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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링 - 제2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평점 :
스파링
언젠가 이웃분들과 글수다를 떠는 자리에서 나는 전쟁만큼 싫은 게 복싱 ,
이종격투기 같은 스포츠라고 했더니 언니 뻘 되는 이웃님은 자신은 그 가드를 올리는 상태랄지가 좋아서 복싱이 좋다고 말하기에 한참 가드 올린다
라는 상태에 대해 곰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 그랬다 . 팽팽한 긴장의 상태에 언제든 들어오라며 두 팔을 적당한 높이로 든채 준비 , 혹은
대기 상태로 있는 그 분위기나 공기를 상상 속에서 음미하는 건 꽤나 괜찮은 기분였다 . 그래서 이따금 스스로 파이팅이 필요하거나 타인에게
파이팅을 주어야 할 때 가드 올리라는 말을 주문처럼 사용하곤 했었다 .
그럼에도 나는 역시 피가 나고 얼굴이 찟기고 눈두덩이 부풀어 오르고 어느
시간이 흐르면 주먹 한 대가 천천한 시간 속에서 공기를 가르는 것이 보이는 그 늘어진 전투의 처절한 광경을 좋아라는 못한다 . 아니 여전히 싫다
. 그런데 대놓고 스파링 , 복서의 이야기라 ...... 보통의 스포츠 성공담이나 성공한 스포츠맨들의 성장과 삶에 대한 것들은 단물이 다 빠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우리 삶에 먹히는 걸까 ? 그런 호기심이 가장 컸고 대체 얼마나 대단하면 내가 좋아라 하는 작가들이 줄줄이 이렇게 멋진
심사평을 늘어 놓는지 거기에 호기심도 한 몫 .
그래서 내 감상을 말하자면 , 유행 지난 개그프로에서 잔소리 많은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이야길 속사포 랩으로 듣는 느낌 ? 좀체 끊이지 않아 귀가 울리다못해 넋이 빠지는 ? 그런 체험 ...... 막 웃겨서
웃는게 아니라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잔소리 랩이 이어져 웃픈 상황을 가중하는 느낌이고 그 와중에 웃는게 슬픈데 그래도 처연하게 웃긴
(?) 기분 .
어쩌면 권투에 빠져 보는 사람들엔 그런 정서도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얼핏
생각도 들었다 . 얼마나 장렬한 느낌 (그 영화속 장면 있잖은가 ? 비오는 날 주먹을 서로 맞대고 비장하고 익숙한 음악이..흐르는?) 속의
주먹질 주고 받기냐 싶기도 하고 ... 책장을 덮자 털썩하는 탈진의 기분도 들었다 . 웃고 우는 것들엔 권투와 비슷한 그런 신체적 박탈감 비슷한
것도 있겠지 .
진지하게 링에 올라 주먹을 겨루지만 그것들이 많은 사람을 울고 웃게
한다는 점에서 방식은 다르지만 그건 전투종목만 다른 삶의 축소판 아닌가도 싶었다 . 그러면서 왜 피눈물 나는 장소엔 천재적이나 악바리 근성으로
불우한 환경을 딛고 승리를 거머쥐는 사람들 뿐인가 싶기도 했다 . 그냥 사는것도 그만큼 치열한데 말이다 .
주인공 장태주는 그만큼 고생하고 그만큼 성공한다 . 행복도 가깝게
쥐었다가 놓치는데 그 모습이 너무 흡사했다 . 누구와 ? 우리 현대 사회의 가장들 , 그러니까 먹고사니즘에 쫓겨 한치 앞도 모르고 달리기만 하는
우리들과 그냥 있는 장소만 달랐다 뿐 , 없는데서 일구고 잃고 하는 과정은 다르지 않았던것 같다 .
열심히 달려 성취한 걸 얻지만 생각할 시간조차 가질 수없이 돌아가는
생활이나 , 얻을 만큼 얻었다고 보면 주변에 아무도 남은 이가 없는 것이 꼭 그렇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번 문학동네 소설상의 위치가 점해진게
아닐까도 싶었다 . 그다지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 노력하고 성과를 내도 행복은 좀체 잡히지않는 현대 사회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도 되는게
그렇지 않나 싶어서 말이다 . 그래서 진짜 (뱀같은)를 말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막판 쯤에 자신은 진짜가 아니라고 느끼는 지점에선 무척
흡입력있게 읽었다 .
그래도 여전히 내겐 먼 스포츠의 세계지만 뭐 , 작가는 갑자기 방언터진
사람마냥 쏟아내서 한동안 입을 열어 말을 하는게 좀 지치지 않을까 싶기도 ㅡ 하다 . 아 , 모처럼 가열차게 읽었네 .
ㅎㅎㅎ
무작정 . 지금 사는 것처럼 무작정 . 그렇다면 지금처럼
무작정 사는 것과 무작정 죽는 것은 뭐가 다를까 .
ㅡ본문 44 쪽에서 ㅡ
"알리는 호관조가 아니라 호금조야
."
ㅡ본문 53 쪽에서 ㅡ
어차피 이 세계에서 내가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면 그래 ,
그렇다면 제대로 살지 않으면 그만이다 . 애쓰지 말자 . 나는 생각했다 . 애써도 달라질 게 없다면 차라리 모두가 나를 증오하게 만드는 게 ,
내게는 더 쉬운 일일 수도 있었다 .
ㅡ본문 57 쪽에서 ㅡ
그들은 누군가 혼자만 올바른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 이미
자신들은 놓아버린 신념을 누군가가 혼자 지키려고 하는 꼴을 도저히 그대로 봐줄 수 없는 것이다 .그것마저 방관하면 자신들에게 묻은 똥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으므로
ㅡ본문 79 쪽에서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