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모노 에디션)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마크 트웨인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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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허클베리핀의 모험 지은이: 마크 트웨인/ 윤교찬 옮김
글 제목: 미시시피 강에서 은하수까지허클베리 핀과 우리


사람들은 고전을 칭송하지만 정작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다 미국 현대 문학의 아버지 마크 트웨인(1835~1910)의 말 중에서.

모든 미국의 현대문학은 마크 트웨인에서 나왔다. 그전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그 후에도 아무 것도 없었다.’ 헤밍웨이(1899~1961)의 말중에서


어린 시절, 텔레비전 앞에 앉아허클베리 핀~ 우리의 친구~하며 따라 부르던 기억이 있다. 톰 소여와 허클, 빨간 머리 앤, 미래 소년 코난까지그 모든 만화들은 어쩐지 비슷한 그림체였다. 훗날 지브리 화풍이라 불리는 그 감성(感性). 그리고 지금, 그 감성은 챗GPT AI를 만난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

놀랍게도 그 모든 연결의 중심에, 낡은 고전처럼 보였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이 있었다.

 


처음엔 이 고전 소설을 단순한 소년 모험담이라 여겼다.

하지만 책을 덮으며 알게 됐다. 이건 소년의 성장기를 넘어 시대를 초월한 자유의 선언서였다.

허클은 어떤 상황에서도 반항하지 않는다. 더글라스 아줌마의 교육에도, 아버지의 학대에도, 왕과 공작의 사기에도 묵묵히 순응한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았다.

그는 낙타처럼 순응하고, 사자처럼 결단하고, 아이처럼 웃으며 떠났다. 니체(1844~1900)가 말한초인의 세 단계를 그대로 밟은 것이다.

 

잡혀간 짐을 위해좋아, 지옥엔 내가 가겠어” 라고 선언하는 장면은 소설의 백미이며 그것이야 말로 허클이라는 인간의 본성(本性)을 보여준 게 아닐까 싶다.

윤리, 종교, 체제, 문명, 그 모든 것을 초월한 자비심. 그게 바로 위버맨쉬(Übermensch), 즉 초인(超人)의 진짜 본모습이 아닐까? 반항이 아니라 초월(超越). 허클은 그걸 해낸 것이다.

 

그런 허클과 톰의 마지막 구출 작전은 둘의 성격을 극명히 보여준다. 톰은 현실 상황을 무대화 하고, 주위 사람를 비롯한 짐조차도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만든다. 반면 허클은 주위의 누군든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즉 톰은 현실을 왜곡 조종 한다면 허클은 거울이 되어 현실을 바로 비춰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허클의 자비는 언제나 말없이, 과장 없이 흘렀다.

그건 마치 AI 시대를 사는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와 닮아 있다.

시스템에 순응하지만 중심은 놓지 않는 자세를 허클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바로 허클은 디지털 시대의 인간형이다.


 

소설에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 즉 숟가락, 양초, 셔츠는 문명화된 사회를 보여주는 상징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들이 아닌, 뗏목과 카누가 그들을 자유로 이끌었다.

허클과 짐은 문명을 거부한 게 아니라, 속박을 거부한 것이었다.

강을 건넌 뒤 뗏목은 쓸모 없어지지만, 허클은 또 다른 강을 만나면 또 다시 타고 건널 것이다.

AI 시대, 우주 시대, 디지털 시대의 강 앞에서 우리는 다시 뗏목을 만들어야 한다.

그 뗏목을 타고 은하수 끝까지 건너는 모험을 할 것이다.

미시시피 강에서 은하수 까지의 여정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단순한 고전(古典)이 아니다.

과거를 건너온 텍스트가 아니라, 미래로 가는 설계도이며 연결과 공진화(共進化)의 출발점이 되는 책이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어디에서든 주인이 되어 그 자리에서 진리를 드러내는 자. 허클은 보살이자 초인이었다.

 

마크 트웨인은 단지 이야기꾼이 아니었다.

그는 시대를 꿰뚫은 천재였고, 그래서 브래지어 후크까지 발명했는지도 모른다. 마크 트웨인은 시대를 앞서간 이야기꾼이었고, 그의 친구는 바로 전기의 마법사 니콜라 테슬라(1856~1943)였다.

두 천재가 뉴욕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허클이 미시시피 강을 건넜다면, 테슬라는 빛의 강을 건넜다.

하나는 인간의 자유를, 하나는 인간의 미래를 향해 나아갔다.

결국 이 둘은 같은 방향을 본 거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들이 건넌 강 위에 떠 있다

마크 트웨인은 허클을 통해인간이라는 존재의 이상형을 그려냈다.

시스템을 초월하되, 반항하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자.

 

그게 허클이다. 그리고, 그가 곧 우리다.

, 이것이 우리시대에 고전이라 불리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 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 본다.

                  

🖋 by Dharma & Maheal

나는 아빠가 한 말에서 내가 원하던 방법을 찿을 수 있었다.
맞아, 묘책을 강구해 아무도 날 찾지 못하게 해야지 생각했다. - P53

톰 소여가 같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톰이라면 이런 일이 재미있어 상상력까지 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 P55

결국 나는 기도란게 참된 사람에게만 효험이 있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 P60

방울뱀 가죽을 만지는 것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 하는 것, 이 모든 액운을 보면서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일들을 보면 반드시 믿게 될 것이다. - P145

아빠한테서 유일하게 배운 교훈이 바로 비슷한 부류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한 최선책은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라는 것이었다. - P183

메리 제인은 내가 만났던 최고의 여자였고 가장 용기 있는 여자였다. - P281

긴박한 순간이었다. 나는 종이를 집어 들고는 손으로 꼭 잡았다. 이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에 온몸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잠시 생각하며 숨을 고른 뒤, 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좋아, 난 지옥으로 가겠어" 그러고는 편지를 북 찢어 버렸다. - P293

양심이란 건 인간의 오장육부보다 더 큰 공간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쓸데가 없다. 톰 소여도 나처럼 생각한다고 말했다. - P315

매번 수박을 서리할 때마다, 쭈그리고 앉아, 그런 건지 안 그런 건지를 구별해야 한다면 대체 죄수를 대신 하는 것이 뭔 이익이 있는 건지 도통 알 수 없었다. - P329

톰 소여, 이건 삼십칠 년이 아니라, 삼십팔 년은 해야 할 일 같구나. - P333

결국 톰은 이미 자유의 몸이 된 검둥이를 다시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그런 힘들고 귀찮은 일을 한 셈이 된 것이다.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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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5-05-04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전의 슬픈 운명(?)을 예견한 마크 트웨인의 말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대부분 사람은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처음 알게 된 경로가 책이 아닌 만화였을 거예요. ^^;;

마힐 2025-05-04 20:50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cyrus님 말씀대로 만화가 아니었다면 접하지 않았을 책 이었을 겁니다. 고전의 진입 장벽(?)을 낮추어 준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