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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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는 비단 우리만의 경향이 아닌가보다.

리스트의 "순례의 해"와 자신의 꿈을 실마리 삼아 옛 친구들을 찾으나선 다자키.

친구들의 이름에는 모두 색깔이 들어 있지만 자신의 이름에만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이방인"화한 그가 친구들을 찾아나선다.우여곡절 끝에 모두를 만나지만 충격적인 이야기가 기다리는데...

하루키는 읽는 재미 하나는 최고인 작가이다. 상실의 시대, IQ84, 해변의 카프카, 태엽감는 새, 그리고 다시 노르웨이의 숲에 이르기까지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제 그 환상적인 분위기는 질렸다. '다자키'가 예전 상실의 시대로 회귀했다는 기사를 얼핏 읽어 기대하긴 했으나 그마저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할까?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듯 젊은 시절의 하루키는 그의 초기작품으로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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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시대를 듣다
정윤수 지음 / 너머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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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겨듣는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는 당대의 '불협화음'이었다.
그런 것들이 시간을 따라 소비되는 과정에서 불멸의 걸작이 되었다.

그렇지 않은가? 바흐는 지금도 발견되고 재해석되는 서양음악의 보고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는 그저그런 궁정음악가에 불과했다. 베토벤은 생전에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청력을 상실한 탓인지 말년에는 내면의 소리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작곡된 후기현악사중주들은 (많은 예술작품들에 헌사되는 수식어이긴 하지만) 인류 최대의 유산으로 추앙받고 있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친구들 사이에서만 소비되는 음악을 작곡했고 31세에 사망했다. 그런 그의 음악들은 최고의 인기의 낭만주의 음악이다.

나는 문학작품 다음으로 책이 클래식 해설서(에세이)를 즐겨 읽는다. 그런데 이 책은 에세이를 넘어선다. 작곡가 순으로 편제되어 있지만 그를 둘러싼 시대적 맥락에 오히려 더 집중한다. 아울러 그 시대적 맥락이 지금 우리 한국, 한국인의 현실에 비추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가를 '읽고' 있다.

역사, 철학, 미술,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을 '음악'이라는 주제에 녹여넣은 저자의 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번 읽고 덮을 게 아니라 몇번씩 읽으며 음미해야 할 수작이다.

 

2013.5.15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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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68
스탕달 지음, 임미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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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탕달의 사실, 우리나라에 그다지 작품이 많이 번역된 작가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적과 흑' 단 한편만은 주요 고전 목록에 꼭 들어있다. 

 

민음사, 문학동네, 열린책들 중 열린책들의 번역본을 선택한 이유는 '번역이 좋다'는 평이 주류를 이루어서이다. 민음사 것을 조금 읽었지만 힘들었다. 역자가 우리나라 제일의 스탕달 권위자인 것 같긴 해도 '번역은 결국 우리말을 잘 해야 한다'는 상식에 비추어 봤을 때, 열린책들의 이 역본은 상당히 준수했다.

 

쥘리앵 소렐은 '나쁜 남자'이다. 나폴레옹의 혁명적 기운을 숭배하는 야심찬 젊은이다. 고귀한 신분의 여성들과 사랑을 나누면서 신분상승의 굳건한 의지를 보이지만 결국은 그 사랑 때문에 파멸의 길에 들면서, 자신을 가로막은 귀족과 귀족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와 사랑을 한 마틸드. 후작의 딸로서 굉장한 프라이드를 가졌지만 귀족청년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기운을 쥘리앵에게서 보고 그를 선택한다. 억센 성격으로 끝까지 쥘리앵을 끝까지 구명하려 하지만 실패하자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마지막을 함께 한다.

 

소렐의 첫사랑 레날부인. 온순한 성격의 독실한 신도인 그녀는 그 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찾고 한편으로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 그의 파멸의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다.

 

이 소설의 특징이라 하면 극도로 섬세한 심리묘사이다. '사실주의의 효시'라고 하지만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연애감정의 미묘한 싸움, 요샛말로 하는 '밀당'이 작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모 연애강사가 자신의 저작을 이 작품보다 위에 두었을 정도로, 이 책은 연애심리의 고전인가보다.

 

이 책은 열린책들이 제공하는 아이패드 앱으로 읽었다. 무료인 '그리스인 조르바'에 이어 두번 째인데, 처음엔 주석이 활성화가 안 되었지만 여러번의 업데이트 끝에 잘 읽을 수 있었다. 시력감퇴의 문제만 없다면 상당히 뛰어난 앱이다. 그 서비스가 언제까지 제공될 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2013.7.7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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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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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

 

중학교 시절, 문제 지문에 나온 '과학에세이'로부터 그를 알았고, 영화 '바이센테니얼맨'과 '아이로봇'에서 그가 보여준 세계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로봇계의 법칙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파운데이션'은...

이제 막 1권을 읽었는데, 솔직히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잘 모르겠다. 심지어 '파운데이션'이라는 것이 출판사인지, 공동체인지, 재단인지, 국가인지조차 불명확하다. 그런데 매력적이다.

 

Life Work라는 것이 있다. 작가가 일생을 두고 완성한 작품을 말한다.

'파운데이션'은 아시모프의 라이프워크이다. 그의 평생에 걸친 그의 모든 세계관을 담고 있고, 아마 '로봇'까지 다루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 읽은 작품에 그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게 있다.

데즈카 오사무의 '불새'이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그의 모든 생각을 담아내고 죽을때까지 완성하지 못한, 그러나 흠뻑 빠져들게 하는 작품. 불새가 상징하는 바를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여러 번 읽어달라는 뜻일 게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쇠퇴해 가는 은하제국과, 그에 저항하는 학자 '해리 셀던'이 '심리역사학'에 기반해 만든 '파운데이션'의 이야기이다. SF는 물론이거니와 정치, 종교, 문화 등 다양한 것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는 좀 어렵다. 내가 SF라는 장르를 거의 읽지 않아 어렵게 느끼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적어도 초기 3부작은 읽고 나머지는 그야말로 '라이프워크'로 음미하면서 읽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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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운명을 넘어서는 역량의 정치학 리라이팅 클래식 14
정정훈 지음 / 그린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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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는 재미있다.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에 이어 세번째로 읽는 정정훈의 '군주론' 해설서는 앞의 두 개와 사뭇 다르다. 강대진의 책들이 철저하게 작품의 해설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정정훈은 마키아벨리의 사상 자체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군주론' 뿐 아니라 그의 다른 저작인 '로마사논고'를 함께 언급하면서 그의 총체적 정치철학을 들여다본다.

 

이 책은 '권모술수'의 제창자로 알려진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마르크스주의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그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몇 가지 언급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철저히 '인민'의 지지를 얻어야만 한다. 강건한 요새와 인민의 강한 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인민의 지지이다. 정치로부터 도덕을 분리시켰다고 평가받는 그의 이러한 주장이 군자의 정치를 설파한 공자의 생각(民無信不立)과 무척이나 닿아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2. 마키아벨리가 취직을 위해 쓴 '군주론'이 역사에 길이 남는 걸작이 되었지만, 5년 후 완성된 그의 다른 저작인 '로마사논고'에서 그는 공화주의자로 변신한다. 변절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정훈은 역사의 발전, 또는 정치체제의 안정이라는 점에서 이를 바라본다. 마키아벨리가 이상으로 그리는 정체는 군주, 귀족, 인민이 힘의 균형을 이룬 '공화주의'이다. 그런데 그가 '군주론'을 써야만 했던 (일반적으로 평가되는) 역사적 배경을 보자. 당대의 이탈리아는 여러 개의 공국으로 분리되어 있어, 프랑스 등 외세의 침입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지역'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강력한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강력한 군주가 필요했고 그러한 군주가 갖춰야 할 덕목을 정리한 것이 '군주론'이다. 반면, '로마사논고'는 건국 이후 국가가 지향해야 할 모습을 묘사했다는 것이 정정훈의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작품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속성 상 있다는 것이다. 

 

3. '사자의 용맹과 여우의 꾀'. 마키아벨리, 아니 '군주론'의 형상화하고 있는 군주의 정치적 기술이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군주는 인민의 강한 지지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 그럼 '사자의 용맹과 여우의 꾀'는 도대체 누구에게 사용하라는 말인가? 힌트는 '로마사논고'에 있다.

 

'귀족이라는 호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나는 토지 소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인해 일하지 않고도 사치스럽게 사는 자를 귀족이라고 부르겠다'(로마사논고, 1권 55장)

 

즉, 국가가 쇠망해 가는 원인은 귀족 때문이며, '사자의 용맹과 여우의 꾀'는 인민을 억압하고 불로소득을 취하는 이들 귀족에게 사용하여 인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 정정훈의 주장이다. 여기에 이르면, 마키아벨리가 생각하는 군주가 '예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군주'가 마키아벨리가 흠모했던 청년 정치가 '체사레 보르자'를 이론화한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출처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박노자 교수가 예수를 '최초의 사회주의자'라고 표현했던 글을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운동권 시절, 마키아벨리가 '기득권의 옹호자'라는 편견을 가졌던 정정훈은 이 책에서 '인민의 수호자'로서의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자신이 모델로 삼았던 체사레 보르자 만큼이나, 마키아벨리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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