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

한국 대표시인 49인 테마시집.엄마
고은 . 강은교 외 지음

나무옆 의자.

엄마.
살아계셔 다행인 존재.

오래 사시길 바란다.
벌써 익숙한 것만 만지려하고 스마트 폰 글씨를
손을 못 대는 걸 보고..
치매라도 일찍오면 어쩌려고 저러시나..
걱정이 슬몃 되기도 했다.

아버지와 띠동갑 여서
엄마는 아직 한참 나이 신데..
뭐...아버지와는 벌써 아주 옛날에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엄마는 새 아버지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아버지 얘길 잘도 하신다.
돌아가신 분이라 그런걸까.

나는 양부와도 사이가 좋다.
실제로는 엄마보다 아버지께 더 많이
맘으론 의지가 되는지도..
좋은 분이시다. 윤˝ 과 가면 항상 아버지는
어떻게든 날 쉬게 하려고 아이를 직접 봐주시곤 했다.
엄마는 안하는 걸...윤˝이 딸이 아닌 아들였다면
아마 엄마가 물고 빨고 했을거다.
아무튼 엄마의 성차별은 유난스럽다.
그건 엄마..외갓집의 손귀한 내력에 기인한 걸거라고
짐작한다. 엄마는 그러니까..나에겐 외할머니가 무려 네 분이나 계셨으니... 그 속이 어쨌을지...짐작하고도 남는다.
그 탓에 나는 아기때부터 찬 밥였다. 완전.ㅎㅎㅎ
덤이었으니...할 말이 있나..
엄마도 딱..나같았을거라고...

나는 우리 아버지가 아녔음 진작에
죽었을지도 모른다.
엄마...아이들이 엄마를 찾는 심리를
나는 잘 모른다.
나는 그래 본 적이 없어서..
처음 아이와 떨어져있다가 만나
다시 돌아가는길에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걸 보고
ㅡ충격이 너무 컸었다.
속에서 원망이 들끓었었다.
이게 뭐냐고.

우리 형(오빠..라고..해야맞지만)은
아직도 엄마를 완전히 용서 못한다.
아마 받은것이 많아서 더 그럴거라고
형은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결혼도 싫지만 아이들은 낳지 않겠다며
아주 일찍 정관수술을 해버렸단다.

사는게 얼마나 지겨우면..

엄마는 어린 오빠를 업고 시장에 좌판을
다녔단다.
어린나는 방에 가둬ㅡ두고.

나는 기어다니는 아기였는데..
종일 보행기에 태워놓고 나가는 날도 있고.
허리에 끈을 묶어놓고 나가는 날도 있고.

엄마는 그냥 낳아주신 분.
그거면 되지.
싶다.

시어머니나 엄마나 나한테는 저울추가 같다.
애증도 아마 그럴지 모르겠다.
이제 시어머니 라 부르기 그러니 시,를 때고
어머니라고 부르는데..

아이가..자다 흐드득 흐느 낄때가 있다.
혼자 먼저 자라고 하면 온 방이 밝아야 잔다.

내가 재울때는 깜깜하게 해놔도 무섬은 타지않았는데
뭐가 그리 서러운지...

나처럼 비 온후 해질녁이 괜히..

그래도 울거나 무서워 하는 법을 나는 배우지
못했다. 사느라..바빠서...

나와 아이의 상상력의 세계는 다르다.
정서가 다르기도 하고...

연휴에 가서 엄마와 딸과 아버지와
함께 있다왔다.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전 이 있어서
가족 주제이기도 하고..다 함께 보고 왔다.

우리 전 세대와 우리세대.그리고 다음세대까지
앞으로 얼마나 시대가 변할지 모르겠지만
시대를 타고 모정은 흐른다...차가운 모정앞에
거울같은 딱. 그정도의 노릇만 할 뿐인..
우리 딸 세대가..걱정이다.
지금 내가 잘 해놔야 할텐데
너무 많이 망가진것은 아닌지..
유년의 상처는 오래 가는데.....


미안.엄마...나는 엄마 말대로 아빠딸이라..
기도할때도 아버지를 부르지..
엄마는 안찾게 되네.
아.아..그래서 성모마리아를 찾는지도
대신 기도는 해요.
해가 갈 수록 엄마가 더 늙어간다 .싶을 수록
마음도 깊어 지는걸 느끼곤 해요.
이제 겨우...
그래도 살아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나한텐 그게 젤 고마운 일.
아무것도 안해줘도 좋아.
그냥 아프지말고 오래오래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아주세요.

김명리의 시를 읽다...말고

엄마가..나를 부르나?

딛고 선 겨울 저수지의 얼어붙은 입이
쩡, 하고 갈라질 때
문득 진저리 치며
온몸이 내지르는 말이......엄마다

한낱 축생도 난생도 벙어리도
오장육부 닫았다 펼치면
한 호흡에 저절로 발성되는 말......엄마
.
.
.
어금니에 단단히 머금은 것만으로도

소태내린 입속에
무화과 속 꽃 핀 듯 환해 지는 날이 있다

김 명리 ㅡ엄 마 ㅡ 중에서 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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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2-25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을 하면 거울이 깨지는 경험들...그걸 삶이라 뭉텅그리기가 싫어요. 하지만 글을 쓸 때마다 구석구석 켜켜이 보이는 아픔들...

보물선 2015-02-25 1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엄마라도 살아계셔서 좋다하는게 자식 심정.

[그장소] 2015-02-25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아계신것 만으로도 이제 그거면 되지..
그런 마음이 되는데.. 원래 짝사랑 이 그렇듯 일방적으로 상처를 받고는 하죠.
과거를 아무렇지않게 얘기할 때
상대는 모르고하는 거라서 왜그러냐 따질 수 없는 문제처럼..
그러니 스스로 괜찮다 괜찮다 할밖에요..

moonnight 2015-02-25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장소님. 토닥토닥. ㅠㅠ

[그장소] 2015-02-25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하핫 저는 다른 한편으로 많이 받고 살아요. 사랑만 받는 존재는 모른다..하잖아요..그ㅡ러기에 늘 제게 주는 사람들을 귀찮아..투덜투덜 대면서도
고마움을 잊어본 적 없고 가까이 두죠.
가족과 다르게 더 긴밀한 벗들이 ...모르겠어요.좀 더 나이가 들면 지금과는 다르게 친구보단 가족을 더 챙길지.
친구들끼리 서로 친정 노릇을 해주곤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