와 달리 저자가 10년 동안 사귄 (DV 가해자) 애인은 저자를 사랑한다면서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욕하고 때리고,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하며 저자를 (자신과 대등한 인간이 아닌) 성적 도구로 이용했다. 과연 어느 쪽이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으며 어느 쪽이 더 '인간'다운가.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싶고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가.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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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메초
샐리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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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촉망받는 작가 샐리 루니. 샐리 루니 하면 <노멀 피플>이 유명한데 읽지 못한 채로 신간 <인터메초>를 읽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이 차이가 있는 형제, 피터와 아이번. 형 피터는 삼십 대 중반의 잘나가는 변호사이고, 동생 아이번은 한때는 촉망받는 체스 선수였으나 현재는 장래가 불확실한 대학 졸업반이다. 더블린의 각자의 집에서 사는 두 사람은 아버지의 장례식을 계기로 오랜만에 만나지만 사이가 좋지 않다. 피터는 여전히 미성숙하고 사회성도 떨어지는 동생이 탐탁지 않고, 아이번은 학벌도 직업도 좋은 형이 매사에 거들먹거리고 잘난 척한다고 느낀다. 


두 사람은 가능한 한 서로 마주칠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몇 년 전 아버지와 이혼하고 다른 남자와 재혼한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반려견을 맡겨 놓은 상태라서 개의 거취 문제로 자주 연락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표면적인 문제이고, 사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말 못 할 비밀을 한 가지씩 품고 있다. 


피터는 현재 아이번과 나이가 비슷한 나오미라는 여자와 만나는 중이다. 피터와 나오미 모두 성인이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피터에게는 나오미보다 훨씬 오래 만난 실비아라는 여자가 있어서 문제다. 피터와 실비아는 학생 시절부터 사귀었고 결혼도 약속했지만, 사고로 장애를 얻은 실비아가 피터에게 이별을 고하면서 둘은 그 후로 그냥 친구 사이로 지냈다. 하지만 피터는 여전히 실비아를 사랑하고, 실비아가 아닌 여자와 결혼하는 걸 상상하기 어렵다. 장애 때문에 성관계는 물론 임신, 출산도 어렵게 된 실비아는 피터가 하루빨리 자신을 잊고 다른 여자를 만나기를 원한다. 그래서 피터는 나오미를 만났고(실비아도 안다), 나오미는 나오미대로 좋아하게 되었지만, 아쉬움인지 죄책감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자꾸만 피터를 괴롭힌다. 


한편 아이번은 피터보다 나이가 많은 마거릿과 만나는 중이다.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지 얼마 안 되어 어느 지방 도시에서 열린 체스 행사에 참석한 아이번은 주최측 직원인 마거릿과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거의 매주 주말 마거릿의 집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마거릿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아이번과 만나는 모습을 가족과 동네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불안해한다. 아이번은 남들의 눈보다, 아직 대학도 졸업하지 않았고 장래도 불확실한 자신이 마거릿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피터가 나오미와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번은 피터가 (얼른 정신 차리고) 실비아와 재결합하기를 바란다. 아이번에게 사랑이 찾아온 줄 모르는 피터는 (여성 혐오적인 성향이 있다고 여겨지는) 아이번이 누구와 연애를 할 수라도 있을지 걱정이다. 이런 식으로 서로에 대한 무지,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 배려를 가장한 공격, 공격 뒤에 숨어 있는 진심 등등이 더해지고 합쳐지며 점점 더 큰 갈등을 빚는 전개가 (모순적이게도) 드라마틱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매력적인 두 남자(형제)를 중심으로 요즘 세대의 사랑과 이별, 갈등과 성장을 다룬 이야기라서 연애 드라마를 보는 느낌도 나고, 그만큼 잘 읽히고 재미있다. 


작가가 현대의 남성, 남성성에 대해 고찰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진 점은 좋았지만, 남성 캐릭터들에 중점을 둔 소설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성 캐릭터들이 납작하고, 남성 캐릭터들의 성장과 변화를 위한 도구로 이용된 듯한 느낌이 없지 않다. 문체가 독특하고 매력적이라서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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