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클래식 시대를 듣다
정윤수 지음 / 너머북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즐겨듣는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는 당대의 '불협화음'이었다.
그런 것들이 시간을 따라 소비되는 과정에서 불멸의 걸작이 되었다.
그렇지 않은가? 바흐는 지금도 발견되고 재해석되는 서양음악의 보고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는 그저그런 궁정음악가에 불과했다. 베토벤은 생전에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청력을 상실한 탓인지 말년에는 내면의 소리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작곡된 후기현악사중주들은 (많은 예술작품들에 헌사되는 수식어이긴 하지만) 인류 최대의 유산으로 추앙받고 있다. 슈베르트는 자신의 친구들 사이에서만 소비되는 음악을 작곡했고 31세에 사망했다. 그런 그의 음악들은 최고의 인기의 낭만주의 음악이다.
나는 문학작품 다음으로 책이 클래식 해설서(에세이)를 즐겨 읽는다. 그런데 이 책은 에세이를 넘어선다. 작곡가 순으로 편제되어 있지만 그를 둘러싼 시대적 맥락에 오히려 더 집중한다. 아울러 그 시대적 맥락이 지금 우리 한국, 한국인의 현실에 비추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가를 '읽고' 있다.
역사, 철학, 미술,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을 '음악'이라는 주제에 녹여넣은 저자의 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번 읽고 덮을 게 아니라 몇번씩 읽으며 음미해야 할 수작이다.
2013.5.15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