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적인 에고는 대개 집단을 구성하는 개인보다도 더 무의식적이다. 예를 들면, 일시적인 집단 에고체인 군중은 개인으로 떨어져 있었으면 하지 않았을 잔혹행위를 태연하게 저지른다. 개인이었으면 그 자리에서 정신병자라고 인정될 행동에 국가는 자주 개입한다."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p 172-

변호인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에크하르트 툴레의 통찰력있는 말을 인용하여 대신해 본다.

국민은 적이 아니다.

국회의원들도 서로 적이 아니다.

단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

진보좌파니, 보수 우파니 하는 말은 그런 낱말로 상대를 규정지어 놓은 '단어'일 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진보좌파와 보수우파가 실존한다고 생각한다.

교사와 학부모를 가르고

노동자와 사용자를 가르고

남자와 여자를 가르고

젊은이와 노인을 가르고

내 아이와 남의 아이를 가르고

정리 잘 된 서랍처럼 모든 것을 질서정연하게 분류해서 이름표를 붙인다.

내가 그 이름표를 붙인 장본인이란 것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나의 '적' 혹은 '경쟁자'로서의 타인을 본다.

이름표를 떼어 버리면, 우리 각자는 다만 외롭고 허약한

이 삶에 조금이라도 격려와 위로가 필요한 존재일 뿐이다.

삶의 어느 싯점에서는 우리 모두 영화 속의 진우처럼

'죽음' 앞에서 우리를 변호해야 하는, 삶의 파도에 멍투성이가 된

그냥 한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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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3-12-2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잘 지내셨어요?
저도 이 영화 보러 가야 하는데 사실 용기가 안 난답니다.
뻔히 아는 내용이지만 '분노'라는 감정을 다스릴 용기가요..
어렵습니다.

혜덕화 2013-12-23 14:12   좋아요 0 | URL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했습니다.
예전에 '레미제라블'을 보면서 옆 자리에 영화를 혼자 보러 온 여자가 흐느끼며 영화를 보던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사람이 또 울고 있지 않을까, 뜬금없이 ,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낯선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울고 싶은 현실입니다.
영화보다 현실이 더 답답합니다.
꼭 보러 가세요.
분노도 때로 힘이 되니까요.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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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는 상황 그 자체와 그 상황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나 반응을 구별하지 못한다. "정말 지독한 날씨야"라고 말하는 당신은 추위, 바람, 비, 그 밖에 당신이 반응하는 상황이 '지독한'것이 아님을 깨닫지 못한다. 날씨는 그냥 날씨일 뿐이다. 지독하다는 것은 당신이 만든 반응이고, 날씨에 대한 당신 내면의 저항이며, 그 저항이 만든 감정이 지독할 뿐이다.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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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13-12-21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 때 보고, 들을 때 듣는' 것조차도 어렵다.
다만 볼 뿐.
나의 화두다.

이누아 2014-01-17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간혹 오면 님이 계셔 친정 같아요.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있는 그대로 듣고 느낀다면 아마 우리가 이 윤회에 바다에 떠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요즘 제가 어떤 것을 볼 때 보는 것을 보는 게 아니고 제 과거가 거기에 뒤엉켜 붙어있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유리에 껌이 붙은 것을 발견했는데 그냥 휙 문지른다고 떼지지는 않듯 매번 그 과거들이 현재를 얼마나 무겁고 탁하게 하는지 지켜보면서도 쉽게 떼질 못하고 있어요. 칼로 떼어낼 만큼 날카롭지 못해서 불려서 떼볼까 하고 있어요.^^ 사람과 갈등하고 마음에 흔들림이 들끓을 때라야 자신을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가 싶어요.

요즘은 하던 것들을 두고, 하루 1시간 명상을 우선으로 하려고 해요. 치솟는 망상이 가라앉으면 바로 혼침에 떨어지길 반복중이에요. 너무 오래 좌선을 하지 않은 탓이겠지만 아무렇지도 않아요. 제겐 앉아 있는 것, 그 자체도 지금 중요해요.

책을 정리하고 계신다니...뒤늦게 적으신 리뷰를 보고 읽고 싶은 책이 눈에 띄네요. 님이 정리하시는 것이 제게는 새로 펼쳐질 것이 되네요.

건강하시길, 새해에도 복짓는 나날 되시길. 좋은 일들이 가득할 겁니다.
아이들이 아직 유치원 방학이라 떠뜨는 소리 속에서 적어 횡설수설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하고 갑니다.

혜덕화 2014-01-17 20:36   좋아요 0 | URL
제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나니, 어린 아이들을 보면 너무 소중하고 예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아이들의 소란도 금방 사라져버리는 것이랍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는 성철 스님의 말씀이 새삼 얼마나 큰 진리의 말씀인가를 느끼고 있습니다.
내가 왜곡해서 알고 있는 산이나 물이나 사람이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내 견해를 버리고 보는 것. 정말 어렵네요.
이누아님.
저도 간혹 만나는 이런 오래된 인연이 좋아서 이 둥지를 떠나지 못하고 있나봐요.
반가워요.
언젠가, 우리는 만나게 되겠죠?
 
깨달음 이후 빨랫감 - 깨달음, 그 뒤의 이야기들
잭 콘필드 지음, 이균형 옮김 / 한문화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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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책이다.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은 글귀들은 있었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읽고 넘어갔다. 요즘 유식 강의를 들으면서, 강의 하시는 스님은 깨달으셨다고 하시는데, 정말 깨달은 사람 맞나? 의구심이 일어날 때가 있었다. 책을 다시 찾아 읽게 된 이유이다.

그 사람의 신을 신고 십리를 걸어보지 않고는 그 사람에 대해 말하지 말라던 인디언의 속담이 아니더라도, 저렇게 말할 때에는 저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가 있겠지. 나는 깨달은 사람이 아니니, 그렇다고 열심히 수행하는 사람도 아니니 섣불리 무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무언가 이해의 실마리는 잡게 된다.

 

"한 불교지도자는 깨달음이 '인격적 변성'을 가져오리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이 '비인격적 변성'이었음을 알고는 놀랐다는 것이다. 변성은 가슴의 열림이지 인격의 변화가 아니다."p261

 

깨달은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우리는 신부님, 스님, 수도자에 대해 우리의 관념의 틀 속에서 만든 우상과 신성의 옷을 입혀 놓고는 상대가 조금만 실수를 해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수행자 아닌 사람이 어디 있을까?

 

"아이들을 깨워 밥을 먹이고 버스에 태워 등교시키는 일은 추운 새벽에 대웅전에서 염불을 외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어느 쪽이 어느 쪽보다 낫지도 않고 더 훌륭하지도 않다. 또한 둘 다 매우 지겨운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수행과 일상이 모두 중요하며 사실은 하나라는 중요한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수행은 삶에서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직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리 스나이더-

 

유식강의에서 ‘일념단속’을 강조하시는 스님의 말씀이 자주 나온다. 이 책을 읽다가 스님의 말씀과 똑같은 구절을 읽고 깜짝 놀랐다.

 

“불교계의 심리학에 의하면 카르마의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의도라고 가르친다. 모든 행위의 원인과 결과인 카르마는 각 행위에 선행되는 가슴의 의도로부터 나온다. 깨어있지 않으면 우리는 습관과 두려움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자신의 의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면, 우리는 그것이 ‘두려움의 덩어리’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의도적이고 사려 깊은 관심으로부터 나오는 것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 p329

 

일상생활에서 매 순간 의도를 알아차리기는 참 어렵다. 거의 불가능하다. 상대를 위해 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뱉은 말도, 혼자 가만히 생각해보면 ‘친절’의 의도보다는 ‘훈계’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생각 단속만 잘 해도 수행이라던 스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 그래서 성철스님께서는 ‘자기에게 속지 말라’고 하셨나보다.

 

책을 정리하고 있다. 이 책도 나와의 이별을 앞두고 있다. 헤어지기 전에 리뷰로 이별 인사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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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이후 빨랫감 - 깨달음, 그 뒤의 이야기들
잭 콘필드 지음, 이균형 옮김 / 한문화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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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스승 총카파는 이렇게 가르쳤다. "이 인간의 몸은 가장 귀한 보석보다도 더 귀하다. 너의 몸을 소중히 다뤄라. 그것은 오직 이번에만 너의 것일 뿐이다. 곧 사라져버릴 아름다운 것이다."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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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수련이 우리가 삶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하게 막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마음 수련은 우리의 반응이 좀 더 온화해지도록 도와줍니다. 이것은 우리를 지루한 존재로 만드는 조리법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본다면 거친 바다에서 이 방향 저 방향으로 흔들리는 작은 배 같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매우 만족스러운 상태는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방 불빛이 한 순간에는 너무 밝아서 무엇인가를 좀처럼 볼 수 없고, 그 다음 순간에는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주변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온화하고 일정한 빛입니다. 그러므로 마음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게 되면 우리는 일어나는 사건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것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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