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감추는 날 - 웅진 푸른교실 5 웅진 푸른교실 5
황선미 지음, 소윤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그랬다. 꼭 동민이처럼 생각했다. 왜 선생님들은 일기를 검사한다는 명목아래에 

그걸 다 읽어보는 것일까? 우리가 선생님들의 일기를 읽는다면 아마 혼날텐데... 

왜 꼭 매일매일 적어야 하는 걸까? 어떤 날은 이야기거리가 많아 쓸게 많지만 어떤 날은  

거의 되풀이 되는 일상이라 별로 적고 싶은게 없는 날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도 선생님들은 날마다 꼬박꼬박 일기적기를 강요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덕분에  

지금껏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오래된 일기장이 제법 많긴하다. 지금도 가끔 일기장을 들추긴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억지로 강요했던 일기쓰기 덕분인 것 같지는 않고 내가 끄적이는 걸  

좋아했던 아이였던 때문이지 싶다. 

나의 아이들 역시 초등시절 매일 일기쓰기를 강요 받을 때, 또한 그 일기를 꼬박꼬박 검사하며 

빨간펜으로 선생님의 흔적을 받아 올때면 그 오랜 옛날의 내 시절이나 지금의 이 시절이나  

달라진게 없는 학교 선생님들의 모습에 씁쓸했던 적이 있다. 

초등학교때 매일매일 일기쓰기에 대한 강요가 내겐 얼마나 짙었냐면, 중학생이 되어서도  

일기를 계속 써온 나는 하루를 빠지게 되면 그 부분을 어떻게해야 좋을지 몰라 무척  

안절부절했다. 그날은 일기를 왜 쓸 수 없었는지 그 이유를 간단히 적기도 하고 그게 여러날이  

되었을 때는 몇월 몇일부터 몇월 몇일까지는 일기를 적지 않았다는 표시까지 꼬박꼬박  

해두기까지 했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비로소 '매일매일'이라는 족쇄에서 스스로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때던가?

샤프가 처음 나왔다. 얼마나 갖고 싶던지 그 나이의 아이 마음이야 두 말할 필요도 없겠지.ㅎㅎ  

그러나 엄마는 사주지 않더라... 그 속상한 마음을 200%는 표현했던 것 같다, 일기장에다가.

다음 날 저녁, 이런 횡재가!!! 

아버지께서 샤프를 사오신 게 아닌가!!!  

담임선생님이 읽으시고는 같은 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께 말씀드린 거였다. 

일기검사가 좋았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ㅋㅋ 

그 후, 뭔가 갖고 싶었던 게 있었던 나는 일기장에다가 은근히 기대를 하고는 그 소망을 적었으나 

나의 속내를 훤히 아셨겠지...선생님의 도움은 없었다. 반신반의 했지만 내심 좀은 섭섭해 했었던 

것 같다. 계속 나의 편이었으면 좋았을텐데...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 않는다는 건 역시 어른들에 

해당되는 말이다. 왜 두 번은 안해주는 걸까?

역시 그 해였을까? 동시를 나름 한 편 잘 지었다고 생각한 나는 일기장에다가 뿌듯하게 옮겨  

적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이런 구절로 빨간 흔적을 남겨 두었다.  

'일기장에는 동시를 적으면 안돼요!' 

왜일까? 왜 일기장에는 동시는 적으면 안되는 것일까?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이라도 한 듯하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그건 선생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얼마후 나는 다시 내가 지은 동시인가? 아님 내가 좋아하는 동시였던가?를 한 편  

일기장에 적었고 선생님의 빨간충고는 없었으며 검사확인만 있었던 기억이 있다.

일기장에다 '나는~'이라는 문구는 넣지 않는다고, '오늘은~'이라는 문구로 시작하지 

말라는 충고는 참 학년이 바뀔때마다 일기검사와 마찬가지로 많이 듣던 말이었다. 

그러는게 나을 것같아서 그러하도록 노력했지만 가끔 '나는~'이라고 해야할 때와  

'오늘은~'이라고 시작해야 할때는 무척 망설였던 게 어린 날의 순진무구한 '나'다.  

작가는 존경스러울만큼 동민이를 모두 이해해 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꼭 그런 이해를 받고 있는 듯한 착각에서 마음이 그렇게 편안해질  

수 없는거라. 세상에 나쁜 아이란 없으며 나름의 이유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 이유는  

있을테니 거듭거듭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어쩌면 어른은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아이들은 차라리 모든 어른들을 이해해 주는   

넓은 아량을 가진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가진 열쇠 - 웅진푸른교실 8 웅진 푸른교실 8
황선미 지음, 신민재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마당을 나온 암탉'이 영화화 되었다는 말에 언젠가 본 적이 있고 들은 적이 있는 책이여서 

건혜에게 빌려 읽었다. 그 감동이 좋아서 내친김에 그녀, 황선미의 것을 더 보고 싶어 

부탁을 하니 이번에는 다빈이가 세 권이나 가져다 준다. 귀여운 녀석들!!! 

그 세 권중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이 책, '처음 가진 열쇠'다. 내 눈물이 왈칵 쏟아지게 한 책!  

나도 명자가 되었다!

황선미의 책들은 어린이 동화가 아니라 어른 동화임이 맞을 것 같다. 세상의 모든 동화는  

어른들이 먼저 보아야 할 필독서 목록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녀의 책들을 읽고 나면 모든 아이들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애 먹이고 화가  

끓어올라 머리 끝까지 치솟게 하는 행동을 하는 아이라도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 여기게 

될 것 같다.  

황선미의 글들은 구성이 너무 좋다. 어쩌면 실화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더욱 빠져들어 현실감있게 만드니 그 감동이 이 만큼 나이든 나에게도 깊고 

짙다.

나도 어린 시절이 있었건만 왜 모두 잊은 듯 나의 아이들에게 대하게 될까? 

황선미는 어떻게 이렇듯 그 오랜 시절의 섬세함들을 잊지 않고 있는 걸까? 

나의 어린 시절이 그러했듯 그녀의 책 속의 아이들도 곧 나의 지난 모습이거늘 나는 모두  

잊은듯 아이들에게 대한다. 그저 앞으로 앞으로 흔들림없이 꼿꼿하게 자기 발전을 위해  

나아가라고 다그치기만 한다. 그들의 마음속엔 다른 세계가 있는데 어른의 잣대로

몰아세우기만 한다. 아~~~ 

그들만의 세상을 거듭거듭 이해하고자 노력할란다.

훌륭한 작가를 마음에 새기게 되어 기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다운 마무리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리뷰를 어찌하여 빠트렸는지 모를 일이다.  

다시 읽어 본 걸 보면 필시 그러하기 위해서 인 것같다.  

여백이 너무 많은 구성이 싫어 별 하나를 제하고 싶으나 그럴 수 없음은 법정스님이기 때문이다.  

나의 잔잔한 감정이나 느낌은 필요가 없다. 당신의 글이 전부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긍정한다. 

*아름다움은 시들지 않는 영원한 기쁨이라... 

*홀로 걸으라... 

*어느 날 내가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이 나를 만난 다음에는 사는 일이 더 즐겁고 행복해져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을 만난 내 삶도 그만큼 성숙해지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책에는 분명히 길이 있다. 

*파비오 비욘디 연주 비발디 협주곡 

*바흐 평균율 클라비아, 골드베르크 변주곡 

*운문사의 은행나무와 반송과 비로전 부처님이 부르시기에 이따금 나는 그곳에 간다. 

*하늘말나리, 원추리, 마가목, 회나무, 작약 1백그루, 오대산 초입의 자생식물원 

*내 인생의 60대를 이 오두막에서 보낸 셈이다. 

*그대가 서 있는 바로 지금 그곳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고 있다면, 그 자리에 좋은 말씀이 살아 숨쉰다. 명심하라.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 거기에는 세월의 흔적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프랭크 스마이드-산의 영혼, 팔덴 갸초-가둘 수 없는 영혼, 레이첼 카슨-침묵의 봄, 나의 아버지 박지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훌륭한 프로그램을 보았다. 

최근엔 책을 잡기보다 tv채널을 돌리는 것이 더 편한 느낌이 들어 이리저리 돌리다가  

가끔 맞닥뜨려지는 '여인의 향기'라는 연속극도 몇 편을 제외하곤 모두 보게 되었다.  

친구들의 재밌다는 권유가 사전에 없었다면 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ㅋ

내가 살 날이 몇 개월 남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살 것인가, 모두 던져버리고 하지 못했던 것을 

그녀처럼 해 나갈 것인가? 우리는 마음으로만 하는 것들이 참 많은 것 같다. 현재를, 지금을  

살지 않고 내일을 위해 대부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제도 몇 줄의 책을 읽다가 집중이 되지 않아 편한 tv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선생님이 달라졌어요...그래 우리네 선생님들은 정말 달라질 필요가 있지...채널고정...  

정승재(서현고등학교 국어선생님)-우선 가장 먼저 당신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짝짝짝!!!

자신의 수업을 용기있게 공개하신 선생님께 감사를 보낸다는 자막이 마지막에 올라 가더라.  

맞는 말이다. 그는 용기 있는 사람이 분명하고, 실천하고 싶은 사람이 분명하고, 바른 것을 추구 

하고자 하는 사람이 분명하며,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사람임을 확신할 수  

있다. 자신의 수업을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오히려 '관계'였으며 훌륭한 관계가 유지될때 모든 것은  

더 쉽게 해결이 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내뱉은 말, 그는 존경받는 

선생님이고자 했으며 학생들은 그러한 진심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진심'이 모든 것을 이루어 낼 것이란 나의 믿음이 더욱 새겨져 기뻤다. 

우리는 모두 각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때문에 변화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선생님도 자신의 수업이 최선이라 여기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충고는 따끔했고 그걸 받아 들이기 버거웠겠지만 훌륭한 선생님이고자 

하는 자신의 열망이 더 컸으므로 그는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줄 수 있을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바로 훌륭한 선생님일 것이다. 

방학때마다 단순히 업무적이고 지식적인, 의무적인 교사연수는 이제 그만 접고 인성적인, 

방법론적인 교사연수를 어서 빨리 지향해야지만 공교육이 더이상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 

한다. 정승재선생님처럼 의욕과 정열은 불타나 진정 올바른 방법을 찾지 못해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얼마나 많을텐가 말이다. 교사들이 달라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교육시스템인들 한낫 헛것에 불과하지 않을텐가!

아주 훌륭한 프로그램이라 tv가 좋아진다. 가끔은 이런 보석같은 프로그램을 만나기도 한다. 

그럴때면 tv가 영 무용지물인 것 같지는 않다.  

나도 이런 전문가와 상담만이라도 한번 해 볼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ㅎㅎ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의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흔들리며 흔들리며

꽃대를 높이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서현고 재학중 2012-02-03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서현고 재학중인 학생인데요. 저선생님 성격 안좋기로 유명합니다. ebs에서 학교와서 저거 찍을 당시에는 저도 그렇고 다른애들도 그렇고 1학년이라 저선생님을 잘 알지 못했지만(2학년담당선생님입니다.) 이 프로를 보고 다들 좋은 선생님이라고 생각했죠. 근데 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완전 가면을 다시 벗더군요. 저희 학교는 사제 축구라는게 있어서 주마다 남자반(저희학교는 분반입니다)을 한반씩 선생님들이랑 경기를 합니다. 근데 그 경기에서 그 선생님의 진짜 모습이 들어났습니다. 우선 경기내내 욕을 해댔습니다. 저도 공격수고 저 선생님도 공격수라 먼거리에 떨어져있는상황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들렸습니다. 그 욕은 경기내내 끊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선생님들 그러지 않으셨죠.. 심지어 제친구랑 발이 엉켜서 넘어졌는데(절대로 제 친구가 파울을 한것이 아니였습니다) 그친구한테 한손가락으로 손짓을 하며 "야 이 새x야 와봐!" 그러시더 군요. 다행히 옆에 있던 다른 선생님이 말렸지만....(그친구는 그후 제대로 경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 어쨋든 경기가 끝나고 인사를 하는데 다들 선생님이고 우리반이고 웃으면서 끝내고 악수를 하려는데 또 정승재선생님이 욕을 하시면서 그딴식으로 축구하지 말라고 그러시더군요....한 1분동안 욕을 퍼부으며 훈계를하고 다른 선생님이 그냥 웃으시며 넘기셔서 해결되긴 했지만.....정말 어이가 없더군요...저뿐만 아니라 우리반 아이들과 경기를 지켜본 다른 학생들도 어이없고 ebs에서 보여 준건 다 연기 였냐고 욕을 했습니다...그리고 머지않아 또 다른 남자반과의 경기가 있었는데 그반은 1학년 반중에 가장 실력이 출중한 반이였습니다. 근데 그 반은 아예 경기내내 욕한것도 모자라서 다 모아놓고 따로 혼냈습니다. 원인은 경기중에 그반에 학생중 한명이 선생님들중 한명을 부상시켜서 였는데요. 솔직히 제가 봤습니다만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였고 제가 그친구를 알아서 그런대 절대 일부러 그럴짓을 한친구도 아니였습니다. 근데 그 부상당하신 선생님도 괜찮다고 그러시는데 본인도 아닌 정승재선생이 아이들을 따로 불러서 훈계하였습니다. 심지어 그 부상을 입힌 학생은 그 후 울었습니다. 네, 사제축구 자체가 경쟁이 아닌 선생님들과 제자간의 재미와 사랑으로 한 경기인 만큼 부상은 나와서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그런것도 아닌걸 가지고 안그래도 미안한마음을 가지고 있던 아이한테 꼭그렇게 했어야만 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이 두사건을 통해 이미 알만한 학생들은 이 선생님을 실체를 다 알고 있습니다(주로 남자애들이긴 합니다만...) 이후 선배에게도 물어보니 원래 쫌 막나간다 더군요..그니깐 너희들이 이해하라고....참 어이가 없습니다...
제가 이글을 올린건 누군가 한명이라도 진실을 알고 있었음에 올린것입니다......

Grace 2012-02-07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극장이란 프로를 무척 좋아 했단다. 어느 땐 그 한 주인공을 만나고 싶어
가족 모두 그 주인공이 사는 생면부지의 땅 충남으로 찾아간 적이 있었고,
또 어느 땐 홍영녀할머니라는 분이 사시는 모습에서 내 인생의 가치관을
바꾸기도 했고, 그 할머니가 내신 절판 되어 버린 시집을 어떻게든 손에
넣고 싶어 안달하기도 했을 만큼 그 프로가 내게 주는 것은 감동을 넘어
내 인생의 가치관과 맞붙어 있기까지 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인간극장의 주인공이 아동학대인가 뭔가로 체포되었다는
기사에 나의 가치관까지 무너지는 기막힘을 겪었다. 내가 그 주인공에게
보낸 찬사가 얼마였는데 결국 그는 '나쁜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후로
인간극장을 거의 보지 않는다. 그런데...

난 또하나의 훌륭한 프로그램이라 여겼던 것을 내 마음에서 접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나에게 정말 tv란 바보상자이며 무용지물임이 확실해지는 것이다.

서현고 재학생이라고? 부끄러움이 앞선다. 이 글을 내게 남길 때는 속에서
얼마나 욱하는 감정이 복받혔을꼬! 가식과 위선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어른의
그 모습에 어린 녀석이 얼마나 진저리가 났으면 이런 글을 올렸을꼬!

자네 나이때 나도 그랬다. 불의를 보면 목젖이 뜨거워지고 눈에 힘이
들어가기 일쑤였고, 노할머니의 짐보따리를 댁까지 들어 드리는 자의적인
친절뒤에 기어이 손에 쥐어 주시던 천원짜리 한 장을 아주 오래도록 도저히
쓰지 못해 간직해 온 순수한 학생이었지. 그런 순수하고 맑은 학생 눈엔
더욱 가식과 위선이 두드러져 보이는 법임을 그래서 안다.

자네 글로 새삼 자신의 틀을 깬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노릇인가를 알겠다.
정승재 선생님 역시 시도는 분명 새로 태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유지하기가 만만찮은 일이었을테고...
그래도 그는 용기있는 시도라도 해보았지 않냐!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하면 성장 가능성은 훨 더 있다고 위안 삼고 그에 대한 비판은 하고 싶지
않아지는구나. 나이가 들면 시시콜콜 따지는 일이 지겹단다.^^

내가 염려스러운 것은 정승재선생님이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너희들이다.
인간극장에 대한 실망은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으면 되지만 너희들은,
너희들은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 여간 슬픈일이 아니구나.

아들-내가 엄마뻘이 되니 이름을 몰라 이리 부른다.^^
선생님이 꼭 학교에만 있는 것은 아니더라. 책속에는 길이 있고, 그 길을
이끌어 줄, 자네들과 호흡하지 못하는 학교의 선생님과는 다른 훌륭한
선생님들이 책속에 있음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지만 아들은 좀 더 빨리, 부디
더 넓고 깊게 시야를 확장해서 눈앞에 있는 시답잖은 것으로부터 그 나이의
맑디맑고 끓어 넘치는 정열과 에너지를 태우지 말기를 당부한다.

훌륭한 스승을 은사로 모실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란 것을 남편을 보며
알았단다. 그 은사는 평생을 이끌어 줄 빛이 되더라구. 나는 그런 은사가
없어 남편을 보면 부럽다.
그러나 그런 은사가 그냥 생기는 것은 아니더라. 그 은사를 향한 남편의
노력과 애정은 각별하더라구. 물론 제자를 향한 스승의 빛나는 눈길도 그저
그리 되는 것은 절대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는 그런 노력을 기울인
적이 없는 것 같아 부끄럽고 그럴수록 그 스승과 제자는 찬란해 보이더구나.

언젠가 아들이 훌륭한 스승을 만나고, 그 스승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여
그에 못지 않은 훌륭한 제자가 되었노라는 글을 다시 이곳에 남겨둘 날을
기대해 보며, 불의에 대한 분노를 키우기보다는 친절을 베풀었을때의
그 가슴 저리는 뻐근함을 차곡차곡 쌓아 가는 것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살가워 질거라는 확신을 진리처럼 여기는 어른도 있다는
것을 자네글을 읽은 후의 부끄러움에 대신한다.

아니니빠 2013-12-10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모를 서현고 학생에게

믿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정승재선생님이야.
축구 경기 중에 선생님의 나쁜 습관 때문에
너를 포함한 너희 친구들이 많은 상처를 받은 것 같구나
뭐라 표현해야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말이 내 마음이 가진 전부다.
미안하다.
뒤늦은 사과가 너희가 받은 상처가 아무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또 미안하다.
방송에서 편집되어 보여진 나에 대한 기대가 오히려 너희에게 독이 된 것 같아서 안타깝다.
혹시 이글을 읽게되면 눈물을 흘렸다던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해 주면 고맙겠다.
그런데
위선과 가식이라...
이건 좀 나에게도 상처가 된다. 난 아주 솔찍한 사람이다.
방송의 폐해겠지. 나는 그냥 나인데 사람들은 방송에서 편집된 나를 나로 믿어버리는 것.
작년 내내 나는 참교사란 말을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모두가 비아냥 처럼 들려왔고...
나는 참교사가 아니다.
단지 방송 덕분에 나를 돌아보고 이 고단한 선생질에
그래도 행복으로 조금 기울어진 삶을 살고 있는
그냥 문학 교사다.
축구를 아내 다음으로 사랑하고
무릎 연골이 찢어져도 애새끼들이랑 축구하는 게 좋아서
욕지기하면서 축구하는 문학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라는 프로 제목 때문에 나에 대해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그저 내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다시 회복했을 뿐이다.
지금도 지랄같이 욕지기를 해대지만
생각만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우리반 새끼들...
그 마음을 회복했을 뿐이다.

내가 서현에 남아서 너를 만나서 나와 함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면 니가 내 얼굴을 마주하고 이러저러한 상처를 이야기 했을 것이고
그러면 샘은 촌놈답게 그랬냐 개시끼야 미안타 샘이 마이 미안타 했을 것 같다.
그리고 너와 너희 친구들의 상처가 조금은 아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욕하고 욱하는 나 뿐만아니라
뜨겁고 유쾌한 나도 만났을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내 미안한 마음으로 꼭 세상에 대한 너의 부정적 시선이 씻겨 내려 갔으면 한다.
그런데 오늘 샘은 소주한잔 해야 잠이 올 것 같다....

 
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경식'이란 이름을 들어 본 적도 없다.  

소년의 눈물-서경식의 독서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어느 서재를 훑어 보다가 이 리뷰를 보게 되었고, 소년의 눈물, 독서편력, 영혼의 성장기만  

보더라도 뭔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주문한 책을 흥분으로 기다리기엔 충분했다. 

책이 읽고 싶어 학교를 가기 싫었다니 책벌레란 바로 이러한 사람을 일컫는거구나라고 끄덕였다. 

읽고 또 읽어서 외우고 느끼며 내 것으로 만드는 독서를 향한 애정은 온통 어린시절과 청소년기의 

그를 가득가득 채웠으니, 매 순간순간의 그 섬세함은 상세하게 오래도록 그의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런 기억들이 그의 평생을 이끌었을 거라 확신할 수 있다. 

독서에 대한 그의 애정과 같은 것으로 나에겐 '자연'에 대한 기억들이 있다. 

초등학교때, 방학시작하는 날 시골 할머니댁으로 간다. 온 방학을 온통 시골에서 보내고 개학 

바로 전날 내려온다. 꼬박 그렇게 해온 초등학생 시절의 내 기억은 온통 자연에 대한 예찬뿐이며 

시골에 대한 동경뿐이다.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 온 정서는 그때의 그것이 전부라해도 과하지 않다.

호박꽃이 참 이쁜데 왜 사람들은 못난 사람을 그렇게 부를까? 나는 호박꽃을 좋아해야지... 

꼬불꼬불 말려있는 호박 줄기, 왜 그렇게 꼬여있는지 신기해서 한참을 쳐다보던 날, 호박 쌈이 

찬으로 나오면 꿀맛처럼 먹었다.  

감꽃이 너무 이뻐서 먹어 보기도 하고, 떨어진 시퍼런 감을 소금물 단지에 넣어 떫은 맛을 우려 내 

주시면 그것도 그렇게 맛있었다. 주렁주렁 달려 있던 감홍시... 지금도 나뭇잎 하나없는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감홍시들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감나무가 참 좋다. 

부지깽이로 아궁이의 불을 가지고 놀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니 부엌 밖으로 펑펑 함박눈이  퍼붓고 

있던 그날의 감격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유독 겁이 많기도 하고 어둠에 익숙하지 않던 어린 나는 여름밤, 개울가에 멱 감으러 가는  

어둠에 능숙한 할머니나 동네의 아이들이 참으로 의아했다. ㅋㅋ  

툇마루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상상하던 어린 날의 내가 선연하게 보이는 듯하다. 

소가 무서워서 소만 보이면 멀리 돌아서 가곤 했는데 동네의 아이들은 그 덩치 큰 무서운 소를 

몰고 다니는 것이다. 세상에나...ㅎㅎ 

담장위 기와에 피어있던 채송화나 맨드라미, 무궁화, 달맞이꽃, 나팔꽃, 패랭이꽃... 

할머니 동네를 읍내에서 올라갈라치면 양쪽 길옆에 하늘하게 피어있던 코스모스... 

밭에서 맡을 수 있는 풀 냄새, 고구마를 캐고 나면 나던 흙 냄새...  

여름 소나기가 쏟아 붓는 논... 굵은 빗방울에 패여지던 넓은 흙마당...

시원한 대청마루...  

둥실 보름달이 뜰때면 창호지 문으로 환히 꼭이나 내 방만 비추는 듯한 달빛과 그 달그림자,  

지금도 달그림자는 나를 설레이게도, 두근거리게도, 눈물나게도 한다. 그리워서 몸서리쳐진다.

빠지면 죽는걸까 생각했던 동네의 우물, 그 우물에 가끔 보이던 청개구리... 

짝짓기하던 곤충-왜 두마리가 붙어 있지? 불편할까봐 두 마리를 떼어 주었다는...ㅋㅋ  

밭에서 돌아오는 넉넉했던 할머니의 소쿠리... 

보리밥위에 얹어진 감자, 거기다 고추장으로 비벼 먹으면 세상에 그보다 더 맛있는 건 없었다. 

새벽에 나를 깨우시면 그날은 동네 어느집의 제사밥이 온 것이다. 덜깬 잠으로 비몽사몽간에 

눈을 비비며 먹던 그 밥은 영혼이 깃든 밥이었다.  

겨울이면 우산 살대를 칼날로 대신해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썰매... 

처마아래로 늘어져 있던 고드름, 하나 뚝 잘라서 아이스크림인양 쪽쪽 빨았다.  

찔레꽃 순인가 보다. 그걸 먹었지. 겨울밤에 깎아 먹던 생고구마,  뒷뜰에 있던 배나무의 배는 

참 맛이 없었다. 산 배라던가?

양은 주전자를 들고 막걸리 심부름을 갔다.  

한두 해정도는 돼지가 나를 올려 봐서 화장실을 못갔지.ㅋㅋ 그러곤 화장실이 개조 되었다.    

장날이면 할머니를 따라 읍내 장터로 가고......

.................................... 

....................................

방학이 끝나면 대구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장이 서던 그 읍내로 내려간다. 창밖에서 손을 

흔들며 울먹이는 할머니를 보는 것은 고역이었다. 내려버릴까라는 갈등을 해야 하는 게,  

그 여린 노인의 눈에 어리는 눈물을 감당하기엔 내 어린 마음도 너무 여렸다. 

그런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그 넓고 우아하던 할머니 집도 없다.  

지금은... 

없다... 

.....................

이때에 내가 느낀 감정들은 하나도 흐트러짐없이 지금껏 고이 간직되어있다. 일부러 그러려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필시 이런 느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책에 대한 향수나 

나의 시골에 대한 향수는!  

내가 할머니(?ㅋㅋ)가 되는 날은 시골에 있을 것이다. 초등 6년동안 두 번의 방학은 나의  

손자손녀(?ㅋㅋ)들을 불러 모아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몇 년전부터 내가 해오던 생각인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여기다 독서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서편력, 경이로운 말인 것 같다. 독서를 하기 위해 시간을 내는 사람, 이 책의 리뷰를 쓴 사람도 

독서를 위해 시간을 낸다고 하더라. 나는 시간이 나면 책을 드는데 말이다. 그러니 나의 독서량은 

그들의 것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ㅎㅎ 

이 책에서도 '노신'이 등장한다. 저자는 중학교때 노신의 광인일기를 보고 큰 감흥을 받았다 한다. 

그래서 광인일기를 다시 읽어 보았다. 여전히 나는 .... ㅋㅋ 

노신에 대한 강의를 들어본다면 좀 달라질까? 

나는 단순하고 직설적이어서 돌려 말하면 못알아듣고, 은유법이 많은 시들은 더욱 이해 못하고, 

추상화를 그래서 싫어한다. 광인일기에 대한 직설적인 설명이 있는지 검색이라도 해 봐야 할까?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