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Underneath (Paperback) - 2009 Newbery 2009 뉴베리상 수상작 3
캐티 아펠트 지음, 데이비드 스몰 그림 / Atheneum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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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란 누구의 전유물인가? 앞만 보고 현실에 묻혀 살아가는 나로서는 늘 부러운 단어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없는 삶은 얼마나 단조롭고 진부할 것인가? 탄탄하고 기발한 스토리 전개에 매력을 느끼고 쉽게 빠져드는 내가 묘사가 탁월한 상상력이 풍부한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을 못하는 이유는 나 스스로 상상력이 부족하고 현실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추정한다.

아울러 놀라운 것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뿐 아니라 읽고 있는 책도 당시의 즉 현재의 내 마음을 고스란히 잘 읽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는데 ‘외로움’이란 단어가 반복해서 혹은 확대되어 보임은 내 마음의 상태때문인지 원래 작가가 의도한 주제인지 약간 혼란이 된다.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내 심적 상태 때문에 나 혼자 그렇게 읽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정확치 않으나 듣고 있는 노래나 읽고 있는 책을 통해 그렇게 나는 나를 읽어내고 있다.

내 마음이 외롭다고 책이 거꾸로 나를 읽어 주듯이, 책 안에 외로운 3명이 있다. 쓰러져 가는 집 기둥에 쇠사슬로 묶여 있는 늙은 개 Ranger, 주인에 의해 버려진 calico cat이 나은 두 새끼 고양이 Puck, Sabine가 마루 밑에서 의지해서 지낸다. 아버지에 의해 버려지고 다 쓰러져 가는 집에서 혼자 지내는 외로운 인간 Gar Face, 딸과 손녀딸을 기다리는 살모사 moccasin, 그 뱀과 친한 늪지대의 악어 Alligator King 등등.

이 책의 주인공은 제목이 암시하듯 사람이 아니라 마루 밑에서 지내는 개와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내게 친숙한 소재나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기는 아니나 묘사가 탁월한 책이다. 인간은 마치 온 우주의 주인공인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는 듯한 교만한 착각을 하고 있으나, 과연 그럴까? 어쩌면 이 세상에 온 각자의 서로 다른 목적에 의해 지금 이 순간에도 온 세상 만물들이 각자가 주인공으로서 역할과 소임을 다하며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뿐 아니라 이 세상에 서로 다른 이유와 명분을 가지고 온 유기체들이 외로움(loneliness), 그리움(missing), 갈망(longing) 등의 감정을 베개 삼아 껴안고 잠이 들며 희망의 끈을 놓치 않고 살아가고 있다. 외로움이 뚝뚝 떨어지는 이야기의 전개 속에서 엄마와의 약속을 지킨 새끼 고양이 Puck의 숭고한 행동은 결국 moccasin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다. 딸의 두 번의 배신으로 분노에 쌓여있던 moccasin은 Ranger의 쇠사슬을 풀어주면서 진정한 사랑은 순수하고 단순하고 맑다(pure and simple and clean)는 것을 깨닫게 된다.

크고 작은 약속을 말로 많이 하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에 옮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언행일치가 어려운 세상이기에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이나 실제로 실천으로 옮기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리 보석처럼 빛나 보이는 이유리라.

각자의 외로움은 해갈이 되었고, 약속은 아름답게 지켜진 상태로 책을 덮었다. 가을이 되어, 올해도 벌써 10월을 지나고 있기에, 줄어들지 않는 일과 비례하여 커져가는 무력감에, 이유가 없지 않으나 뚜렷이 잡히지 않은 이유 등등으로 인해, 부피가 커진 나의 외로움의 해갈은 어찌 할것인지, 그리고 올해 나 스스로와 했던 독서 몇권의 약속 이행은 어찌 할 것인지 질문이 쏟아진다. 원래 삶은 질문만 있고 답이 없는 것일까? 아님 답이 있는데 내가 듣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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