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필요한 시절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황규관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이필요한시절

사유가 관통하는 직언의 힘이 느껴지는 책이다. 시의 언어들이 단단한 현실 위에 직립하고 있다. 이 책은 시인의 에세이지만, 시로 여과되지 못한 문장들이 남아있기보다는 사유와 진정성으로 시와 세계 사이에 저자의 가치관을 담아낸다. 저자의 삶이 오롯이 다뤄지며 그 안에 사상 역시 살아있어 문장들이 주는 울림이 크다. 1부 썪음에 대하여,는 두엄을 썪어내는 과정에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을, 우리가 성숙의 기회를 놓치고 있음을 이어가며 이야기를 확장해나간다. 썩을 줄 모르는 언어들에 대한 비판과 반성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노동문제에 대해 다룰 때도 노동자로 일했던 저자의 경험에서 출발해 노동문제의 역사와 현실을 조망하며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그리고 '손을 씻는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코로나 사태를 드러내는 것을 보면 시의적으로 우리가 고민해야할 주제들임과 동시에 저자의 깊은 통찰이 이어져 여러 문장에 밑줄 긋게 한다. 

“언제부터인가 지금 사는 시간에 예전의 시간이 무단히 들어오곤 했는데, 그것은 대체로 추억의 형태가 아니라 그간 변해버린 것들을 비교해보는 식이었다. 그 결과는 물론 어쩔 수 없는 슬픔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슬픔을 회한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도리어 최근 10년간 내가 새로 알게 된 것들이 과연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 가늠해보는 배움으로 삼으려고 했다.” _「작가의 말」

1부를 통해서 결핍의 시대를 시인의 시선으로 전했다면 2부에서는 충족을 위해 혹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학이 필요함을 말한다. 녹색평론을 만드신 고 김종철 평론가를 기리며 그가 한 말을 인용한다. "모든 진정한 시인은 본질적으로 가장 심오한 생태론자"라는 그를 저자는 시인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시인 김수영에 대한 주제로 쓴 글에서도 "살아있는 시는 언제 읽어도 생명의 작동을 가동시키리라"고 전한다. 그러므로 시를 통해 삶의 언어가 다시 생동하는 기회를 찾을 것으로 긍정한다. 문학의 언어가 삶을 위로하고 시대를 증명하리라는 것을 믿게하는 책이었다.  

도서협찬

#교유서가 #황규관 #문학이필요한시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술 경험치를 쌓는 중입니다
김수정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술경험치를쌓는중입니다
김수정
아트북스
.
.
취향을 선물하는 사람은 못잊을 사람이 된다(57p)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또한 나에게 잊지 못할 취향을 남겼다. 이 책은 미술을 자신 곁에 두고 사랑하는 시도에 대한 가장 쉽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코로나19시대의 삭막함에 저자는 미술과 가까워질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소개한다. 작은 시도로 삶의 다채로움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제목대로 이 책을 통해 미술의 경험치를 쌓으며 일상의 명도와 채도를 높인다. 
.
.
"프리다 칼로는 SNS 셀러브리티의 가능성을 충분히 가진 화가였습니다. 저는 가끔 생각합니다. 프리다 칼로가 인스타그램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림과 글이 있는 일기를 써서 책으로 낼 정도의 필력을 가진 이 화가가 인스타그램에 자기 그림과 사진을 올리고 자기 이야기를 써서 올린다면 어땠을까요." _「01. 프리다 칼로가 인스타그램을 했다면」에서
.
.
강렬한 인상의 자화상으로 유명한 프리다 칼로를 인스타그램과 연결시켜 이해를 돕는 저자의 재치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
.
그림과 그림을 연결하고, 또다른 연결고리를 발견하면서 자기만의 그림 감상법을 만들어보세요. 무엇보다 즐거운 놀이가 될 것입니다. _「04. 그림을 부르는 그림」에서
.
.
그림 하나로 그려보는 마인드맵의 가장 큰 선물은 삶의 기록과 행복의 재연입니다. 삶과 그림의 연결고리가 생길 때 나의 그림 감상은 아름답게 완성되었다가 다시 새로워집니다. _「15. 그림으로 그리는 마음속 생각 지도」에서
.
.
멀리에 있는 큰 규모의 전시회에 나름 근사한 차림으로 방문해 액자 속의 그림을 보면 그 경험만큼은 인상적이지만 나의 일상과 연결시키는 시도를 생각하지 못했다. 그림과 그림 사이를, 삶과 그림 사이를 연결하는 생각들은 나를 미술로 이끈다. 미술이 내 삶에 들어오고 상상으로 왕래하는 것이다. 그 사이의 세계는 확장되고 총천연색으로 빛난다. 그런 시도가 언택트 시대에서도 가능한 것이다. sns에 미술일기를 쓰고 드로잉앱으로 따라그리며 원작을 오마주한다. 저자는 일상에서 미술에 접속할 수 있는 간단하고 의미있는 방법들을 전한다. 이 책은 미술이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경험치를 쌓도록 돕는다.  
.
.

이 책이 소개하는, ‘미술 루틴 만들기’를 소개한다.

꠬ SNS에서 예술 관련 채널 구독하기
꠬ 오늘 나의 기분을 표현한 그림 발견하기
꠬ 전시회, 예술 도서에 대한 감상을 짧은 글로 기록하기
꠬ 좋아하는 작품 이미지를 곁에 두기(ex. 엽서, 스마트폰 케이스 등)
꠬ 관심 있는 전시회 일정 미리 확인하기
꠬ 한 달에 1회 이상 미술관이나 갤러리 방문하기
꠬ 전시회를 다녀온 후 마인드맵으로 감상 정리하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 번째 엔딩 (양장)
김려령 외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소설의 결말들은 너무 소중해서 그 다음을 생각할 수가 없다. 완벽하다고 생각하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안부가 그리워진다. <두번째 엔딩>은 그런 나의 마음에 대한 인사처럼 다정하다. 소중한 소설들의 외전들을 모아보는 시도는 소설의 팬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다.
.
.
소설에는 시작이라는 필수조건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야기를 전달받을 때 하나의 눈으로 사건을 만난다. 하지만 다른 시선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이야기의 독자로서 몰입의 역할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시선의 무게중심이 옮겨진다. 사건의 당사자가 말하던 것을 관찰자가 말했을 때가 그 예다. 하지만 관찰하는 그 사건을 지켜볼 뿐 그 자신의 삶에서는 또다른 주인공이다. 이 소설을 통해 예측하지 못한 가능성 뿐만아니라 세상의 모든 주인공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
.
이 책에서 내가 읽은 작품과 읽지 않은 작품이 있다. 먼저 읽은 작품들은 반가운 마음으로 외전을 읽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되었다.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은 아몬드의 외전이었다. 상자 속의 남자라는 제목으로 선행과 불행의 교차점에서 고된 삶을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였다. 그런와중에 그가 목격하는 사건은 바로 아몬드의 첫 장면이다.
.
.
"그날 한 명이 다치고 여섯 명이 죽었다."
그 장면을 거리두기 보았을 때 어떤 심정일까. 감정이 없는 주인공을 통해 전해지는 참혹한 사건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관찰자에 의해 전달된다면.  사건을 겪는 사람과 보는 사람은 언제든 서로 자리를 내주고 사건의 파장은 삶의 균열을 만든다. 그 교차점을 포착하는 작가의 시선이 놀랍다. 이소설을 더 오랫동안 사랑하게 될 것 같았다.

도서협찬

#창비 #두번째엔딩 #아몬드 #외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떤 소설의 결말들은 너무 소중해서 그 다음을 생각할 수가 없다. 완벽하다고 생각하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안부가 그리워진다. <두번째 엔딩>은 그런 나의 마음에 대한 인사처럼 다정하다. 소중한 소설들의 외전들을 모아보는 시도는 소설의 팬들에게 그저 고마울 뿐이다.
.
.
소설에는 시작이라는 필수조건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야기를 전달받을 때 하나의 눈으로 사건을 만난다. 하지만 다른 시선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이야기의 독자로서 몰입의 역할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시선의 무게중심이 옮겨진다. 사건의 당사자가 말하던 것을 관찰자가 말했을 때가 그 예다. 하지만 관찰하는 그 사건을 지켜볼 뿐 그 자신의 삶에서는 또다른 주인공이다. 이 소설을 통해 예측하지 못한 가능성 뿐만아니라 세상의 모든 주인공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
.
이 책에서 내가 읽은 작품과 읽지 않은 작품이 있다. 먼저 읽은 작품들은 반가운 마음으로 외전을 읽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되었다.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은 아몬드의 외전이었다. 상자 속의 남자라는 제목으로 선행과 불행의 교차점에서 고된 삶을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였다. 그런와중에 그가 목격하는 사건은 바로 아몬드의 첫 장면이다.
.
.
"그날 한 명이 다치고 여섯 명이 죽었다."
그 장면을 거리두기 보았을 때 어떤 심정일까. 감정이 없는 주인공을 통해 전해지는 참혹한 사건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관찰자에 의해 전달된다면.  사건을 겪는 사람과 보는 사람은 언제든 서로 자리를 내주고 사건의 파장은 삶의 균열을 만든다. 그 교차점을 포착하는 작가의 시선이 놀랍다. 이소설을 더 오랫동안 사랑하게 될 것 같았다.

도서협찬

#두번째엔딩 #창비 #아몬드 #외전 #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흰바위 코뿔소 노든과 불운한 알에서 태어났지만 당찬 펭귄 '나'는 푸른 지평선을 향해 여정을 떠난다. 코뿔소와 펭귄, 아프리카의 초원과 남극의 빙산이라는 전혀 다른 공간을 연상기키지만 그들은 함께 걷고 긴긴밤을 보낸다. 코끼리 고아원에서 유일한 코뿔소로 자란 노든은 바깥 세상으로 떠난다. 누군가와의 만남을 예감하면서.

"우리가 너를 만나서 다행이었던 것처럼, 바깥 세상에 있을 다른 누군가도 너를 만나서 다행이라고 여기게 될거야."(15쪽)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딸과 함께 가족을 이루고, 동물원에서친구 앙가부를 만난다. 하지만 뿔밀렵꾼에 의해 그들을 떠나보낸다. 슬픔과 분노는 인간에 대한 복수심을 키운다. 절망의 순간에 알을 품은 펭귄 치쿠를 만나고 서로를 '우리'라고 불리는 것에 행복해한다. 이처럼 삶은 슬픔과 기쁨의 파도로 바닷물에 흠뻑 적셔지는 것처럼 온전히 나로 살아가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노든은 아기펭귄을 만난다. 바다라는 목적지를 향하는 그들의 여정은 고되지만 서로를 기댄 마음의 성장은 감동을 준다.

"내가 바라보는 풍경을 노든도 보았고 내가 있는 풍경속에서는 언제나 노든이 있었다."(83쪽)

이 책에서 가장 오랫동안 마음에 깊게 남은 키워드는 두 주인공의 우정과 연대다.그들이 도달해야하는 지평선은 다르지만 이미 서로의 마음에서, 가장 따뜻한 곳에 서로를 자리하게 한다. 타자를 위한 이해와 헌신이 주는 감동의 여운이 깊은 책이다. 또한 우정과 연대의 범위는 우리에게도 포함된다. 피터싱어는 동물해방론에서 윤리적 고려의 대상을 고통에서 찾았다.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존재를 윤리적으로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고통을 공감하기 위한 시작은 타자에 대한 이해여야 한다. 이 책은 문학작품으로도 훌륭하지만 독서를 통해 통각이 발달되는 것처럼 섬세한 시선으로 동물을 바라보며 동물의 눈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의 미덕은 동물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이상으로 동물이 되어 감각과 생태를 통해 서사를 이끌어가고 심리를 묘사하는 점이다. 동물을 의인화할 때 동물의 생태와 서식에 대해 조사하지만 인간의 기준과 시선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가는 동물의 눈으로 감각하며 내면을 드러낼 뿐 아니라 문장의 아름다움 또한 놓치지 않는다.

"발을 살짝 담가보았다. 발을 담갔던 자리에 떠 있던 구름이 사방으로 부서졌다."(90쪽)

"저 멀리서부터 나를 집어 삼킬 것처럼 다가오던 검푸른 바다가 하얗게 부서지면서 내 발을 간지럽힌다."(122쪽)

노든과 '나'의 삶은 불운과 고난의 연속이었을지 모른다. 그들은 '항상 남겨지는 쪽'이었고 외롭고 두려웠다. 그들에게 긴긴밤은 견디는 것이었으나 그런 하루하루의 밤들을 함께 보낸 후 행복이 어딘가 스며오며 일상은 버틸만한 것이 된다. 이 책은 제21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동화지만 이 책의 독자는 어린이만이 아니라 어른 역시 포함된다. 긴긴밤을 견디는 이들에게 마음을 나누는 연대의 시도가 서로를 성장시키며 우리에게도 그런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통과 두려움과 환희를 단순하지만 깊이있게 보여준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향해있던 모든 이의 긴긴밤을 그 눈물과 고통과 연대와 사랑을 이야기한다."(143쪽. 심사평)


도서협찬

#긴긴밤 #문학동네 #어린이문학 #동화추천

나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통과 두려움과 환희를 단순하지만 깊이있게 보여준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향해있던 모든 이의 긴긴밤을 그 눈물과 고통과 연대와 사랑을 이야기한다.(심사평) - P14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