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여자 친구 ㅡ편 : 두번째 .
어제의 이야기에 이어
오늘 문득 어떤 생각이 나를 스쳤다.
우리의 말들 중에 필요치 않은 표현들
필요 이상의 말들은 없나 하고
어릴적에 그러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나는 거의 탈진 상태로 몇 날을 누워
있었는데 하루는 성당의 후배와
그 부모님이 집에 찾아오셨다
후배는 나와 성당에서 교리를 같이 배우고
같은 중학교에 다녔다
빈 집에 혼자 있을 거라는 걸 어찌 알았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물도 못 넘기는 날
떠매고 가서 살려 놓은 건 후배의 부모님 이셨다.
내가 몸을 추스리는 동안
내 집은 외진 곳이니 그냥 그 집에 머물라고 잡으셨다.
방학이었고 후배의 집이 불편했지만 윗층 서재엔
보물같은책이 정말 많았다.
두 분들 모두 너무 인성이 훌륭한 분들이라
막 자란 난 야생고양이 같은 구석이 있었는데도
조곤조곤 말로 잘 타일러 항상 마음을
풀어내게 하셨을 만큼 ...
그 때 내 입에 오래 배어있던 말이 있었는데
ㅡ미치겠네 ㅡ였다 .
나는 내 말을 잘 모르니 누가 지적하지 않음 모르는
때였지 싶다 .
한 날은 어머니가 ㅡ사람은 말에 힘이 있어서 자꾸
말을 반복하면 정말 그렇게 된단다 .이왕이면 좋은 말로
바꾸는게 어떠니? 하셨다 .
아이고 -죽겠네 ㅡ라던가.
돌겠네 .
이런 x랄 ..이라던가..
아 ㅡ그땐 모두들 재수없어 ~!라는 말을 달고들 살았다.
유행어 처럼.
난 그말이 마음에 안들었다 ㅡ재수없다니 ...
하는 반발심에 ㅡ안 썼던 기억이 나면서
어머니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졌다.
행운을 쉽게 말로 부를 수있는 건 아니겠지만
듣기 좋고 예쁘고 복이 담긴 말이 좋다는 건 ㅡ
그 예전의 기억까지 끄집어 내가며 이 글을 쓰는 건
의문이 가시지 않아서 였다 ㅡ
왜 일까 ㅡ대체 ...
이 작가는 정신 분석학이나 하는 사람이 아니다 .
물론 그런 겹겹의 장치를 심도있게 쓰기는 하지만
다들 뻔히 알만한 그런 얘긴 아닌것 같고
그저 악의를 말하려 한것도 아닌 것만 같아서
생각을 자꾸하다 뭔가 스친건 왜 좋아하는걸 말하는데도
싫은 것과 함께 의미를 붙여야 하느냔 거 ㅡ였다.
이 책 참 좋지 ㅡ그런데 책(종이)이라서 가지고 다니긴
불편한점이 좀 그래 ㅡ (부정적인 뉘앙스)
커피는 참 좋아 ㅡ뭐뭐만 빼면 ㅡ
이라던가 하는 조건적 단서들
그냥 아무말 않고 걷어 내었더라면 완두콩 ㅡ
그냥 안먹어 ㅡ못먹어 ㅡ그게 사실이고
싫은 것은 감정이다 ㅡ사실외의 감정적인 부분이 들어가는
많은 ㅡ부정문들.
그러니 말 자체가 틀린게 아닐까 ㅡ하는 생각 ㅡ
완두콩에 감정을 넣을건 뭐고
떨어뜨린 수건에 감정을 넣을건 뭔가
칫솔에 도 역시 ..어질러진 신문에도 마찬가지
신문을 읽고 접고 잘 정리해 놔 ㅡ
까지의 단계가 사실 이라면 어지르고 널린건
보기싫은 광경을 보는 자신의 감정
이라는게 ㅡ어쩌면 이 글의 핵심은 아닌지 .
하지마 ㅡ할게 아니라 그가 그냥 하면 되는건 아닌지.
싫다 ㅡ할게 아니라 ㅡ좋아하는것을 말하는게 어땠을까 ㅡ
그토록 궁지에 몰리기 전에 .
아마 지쳐있고 이미 그녀와 감정이 어느정도 차분해진 시점
이어서 그런걸거란 생각 ..여전히 신선하게 그녀가 두근거리는
존재 였다면 열심히 방법을 찾았을거다 .
아마도 ㅡ
그냥 ㅡ생각이 그랬단 거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