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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이후 빨랫감 - 깨달음, 그 뒤의 이야기들
잭 콘필드 지음, 이균형 옮김 / 한문화 / 2011년 10월
평점 :
예전에 읽었던 책이다.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은 글귀들은 있었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읽고 넘어갔다. 요즘 유식 강의를 들으면서, 강의 하시는 스님은 깨달으셨다고 하시는데, 정말 깨달은 사람 맞나? 의구심이 일어날 때가 있었다. 책을 다시 찾아 읽게 된 이유이다.
그 사람의 신을 신고 십리를 걸어보지 않고는 그 사람에 대해 말하지 말라던 인디언의 속담이 아니더라도, 저렇게 말할 때에는 저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가 있겠지. 나는 깨달은 사람이 아니니, 그렇다고 열심히 수행하는 사람도 아니니 섣불리 무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무언가 이해의 실마리는 잡게 된다.
"한 불교지도자는 깨달음이 '인격적 변성'을 가져오리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이 '비인격적 변성'이었음을 알고는 놀랐다는 것이다. 변성은 가슴의 열림이지 인격의 변화가 아니다."p261
깨달은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우리는 신부님, 스님, 수도자에 대해 우리의 관념의 틀 속에서 만든 우상과 신성의 옷을 입혀 놓고는 상대가 조금만 실수를 해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수행자 아닌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아이들을 깨워 밥을 먹이고 버스에 태워 등교시키는 일은 추운 새벽에 대웅전에서 염불을 외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어느 쪽이 어느 쪽보다 낫지도 않고 더 훌륭하지도 않다. 또한 둘 다 매우 지겨운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수행과 일상이 모두 중요하며 사실은 하나라는 중요한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수행은 삶에서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직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리 스나이더-
유식강의에서 ‘일념단속’을 강조하시는 스님의 말씀이 자주 나온다. 이 책을 읽다가 스님의 말씀과 똑같은 구절을 읽고 깜짝 놀랐다.
“불교계의 심리학에 의하면 카르마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의도라고 가르친다. 모든 행위의 원인과 결과인 카르마는 각 행위에 선행되는 가슴의 의도로부터 나온다. 깨어있지 않으면 우리는 습관과 두려움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자신의 의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면, 우리는 그것이 ‘두려움의 덩어리’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의도적이고 사려 깊은 관심으로부터 나오는 것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 p329
일상생활에서 매 순간 의도를 알아차리기는 참 어렵다. 거의 불가능하다. 상대를 위해 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뱉은 말도, 혼자 가만히 생각해보면 ‘친절’의 의도보다는 ‘훈계’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생각 단속만 잘 해도 수행이라던 스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 그래서 성철스님께서는 ‘자기에게 속지 말라’고 하셨나보다.
책을 정리하고 있다. 이 책도 나와의 이별을 앞두고 있다. 헤어지기 전에 리뷰로 이별 인사를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