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노트>    무조건 좋게 결정지어서 맡겨놓기


날짜:2025115

오늘의정진: 鏡裏看形見不難 (경리간형견불난) 거울 속 형상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 100일 정진, 21일차


어제 증도가(證道歌) 스무 번째 구절은

<淨五眼得五力, 唯證乃知難可測 /정오안득오력, 유증내지난가측

오안을 맑혀 오력을 얻음은 , 오직 깨우쳐 증명할 뿐 헤아리기는 어려워라> 였다.


우리의 눈으로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육안으로 어떻게 볼 수 있는가

오안(五眼)으로 봐야 한다.

육안(肉眼), 천안(天眼), 혜안(慧眼), 법안(法眼), 불안(佛眼) 이라는 오안의 근본 바탕은 마음()이다.

육안을 넘어서 심안(心眼)으로 관()해야 한다.


오늘은 스물 한 번째 구절

鏡裏看形見不難(거울 경, 속 리, 볼 간, 형상 형, 볼 견, 아닐 불, 어려울 난)

경리간형견불난 / 거울 속 형상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水中捉月爭拈得(물 수, 가운데 중, 잡을 착, 달 월, 다툴 쟁, 집을 념, 얻을 득

수중착월쟁념득/ 물 속의 달을 잡아 보려하나 어찌 집을 수 있을 것인가


불교에서 '보는 것(')은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깨닫기 위해 필수적인 수행의 단계가 바로 보는 것에서 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 가 싶다.

먼저 팔정도(八正道)의 첫 번째가 '정견(正見), 바르게 보기' 이다.

<증도가>에서 첫 구절도 '군불견() 으로 그대 보이지 않는가' 로 시작했다.

<반야심경>에서도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 오온이 공함을 비추어 보고' 에서도 보는 것이 핵심 구절이었다.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증도가에서 본다()는 것은 보려는 의지를 가지고 보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냥 눈에 들어와 보여지는  상태라고 했다.

또 다른 본다는 뜻의 간()은 견()과는 달리 '보려는 의지'가 포함 되어 있다.

하지만 간은 피상적으로 보는 것에 불과하다. ()은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는 것이 아닌 그 속을 보다 깊게 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보여져야 볼 수 있다.


불투명한 창문 뒤에 숨어 있는 사람을 내가 창문 밖에서 아무리 보려 해도 그 사람이 누군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불투명한 창문에 가려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창문을 열어 버리면 그 창문 뒤의 사람이 확연히 드러나 그 사람이 누군지를 바로 알게 된다.

이처럼 진리를 본다는 것은 창문이 열려서 보여 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보여져야 하는 경지'는 그냥 보는 행위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다.

이번 구절은 이런 맥락을 가지고 이해해야 한다.

거울 앞에 내가 서면 거울은 나를 비춘다. 거울을 보는 간()은 단지 겉으로 드러난 나를 볼 뿐이다. 하지만 거울의 입장에서는 나를 드러내어 보여준다.

즉 견() 이 된다. 나는 거울을 보는데 거울은 나를 보여주는 것이다.

무슨 말 장난 같아 보이지만 우리는 '본다'는 하나의 뜻이 서로 다른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 속엔 달이 없다. 달은 밤 하늘에 떠있다

그런데 우리는 강물에 비춘 달이 달 속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지 않으면 우리는 물 속에 달이 있다고만 생각하고 살 것이다.

'달을 가르키면 달을 봐야 하는데 손가락을 보고 있다' 는 말 처럼 우리는 본질을 보지 않고 엉뚱한 것을 본다.

우리는 본질(本質) 보다 현상(現像)에 사로 잡혀있다.


거울에 내 모습이 보인다고 해서,  물 속에 달이 보인다고 해서  

거울이 내가 아니고, 물 속의 달이 달이 아니다.


제대로 잘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 수행에서 ''은 정말로 중요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피상적인 ''이 아니라 근원과 실체를 볼 수 있는 ''이 되야 하는 것이다.

땅 속에 가려진 나무 뿌리를 눈으로 보지 못해도 나무의 근원이 뿌리임을 알 듯이 내 마음도 그렇다

나의 근원이 마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근원이 바로 나의 불성이고, 참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볼려고 해서 보는 게 아니라 저절로 드러나져야 한다.

저절로 보여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견(見) 이다.


<일일 소견>

천 개의 호수에 잠긴 달은 천 개나 되지만

하늘의 둥근 달 하나만 호수에 잠기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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