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 - 지속 가능을 위한 비거니즘 에세이
손수현.신승은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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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은 두부를 좋아한다.

고소하고, 심심하고 촉촉한 그 맛을 아이는 참 좋아했다.

한창 자라는 시기에 소고기를 안 먹어서 철분이 모자랄까 걱정하며 키웠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부족한 영양소의 빈자리를 두부와 달걀이 모두 채워줬던 듯한다. 빈혈도 없이, 울 아들을 건강히 잘 자라게 해준 고마운 음식 중 하나가 두부인데 나는 참 두부를 싫어한다.

맛이 없고, 밍밍하고, 텁텁한 그 식감이 싫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는 두부는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노릇노릇 구워서 간장에 들기름과 깨를 섞어서 노릇노릇 구운 두부에 뿌려주면 무척 맛있었다. 아.. 그렇구나. 내가 직접 요리를 해야 하는 엄마가 되고 나서 두부를 싫어하게 된 거였구나.

타지 않게, 속까지 따뜻하게 약불로 정성 들여 구워야 하는 그 시간이 귀찮아서 두부를 싫어하게 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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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기 전 하얀 두부를 보면 우리 집에 잠시 머물렀던 하얀 고양이 코코가 떠오른다.

너무 작고 연약해 다시 돌아갔던 그 녀석 이야기를 아들과 종종 나눈다.

이 귀여운 아이를 돌려보내며 하루 종일 울던 아들은 햇수로 2년이 지난 지금도 요 하얀 코코를 기억하며 보러 가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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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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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와 레빈의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

임신한 키티를 공주님 모시듯 하는 레빈은 여전히 질투가 많다.

아기를 가져 통통해진 키티의 모습도 너무 사랑스러운 것일까?

자기가 사랑하니까 다른 남자들도 다 키티를 넘본다고 생각하는 레빈이 귀엽게 느껴졌다가, 짜증이 났다가, 무섭기도 하다.

얼마나 사랑해야 그렇게 꿀이 뚝뚝 떨어지고, 질투심에 눈이 멀어 손님을 내쫓을 정도가 되는 것인지 상상하기 힘들다.

사랑받는 키티가 부럽기도 했다가, 새장 속의 새처럼 갇혀서 레빈의 눈치만 봐야 하는 키티가 안쓰럽기도 했다.

도대체 적당히가 없다. '레빈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라며 책을 읽어가다 너무 병적인 것 같아 무섭기도 하고, 그의 순수함 가득한 사랑을 응원하다가도 지긋지긋하게 옥죄어오는 그가 몸서리 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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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미술관 - 20가지 키워드로 읽는 그림 치유의 시간
김소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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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재미있다는 저자는 물감으로 이루어지는 마법 같은 일들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다니 신기하다 말한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우울증도 증가하고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힘들어지는 요즘 힐링이나 명상 같은 스트레스 관리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일 것이다. 내 감정을 바로 보고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건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그림으로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관찰할 수 있다니 끌릴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선 4개의 장으로 나누어 인간의 감정, 인간관계, 나라는 존재, 삶을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들을 그림과 함께 이야기해준다.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살피다 보면 타인(화가)의 삶도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지고 그들의 그림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면서 그림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더욱 공감하며 감상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에이나르 베게너와 반 고흐, 가면을 벗은 수녀라든지 각 장마다 기억에 남는 화가와 그림들이 있었다.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남자였던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가 릴리 엘베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대니쉬 걸]을 본 기억이 난다. 얼마나 사회적 편견이 가득한 시선을 받으며 견뎌야 했을까 싶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쓰인 인물이었다.

책에서 그의 그림과 함께 읽으며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사회적으로 기대하는 모습과는 다를 때, 타인들의 정상이라는 범위 안의 시선들이 나를 괴롭힐 때 괜히 패배자가 된 듯한 그 느낌을 내가 알 수 있을지, 세상의 편견에 굴하지 않고 온전히 나를 표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 것이며 나는 그렇게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성소수자가 약자는 아니라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마다 모두 다른 인격과 취향은 가질 수 있는데,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글과 화가들의 그림이 어우러져 사회적 시선에 대한 더욱 깊은 고민과 생각을 이어나가게 만들었다.

헨리 몰랜드의 [가면을 벗은 수녀]라는 그림을 보여주는데 제목에서부터 뭔가 페르소나가 느껴지지 않는가?

수녀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그녀의 정체는 관능미가 철철 넘치는 매춘부다.

그 시대 유럽의 귀족사회에서 가면무도회가 유행했던 건 그들의 욕망과 음흉한 시선을 감출 가면이 필수적이어서가 아니었을까?

프라이머, 선크림, 톤업크림, 파운데이션, 쿠션, 컨실러, 팩트......

잡티를 감추기 위한 끊임없이 화장품을 덧바르다 보면 화장이 두꺼워지고 피부가 숨쉬기 힘들어지는 것처럼 사회적 가면도 많이 쓰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적절하게 가면을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하지만 절대 나 자신을 놓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언젠가부터 '내가 누워있는 꼴을 못 보겠어', '뭔가 쉬고 있으면 불안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미치겠어'라는 마음들이 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도 그 시간이 지나버리는 것에 슬퍼하는 내가 무언가를 하려 하고, 계속 붙잡으려 한다면 그것은 온전한 쉼이 될 수 없으리라.

나를 발전시키고자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노력하는 것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나 실패한 사랑 경험, 그리고 화가로서의 삶들을 그의 그림과 함께 설명해 준다.

그는 감정 조절에 미숙했고, 화도 많고, 때로는 어린아이 같기도 했는데, 기이한 행동을 일삼던 그는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는 것을 자신은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갉아먹는 나쁜 습관들이나 생각들은 그만큼 의도적으로 더욱 노력하고 없애고자 힘써야 할 것이다.

처음 책을 받고 커피를 쏟아버린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괴롭히며 계속 후회했다. 책에서 과거에 머물러 있지 말고 나아가라고 했는데, 고통을 이겨내는 힘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나에 대해서 잘 알고자 노력하라고 했는데 책을 읽기 전이라 무척 속상해하며 힘들었다.

커피가 말라가며 책이 우글우글 해지는 걸 바라만 봐야 하는 내 무력함이 너무 싫었다.

그런데 마지막 장에 쓰여있는 "사람은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진다."라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이 계속 맴돌며 내 마음을 챙길 수 있게 해준다.

별것도 아닌 일에 신경 쓸 틈이 없다는 듯이...

다양한 화가의 삶을 이야기와 그림들로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나를 위로해 주는 책 [마음 챙김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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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미술관 - 20가지 키워드로 읽는 그림 치유의 시간
김소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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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전시키고자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노력하는 것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누워있는 꼴을 못 보겠어', '뭔가 쉬고 있으면 불안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너무 아까워서 미치겠어'라는 마음들이 나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도 그 시간이 지나버리는 것에 슬퍼하는 내가 무언가를 하려 하고, 계속 붙잡으려 한다면 그것은 온전한 쉼이 될 수 없으리라.

진짜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늘 타인의 기대에 맞추어 기준점을 세워놓고 나를 끌고 가지는 않았던가, 무엇을 그리 인정받으려 애쓰며 살았던가, 내 가치는 그것밖에 되지 않는 것인가 생각이 많아진다.

나의 가치를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평생을 공부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를 대신할 수도 없고, 누가 내 삶을 대신할 수도 없기에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선택하고 결정하며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파괴되고 사라질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너무 어려운 문제다.

책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나 실패한 사랑 경험, 그리고 화가로서의 삶들을 그의 그림과 함께 설명해 준다.

그는 감정 조절에 미숙했고, 화도 많고, 때로는 어린아이 같기도 했는데, 기이한 행동을 일삼던 그는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었다는 것을 자신은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갉아먹는 나쁜 습관들이나 생각들은 그만큼 의도적으로 더욱 노력하고 없애고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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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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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종류가 많은 만큼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음도 다양하지 않겠는가?

나는 호의를 베풀고 인간적인 배려를 했다 생각하지만 상대방이 사랑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감정의 종류는 너무 많고 그 속에서 내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분별하고 구분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글에는 인간이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들의 자유로운 심리가 담담하게 쓰여있어 늘 흥미롭다.

시나리오 작가이며 자기 일에 웬만큼 성공도 했고, 건강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여자인 마흔다섯 살의 도로시 시모어와 무척 잘생겼으며, 우아하고, 유쾌한 금발의 중년 남성인 그녀의 연인 폴 브레트는 어느 날 밤 그들의 차 앞으로 뛰어든 굉장히 잘생긴 외모의 루이스라는 젊은 남자를 만나게 된다.

차에 부딪혔는지 정체 모를 이 청년의 머리에선 피가 흘러내렸고 도로시는 그 알 수 없는 남자 루이스를 집에서 보호하기로 마음먹는다.

게다가 뭔가 눈빛이 이상하더라니 그 남자 마약인 LSD에 잔뜩 취해 있었다.

뭔가 위태롭고 위험함이 줄줄 흘러넘치는 이 남자를 집으로 들인 도로시를 폴은 이해할 수가 없지만 병원이 음산해서 싫다는 반불구자인 루이스를 도로시는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도로시의 집에 들어온 루이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므로 자연스럽게 도로시가 그를 먹여 살리게 되는데 무기력이란 단어가 너무 잘 어울리는 루이스의 정체가 점점 궁금해진다.

한창 일을 하는 도중에 폴에게 긴급한 일이라며 연락을 받은 도로시는 두 번째 남편인 프랭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바람피운 전 남편이지만 오랫동안 사랑했던 프랭크의 죽음을 도로시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고 생전에 그 누구도 프랭크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지 않았던 사람들이 전화로 그의 죽음에 대해서 위로라고 몇 마디 내뱉는 그 뻔뻔함이 도로시는 소름 끼치게 싫었다.

그 후로 며칠 뒤 루이스는 자신의 다리가 다 나았음을 도로시에게 보여주며 계속 이 집에 머물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당황스럽고, 거북하고, 어찌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인데도 도로시는 그런 루이스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가 환자였을 때는 이 집에 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다 나은 후에도 계속 도로시의 집에 남는다면 타인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거라는 걸 루이스에게 설명하는 도로시와, 왜 타인의 이해를 받아야 되냐며 의아해 하는 루이스 그 둘은 결국 루이스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다른 숙소도 조금씩 천천히 알아보는 것으로 타협을 하게 된다.


독립을 위한 첫 단계로 루이스는 배우 오디션을 보게 되고 너무나 잘생긴 데다 카메라 렌즈로 보는 그의 얼굴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기에 쉽게 계약을 하게 된다.

루이스는 조연이지만 영화를 찍기 시작했고 점점 더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된다. 그렇게 이목을 끄는 루이스를 볼튼은 더 좋은 조건을 내세우며 자기와 계약하자 하고 너무 싫어하는 인간 유형 중 하나인 볼튼이 루이스를 원한다 하니 왠지 도로시의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볼튼이 죽었고 루엘라가 죽었다.

최근 두 달 사이에 할리우드의 유명 인사가 두 명이나 죽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맹목적인 사랑으로 도로시를 제외한 모든 인간은 선량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루이스의 말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느 날 폴과 도로시, 루이스 이렇게 셋은 함께 클럽으로 춤을 추러 갔고 거기서 한 불량스러운 청년이 도로시에게 시비를 걸자 루이스가 약을 했는지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그 불량스러운 청년을 거의 죽일 뻔한 사건이 생긴다.

약에 취한 루이스를 바라보는 도로시의 감정은 어떤 것일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다음날 도로시는 루이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네가 그들을 죽인 거니? 아니지?"]

사강의 책을 읽다 보면 외모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다. 뭔가 좀 잘생긴 남자들이 많이 나온다 해야 하나? 그래서 더욱 몰입하여 재미있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욕하면서도 꼭 챙겨 보는 막장드라마처럼 사강의 책도 몰입하게 되는 그런 매력이 있다.

너무 젊고 잘생긴 남자와 한 집안에 있다는 것만으로 다양한 구설수가 떠오르고 퍼지게 될 텐데 그런 것쯤은 가볍게 무시하는 여주인공이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알고 보니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후(부랑자들과의 생활, 마약인 LSD 복용, 패싸움 등) 도로시를 만난 루이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여주인공의 배포에 놀랍기도 했다. 나 같았음 뒷조사 다해보고 무서워하며 두려움에 떨었을 텐데 말이다.

새로운 만남과 사랑도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을 것이다.

루이스의 병적인 애정에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갈 테지만 도로시, 폴과 함께 행복하길 바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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