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eath the Wheel (Paperback)
헤르만 헤세 지음 / Picador USA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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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정과 회의의 씨앗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세상은 교과서처럼 정직하게만 흘러가지 않으며 원칙을 고수하려 애씀이 아둔하게만 느껴지고 남들처럼 쉽게 타협하며 가는 삶이 처세인가를 생각하는 시기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데미안과 지와 사랑의 탁월한 지적 문장에 힘입어 시작했는데, 쉽게 읽혔고 재미없지 않았으나 내내 우울했다. 책 전반의 분위기이기도 하고 요즘 심란한 내 심정이 반영되었으리라 짐작한다. 유명한 고전이고 많이 알려졌기에 놀라운 스토리의 전개는 아니지만 아름답고 매력적인 문체 전개가 아니어서 다소 암울했다.

역시나 기대는 실망까지 끌어 안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왜 나는 남의 삶을 훔쳐 보면서도 향기롭고 황홀한 삶만을 기대하는가? ‘부정’이 있기에 ‘긍정’이 돋보이는 아이러니를 이론적으로 아는데, 수용은 쉽지 않다. 부정과 그늘도 삶의 양분이 됨은 멋 훗날이 지나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어리석음이 내게 있다.

그러나, 주인공 Hans의 그늘은 끝내 무거운 수레를 견디지 못하고 꽃 피기도 전에 그늘이 자양분이 됨을 깨닫기도 전에 죽음으로 끝이 난다. 친구와의 우정 조차, 지정된 교과서 외의 독서와 시를 탐닉함도 즐거운 사치를 넘어, 심적 부담감이 되는 신학교에서 자퇴를 한 그는 결국 견습공으로서 노동의 기쁨을 아주 짧게 느낀 후 삶을 마감한다.

시대, 제도, 주변 상황의 희생양으로 심약하게 살아내는 이들이 그 굴레를 벗는 방법은 무엇일까? 타인의 강요와 기대감에 의한 즐거움이 없는 수동적인 삶이 아닌 본인이 진정으로 누리는 가슴 뛰는 능동적 삶을 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모든 건강한 사람은 삶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Every healthy person must have a goal in life.)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 목적을 찾지 못해서 주인공 Hans는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일까? 영혼을 살리는 조력자이자 스승이 될것이다(You will be a helper and teacher of souls.)라는 구두 수선공의 따뜻한 메세지가 오히려 불편하고 당황스럽게 들렸던 학교에서의 모범생은 결국 사회에서 부적응자가 되었다.

누군가를 있는 모습 그대로, 부족한 모습까지 끌어 안으며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촉망받던 Hans가 자퇴생이 되어 돌아오자 그는 더 이상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나 역시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현재 내가 가진 것이 아닌, 노력하는 모습이 아닌, 빈손의 모습까지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지…

굴레와 무게를 벗을 것인가, 아님 용기없음에 끝까지 견디려고 안간힘을 쓸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주인공처럼 극단적 절망에 빠져 좌절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청소년과 어른이 이 순간에도 많지 않을까? 각자의 수레를 지고 가는 현대인의 고뇌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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