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투라 CULTURA 2023.2 - Vol.104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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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쿨투라
#cultura #쿨투라서평단 #서평단이벤트 #도서출판작가 #기대평 #리뷰 #오늘의영화 #오늘의시 #오늘의드라마 #쿨투라신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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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잡지로 2022와 2023의 문화적 지평을 살펴볼 수 있다. 그 지평에는 특별한 그라데이션이 있다. 사실상 문화와 예술의 경계를 찾고 구획을 가르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창작과 관람, 작품의 창조자와 수용자 사이에 편의를 위한 약속이 될 수 있고 각각의 영역에서 발전과 성장의 역사가 존재하기에 이렇게 장르와 분야가 나눠진 듯하다. 이 잡지에서도 오늘의 시, 영화, 드라마를 꼽고 있지만 독자이자 관객인 나에 초점을 맞춘다면 무언가 정의할 수 없는 감흥과 여운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한권의 잡지를 통해 내 안에서 느낌으로 남아있던 감상들이 정확하고 섬세하며 시의성있는 언어로 재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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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혹은 놀랍게도
2022년 나의 최고의 영화는 #헤어질결심 이었고 또 나의 최고의 드라마는 #이상한변호사우영우 였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남은 여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잡지의 인터뷰와 좌담에서 그대로 드러나 반가웠다. 또한 작년에 최지은 시인의 시집을 인상깊게 읽었는데 최지은 시인이 인터뷰어가 되어 올해의 시 주인공인 박소란 시인을 인터뷰하는 기사도 특히 좋았다. 이처럼 문화예술잡지의 미덕은 하나의 흥미로 머물던 취향이 마치 점차 번져나가듯 새로운 취향과 시선에 접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 정말 최고야"에서 머무르지 않고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필모그라피를 살피고 인터뷰어의 시선을 통해 새로운 생각들에 도달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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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신인상으로 작품이 실린 김해솔의 시와 이우빈의 영화평론도 눈여겨 보게 되었다. 심사위원들의 평과 같이 김해솔의 상상력은 대담하고 문장은 리드미컬해써 읽는 재미가 상당했다. 시인이 사랑이라는 관념을 다루는 방식은 매우 생생해서 큰 인상을 남겼다.
(너무 좋아서 여러번 읽었다)
또한 영화평론 신인상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년 최고의 영화로 생각하는 헤어질결심과 최근 관심있게 본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는 시도는 참신하고 도전적이었다. 또한 영화라는 장르에 느껴지는 강한 애정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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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같은(?) 문예지를 읽기에는 나름 의지를 발휘해야했고 완독한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쿨투라는 시각적인 만족도가 최상으로 올라감과 동시에 깊이있는 리뷰와 평론, 좌담과 인터뷰를 즐길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도 내가 관심있는 주제가 구성되어 있어서 반가웠고 표지부터 큰 기대감을 주었다.
또한 첫부분에 갤러리로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시선이 탁 트이는 듯한 경험이었다. 구성에 있어서도 만족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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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인 만족은 보편과 특수의 적절한 배합에서 온다고 생각해왔다. 쿨투라가 나에게는 그러한 지점을 제공했다. 오늘의 영화, 시, 드라마를 뽑는 이 시대의 보편을 고민하고 또한 그 시선과 깊이에서는 평소 만날 수 없는 특별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매월 만나며 문화와 예술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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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외계인 허블어린이 2
이재문 지음, 김나연 그림 / 허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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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외계인
#이재문 장편동화
#허블 #동아시아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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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생긴 언니. 그런데 그 언니가 외계인이라면?
언니는 외계인은 제목처럼 낯선 설정에서 시작한다. 당사자인 미소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어딘가 반항심이 생겨난다. 엄마아빠는 지구에 파견나온 외계인 동료의 죽음으로 그들의 딸인 얀을 입양한다. 그렇게 미소에게도 언니가 생겼다. 하지만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지구에서 사는 외계인 언니때문에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거리를 두고, 또 엄마아빠가 얀을 생각하는 마음 때문에 질투심을 느끼게 된다. 이 불만족스러운 상황에서 어쩌면 미소는 외계인 언니가 없는 과거를 그리워할지도 모를 것이다. 언니가 없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하지만 가족여행에서 우주의 크래시홀을 만나 안키노스라는 행성에 언니와 단둘이 불시착한다. 그곳은 바로 얀의 고향. 미소는 얀의 도움으로 간신히 안키노스에서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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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어린이들의 장르라고 생각했던 것이 착각임을 몇년전부터 확신하고 있다. 동시에 나 역시 sf장르에 빠져들게 되었다. 아마도 그 중심에는 출판사 허블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상과학의 공상도 단순히 머릿속의 상상을 넘어서 대단히 구체적인 설정들로 시선을 사로잡게 한다. 특히 이 소설에서 안키노스에 대한 이야기들, 자연 풍광과 생태를 비롯한 설정-청광초, 무지개의 날 등등이 흥미로웠다. 작가가 세계를 구축하는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단순히 과학적으로 진보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연과 생활 그리고 그들의 삶의 태도와 방식까지도 눈여겨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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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동화는 지구로 입양된 외계인언니 얀이 다시 고향행성에 불시착하는 과정을 통해 주인공 미소에게 역지사지의 상황을 보여준다. 지구에 입양된 외계인과 외계에 간 지구인은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우정을 쌓아간다. 다름의 문제를 극복해나가는 아이들의 마음도 깊고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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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연인들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이광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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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연인들 도서협찬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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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의 장소를 지도로 그린다면 등고선은 감정으로 일렁일 것이다. 익숙한 곳은 낯설게, 먼 곳은 가깝게 축적은 알수 없이 달라질 것이다. 장소를 찾아가기 위한 탐색의 지도가 아니다. 장소를 은폐하기 위한 지도다. 장소는 기억을 공유하는 이들의 마음속에서만 재현된다. 그들은 연인들이며 이 책은 연인들이 머물렀던 장소를 찾아 섬세하고 아름다운 지도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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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어떤 장소가 있는가. 유독 계절의 색이 선명했던 시간들, 우리는 어디에 있었나. 마음은 목적없이 떠돌더라도 '어딘가'에 분명히 있었다. 이 책은 그 장소의 기억들을 익명의 존재로서 재구성한 에세이다. 방, 발코니, 극장, 공항, 운동장, 공터, 서점, 골목 등. 연인들의 이야기는 마치 초점이 흐린 사진의 한장처럼 깊고 섬세한 서사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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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사건이 ‘함께 있음’의 행위라면, 장소는 함께 있음이라는 사건이 그곳에서 벌어졌음을 증거한다.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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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 장소가 되기 위한 최소조건은 '함께 있음'이다. 그것이 물리적이든 기억에서든 함께한다면 장소의 물성이 변화할 수 있다. 마치 선언과도 같은, 혹은 발명과도 같은 문장을 보면서 이 책의 시선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내가 알던 일상의 공간들은 "연인의 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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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는 연인들이 가질 수 있는 거의 완벽한 공간이다. 이 공간은 세상에서 가장 좁고 따뜻한 바다로 연인들을 안내한다. 두 사람의 몸이 그 안에 들어감으로써 따뜻한 바다로의 유영이 시작된다.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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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장소에 대해서 말하기 때문에 그들의 행위를 짐작할 수 있으며 에로틱한 순간들도 상상하게 한다. 하지만 인용한 것처럼 문장은 아름답고 문학적 순간들로 포착되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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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의 사라진 장소는 날카로운 비문으로 채워져 있지만, 망자의 이름이 없는 묘비이다. 잊지 않기 위해서 비문은 계속 다시 쓰여야 하지만 진정한 문장 같은 것은 없다. 그 비문은 어디에도 귀속되지 못하고 어떤 장소도 규정하지 않기 때문에 물 위에 쓰는 비문과 같다.(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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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그러나 장소에 대해 쓰는 시점에는 연인의 현재보다는 과거에 있기에 읽으면서 서글프고 처연한 감정이 이어진다. 연인은 장소에 존재했고 그 장소에는 없으며 내 기억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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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공간에서 익명의 연인들이 보여주는 서사는 문학작품과 이어진다. 저자의 전작 #사랑의미래 에서 시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 것처럼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언급한 책과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미 읽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장소에 주목하기 때문에 새로운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지적인 문장은 아름답고 사유의 깊이가 느껴져 책을 읽는 내내 사로잡혀 있었다.
언제든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재발명되는 장소들을 위한 에세이는 오래토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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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법고전 산책 - 열다섯 권의 고전, 그 사상가들을 만나다
조국 지음 / 오마이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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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얼마나 법의 정신에 맞닿아있는지 깨닫기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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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작업 -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돌봄과 작업 1
정서경 외 지음 / 돌고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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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작업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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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과 작업은 서로 상충되는 것일까? 위킹맘의 치열한 하루,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엄마와 아내로서의 역할 갈등은 당연한걸까. 그 기로에서 나는 생각에 잠긴다. 돌봄의 비중을 늘리면 작업의 비중이 줄어야하는 건 시간이라는 물리적인 조건에서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돌봄과 작업의 성취들이 서로 양립될 수 없다면 그 두가지를 모두 해내야하는 여성은 결국에는 좌절 혹은 자책을 경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가지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서 여성의 자아는 분리되고 또 각각의 영역에 맞는 성적을 받으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의심할 것이다. 돌봄과 작업의 고민에는 어쩔 수 없다는 자조와 상대방에 대한 불만으로만 귀결되어야 하는 것일까. 돌봄과 작업이 서로 시너지를 이루며 여성의 자아정체성을 긍정하도록 할 수 없을까. 그 고민에 대한 솔직하고 따뜻한 대답이 이 책에 담겨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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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각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들이 돌봄과 작업 사이에 고군분투를 다루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담아낸 에세이이다.

정서경 | 진짜가 아닌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
서유미 |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일
홍한별 | 아이를 버리고 도망쳤던 기억
임소연 |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존재들과 살아가기
장하원 | 지식에 대한 생각을 바꾼 양육
전유진 | 사라지는 마법으로 사라지지 않기
박재연 | 여러 세계를 연결하며 살아가기
엄지혜 | 돌봄 노동을 대하는 태도가 말해주는 것
이설아 |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서로를 끌어안을 때
김희진 | 양육 간증: 나를 잃었다 찾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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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목소리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넘어서 자신들의 성취와 특별한 지점들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대단하다'는 존경심을 이끄는 이야기만이 아니다. 물론 이들의 사연은 모두 대단하고 또한 어려움을 풀어가는 태도역시 귀감이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일과 육아를 성공으로 이끈 멋진 여자들의 자기계발서는 결코 아니다. 그들은 충분히 멋지지만 진심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진실된 목소리로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팁이나 조언을 주는 것이 아닌 솔직함과 당당함으로 저자와 독자 사이에 느슨하지만 따스한 연대를 이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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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좋은 문장이 많아서
#천문장클럽 노트에 담았다. 하지만 이 책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담긴 문장이 있어 이글에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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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지으면서도 글을 지을 수 있음을, 돌봄의 영역 바깥에서 나를 실현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사실과 어긋나는 것이 아님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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