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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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이란 이름을 들어 본 적도 없다.  

소년의 눈물-서경식의 독서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어느 서재를 훑어 보다가 이 리뷰를 보게 되었고, 소년의 눈물, 독서편력, 영혼의 성장기만  

보더라도 뭔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주문한 책을 흥분으로 기다리기엔 충분했다. 

책이 읽고 싶어 학교를 가기 싫었다니 책벌레란 바로 이러한 사람을 일컫는거구나라고 끄덕였다. 

읽고 또 읽어서 외우고 느끼며 내 것으로 만드는 독서를 향한 애정은 온통 어린시절과 청소년기의 

그를 가득가득 채웠으니, 매 순간순간의 그 섬세함은 상세하게 오래도록 그의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런 기억들이 그의 평생을 이끌었을 거라 확신할 수 있다. 

독서에 대한 그의 애정과 같은 것으로 나에겐 '자연'에 대한 기억들이 있다. 

초등학교때, 방학시작하는 날 시골 할머니댁으로 간다. 온 방학을 온통 시골에서 보내고 개학 

바로 전날 내려온다. 꼬박 그렇게 해온 초등학생 시절의 내 기억은 온통 자연에 대한 예찬뿐이며 

시골에 대한 동경뿐이다.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 온 정서는 그때의 그것이 전부라해도 과하지 않다.

호박꽃이 참 이쁜데 왜 사람들은 못난 사람을 그렇게 부를까? 나는 호박꽃을 좋아해야지... 

꼬불꼬불 말려있는 호박 줄기, 왜 그렇게 꼬여있는지 신기해서 한참을 쳐다보던 날, 호박 쌈이 

찬으로 나오면 꿀맛처럼 먹었다.  

감꽃이 너무 이뻐서 먹어 보기도 하고, 떨어진 시퍼런 감을 소금물 단지에 넣어 떫은 맛을 우려 내 

주시면 그것도 그렇게 맛있었다. 주렁주렁 달려 있던 감홍시... 지금도 나뭇잎 하나없는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감홍시들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감나무가 참 좋다. 

부지깽이로 아궁이의 불을 가지고 놀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니 부엌 밖으로 펑펑 함박눈이  퍼붓고 

있던 그날의 감격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유독 겁이 많기도 하고 어둠에 익숙하지 않던 어린 나는 여름밤, 개울가에 멱 감으러 가는  

어둠에 능숙한 할머니나 동네의 아이들이 참으로 의아했다. ㅋㅋ  

툇마루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상상하던 어린 날의 내가 선연하게 보이는 듯하다. 

소가 무서워서 소만 보이면 멀리 돌아서 가곤 했는데 동네의 아이들은 그 덩치 큰 무서운 소를 

몰고 다니는 것이다. 세상에나...ㅎㅎ 

담장위 기와에 피어있던 채송화나 맨드라미, 무궁화, 달맞이꽃, 나팔꽃, 패랭이꽃... 

할머니 동네를 읍내에서 올라갈라치면 양쪽 길옆에 하늘하게 피어있던 코스모스... 

밭에서 맡을 수 있는 풀 냄새, 고구마를 캐고 나면 나던 흙 냄새...  

여름 소나기가 쏟아 붓는 논... 굵은 빗방울에 패여지던 넓은 흙마당...

시원한 대청마루...  

둥실 보름달이 뜰때면 창호지 문으로 환히 꼭이나 내 방만 비추는 듯한 달빛과 그 달그림자,  

지금도 달그림자는 나를 설레이게도, 두근거리게도, 눈물나게도 한다. 그리워서 몸서리쳐진다.

빠지면 죽는걸까 생각했던 동네의 우물, 그 우물에 가끔 보이던 청개구리... 

짝짓기하던 곤충-왜 두마리가 붙어 있지? 불편할까봐 두 마리를 떼어 주었다는...ㅋㅋ  

밭에서 돌아오는 넉넉했던 할머니의 소쿠리... 

보리밥위에 얹어진 감자, 거기다 고추장으로 비벼 먹으면 세상에 그보다 더 맛있는 건 없었다. 

새벽에 나를 깨우시면 그날은 동네 어느집의 제사밥이 온 것이다. 덜깬 잠으로 비몽사몽간에 

눈을 비비며 먹던 그 밥은 영혼이 깃든 밥이었다.  

겨울이면 우산 살대를 칼날로 대신해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썰매... 

처마아래로 늘어져 있던 고드름, 하나 뚝 잘라서 아이스크림인양 쪽쪽 빨았다.  

찔레꽃 순인가 보다. 그걸 먹었지. 겨울밤에 깎아 먹던 생고구마,  뒷뜰에 있던 배나무의 배는 

참 맛이 없었다. 산 배라던가?

양은 주전자를 들고 막걸리 심부름을 갔다.  

한두 해정도는 돼지가 나를 올려 봐서 화장실을 못갔지.ㅋㅋ 그러곤 화장실이 개조 되었다.    

장날이면 할머니를 따라 읍내 장터로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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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학이 끝나면 대구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장이 서던 그 읍내로 내려간다. 창밖에서 손을 

흔들며 울먹이는 할머니를 보는 것은 고역이었다. 내려버릴까라는 갈등을 해야 하는 게,  

그 여린 노인의 눈에 어리는 눈물을 감당하기엔 내 어린 마음도 너무 여렸다. 

그런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그 넓고 우아하던 할머니 집도 없다.  

지금은... 

없다... 

.....................

이때에 내가 느낀 감정들은 하나도 흐트러짐없이 지금껏 고이 간직되어있다. 일부러 그러려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필시 이런 느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책에 대한 향수나 

나의 시골에 대한 향수는!  

내가 할머니(?ㅋㅋ)가 되는 날은 시골에 있을 것이다. 초등 6년동안 두 번의 방학은 나의  

손자손녀(?ㅋㅋ)들을 불러 모아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몇 년전부터 내가 해오던 생각인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여기다 독서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서편력, 경이로운 말인 것 같다. 독서를 하기 위해 시간을 내는 사람, 이 책의 리뷰를 쓴 사람도 

독서를 위해 시간을 낸다고 하더라. 나는 시간이 나면 책을 드는데 말이다. 그러니 나의 독서량은 

그들의 것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ㅎㅎ 

이 책에서도 '노신'이 등장한다. 저자는 중학교때 노신의 광인일기를 보고 큰 감흥을 받았다 한다. 

그래서 광인일기를 다시 읽어 보았다. 여전히 나는 .... ㅋㅋ 

노신에 대한 강의를 들어본다면 좀 달라질까? 

나는 단순하고 직설적이어서 돌려 말하면 못알아듣고, 은유법이 많은 시들은 더욱 이해 못하고, 

추상화를 그래서 싫어한다. 광인일기에 대한 직설적인 설명이 있는지 검색이라도 해 봐야 할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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