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의 맛 - 은퇴전문가 한혜경의 지지고 볶는 은퇴 이야기 28가지
한혜경 지음 / 싱긋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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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전문가의 은퇴생활은 어떨까. 수많은 은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은퇴의 말 :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25가지>를 출간한 저자에게 은퇴는 어떤 삶의 지점을 줄 수있을까. 이책은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온라인 저널에 ‘나의 은퇴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을 묶은 한권의 책이다. 전작이 은퇴 인터뷰라면 이번 작품은 은퇴 에세이다. 은퇴자의 시선으로 은퇴에 대한 이야기들을 수집하였다면 이제는 은퇴의 당사자가 되어 은퇴의 삶을 살아보는 것이다. <은퇴의말>과 <은퇴의맛>이라는 두권의 책으로 은퇴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회 없는 은퇴란 없으며 은퇴로 인한 상념과 불안, 걱정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긍정하게 된다. 특히 <은퇴의 말>이 은퇴자들의 목소리를 폭넓게 담아냈다면  <은퇴의 맛>은 은퇴전문가의 은퇴를, 소소한 일상의 소중한 가르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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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은퇴해보니 돈 앞에서 절로 겸손해진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은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다. 전부는 아니지만 매우, 상당히 중요하다는 뜻이다. _'돈에 대한 생각,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얼마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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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수록 거품 없는 삶을 살고 싶은데 걱정된다. 뭔가 잔뜩 쌓아놓아야 할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 남을 의식하는 데서 오는 이상한 허세 같은 것을 얼마나 덜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_'이제는 삶의 거품을 빼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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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일을 하거나, 오늘 뭐할까 궁리하다가 일상의 틈에서 솟아난 생각들은 밑줄 긋게 한다. 은퇴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글을이 차곡차곡 모여 초보 은퇴자로서 진정한 은퇴전문가로 거듭나는 것이다. 은퇴하고나서 알게된 것들로부터 지금의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통찰은 크다. 나의 노후는 어떨까를 고민해보기도 하고 또 막막함에 대한 걱정이 나만이 아님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부부, 친구, 등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들도 은퇴의 연구자이자 당사자인 저자의 말이기에 더욱 신뢰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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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직장에서 은퇴만 한것일 뿐인데도 인생에서 은퇴한 것처럼 모든 것이 끝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 함께하는 사람들, 오롯이 나의 것인 시간은  오히려 인생에 더욱 집중하게 해준다. <은퇴의말>을 읽으면 때때로 위기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에 대해 낭만보다는 당연한 후회의 진정성있는 말들에 수긍하게 됐다
 한편으로 <은퇴의말>은 행복하고 소소한 은퇴 이후의 삶을 긍정하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은퇴와 노후에 대한 통찰을 포착한다. 제대로 은퇴하고 잘 나이들고 싶다면, 이 책을 읽는 것으로 시작하먼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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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모자 알맹이 그림책 53
조우영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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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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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큰 파란모자가 지나간다. 모자가 너무 커서 누가 쓰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모자밖의 팔다리로 짐작할 뿐이다. 파란모자가 지나가면 사람들도 피하고,  파란모지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모자속으로 더욱 숨어든다. 그림책 <파란모자>는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모자에 숨어버린 겁많은 아이의 이야기다. 귀여운 그림을 보면서 파란 모자에 숨어든 아이를 응원하게 되지만 동시에 파란모자의 상징을 고민하며 우리 주변의, 혹은 내 안의 파란모자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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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큰 모자를 쓰고 있어서 소통의 어려움도 겪는다. 사람들에게도 파란모자라고만 불린다. 파란모자는 아이의 개성이나 취향이 아니라 마치 동굴처럼 섬처럼 고립된 공간으로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파란모자가 걱정하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본 모습을 보게되는 것이다. 모자 속이 편하지만 결단의 순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파란모자에게도 그러한 성장의 기회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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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귀여운 그림에 단순하고 간결한 이야기지만 읽으면서 나의 '파란모자'를 떠올리며 페이지마다 생각에 빠지곤 했다. 나에게도 숨거나 피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파란모자처럼 어딘가에 웅크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부정적으로 짐작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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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란모자를 통해 보듯이 피하는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 누군가의 용기를 통해 파란모자를 벗을 수 있고 그때 그 용기를 따뜻하게 격려할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아마도 웅크린 마음들이 고민할 시기다. 세상과 악수하기 위해서는 나만의 '파란모자'를 벗어야 하는 것이다.  

#다양성 #나다움 #자신감 #용기 #새학기 #새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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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축제자랑 -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
김혼비.박태하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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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축제자랑
김혼비
박태하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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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역축제는 K중에서도 강도와 순도에 있어서 최상위의 K이다. 지역의 역사와 자랑을 중심으로 애향심과 오락성 뿐 아니라, 지역예산, 흥행 등에 대한 욕망의 장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데 나는 지금껏 장날을 골라가는 조용한 사람이라 시끌벅적한 지역축제를 가급적 피했다. 
p.86"이럴거 같았고 이래서 왔지만 또 이렇게까지 이럴줄은 몰랐던 광경"에 대해 이럴까봐 안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황당함을 감당할 수 없는, 문화적 내상에 겁이 많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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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전작은 각각 제대로 진심인 이야기다. 
#우아하고호쾌한여자축구
#괜찮고괜찮을나의k리그
이 책의 부제는 "이상한데 진심인 K축제 탐험기"다. 취재가 아니고 경험도, 체험도 아닌 "탐험"이다. 홍보 사진이나 정보를 위해 12군데의 축제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탐험"이기에 용기가 필요한 시도를 다루고 있다. 탐험의 사전적 정의는,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가 잘 알려지지 않은 어떤 곳을 살피고 조사하는 것이라고 한다.(국어사전) 그렇다면  이책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밀양, 영암, 양양, 음성 등의 지역을 찾아가 미학적 내상 혹은 심리적 반발의 위험을 무릅쓰고 살피며 조사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탐험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봤는데 너무나 적절해서 다른 표현을 찾을 수 없다. 
이 탐험기 혹은 여행기는 저자들의 유쾌하고 독창적인 드립으로 고강도의 유머를 전한다. 마침표찍듯이 드립이 터져서 풍자갑, 해학갑이라며 감탄하게 한다. 우선 #책쓰자면맞춤법 의 저자답게 문법적 언어유희를 보여준다. '삭은'에서 '삭힌' 홍어로 인간의 주체성을 발견하고(62쪽), '단호'하고 '단오'하게 결정(140쪽)한다. 또한 오독떼기를 설명하며 '나 전통전통전통'(149쪽)하는 만화적 상상력이 등장하고 "뻘에 왔으니 뻘짓"이라고 입에 착착 감기는 표현도 반갑다. 무엇보다도 범주를 가로지르는 종횡무진의 박식함을 낭비하며 수준높은 유머를 구사한다. 퍼포먼스라는 원관념에 애거서크리스티, 데이비드 코퍼펠드, 현상학이라는 보조관념이 따라붙는 식이다. 이런 지적인 드립은 셀 수 없다. 
 하지만 웃고 넘어가기에는 예리한 문제의식으로 생각할 지점을 제공한다. 축제에 참여하며 동시에 거리를 두면서 날카롭게 포착하는 통찰이 돋보인다. 자본주의(부자 기 투어)와 지나친 글로벌(음성 품바의 세계화)에 대한 강조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장 비중있게 다뤄지는 것은 동물관련 축제에 대한 것이다. 대량 살상행위의 일부를 체험,  현장학습 등의 미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깊게 고민할 일이다. 
 K축제를 바라보는 저자의 마음은 이상한데 진심이다. 대책없이 엮으려는 다소 막무가내의 축제에도 일단 함께 어울리며 뭐든 해본다. 주관을 잃지 않으며 단호한 판단을 하지만 축제와 축제에 모이는 사람들에게 애정어린 시선을 유지한다. 책의 시작에서 황당, 납득, 수긍, 반발, 포기, 응원이 버무려있음을 말하는데 그 또한 진심임이 느껴진다. 그리하여 나도, 이 책에 이상하게 진심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전국의 축제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진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p.279
"몰라도 일상생활에 하등 지장 없고 그래서 알 필요없는 것들을 기록하고 기억해 두고 싶어서였다. 무관심속에서 조용히 사그라지고 있거나 소수의 사람들이 성실히 지켜 나가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어떤 세계에서는 여전히 절실하고 또 많은 이들의 생계나 자부심을 떠받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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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 말 -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25가지
한혜경 지음 / 싱긋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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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 말>의 부제는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25가지다. 타인의 후회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마음은 나의 후회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평소 갖고 있단 후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보다는 제대로 후회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인간에게 기회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우가 해야할 일은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기를 포기하거나 노력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언제나 후회하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13쪽)

후회를 한다는 것은 과거의 나를 현재의 나가 거리를 두고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후회의 전제조건은 좀더 성장한 현재의 나가 될 것이다. 후회할 수 있는, 잘못을 인지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후회를 긍정한다. 다만 후회 이후에 태도가 중요한데, 자신의 방향에 대한 탐색이 이어진다면 성장으로 이끌 수 있지만 후회만이 계속된다면 공허함만 남을 뿐이다. 이 책은 후회에 대해서 가장 정확하고 절실하게 말할 수 있는 남성 은퇴자들의 인터뷰에서 후회의 목소리를 집중한다. 후회 뿐만 아니라 인생의 성공, 승리, 패배, 극복 등 살아가면서 자신을 돌아볼 때 떠올리는 키워드들을 다시 쓰게 만든다. 아직 은퇴의 나이는 아니더라도 진실된 목소리들을 전해들으며 공감과 동시에 배움이 느껴졌다. 

이 책은 1부에서 4부까지 은퇴자들이 할 수 있는 말들을 제목으로 다루고 있다.
1부는 정말 일밖에 몰랐구나, 2부는 나 자신을 너무 함부로 대했구나, 
3부는 나와 가족의 간격이 이렇게 넓었다니, 
4부는 내 남은 인생이 아직도 50년이라니. 

 그들의 후회에서 가장 절실한 것는 '나'의 부재였다. 진정한 나의 부재로 오는 관계의 문제, 우울감 혹은 공허감이 또다른 문제들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건강핰 자기 중심성이 필요하다. 즉 자신의 고유한 가치와 개성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돌봐야 한다."(78쪽)

나의 자기중심성은 이기적인 개념이 아니다. 은퇴자들은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는 것을 두려워하며 최대한 이타적일 수 있는 자기희생적인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기에 대한 존중이나 이해없이 타인을 위하는 삶은 결국 서로에게 상처와 원망을 줄 뿐이다. 따라서 자기중심성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시작이다. 동시에 나의 현재를 사랑하면 나의 미래도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은퇴자는 체조선수 양학선의 말을 전한다. 
"더 높게 날아오를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 착지가 중요하니까."
 당연한 말 같지만 도약을 현재로 본다면 착지는 미래다. 현재는 미래를 염두하며 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다. 따라서 현재를 사랑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아울러 마흔이라는 나이에 대한 지혜로운 말 역시 마음에 깊게 남았다. 
"마흔은 낯선 곳, 낯선 삶으로 더 나아가야하는 나이다. 낯선 생각과 우연히 찾아오는 기회에 대한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경계로 넘는 삶을 향해 힘껏 도전해야하는 나이다."189쪽

 책을 읽을 때마다 고마운 것은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에 대한 것이다. 은퇴한 아저씨의 목소리가 이토록 절실하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은퇴의 나이를 맞지 않았기에 많은 사람들의 혜안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러한 시도는 저자인 한혜경님이 진심어린 공감에 근거한 청자로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한 가운데에 선 기분이다. 청춘의 유예와도 같은 마음에 안주하고 있었는데 한 권의 책으로 나의 과거와 미래를 현실적으로 끌어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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