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황제 열전 - 제국을 이끈 10인의 카이사르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최파일 옮김 / 까치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력적인 로마제국 개설서이다. 황제의 거처였던 로마의 '팔라티노 언덕'을 프롤로그로 하여, 아우구스투스의 창건부터 로마를 기독교 제국으로 변모시키고 동방으로 권력을 옮기는 콘스탄티누스에 이르기까지 약 400년에 걸친 역사를 꽤나 밀도있게 서술하고 있다.


각 장(chapter)이 황제가 재위기간 중 겪는 일로 시작하면서, 뒤이어 그의 출생부터 사망까지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이런 장치 때문에 '왕좌의 게임'을 읽는 것 같다는 추천글이 있는 것 같지만(월스트리트 저널), 왕겜은 약간 오버고 그래도 TV 시리즈 같은 극적 효과인 점은 확실하다. 왕좌의 게임이 제 아무리 권력투쟁의 명작 드라마라고 한들, 현실보다 더 잔인하고 피가 튀길까.


숱한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도 로마가 500년이나 지속될 수 있었던 힘으로 저자는 '실용주의'와 '신인(新人)의 등장'을 꼽고 있다. 미국이 수십년간 세계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같다. 미국 학자이니 역시 미국과 로마와 동일시하는 것일까?


다만, '로마 황제 열전'이라는 제목은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데, 황제가 시정잡배가 아닌데'열전'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제목 'Ten Caesar'와 다르게, 10명의 황제를 중심으로 다루면서도, 저자는 그 사이사이 재위한 황제들에 대한 서술도 놓치지 않는다. 그들도 황제들도 짧게는 몇줄부터 길게는 몇 페이지에 걸쳐 언급된다. 그 때문에 우리는 '오현제'가 각각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일년에 몇번씩 뒤바뀐 장삼이사 황제의 이름들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로마제국 약사'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아무튼 그런 드라마 못지않게 4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일어난 많은 사건들을 흥미를 잃지 않고 집중해서 읽게 만드는 저자의 필력이 대단하다. 작년에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던『나폴레옹 전쟁사』의 역자가 번역을 맡아서 믿음이 간다.

우리는 제위를 찬탈한 사람에게 정통성을 부여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대중의 사고에서 징조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 P3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