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You Trap a Tiger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 2021 뉴베리 수상작,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원서
Tae Keller / Random House USA Inc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2021 Newbery 수상작이다. 한국의 전래동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 청소년 문학상을 받았다. 우리말을 영어로 옮긴 것이 아니라 한국어로 쓰여져 있어서 처음에 당황했다. Grandmother가 아니라, 시종일관 Halmoni로 쓰여졌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 같은 해님달님의 전래동화를 소재로 하여 한국 문화와 그 정체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에 대해 한국인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진부한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난관 속에 축복의 씨앗이 잉태할 수 있음은 부인할 수가 없다. COVID-19으로 인해 K-방역이 위상을 높인 것도 그렇고 콘서트의 길이 막혔던 답답한 상황에서 오히려 음반 발매의 길을 통해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며 전 세계인을 열광하게 하는 BTS의 음악 또한 한국인의 자랑이다. BTS의 유엔 연설 및 공연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BTS의 음악으로 인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풍도 매우 뜨거워지고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올해 수상된 청소년 문학에서 조차 한국인의 전래동화를 다루고 있다는걸 알게 되니 세계속의 한국인이란 말이 실감이 된다.

영어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영어권 문화에 갔을 때의 경험도 살아났다. 동양인으로서 영어를 배우면서 이제는 정말 사대주의를 벗고 진정한 한국인의 정체성을 마음껏 드높이는 시대가 오는가도 싶다. 주인공 Lily는 한국인 3세임에도 QAG(Quiet Asian Girl)이란 닉네임이 있고, 사람들 속에서 종종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invisible) 투명인간이 된다. 나도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권 나라에 갔을 때 내 의사를 다 표현하지 못하고 조용이 침묵을 지키거나 말수가 줄어들었던 적이 많다. 대부분의 동양권에서 자란 사람들은 토론 문화에 혹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데 익숙치 않아서도 조용히 침묵을 지키게 된다. 가장 큰 이유는 영어라는 장벽 때문이기도 하다.

이민 1세대인 주인공의 할머니가 미국 땅에서 영어 때문에 겪었을 어려움은 상상이 된다. 말을 아끼고 숨겨야만 했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말을 아끼며 조용히 침묵을 지키면, 존재 자체가 보이지 않게 된다. 외형적으로도 존재 가치가 없어지지만 말로 표현치 못하면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도 드러내기 어려워 질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 3세가, 한국의 story(전래동화)를 통해 너가 어디서 왔는지, 너는 누구인지를 이해하고, 너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 너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를 만들라고 하고 있다. 사람들 속에서 말 수가 적어지고 의사표현을 못하던 주인공 Lily의 실상은 마법을 믿을만큼 용감하다. 할머니의 전래동화를 듣고 자란 그녀의 눈에는 남들이 볼 수없는 호랑이가 보이고, 그 호랑이가 할머니를 치유할 수 있을거라고 믿는 용감한 소녀이다. 믿음조차 용감한 사람이 가지는 특권인 것이다.(Believing is the bravest thing of all. P.52 & P.258)

다른 전래 동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 중에서 곰이 인내의 상징이라면 호랑이는 맹렬함과 유연함(fierce and resilient)의 상징이리라. 사랑하던 할머니는 결국 돌아가셨지만, 어린 Lily는 더 이상 조용한 존재가치 없는 투명인간이 아니다. 그녀는 한국인의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를 닮아, 슬픔을 딛고 굳세게 일어나 떡을 만들며 기부운동을 시작한다. 슬픔은 빛을 바랠 것이지만 그리움은 자기 색깔을 고집하며 오래 오래 그녀 가슴에 남겠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용감하게 살아갈 것이다.(I can be brave. I can be anything. I am a girl who sees invisible things, but I am not invisible. P. 287)

한국의 모든 호랑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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