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의 뜰 안에


초봄의 뜰 안에 들어오면
서편으로 난 난간문 밖의 풍경은
모름지기
보이지 않고

황폐한 강변을
영혼보다도 더 새로운 해빙의 파편이
저 멀리
흐른다

보석 같은 아내와 아들은
화롯불을 피워가며 병아리를 기르고
짓이긴 파 냄새가 술 취한
내 이마에 신약 (神藥 ) 처럼 생긋하다

흐린 하늘에 이는 바람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데
옷을 벗어놓은 나의 정신은
늙은 바위에 앉은 이끼처럼 추워라

겨울이 지나간 밭고랑 사이에 남은
고독은 신의 무재주와 사기라고
하여도 좋았다

< 1958 >
p. 141 , 142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의 시 143 페이지를 같이 보다
.

비˝

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

초봄과 비 사이에서 나는 여보 ㅡ하는 소릴 듣는다.
부를 일 없고
부를 이 없건만,
어찌나 생생한지
시인의 일상으로 시 안으로
들어오는 일상이 그대로 보이니
한 참을 좋아서 그저 ,
나를 부르는 듯...
그 호젓한 부름에 겨워 웃었다.

대답 할 수 있었다면 ...아, 아,
했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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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2-20 0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필기하셨나요??

[그장소] 2016-02-20 14:00   좋아요 2 | URL
조금 읽다보니 페이지를 욕심내버려
넘기게 되서 상념이 넘치는 것을 경계하려고
끄적거린정도..
매일 그렇죠..뭐..

비로그인 2016-02-20 0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수영 전집이군요. 반갑습니다. *^

[그장소] 2016-02-20 14:01   좋아요 1 | URL
오늘 처음 넘기는 시집은 아니고 진작 보던 시집인데 갑자기 또 보고 싶어져 ..그랬네요!^^

서니데이 2016-02-20 2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장소님, 오늘도 잘 지내셨나요.
오늘도 퀴즈 있습니다. 놀러오세요.^^

[그장소] 2016-02-20 21:46   좋아요 1 | URL
네ㅡ^^
놀러갈게요!^^

yamoo 2016-02-20 2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시에 문외한인 저도 알고 있지요...속도에 대한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시라 알고 있습니다만..

[그장소] 2016-02-20 23:56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시론까지는 저로서는 알 길 없는데...
풀 ㅡ풀이 눕는다 ㅡ까지는 읽어봤어요.
시를 해석하는 글들 ...
이 후로는 그냥 시를 읽어요.
제가 느끼고 싶은데로 이해하고 싶은데로
그러는지도 ...
너무 어렵게 ㅡ가면 시가 뒤로 물러나 버리지 않나 싶어서.
행간을 보면 아, 알겠구나 ..싶은 ..
yamoo님의 얘기도 ..^^
끄덕여지네요.
그 속도에 치어 죽다니..하면서..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