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들과 충주 석종사를 다녀왔다.
혜국 스님 법문을 들었다.
법문 중에 누군가의 시를 인용하셨다.
"부모님의 사진을 걸어두고 볼 수는 있어도
된장찌게 끓여놓고 밥 먹어라 부르시던 모습은 볼 수 없고
술 한 잔 걸치고 들어오시던 아버지의 목소리 들을 수 없네"
그대로 기억한 것은 아니지만 이 말씀이 내내 마음에 남았다.
작년 아버지 생신 때 아버님의 시집을 하나 만들어 드렸다.
책 좋아하시고 가끔씩 시를 쓰시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을 가져다가 동생과 내가 가족 사진 넣고 작고 예쁜 시집을 만들어 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셨다.
아버지를 잘 아시는 분들께만 드렸는데
어찌나 자랑을 하고 좋아하셨던지
효도했다고, 고맙다는 전화를 낯선 어르신들께 받기도 했다.
이렇게 갑자기 가실 줄 몰랐는데
미루지 않고 시집 해 드린 것이 참 잘한 일이구나
이제야 생각한다.
한동안 너무 가슴이 아파 아버지 기억 얽힌 이야기는 친구들에게도 하지 않았는데
스님 법문 듣고 보니
팔십, 구십 오래 사는 시대라고 해도
사람의 한 평생이 꿈과 같다는 것을 이제 알겠다.
한 권의 시집이 어찌 아버지를 대신할 수 있으며
이런 글이 어찌 내 마음을 대신 할 수 있을까.
눌러두었던 슬픔을 이제야 찬찬히 꺼내서 들여다 본다.
자라면서 한 번도 거친 소리, 험한 소리 들은 적 없고
늘 뒤에서 말 없이 지켜보시고 믿어주시던 아버지.
아버지.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버지의 딸로 태어난 행운을 잊지 않고 회향하며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