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crates Express: In Search of Life Lessons from Dead Philosophers (Paperback) -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원서
에릭 와이너 / Avid Reader Press / Simon & Schuster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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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의 불일치가 일어나며 행복했던 순간도 결말에 의해 불행했노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에 대한 나의 리뷰는 ‘경험하는 자아’의 손을 들면, 읽는 순간 순간 행복했다. 스토리가 이어지는 경우, 오래 끌면서 읽으면 감동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14명의 각각 다른 철학자를 만나는 이야기라서 중간에 맥이 다소 끊기더라도 새로운 느낌으로 몰입할 수가 있다.

내 독서의 궁극적 목표는 철학서적을 어려움 없이 만나며 그로 인해 지혜를 배우고 녹록치 않은 일상에 일희일비 하지 않으며 책으로 인해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은 것이다. 이 책은 대부분의 철학 서적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벗게 해 준 것 같다. 일단 문장이 짧았던 것도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철학자들은 현학적, 추상적 개념을 만연체 문장으로 전달할거라는 나의 선입견을 깨고 있기에 편하게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다.

아울러 목차를 보면서 저자의 창의적 발상에 감탄했다. NPR 기자였던 그가 기차를 타고 전 세계 철학자들의 나라를 방문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마치 현지에서 들려주는 것 같아 좋았다. 또한, 인생의 3막처럼, 새벽(Dawn), 정오(Noon), 황혼(Dusk), 이렇게 3 부분으로 철학자들을 구분하여 자신의 어린 딸에게 들려주듯 쉽게 설명한 것도 철학을 어렵게 느끼는 독자들에게는 매우 좋은 발상으로 다가설듯하다.

목차만 보아도 책을 전체 읽은 듯한 느낌을 주는 작가의 혜안에 여러 번 놀란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책이라고 꼽는 명상록의 저자 처럼 아침에 일어나는 법으로 시작하여, 천권 이상의 책을 소유하고도 ‘내가 과연 아는 것이 무엇인가(What do I know?)’라고 묻고 있는 몽테뉴 처럼 죽는법으로 끝이 난다. 실상 요즘 대부분의 책들은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질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로 이 책은 분명하게 답을 제시하고 있는 느낌이다. 즉, 각기 다른 렌즈와 다양한 앵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어떻게 유의미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고 해야할까?

그간 잘 알지 못하던 철학자도 몇 명 있어서 그들의 삶을 짧게나마 바라보며 지혜를 건질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14명의 철학자들에게서 건진 명언(Quotes)은 더 없이 값진 선물이며, 내가 예전에 몽테뉴에게서 배운 것 처럼 현재는 이 책 앞 페이지 여백에 썼으나 언젠가 나의 집 어딘가에 적어서 걸어 두며, 작가처럼 우울한 감정(melancholy)이 찾아들 때, 치료약으로 사용하리라. 몽테뉴 생가를 다녀온 후 Sonya가 쓴 문장도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It is possible and it is not possible.’

예전의 나라면 분명 무슨 그리 개성없는 문장이라 치부했을 것이 확실하다. 호불호가 확실하고 흑백논리로 떨어져야 혼란이 적은 나이고 불투명에 대한 불안이 있는 나였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매우 지혜로우면서도 매우 모순적인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문장에 왜 나는 공감을 하는가? 이것이 더 넓게 수용하고자 하는 나의 ‘넓음’인지, 아니면 좌절과 실망으로 인한 ‘체념’인지는 아직 구별이 되지 않는다.

다만 서양의 많은 철학 책에서 만나는 죽음(Death)이라는 주제까지 두려움없이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죽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죽음때문에(not despite but because of)더 열심히 살 수 있는 긍정적 에너지가 샘솟는 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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