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감추는 날 - 웅진 푸른교실 5 웅진 푸른교실 5
황선미 지음, 소윤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그랬다. 꼭 동민이처럼 생각했다. 왜 선생님들은 일기를 검사한다는 명목아래에 

그걸 다 읽어보는 것일까? 우리가 선생님들의 일기를 읽는다면 아마 혼날텐데... 

왜 꼭 매일매일 적어야 하는 걸까? 어떤 날은 이야기거리가 많아 쓸게 많지만 어떤 날은  

거의 되풀이 되는 일상이라 별로 적고 싶은게 없는 날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도 선생님들은 날마다 꼬박꼬박 일기적기를 강요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덕분에  

지금껏 내가 가지고 있는 나의 오래된 일기장이 제법 많긴하다. 지금도 가끔 일기장을 들추긴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억지로 강요했던 일기쓰기 덕분인 것 같지는 않고 내가 끄적이는 걸  

좋아했던 아이였던 때문이지 싶다. 

나의 아이들 역시 초등시절 매일 일기쓰기를 강요 받을 때, 또한 그 일기를 꼬박꼬박 검사하며 

빨간펜으로 선생님의 흔적을 받아 올때면 그 오랜 옛날의 내 시절이나 지금의 이 시절이나  

달라진게 없는 학교 선생님들의 모습에 씁쓸했던 적이 있다. 

초등학교때 매일매일 일기쓰기에 대한 강요가 내겐 얼마나 짙었냐면, 중학생이 되어서도  

일기를 계속 써온 나는 하루를 빠지게 되면 그 부분을 어떻게해야 좋을지 몰라 무척  

안절부절했다. 그날은 일기를 왜 쓸 수 없었는지 그 이유를 간단히 적기도 하고 그게 여러날이  

되었을 때는 몇월 몇일부터 몇월 몇일까지는 일기를 적지 않았다는 표시까지 꼬박꼬박  

해두기까지 했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비로소 '매일매일'이라는 족쇄에서 스스로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때던가?

샤프가 처음 나왔다. 얼마나 갖고 싶던지 그 나이의 아이 마음이야 두 말할 필요도 없겠지.ㅎㅎ  

그러나 엄마는 사주지 않더라... 그 속상한 마음을 200%는 표현했던 것 같다, 일기장에다가.

다음 날 저녁, 이런 횡재가!!! 

아버지께서 샤프를 사오신 게 아닌가!!!  

담임선생님이 읽으시고는 같은 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께 말씀드린 거였다. 

일기검사가 좋았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ㅋㅋ 

그 후, 뭔가 갖고 싶었던 게 있었던 나는 일기장에다가 은근히 기대를 하고는 그 소망을 적었으나 

나의 속내를 훤히 아셨겠지...선생님의 도움은 없었다. 반신반의 했지만 내심 좀은 섭섭해 했었던 

것 같다. 계속 나의 편이었으면 좋았을텐데...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 않는다는 건 역시 어른들에 

해당되는 말이다. 왜 두 번은 안해주는 걸까?

역시 그 해였을까? 동시를 나름 한 편 잘 지었다고 생각한 나는 일기장에다가 뿌듯하게 옮겨  

적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이런 구절로 빨간 흔적을 남겨 두었다.  

'일기장에는 동시를 적으면 안돼요!' 

왜일까? 왜 일기장에는 동시는 적으면 안되는 것일까?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이라도 한 듯하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그건 선생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얼마후 나는 다시 내가 지은 동시인가? 아님 내가 좋아하는 동시였던가?를 한 편  

일기장에 적었고 선생님의 빨간충고는 없었으며 검사확인만 있었던 기억이 있다.

일기장에다 '나는~'이라는 문구는 넣지 않는다고, '오늘은~'이라는 문구로 시작하지 

말라는 충고는 참 학년이 바뀔때마다 일기검사와 마찬가지로 많이 듣던 말이었다. 

그러는게 나을 것같아서 그러하도록 노력했지만 가끔 '나는~'이라고 해야할 때와  

'오늘은~'이라고 시작해야 할때는 무척 망설였던 게 어린 날의 순진무구한 '나'다.  

작가는 존경스러울만큼 동민이를 모두 이해해 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꼭 그런 이해를 받고 있는 듯한 착각에서 마음이 그렇게 편안해질  

수 없는거라. 세상에 나쁜 아이란 없으며 나름의 이유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뿐 이유는  

있을테니 거듭거듭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어쩌면 어른은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아이들은 차라리 모든 어른들을 이해해 주는   

넓은 아량을 가진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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