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정원에서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가볍게 춤추듯 손목을 움직여 네 의견을 강조하거나 혹은 오히려 말의 무게를 덜어버리는 네 방식, 형편없는 식사를 준비하거나 혹은 오히려 네 남편에게 요리를 맡겨버리는 네 방식, .......

라디오를 듣는 네 방식, 들으며 책 제목을 메모하고 다음날이면 그 메모지를 잃어버리는 네 방식,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우울함과 비극적인 얘기에 빠져들 때 웃음을 터뜨리는 네 방식, 품위를 전혀 읽지 않은 채 화를 내며 욕을 하는 네 방식, 책을 읽다가 맘에 드는 인용문들로 공책을 새카맣게 채우던 네 방식....

내가 가지고 있지만 나도 잘 모르던 내 모습을... 타인이 이렇게 세세하게 알고 있다면 그것도 사랑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보뱅은 이렇게 지슬렌을 기억하고 사랑했다.

그녀의 모습과 삶의 방식까지 사랑하다 죽은 후에는 회상하며 그녀의 많은 모습들을 모두 담기엔 너무 작은 관을 보며 슬퍼한다.

여전히 곁에서 그녀의 방식대로 삶을 이어가고 있을 것만 같은데 현실은 죽음이라니...

사랑했던 그녀는 천국에서마저 그녀의 방식대로 삶을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추억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환희의 인간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주현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페이지마다 하늘의 푸르름이 스며든 책만을 좋아합니다. 죽음의 어두움을 이미 경험한 푸름 말이에요. 나의 문장이 미소 짓고 있다면, 바로 이러한 어둠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를 한없이 끌어당기는 우울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왔습니다. 많은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이 미소를 얻었어요. 당신의 주머니에서 떨어진 금화와 같은 이 하늘의 푸르름을 나는 글을 쓰며 당신에게 돌려드리고 있답니다. 이 장엄한 푸름이 절망의 끝을 알려주며 당신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p.21

우울이란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한 블루, 파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데 서문부터 '당신만 괜찮으시다면' 이라고 시작하는 배려가 배어 있는 문장에 그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어떤 글로 표현을 하고 문장들을 써야 푸르름이 가득 담긴 편지가 될까? 그런 편지 한번 받아보고 싶다.

파랑이라는 한 가지 컬러를 이렇게 멋지게 표현해 내는 작가의 글은 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움의 정원에서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완벽한 어머니란 너처럼 아무 조건 없이, 보상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사랑을 주고, 무엇보다 아이들만을 위해 살지 않는다. 그녀들은 다른 곳에서도, 다른 사랑으로도 산다. 모든 행동이나 '여보세요, 내 아가' 같은 모든 말속에 어머니의 사랑은 온전히 존재하지만, 그러곤 곧바로 다른 곳으로도 간다. 다르게 말한다면, 가장 훌륭한 어머니는 아이만 생각하지 않는, 세상이 나쁜 어머니라고 부르는 존재라고도 할 수 있다. 또 다르게 말한다면, 훌륭한 어머니는 여성, 애인, 아이가 되겠다는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고, 그 사실을 잊지 않는다. p.27


알고 있는 사실인데 이렇게 문장으로 담백하게 표현해 놓으니 뭔가 나도 완벽한 어머니인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이를 낳고 키우는 모든 어머니는 훌륭하지만 착하지 않거나, 정해놓은 길을 가지 않으면 왠지 나쁜 어머니가 된듯한 느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보뱅은 모든 어머니들에게 보답을 바라지 않는 많은 사랑을 주고 다른 여성으로서의 삶도 열정적으로 살아가라 이야기해 주는 듯해 또 한 번 위로를 받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에 관한 모든 말들 - 지혜롭고 재치 있는 여성 작가들이 사랑을 말할 때
베카 앤더슨 지음, 홍주연 옮김 / 니들북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 1 [명사]

1.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2.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

3.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

사랑의 의미를 직접 찾아보고 이해하고자 했던 적이 있었을까?

사랑은 그냥 자연스레 느끼고 알게 되는 그런 감정 정도로만 생각했으니 막상 사랑이 무엇이냐 물으면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을 문장으로 쓰라 하면 한 줄이나 쓸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여성 작가들이 남겨놓은 사랑에 대한 문장들을 책 한 권으로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사랑에 관한 모든 말들]이다.

이 책은 12가지로 사랑의 종류를 나누어 주제에 맞게 여성작가의 짧은 글들을 나누어 놓았다.

chapter 1 사랑이란?

chapter 2 여성의 사랑

chapter 3 자신을 향한 사랑

chapter 4 시작하는 사랑

chapter 5 불같은 사랑

chapter 6 오래가는 사랑

chapter 7 재미있는 사랑

chapter 8 사랑은 사랑일 뿐

chapter 9 조심스러운 사랑

chapter 10 사랑의 상실

chapter 11 무한한 사랑

chapter 12 사랑 그대로의 사랑

생각하는 것과 글로 적는 것은 다르다. 사랑의 종류도 이렇게 적고 보니 무척 다양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다 좋았지만 나는 자신을 향한 사랑과 사랑 그대로의 사랑에 제일 공감하며 읽었다.

어떤 사랑도 나를 먼저 사랑하지 않고서는 온전한 사랑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는 아이에게도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제일 강조하며 알려주려 한다. 자신을 바로 보고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타인에게도 사랑을 제대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높이고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스스로를 직면하며 제대로 이해하고 타인을 사랑하며 살게 하는 것이 삶을 사랑하며 살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게다가 무엇이 되었든 사랑은 사랑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보다 마지막 챕터의 글들이 내 마음을 쿵~하고 울렸던 것 같다.

시작하는 사랑이나 불같은 사랑은 잊고 산지 오래되었지만 글을 읽으며 그땐 그랬지~라며 회상하는 재미도 있었고, 사랑의 상실을 읽으면서는 겪고 싶지 않은 감정이지만 절대 피해 갈 수 없을 그런 일들이 내게는 최대한 늦게 다가오길 바라고 기도했다.

여성의 사랑이라는 감정이 여성을 어머니로 만들고, 아내로 만들고, 시인으로 만든다. 여성인 나와 내 감정을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여성일 것이다. 그래서 여성작가들의 글로만 엮어놓은 이 책은 내 취향과 감성을 제대로 저격했다.

지금의 내 삶은 자녀에 대한 사랑과 반려묘나 남편 등 모두 가족을 향한 사랑으로 가득한데 뭔가 타인을 향한 사랑은 뒤로 빠져 있는 것 같아 메마르고 삭막함을 느끼기도 한다. 감정도 학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사랑뿐만 아니라 분노와 상실감도 살면서 경험하고 터득하게 되는 것들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사랑뿐만 아니라 다양한 감정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주제별로 나누어진 사랑에 대한 문장들을 읽는 것도 좋았지만 다 읽고 난 후 작가별로 글을 찾아볼 수 있게 인명 색인에 페이지까지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다. 작가별로 글을 읽다 보면 글에서 그녀들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찾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문장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성격과 삶이 사랑에 대한 감정도 모두 다르게 표현하는 것 같았다.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작가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시몬 드 보부아르였는데 여기에 옮겨보려고 한다.


여성에게 사랑이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 되는 날, 사랑하는 동안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기보다는 자신을 발견하며,

자신을 낮추지 않고 내세울 수 있게 되는 날,

그때 비로소 사랑은 남성에게 그러하듯 여성에게도 치명적인 위험이 아니라 삶의 원천이 될 것이다. p.48

사랑을 찾지 못했을 때 여자는 시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p.53

남편을 얻는 것은 기술이고, 그를 붙잡아두는 것은 일이다. p.170

인생이 가치를 지니는 것은 사랑과 우정, 분노, 연민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에 가치를 부여할 때다. p.268

- 시몬 드 보부아르 -


나는 욕망으로 녹초가 되었다 p.113

죽을 때까지 강제로 지켜야 하는 정절은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은 종류의 사랑, 언제까지나 점점 더 꼭 끌어안고 싶은 사람을 얻은 대가다. p.148

남자를 아주 좋아해야 한다. 너무너무 좋아해야 한다. 너무 좋아해서 사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자들이란 정말 견디기 힘드니까. p.174

나는 죽었다. 당신에 대한 아무런 욕망도 없다. 내 몸은 사랑이 없는 사람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p.252

- 마르그리트 뒤라스 -


사랑이라는 감정도 사랑을 표현하는 말도 모두 따뜻함이 아닐까?

따뜻한 마음과 따뜻한 대화,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공간, 따뜻한 시선, 따뜻한 차 한잔 모두 사랑이니까 말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따뜻함으로 가득한 책 한 권 [사랑에 관한 모든 말들]을 적극 추천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 -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행동하는 사람의 힘
이미소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힘들게 취직한 회사를 다닌 지 6개월에 접어든 직장 새내기인 이미소 대표에게 춘천에 사시던 아버지께서 급작스럽게 감자를 부탁하신단다. 어렵게 취직한 회사인 만큼 열심히 3년은 다니라더니 이렇게 갑작스럽게 감자를 부탁하신다면 얼마나 뜬금없고 당황스러울까?

이 대표 아버지의 감자는 인기도 없었고, 폐기하자니 그 비용만도 몇백만 원이 발생하게 되는 이도 저도 아닌 고민덩어리가 되었다.

땅도 없이 임대해서 감자 농사를 지으셨는데 결론적으로 힘들게 농사짓고 수확한 감자를 판매하지 못했을 때는 손해만 몇 억이 나는 것이다. 이렇게 위험성이 높은데 수익 구조는 또 너무 낮다.

아버지에게 설득당해 서울을 뒤로하고 춘천으로 내려간 이 대표는 감자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같은 일이 끝없이 반복되는 단순노동인데 단순하다고 해서 결코 쉽지만도 않다.

도시에 살던 이 대표가 읍내로 내려와 살게 되다니 하루아침에 달라진 주변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터였다.

 

창업도, 실패도 해보고 그 폐업 경력이 또 다른 사업비를 따내는 바탕이 된다.

보라색 감자를 이용한 예뻐보라를 판매한 루트는 크라우드 펀딩이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고객의 지속적인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고 고생을 한다 해도 이 대표의 감자를 찾는 소비자는 늘지 않았다.

이 대표 부부의 최종 목표는 지속 가능한 농업이었는데, 농촌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을 창출해야 이 최종 목표 달성이 가능했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농사도 짓고 상품을 만들기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고민하는 생활을 지나 만들어낸 것이 바로 감자빵이었는데 이 감자빵도 처음에는 찾는 이가 없다가 어느 순간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이제는 너무 손님이 밀려들어 감당하기 힘들 때도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이 대표에게는 신나는 도전이었다고 하니 정말 끈기 있게 도전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있어 감자는 브런치에 곁들이는 음식인 해시 포테이토나 프렌치프라이처럼 제품으로 쉽게 만나는 그런 음식이었다.

개인적으로 구황작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감자의 품종이 3천여 종이나 된다는 것과 각 품종 별 맛도 다르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왠지 다 먹어보고 싶은 내적 깊은 식탐이 마구 끌어 오르는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생각해 보니 감자빵을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미디어에서 종종 나오는 감자빵을 보면서도 '뭐 이렇게 유명해?'라고 생각하기만 했던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니 그냥 제빵을 하는 단순한 빵집 사장님이 아니었다. 재료인 감자를 연구하고 제대로 알고 품종을 섞어가면서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젊은 사장님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무척 쉽게 생각한다.

성공 스토리라고 하면 남의 일인 것 같고 무척 운이 좋아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그 기회를 얻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람들만이 성공할 수 있고, 성공 스토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 옛말에 자고로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고 그랬는데 이 대표는 오히려 지방으로 내려와 사업을 꾸려나갔고 그래서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는지도 모르겠다.

무조건 남들 따라 하는 사람이 아닌 나만의 길을 찾는 청년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 젊은 사장님의 악착같은 그리고 행복한 성공 스토리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이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