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수학의 힘 - 수학은 어떻게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가
류쉐펑 지음, 이서연 옮김, 김지혜 감수 / 미디어숲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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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네가 피타고라스, 삼각함수, 미적분 같은 공식 외워도 나중에 사회에 나가면 아무 쓸모없다고 생각 하제? 시장에서 물건 살때 계산만 알면 되지. 이런 수학 공식 같은건 쓸모 없다고 생각 할꺼야. 근데 아니라고 봐요. 반드시 사회 생활 할때에 어떤식으로든 도움이 될꺼라고 봐요. 대학 갈려고 하는것보다 중요한게 있다고. 수학문제 한문제 풀려고 할때 니네의 대뇌에서 모든 화학작용이 일어 나거든, 수학이 그런 훈련을 한다고 .그러니 수학 포기 하지 말고 열심히 풀어봐요."

 

고딩 시절 어느날 오후,금방 점심 밥먹고 대다수 반아이들이 비몽사몽 할때 담임선생님이 수업중에 하신 말씀이다.

당시 담임선생님은 윤리 과목을 맡으셨는데 전후 맥락은 기억에 없지만 이날 하신 말씀과 뉘앙스는 가끔 기억의 수면위로 떠오른다.

30년도 지난 시간이지만 , 기억의 파편은 시간을 뚫는다.

그런데 말씀이 나의 삶에 영향을 끼칠만큼 대단한 말씀이였는가?

그건 아닌것 같다...

문과 출신이고 수학은 문과 애들한테는 공공의 적이나 다름 없었다.

<수학의 정석> 겉표지는 흰색 칼라의 종이였는데, 그걸 벗겨내 본적이 없다.

그래서 책의 겉표지를 떼내면 책의 껍데기가 무슨 색인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빨강색 같기도 한데...

대부분의 문과 학생도 수학의 정석을 들고 다니지만 단원만 손때가 있고 뒤로 갈수록 깨끗하다. 우린 문과였으니...

 

단순히 계산만 할줄 아는 산수는 도움이 되지만 공식을 적용해야 하는 수학은 실생활에 분명 도움이 안된다고 살아왔다. 우린 문과 였으니...

 

결국 나는 수학과 상관없는 대학 전공을 택하고 사회생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고딩때 담임선생님 말씀대로 '수학공식이 실생활에 필요한 도움을 줬을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이제는 어쩌면 맞는것 같기도 한것 같다.이제는 점점 그때의 일이 선명해진다.

 

수포자라고 해도 '학교 공부의 수학' 포기 했을지라도 '생활속의 수학' 자기도 모르게 이미 적용하고 있었던것은 아니였을까?

이제와서 보면 수학은 어쩌면 다른 언어이기도 한것 같다.

세상을 해석하는 다른 언어.

우리 대다수는 언어를 배우다 포기했지만 어쩌면 아이들이 문법은 몰라도 말은 할줄 아는것 처럼 이미 나도 모르게 사용하고 있는 다른 언어가 아니였을까?

 

그러한 의미에서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수학의 > 수학의 언어를 배우는데 도움을 준다.

 

책의 저자는 중국인 류쉬에펑(刘雪峰: LIU XUE FENG),북경 항공우주대학 교수이다.

사실 이책의 저자를 보고 책을 고른것이 아니다. 같은 하늘아래에 있지만 내가 어찌 그런분을 알수 있을텐가?

이책의 감수자는 김지혜, 북경한국국제 학교 수학교사 이시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선생님이 <감수>인것을 보고 전혀 일면식이 없지만, 나름 학연(?) 때문에 읽게 되었다.

또한 수학에 대한 고딩때 부터 저장되어 있는 기억의 파편이 이책을 읽는 동기도 작용했지만..

 

읽고 난후, 뜻밖의 횡재를 한듯한 기분.

곧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하게 책이 되버렸다. (물론 아직도 아이들은 읽지 않고 있지만..)

 

이책을 보고 세상을 보는 창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문과 출신으로서 수학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이 아닌 수학에 대한 편협했던 시야을 한층 넓혀준것 같다.

때늦게 독서바람이 분들이나(혹은 수포자 였을지라도) 고등학교 수준의 독서 능력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만한 책이다.

 

'세상은 노력하면 성공할수 있다' 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과 '세상일은 운명에 의해 결정된다' 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것이 맞는가?

해석보다 중요한 예측,소확행과 대확행중 어느것이 행복한가?

복잡해 보이는 현상에 숨겨진 단순성, 사건뒤에 숨겨진 배후를 찾는것, 도박하지 말아야 하는 수학적 이유.

수학과 공자의 중용과의 관계.

신기술과 자석을 이용한 전기 밭솥의 원리.

비행기는 날개를 새처럼 퍼덕이지 않는지에 대한 공기역학 적용.

학위를 위한 공부와 취업을 위한 공부 어느것을 선택해야 하는가?

드라마를 어떻게 시청해야 하는가? 등등

우리 생활에서 접하는 소소하지만 다양한 문제꺼리들을 제시한다.

 

작자는 이러한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 인문학자들은 생각할수도 없는 방식을 제시한다.

공학 교수님 답게 확률을 사용하고, 과학적 방법론, 연립 방정식, 합성곱,휴리스틱 알고리즘,조건부 독립,칼만 필터,양성 피드백, 멀티 태스크 학습법 등등 다양한 수학적 이론과 방법을 연결 시켜 제시 한다. 어려운 내용을 아주 쉽게. 그렇다고 공식이 쉬운것은 아니다.

 

중간 중간 수학공식과 풀이 과정은 그냥 건너 뛰면 된다. 작가 역시 이렇게 말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가 그동안 많은 지면을 할애혜 다양한 공식을 사용해 추론한 최적화가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두번째 단계인 상위 최적화는 첫번째 단계인 선택 보다 중요하지 않다.> p.147

 

예를 들어 작가의 딸아이가 볶음요리를 먹는데 젓가락질을 못해 콩을 못집어 먹었단다.

그래서 콩을 집어 먹기 위해 젓가락질 훈련을 시켰는데 결론은 시간 낭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게 대단한 거냐 하지만 사실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에서 완벽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러다 보면 정말 힘들게 노력하고 고생했지만 결국에는 되지도 않고 포기하고 경우도 많지 않는가?

어쩌면 최초의 선택을 잘못하여 소위 삽질만 한적이 한두번이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학적으로 공식을 이용한 최적화 보다 아예 선택만 옳은 결정을 하면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책에는 삶의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각에 대한 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문제 해결을 위해 혼자 단독 조사 하는팀 하나. 비교적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로 팀을 꾸린것 .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진 구성원들로 이뤄진 . 모두 셋팀을 문제 해결한것으로 비교해보니 다양한 관점을 가진 팀이 훨씬 문제 해결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회가 오히려 발전 할수있는 가능성을 추론 할수있겠다.

물론 그러한것이 맞다는 것이 아니다.

완벽을 추구하다 잘못 되면 오히려 편향된 사고를 가지게 될수 있다는것이다. 그래서 가능성이 다양한 확률적으로 세상을 읽어 보자는 얘기일것이다.

 

처럼 이책은 수학적 사고 방식이라고 해서 딱딱한 수학 공식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의 경험과 수학이론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관점의 필요성과 한번에 완벽해 지려고 하지 말고 불완전 하지만 여러번의 시도와 피드백을 통해 점차 완성해 가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외에도 곳곳에 삶을 대하는 수학적 태도를 참고하고 적용할 만한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두고 두고 볼만한 책이라 할것 같다.

일반 웬만한 자기 계발서 보다 훨씬 낫다고 본다.

이러한 책들을 많이 발견했으면 좋겠다.

 

나같이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난이도가 높으면 어쩔수 없이 휴독기(休讀期) 들어간다.

쉽게 읽힌다고 쉬운책은 아니지만 이처럼 세상을 보는 지혜를 넓혀줄수 있는 책을 만난것은 독서를 하면서 기분 좋아지는 일인것은 분명하다.

 

고딩때의 담임선생님은 지금은 퇴직 하셨겠지?

보이는 모습은 건달 같으셨는데 실제는 철학적인 사고를 하셨었는데...

그래서 지금도 서양 철학책을 접하면 담임선생님이 자주 떠오른다.

지금와서 문득 떠오르는게 그때 말씀 하신것은 수학과 철학이 사실은 태생이 같아서가 아니였을까?

신은 만물을 수로써,즉 무게와 크기로써 만들었다.
진실은 복잡함이나 혼란 속에 있지 않고,
언제나 단순함 속에서 찾을수 있다.
아이작 뉴턴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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