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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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종류가 많은 만큼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음도 다양하지 않겠는가?

나는 호의를 베풀고 인간적인 배려를 했다 생각하지만 상대방이 사랑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감정의 종류는 너무 많고 그 속에서 내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분별하고 구분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글에는 인간이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들의 자유로운 심리가 담담하게 쓰여있어 늘 흥미롭다.

시나리오 작가이며 자기 일에 웬만큼 성공도 했고, 건강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여자인 마흔다섯 살의 도로시 시모어와 무척 잘생겼으며, 우아하고, 유쾌한 금발의 중년 남성인 그녀의 연인 폴 브레트는 어느 날 밤 그들의 차 앞으로 뛰어든 굉장히 잘생긴 외모의 루이스라는 젊은 남자를 만나게 된다.

차에 부딪혔는지 정체 모를 이 청년의 머리에선 피가 흘러내렸고 도로시는 그 알 수 없는 남자 루이스를 집에서 보호하기로 마음먹는다.

게다가 뭔가 눈빛이 이상하더라니 그 남자 마약인 LSD에 잔뜩 취해 있었다.

뭔가 위태롭고 위험함이 줄줄 흘러넘치는 이 남자를 집으로 들인 도로시를 폴은 이해할 수가 없지만 병원이 음산해서 싫다는 반불구자인 루이스를 도로시는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도로시의 집에 들어온 루이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므로 자연스럽게 도로시가 그를 먹여 살리게 되는데 무기력이란 단어가 너무 잘 어울리는 루이스의 정체가 점점 궁금해진다.

한창 일을 하는 도중에 폴에게 긴급한 일이라며 연락을 받은 도로시는 두 번째 남편인 프랭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바람피운 전 남편이지만 오랫동안 사랑했던 프랭크의 죽음을 도로시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고 생전에 그 누구도 프랭크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지 않았던 사람들이 전화로 그의 죽음에 대해서 위로라고 몇 마디 내뱉는 그 뻔뻔함이 도로시는 소름 끼치게 싫었다.

그 후로 며칠 뒤 루이스는 자신의 다리가 다 나았음을 도로시에게 보여주며 계속 이 집에 머물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당황스럽고, 거북하고, 어찌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인데도 도로시는 그런 루이스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가 환자였을 때는 이 집에 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다 나은 후에도 계속 도로시의 집에 남는다면 타인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거라는 걸 루이스에게 설명하는 도로시와, 왜 타인의 이해를 받아야 되냐며 의아해 하는 루이스 그 둘은 결국 루이스의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다른 숙소도 조금씩 천천히 알아보는 것으로 타협을 하게 된다.


독립을 위한 첫 단계로 루이스는 배우 오디션을 보게 되고 너무나 잘생긴 데다 카메라 렌즈로 보는 그의 얼굴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기에 쉽게 계약을 하게 된다.

루이스는 조연이지만 영화를 찍기 시작했고 점점 더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된다. 그렇게 이목을 끄는 루이스를 볼튼은 더 좋은 조건을 내세우며 자기와 계약하자 하고 너무 싫어하는 인간 유형 중 하나인 볼튼이 루이스를 원한다 하니 왠지 도로시의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볼튼이 죽었고 루엘라가 죽었다.

최근 두 달 사이에 할리우드의 유명 인사가 두 명이나 죽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맹목적인 사랑으로 도로시를 제외한 모든 인간은 선량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루이스의 말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느 날 폴과 도로시, 루이스 이렇게 셋은 함께 클럽으로 춤을 추러 갔고 거기서 한 불량스러운 청년이 도로시에게 시비를 걸자 루이스가 약을 했는지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그 불량스러운 청년을 거의 죽일 뻔한 사건이 생긴다.

약에 취한 루이스를 바라보는 도로시의 감정은 어떤 것일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다음날 도로시는 루이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네가 그들을 죽인 거니? 아니지?"]

사강의 책을 읽다 보면 외모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다. 뭔가 좀 잘생긴 남자들이 많이 나온다 해야 하나? 그래서 더욱 몰입하여 재미있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욕하면서도 꼭 챙겨 보는 막장드라마처럼 사강의 책도 몰입하게 되는 그런 매력이 있다.

너무 젊고 잘생긴 남자와 한 집안에 있다는 것만으로 다양한 구설수가 떠오르고 퍼지게 될 텐데 그런 것쯤은 가볍게 무시하는 여주인공이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알고 보니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후(부랑자들과의 생활, 마약인 LSD 복용, 패싸움 등) 도로시를 만난 루이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여주인공의 배포에 놀랍기도 했다. 나 같았음 뒷조사 다해보고 무서워하며 두려움에 떨었을 텐데 말이다.

새로운 만남과 사랑도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을 것이다.

루이스의 병적인 애정에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갈 테지만 도로시, 폴과 함께 행복하길 바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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