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rd of the Flies (Paperback, 미국판, International)
윌리엄 골딩 지음 / Penguin Classics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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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이 고전의 리뷰가 낮은 이유가 직잠이 된다. 그 중 하나에 번역이 매끄럽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스토리가 단순함에 비해 상징적 묘사가 많아서 번역이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내용 또한 전반적으로 우울해서 흥미진진하진 않았다. 수상작은 자극적인 흥미와 반전으로 독자들을 끌어 당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지막에 주인공 Ralph는 외롭게 고군분투하던 무인도에서 해군에 의해 구조되지만, 어린아이의 순수가 무너진 것과, 인간 본성의 어두움에 대하여 울부짖는다. 이 책 뒷편에 있는 문학비평에서, 이 책을 “The Catcher in the Rye(호밀밭의 파수꾼)”과 비교를 해 놓았다. 전자가 부패된 사회속에서 고뇌하는 청소년을 그린 것이라면, 이 책은 인간 본성의 타락과 어두움 즉 원죄설을 다루고 있다고 했다. 인간 본성 내의 선과 악의 불가피한 갈등을 다루고 있다.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살게 된 소년들의 나이는 6-12세이다. 처음엔 어른들의 권위와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지만 곧 그들은 스스로를 돌보며 살아야 함을 느끼며, 어른들이 무엇을 했는지를 생각하고, 아이들이지만 어른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지도자를 뽑고, 불을 지피며 오두막을 짓고, 구조선이 오기를 기다린다.

무인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을 보았다는 소문은 온 소년들을 두려움에 휩싸이게 한다. 그러나 그 짐승(beast)은 곧 우리의 일부이다. 즉, 인간의 본성 내부에 살고 있는 악을 지칭하고 있다. 나 스스로도 순간 순간 못된 생각을 하거나 복수심에 불타서 짐승보다 더 못된 생각을 할 때가 많지 않은가? 돌아보면 부끄러웠던 과거가 많고, 요즘도 짐승같은 악의 생각에 잠겨 있거나 그런 생활을 할 때가 많다.

이 책 제목 “파리 대왕”은 Beelzebub(바알세불) 즉, 악마를 상징한다. 책 속에서는 Jack이 사냥한 돼지 머리가 장대에 걸어져 거기에 파리떼가 몰리게 되고 이를 바라보던 Simon이 환상 속에서 파리 대왕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 파리 대왕은 “I’m part of you. Why thing are what they are?”라고 하고 있다. 우리 속에 누구나 악마 근성이 있어서 이 세상이 순리대로 선하게 돌아가지 않는 것일까?

Ralph의 리더십에 불만을 느끼고 추장이 되고자 했던 Jack은 결국 일부 소년을 데리고 나가며 Ralph와 대립 관계에 서게 되고, 불을 지필 생각으로 Ralph의 오두막에 급습하여 Piggy의 안경을 훔치게 된다. 멈추지 않는 권력욕을 보여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곧 어른의 모습이며 다름 아닌 인간 본연에 내재되어 있는 천성이라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정 부패를 일삼으며, 눈 하나 깜짝 안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정치인의 모습과 이 책에 나오는 소년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며 슬픔이 찾아들었다. 인간 본성의 악함 아니 나 자신 본연의 어두움을 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권모술수를 일삼으며 반도덕적 행동에 대해 일말의 양심도 보이지 않는 정치인들에 대해 투표로서 나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위안을 한다. 그러나 나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원죄에 대해서는 어떻게 벗을 수 있을까?

종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원죄설에 대해, 부끄럽지만 확신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인간이 얼마나 악한지 알게 되었다. 사실 요즘 정치에 대한 나의 관심 때문이기도 하고, 직장에서의 암울한 분위기 때문에 더욱 나 자신도 부정적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그러 인해 나의 행동이나 말도 더 악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반드시 정치나 직장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본성이 악함을 부르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얼마나 더 나의 악함과 고군분투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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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You Trap a Tiger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 2021 뉴베리 수상작,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원서
Tae Keller / Random House USA Inc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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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21 Newbery 수상작이다. 한국의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다. 우리말을 영어로 옮긴 것이 아니라 한국어로 쓰여져 있어서 처음에 당황했다. Grandmother가 아니라, 시종일관 Halmoni로 쓰여졌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 같은 해님달님의 전래동화를 소재로 하여 한국 문화와 그 정체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에 대해 한국인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진부한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난관 속에 축복의 씨앗이 잉태할 수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COVID-19으로 인해 K-방역이 위상을 높인 것도 그렇고 콘서트의 길이 막혔던 답답한 상황에서 오히려 음반 발매의 길을 통해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며 전 세계인을 열광하게 하는 BTS의 음악 또한 한국인의 자랑이다. BTS의 유엔 연설 및 공연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BTS의 음악으로 인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풍도 매우 뜨거워지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올해 수상된 청소년 문학에서 조차 한국인의 전래동화를 다루고 있다는걸 알게 되니 세계속의 한국인이란 말이 실감이 된다.

영어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영어권 문화에 갔을 때의 경험도 살아났다. 동양인으로서 영어를 배우면서 이제는 정말 사대주의를 벗고 진정한 한국인의 정체성을 마음껏 드높이는 시대가 오는가도 싶다. 주인공 Lily는 한국인 3세임에도 QAG(Quiet Asian Girl)이란 닉네임이 있고, 사람들 속에서 종종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invisible) 투명인간이 된다. 나도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권 나라에 갔을 때 내 의사를 다 표현하지 못하고 조용이 침묵을 지키거나 말수가 줄어들었던 적이 많다. 대부분의 동양권에서 자란 사람들은 토론 문화에 혹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데 익숙치 않아서도 조용히 침묵을 지키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영어라는 장벽 때문이기도 하다.

이민 1세대인 주인공의 할머니가 미국 땅에서 영어 때문에 겪었을 어려움은 상상이 된다. 말을 아끼고 숨겨야만 했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말을 아끼며 조용히 침묵을 지키면, 존재 자체가 보이지 않게 된다. 외형적으로도 존재 가치가 없어지지만 말로 표현치 못하면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도 드러내기 어려워 질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3세가, 한국의 story(전래동화)를 통해 너가 어디서 왔는지, 너는 누구인지를 이해하고, 너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 너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만들라고 하고 있다. 사람들 속에서 말 수가 적어지고 의사표현을 못하던 주인공 Lily의 실상은 마법을 믿을만큼 용감하다. 할머니의 전래동화를 듣고 자란 그녀의 눈에는 남들이 볼 수없는 호랑이가 보이고, 그 호랑이가 할머니를 치유할 수 있을거라고 믿는 용감한 소녀이다. 믿음조차 용감한 사람이 가지는 특권인 것이다.(Believing is the bravest thing of all. P.52 & P.258)

다른 전래 동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 중에서 곰이 인내의 상징이라면 호랑이는 맹렬함과 유연함(fierce and resilient)의 상징이리라. 사랑하던 할머니는 결국 돌아가셨지만, 어린 Lily는 더 이상 조용한 존재가치 없는 투명인간이 아니다. 그녀는 한국인의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를 닮아, 슬픔을 딛고 굳세게 일어나 떡을 만들며 기부운동을 시작한다. 슬픔은 빛을 바랠 것이지만 그리움은 자기 색깔을 고집하며 오래 오래 그녀 가슴에 남겠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용감하게 살아갈 것이다.(I can be brave. I can be anything. I am a girl who sees invisible things, but I am not invisible. P. 287)

한국의 모든 호랑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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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eath the Wheel (Paperback)
헤르만 헤세 지음 / Picador USA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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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정과 회의의 씨앗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세상은 교과서처럼 정직하게만 흘러가지 않으며 원칙을 고수하려 애씀이 아둔하게만 느껴지고 남들처럼 쉽게 타협하며 가는 삶이 처세인가를 생각하는 시기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데미안과 지와 사랑의 탁월한 지적 문장에 힘입어 시작했는데, 쉽게 읽혔고 재미없지 않았으나 내내 우울했다. 책 전반의 분위기이기도 하고 요즘 심란한 내 심정이 반영되었으리라 짐작한다. 유명한 고전이고 많이 알려졌기에 놀라운 스토리의 전개는 아니지만 아름답고 매력적인 문체 전개가 아니어서 다소 암울했다.

역시나 기대는 실망까지 끌어 안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왜 나는 남의 삶을 훔쳐 보면서도 향기롭고 황홀한 삶만을 기대하는가? ‘부정’이 있기에 ‘긍정’이 돋보이는 아이러니를 이론적으로 아는데, 수용은 쉽지 않다. 부정과 그늘도 삶의 양분이 됨은 멋 훗날이 지나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어리석음이 내게 있다.

그러나, 주인공 Hans의 그늘은 끝내 무거운 수레를 견디지 못하고 꽃 피기도 전에 그늘이 자양분이 됨을 깨닫기도 전에 죽음으로 끝이 난다. 친구와의 우정 조차, 지정된 교과서 외의 독서와 시를 탐닉함도 즐거운 사치를 넘어, 심적 부담감이 되는 신학교에서 자퇴를 한 그는 결국 견습공으로서 노동의 기쁨을 아주 짧게 느낀 후 삶을 마감한다.

시대, 제도, 주변 상황의 희생양으로 심약하게 살아내는 이들이 그 굴레를 벗는 방법은 무엇일까? 타인의 강요와 기대감에 의한 즐거움이 없는 수동적인 삶이 아닌 본인이 진정으로 누리는 가슴 뛰는 능동적 삶을 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모든 건강한 사람은 삶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Every healthy person must have a goal in life.)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 목적을 찾지 못해서 주인공 Hans는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일까? 영혼을 살리는 조력자이자 스승이 될것이다(You will be a helper and teacher of souls.)라는 구두 수선공의 따뜻한 메세지가 오히려 불편하고 당황스럽게 들렸던 학교에서의 모범생은 결국 사회에서 부적응자가 되었다.

누군가를 있는 모습 그대로, 부족한 모습까지 끌어 안으며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촉망받던 Hans가 자퇴생이 되어 돌아오자 그는 더 이상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나 역시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현재 내가 가진 것이 아닌, 노력하는 모습이 아닌, 빈손의 모습까지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지…

굴레와 무게를 벗을 것인가, 아님 용기없음에 끝까지 견디려고 안간힘을 쓸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주인공처럼 극단적 절망에 빠져 좌절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청소년과 어른이 이 순간에도 많지 않을까? 각자의 수레를 지고 가는 현대인의 고뇌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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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Underneath (Paperback) - 2009 Newbery 2009 뉴베리상 수상작 3
캐티 아펠트 지음, 데이비드 스몰 그림 / Atheneum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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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란 누구의 전유물인가? 앞만 보고 현실에 묻혀 살아가는 나로서는 늘 부러운 단어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없는 삶은 얼마나 단조롭고 진부할 것인가? 탄탄하고 기발한 스토리 전개에 매력을 느끼고 쉽게 빠져드는 내가 묘사가 탁월한 상상력이 풍부한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을 못하는 이유는 나 스스로 상상력이 부족하고 현실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추정한다.

아울러 놀라운 것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뿐 아니라 읽고 있는 책도 당시의 즉 현재의 내 마음을 고스란히 잘 읽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는데 ‘외로움’이란 단어가 반복해서 혹은 확대되어 보임은 내 마음의 상태때문인지 원래 작가가 의도한 주제인지 약간 혼란이 된다.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내 심적 상태 때문에 나 혼자 그렇게 읽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정확치 않으나 듣고 있는 노래나 읽고 있는 책을 통해 그렇게 나는 나를 읽어내고 있다.

내 마음이 외롭다고 책이 거꾸로 나를 읽어 주듯이, 책 안에 외로운 3명이 있다. 쓰러져 가는 집 기둥에 쇠사슬로 묶여 있는 늙은 개 Ranger, 주인에 의해 버려진 calico cat이 나은 두 새끼 고양이 Puck, Sabine가 마루 밑에서 의지해서 지낸다. 아버지에 의해 버려지고 다 쓰러져 가는 집에서 혼자 지내는 외로운 인간 Gar Face, 딸과 손녀딸을 기다리는 살모사 moccasin, 그 뱀과 친한 늪지대의 악어 Alligator King 등등.

이 책의 주인공은 제목이 암시하듯 사람이 아니라 마루 밑에서 지내는 개와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내게 친숙한 소재나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기는 아니나 묘사가 탁월한 책이다. 인간은 마치 온 우주의 주인공인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는 듯한 교만한 착각을 하고 있으나, 과연 그럴까? 어쩌면 이 세상에 온 각자의 서로 다른 목적에 의해 지금 이 순간에도 온 세상 만물들이 각자가 주인공으로서 역할과 소임을 다하며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뿐 아니라 이 세상에 서로 다른 이유와 명분을 가지고 온 유기체들이 외로움(loneliness), 그리움(missing), 갈망(longing) 등의 감정을 베개 삼아 껴안고 잠이 들며 희망의 끈을 놓치 않고 살아가고 있다. 외로움이 뚝뚝 떨어지는 이야기의 전개 속에서 엄마와의 약속을 지킨 새끼 고양이 Puck의 숭고한 행동은 결국 moccasin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 딸의 두 번의 배신으로 분노에 쌓여있던 moccasin은 Ranger의 쇠사슬을 풀어주면서 진정한 사랑은 순수하고 단순하고 맑다(pure and simple and clean)는 것을 깨닫게 된다.

크고 작은 약속을 말로 많이 하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에 옮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언행일치가 어려운 세상이기에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이나 실제로 실천으로 옮기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리 보석처럼 빛나 보이는 이유리라.

각자의 외로움은 해갈이 되었고, 약속은 아름답게 지켜진 상태로 책을 덮었다. 가을이 되어, 올해도 벌써 10월을 지나고 있기에, 줄어들지 않는 일과 비례하여 커져가는 무력감에, 이유가 없지 않으나 뚜렷이 잡히지 않은 이유 등등으로 인해, 부피가 커진 나의 외로움의 해갈은 어찌 할것인지, 그리고 올해 나 스스로와 했던 독서 몇권의 약속 이행은 어찌 할 것인지 질문이 쏟아진다. 원래 삶은 질문만 있고 답이 없는 것일까? 아님 답이 있는데 내가 듣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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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ocrates Express: In Search of Life Lessons from Dead Philosophers (Paperback) -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원서
에릭 와이너 / Avid Reader Press / Simon & Schuster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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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의 불일치가 일어나며 행복했던 순간도 결말에 의해 불행했노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에 대한 나의 리뷰는 ‘경험하는 자아’의 손을 들면, 읽는 순간 순간 행복했다. 스토리가 이어지는 경우, 오래 끌면서 읽으면 감동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14명의 각각 다른 철학자를 만나는 이야기라서 중간에 맥이 다소 끊기더라도 새로운 느낌으로 몰입할 수가 있다.

내 독서의 궁극적 목표는 철학서적을 어려움 없이 만나며 그로 인해 지혜를 배우고 녹록치 않은 일상에 일희일비 하지 않으며 책으로 인해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은 것이다. 이 책은 대부분의 철학 서적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벗게 해 준 것 같다. 일단 문장이 짧았던 것도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철학자들은 현학적, 추상적 개념을 만연체 문장으로 전달할거라는 나의 선입견을 깨고 있기에 편하게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다.

아울러 목차를 보면서 저자의 창의적 발상에 감탄했다. NPR 기자였던 그가 기차를 타고 전 세계 철학자들의 나라를 방문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마치 현지에서 들려주는 것 같아 좋았다. 또한, 인생의 3막처럼, 새벽(Dawn), 정오(Noon), 황혼(Dusk), 이렇게 3 부분으로 철학자들을 구분하여 자신의 어린 딸에게 들려주듯 쉽게 설명한 것도 철학을 어렵게 느끼는 독자들에게는 매우 좋은 발상으로 다가설듯하다.

목차만 보아도 책을 전체 읽은 듯한 느낌을 주는 작가의 혜안에 여러 번 놀란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책이라고 꼽는 명상록의 저자 처럼 아침에 일어나는 법으로 시작하여, 천권 이상의 책을 소유하고도 ‘내가 과연 아는 것이 무엇인가(What do I know?)’라고 묻고 있는 몽테뉴 처럼 죽는법으로 끝이 난다. 실상 요즘 대부분의 책들은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질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로 이 책은 분명하게 답을 제시하고 있는 느낌이다. 즉, 각기 다른 렌즈와 다양한 앵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어떻게 유의미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고 해야할까?

그간 잘 알지 못하던 철학자도 몇 명 있어서 그들의 삶을 짧게나마 바라보며 지혜를 건질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14명의 철학자들에게서 건진 명언(Quotes)은 더 없이 값진 선물이며, 내가 예전에 몽테뉴에게서 배운 것 처럼 현재는 이 책 앞 페이지 여백에 썼으나 언젠가 나의 집 어딘가에 적어서 걸어 두며, 작가처럼 우울한 감정(melancholy)이 찾아들 때, 치료약으로 사용하리라. 몽테뉴 생가를 다녀온 후 Sonya가 쓴 문장도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It is possible and it is not possible.’

예전의 나라면 분명 무슨 그리 개성없는 문장이라 치부했을 것이 확실하다. 호불호가 확실하고 흑백논리로 떨어져야 혼란이 적은 나이고 불투명에 대한 불안이 있는 나였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매우 지혜로우면서도 매우 모순적인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문장에 왜 나는 공감을 하는가? 이것이 더 넓게 수용하고자 하는 나의 ‘넓음’인지, 아니면 좌절과 실망으로 인한 ‘체념’인지는 아직 구별이 되지 않는다.

다만 서양의 많은 철학 책에서 만나는 죽음(Death)이라는 주제까지 두려움없이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죽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죽음때문에(not despite but because of)더 열심히 살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가 샘솟는 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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