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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그동안 <그리스인 조르바>는 여러 훌륭한 분들에게서 "내 인생에 영향을 끼친 책이다" 라는 말을 들었던 책이다.
유명한 책은 왜인지 더 안읽게 된다. 이렇게 유명한데 나까지 읽어야하나 란 삐뚤어진 마음때문이었던 것 같다. 최근에 숙제처럼 읽었다. 고전은 처음 도입부분에서 진도빼기가 어렵다. 소설속으로 빨려들어가기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조르바란 사나이의 실체를 감지하면서부터는 자꾸자꾸 조르바의 팬이 되어갔다
이 거친 사나이가 날것 그대로의 말을 한마디라도 더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되었갔다
나도 이젠 말할수 있다
"나의 인생은 조르바를 만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뉠것이다" 라고
책속에서 -----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 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사람이었다.
그는 살아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인 대지에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목자 : 내 식사는 준비되었고 암양의 젖도 짜 두었습니다. 내 집 대문은 잠기어 있고 불은 타고 있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붓다 : 내게는 더 이상 음식이나 젖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바람이 내 처소이며 불 또한 꺼졌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목자 : 내게는 황소가 있습니다. 내겐 암소가 있습니다. 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목초지도 있고 내 암소를 모두 거느릴 씨받이 소도 있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도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목자 : 내게는 말 잘 듣고 부지런한 양치기 여자가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 여자는 내 아내였습니다. 밤에 아내를 희롱하려는 나는 행복합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붓다: 내게는 자유롭고 착한 영혼이 있습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내 영혼을 길들여왔고, 나와 희롱하는 것도 가르쳐 놓았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마음대로 비를 내려도 좋습니다.
일종의 노예근성이 아닐까? 이상이나 종족이나 하느님을 위해 자기를 희생시키는 것은?
따르는 전형이 고상하면 고상할수록 우리가 묶이는 노예의 사슬이 길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좀 더 넓은 경기장에서 찧고 까불다가 그 사슬을 벗어나 보지도 못하고 죽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자유라고 부르는 건 무엇일까?
육체란 짐을 진 짐승과 같아요. 육체를 먹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길바닥에다 영혼을 팽개치고 말거라구요.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듯이 사는거나, 금방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 것
세상이 만들어낸 감옥에서 내 세상을 살까봐 무섭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