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오후 언니네가 점심 사준대서
얻어먹는 이 기회에 우리식구들은
배가 터져도 남기지 않고 다먹어치웠다

집에 들어오니
남편은 부른배를 소파에 뉘이고
아들은 여친 만난다고 나가고
시험기간인 중딩딸은 소화시켜야한다고
겜한판 한단다

나야말로 엎드려 식스맨 재방이나 보고싶었지만
맛있게 먹을때와는 딴판으로 튀어나온 뱃살따라
죄책감씩이나 찾아왔다

자전거를 꺼내 갑천길따라
한참을 달렸다
나의 질주본능을 되살려
가수원다리까지 찍었다
우리 갑천이 이렇게 아름다울수가 있나

비에 젖은 연두가 짙어져 초록으로 변해가는
그라데이숑이 기가막히게 아름다워서
자꾸만 핸들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다

산속 같아지는 중간중간 나무숲이
낮게 내려온 잿빛하늘에 어두컴컴해진다
무섭기도하고 해서 그만 돌아갈까하는데
가끔 나타나는 사람들 모습에 안심하기도하고
낚시대 든 남자가 걸어오는걸 보고
놀라기도하면서 더 달렸다

아빠랑 아이들이랑 도랑물건너 자전거를 끌고 간다
아이고 예뻐라
아이들 앞세우고 아빠는 뒤에서 내리막 조심해라 한다

광야에 펼쳐진 융단을 질주하는데
먼숲에 꿩이 꿩꿩 울고
귓가에 바람이 쉭쉭 도망쳤다

바람보다 먼저 도착한 완소 핸들
오늘의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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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4-19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 모두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멋집니다! 풀밭이 펼쳐진 길 사진을 보는 순간, 봄나물이 많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ㅎㅎㅎ

소금창고 2015-04-19 17:33   좋아요 0 | URL
길에서 만난 낯모르는 가족인데 뒷모습이 정겨워서 몰카했어요
얼굴 안나오니 이정도 실례는 괜찮겠지요
풀밭사이를 바람과 함께 달리는데 기분이 정말 좋더라구요